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어제는 cgv 오리에서 영화 <마션>의 라이브톡을 보았다. 영화 상영 후 cgv 압구정에서 열린 이동진 평론가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님의 토크를 생중계 해주는 형식이다. 기다리던 영화 <마션>을 개봉보다 먼저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좀 멀어도 오리까지 갔다.
책을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어서 영화를 너무나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일까, 요즘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같은 잘 만들어진 우주 영화가 나와서일까, 영화는 생각보다는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다. 영화에 대한 토크도 전문적인 수준이 아니라 일반적인 대화수준이라 사실 기대에는 못미쳤다. 라이브톡이 진행 될 동안 옆에서 자꾸 집에 가자고 조르는 남편 때문에 집중이 안돼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나는 원작을 읽었기 때문에 사전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본 남편에게 물었다.
˝영화 어때?˝
˝글쎄? 근데 이게 가능한거야?˝
아무래도 폭풍감동은 없었나보다^^
사실 인터스텔라처럼 감동 코드를 넣은 것도 아니고 그래비티처럼 우주공간에서 혼자 있을 때의 막막함을 처음 느껴본 것도 아니라서 그저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막막한 우주 공간에서 초긍정 사나이는 어떻게 살아가는지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이 생길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대개의 경우 그렇듯이 영화에서는 시간상 생략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마크 위트니가 너무 걱정이 없고 시도하는 모든 일이 족족 성공하는게 이상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소설에선 오히려 그런 점에서 아주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모든 일이 척척 풀리는 동화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동진 평론가도 말했듯이 그정도면 소설을 굉장히 잘 각색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소설에는 없는 마지막 에필로그가 참 마음에 들었다. 헬조선이라는, 어쩌면 우주공간만큼이나 막막하고 대책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우주에서 살아 돌아온 사나이의 조언은 가슴에 팍!! 꽂히니까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15-10-0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마션> 영화 보러가려고요ㅎ 오로라님 글을 읽으니 소설 <마션>도 보고싶어지네요ㅎ~

살리미 2015-10-09 14:01   좋아요 0 | URL
즐겁게 감상하고 오세요^^
 

마태우스님의 <서민적 글쓰기>를 읽다가 알라딘 서재 다락방님이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란 책을 내신 걸 알게 되었다. 다락방님의 서평은 나도 참 좋아하는데 책으로 나온 줄은 몰랐기에 오늘 도서관에 간 김에 찾아보았다.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역시나 다락방님의 장점인 글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부럽^^
`소설이면 충분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용기에 감동받으며 어릴 적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1정도 되었던 여름이었을 것이다. 당시 집안의 상황이 좀 안 좋을 때였는데 늦둥이 막내인 나는 둔해서 눈치를 못채고 있었다. 엄마는 그 즈음 대하소설 읽기에 빠져서 당시 유행하던 도서대여점에서 책을 빌려다가 하염없이 읽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려운 상황을 잊어버리기 위한 방편으로 독서를 택한 것 같은데 그냥 혼자 조용히 읽으면 좋을 것을 `요즘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참 좋아. 너희들도 책 좀 읽어봐~`하고 남들이 보면 눈꼴사납게 (?) 동네방네 얘기하고 다니셨다. 당시는 여름방학이었고 집에는 엄마랑 나만 거의 하루종일 시원한 평상에 누워서 책을 읽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곤 했다. (그 때의 그림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집안 상황도 좋지 않은데 당시 가장 노릇을 하던 열두살 터울의 언니가 보기엔 두 모녀가 시답잖은 신선놀음이나 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책읽는 모습이 그다지 좋아보였을 리가 없다. 하루는 집안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엄마가 생활에 대한 고민은 안하고 책만 읽어대는 것에 (사실은 책 읽으니 너무 좋다고 자랑하는 것에 열받은 것 같아 보였는데) 화가 난 언니가 엄마에게 쏘아붙였다. (엄마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나도 들으란 듯이)
˝그깟 시답잖은 소설쪼가리나 읽으면서 책 읽는다고 티 좀 내지 말라고. 현실을 걱정해야지 소설 읽는 다고 답이 나오냐고. 무슨 대단한 책도 아니고 겨우 소설이나 읽으면서.˝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왠지 소설을 읽을 때면 이상한 죄책감이 생긴다. 게다가 학교 다니는 동안 자연스레 소설을 읽을 시간은 부족했고, 대학에 다니면서는 술이나 마시고 싸돌아다니느라 전공서적도 겨우 읽었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는 더더욱 책과 멀어져갔다. 남편도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지만 소설이랑은 거리가 멀다. ˝소설은 왜 읽는 거지??˝하고 늘 나에게 묻는 사람이니까.

소설을 읽을 때면 당당하지 못한 건 아줌마들과의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사실 우리 동네 아줌마들은 정말 정말 책을 안읽어서 내가 책 얘기를 거의 꺼내지 못하는데 어~쩌다 어~~쩌다 한번씩 책 얘기가 나오면 나는 몹시 흥분해서 말이 빨라지곤한다. 그럴때 누군가 결정적으로 ˝그래서 요즘은 뭐읽어??˝ 하고 물으면 인문학 책을 읽을때면 당당히 책 제목을 말하지만 소설을 읽고 있을 땐 ˝ 응~ 그냥 소설...˝하고 말끝을 흐리게 된다.

그런데 다락방님의 책을 읽으며 나는 비로소 소설에 대한 마음의 짐을 벗어놓는다. 이렇게 멋진 문장이 많은데, 이렇게 멋진 사람이 많은데, 그동안 왜 나는 소설을 읽는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지? 소설만으로 충분하다고, 이 힘든 세상 소설이라도 읽지 않으면 어떻게 버티겠냐고 말해주어서 고맙다. 다락방님은 소설을 사랑하니까 이렇게 맛있게 꼼꼼히 읽는 것같다.
나는 한해의 독서 기록을 쭈욱 정리해 놓고 가끔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는데 그것도 어쩌면 그런 장치라도 마련해두지 않으면 책을 골고루 읽지 못하고 소설책만 읽게 될 것 같아서 한 일같다. 자주 점검해서 인문 사회 과학분야의 책도 읽으려고... 나름 고른 독서를 위한 방편이라고 위장해 왔지만 그것도 어쩌면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열등감 같은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왜 자신있게 나는 너를 사랑한다!! 하고 외치지 못한 거지?? 이 책을 읽다보면 항상 소설에게 미안해진다.

그동안 떳떳하지 못해 미안해 ㅠㅠ 실은 나도 너를 많이 사랑하는데ㅠㅠ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15-10-01 09: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아...아름다운 서평이네요. 책이 죄책감을 없앨 수 있다니, 책의 힘을 이렇게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서평이 또 어디 있겠어요. 님같은 독자가 한분만 있어도 책은 낼 만한 가치가 있을 듯 싶어요.

살리미 2015-10-01 10:10   좋아요 0 | URL
우앗!! 영광이에요. 마태우스님이 여기에 왕림하시다니!! 서평이랄 것도 없는 글을 아름답다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다락방님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거든요. 그동안 제가 소설을 읽는 것에 대해 어떤 죄책감같은게 있었구나...하는걸요. 정말 보고 싶은 책이어도 인문 과학 서적은 기꺼이 사지만 소설책은 돈주고 사기 아까워 되도록이면 빌려 읽자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나를 돌아보니 그런게 한두가지가 아니더라고요. 다락방님 책을 읽으며 저의 죄책감을 씻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이것도 따지고보면 마태우스님의 <서민적 글쓰기>를 읽은 덕분이네요^^

마태우스 2015-10-01 19:21   좋아요 1 | URL
그리 좋게 생각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님이 제가 댓글 남긴 것에 대해 `영광`이라고 하시는 걸 보면서 십년 전 생각을 했어요. 그때 제가 서재 초기였는데, 서재지수 높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실 때마다 영광이다, 이런 말을 했더랬지요. 님의 필력으로 보아 몇년쯤 후 오로라님이 댓글 남겨주실 때 누군가가 ˝와앗 영광입니다˝라고 할 것 같은데요^^

살리미 2015-10-01 20:13   좋아요 0 | URL
덕담을 해주시니 너무 기분이 좋아요^^ 글쓴다는게 너무 부담스럽고 어려워서 십년 전엔 감히 서재를 운영할 생각도 못했거든요. 몇 년 후에도 계속 ˝영광입니다˝를 외치며 서재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더~ 더~ 노력할게요~~

2015-10-0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리미 2015-10-01 11:2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영광이에요~

해피북 2015-10-0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한 공감을 하게되네요 오로라님^~^
저도 책을 구입하게될때 `소설책은 빌려보고 말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구입목록에보면 소설만뺀 다양한 책들이 있곤했죠. 그런데 몇달전에 이보영씨의 `사랑의 시간들`을 읽으며 소설이야 말로 꼭 소장해야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소설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갈등을 겪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되는데, 그때의 내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부분들이 다른데. 소설은 그 과정이 참 매력적인거 같더라구요.

결혼전 이십대때 통용되지 못해 불쾌했던 사건들이 삼십이넘고 결혼을 하고보니 이해가되고 받아들여지게 되는 과정들은 어떤 책보다도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는걸 느꼈어요^^ 소설이야 말로 정말 다양한 맛을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ㅎㅎ 그리고 주변에 책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 정말 격하게 공감을 하게되네요 ㅎㅎㅎ 아참 다락방님 책 소식은 정말 놀랐어요! 책을 내셨군요 ㅎㅎㅎ 저도 찾아읽어봐야겠어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살리미 2015-10-02 11: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늘 소설에서 위로와 위안을 받았으면서 소설에 대해 쿨하지 못한 내 모습을 다락방님 책을 읽으며 돌아보게 됐어요. 함께 소설 속 인물들의 삶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수다떨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그런 복은 없는 편인지 주변에도, 독서 모임을 찾아가봐도 내 맘에 딱 맞는 모임을 만들긴 어렵더라고요. 그덕에 그 한을 알라딘 서재에서 풀어내고 있나봐요 ㅎㅎ

비로그인 2016-02-1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리 이글턴은 문학은 인간의 삶을 목적에 휘둘리지 않게 해주고, 우리가 삶을 더 즐기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오로라님이 소설을 좋아하고 읽는 것도 이러한 이유겠죠. 그리고 님은 감성이 풍부하고 아직은 서툴지만 표현력이 좋아 앞으로 서재에서 글을 자주 쓰다보면 언젠가는 훌륭한 아마추어 작가가 되어 있을거예요. 힘내세요. 홧팅 *^^
 
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민 교수의 글은 참 쉽고 솔직하다. 경향신문 칼럼에서 보여준 포복절도할 만한 그의 `돌려차기`수법에 반했고, 간혹 티비에 나온 그의 소탈한 외모에 놀랐고(죄송 ㅠㅠ),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을 듣다가 그가 알라딘 서재의 마태우스인 걸 알고 서재글을 다 뒤져 읽었다. 그 후 스토커처럼 늘 주시하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서재 글에서 댓글로 대화를 나누고 직접 책도 보내주시는 영광도 누렸다. 이쯤되면 나는 완전 사생팬이고 그의 책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무한 애정으로 손에 잡자마자 끝까지 읽어버렸다. 특히 책 읽는 건 자신 있지만 글 쓰는건 너무 두려운 내게 이 책이 뭔가 돌파구를 주지 않을까 기대도 있고 해서 매의 눈을 하고 읽었다.

그가 이전에 쓴 글들을 너무 다 읽어서 그런지 책의 대부분은 이미 읽었거나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를 잘 몰랐던 사람들은 이 책 한권만 읽어도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될거라고 확신한다.
1부 나는 쓰면서 성장한다는 지승호의 인터뷰집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을 읽던 때의 감동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열등감을 이겨내기 위한 글쓰기가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점 결실이 맺어지고 삶을 바꾸어가는 것을 보며 함께 뿌듯해진다.
2부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는 글쓰기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팁을 제시하는데 재미있는 예를 들어가며 (끊임없이 일관되게 등장하는 `사슴고기를 먹자`같은 ㅎㅎ) 적절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글의 처음, 중간, 끝마무리 요령이나 서평, 댓글쓰는 법까지!!
시종일관 깔깔거리며 읽다보니 책은 어느덧 끝이 났다. 나는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겼을까? (아무리 그의 스토커라지만 할말은 한다.) 자신감은 생기지 않았다. 자신감은 커녕 글 쓸때 이것 저것 고려해야 하고 기승전결을 생각해야한다면 더 어려울 것 같다. 그도 말했다. 글쓰기는 결국 지옥훈련이라고 ㅠㅠ. 하지만 나는 일단 좋은 글쓰기를 위한 사전작업은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 듯 하다. 알라딘 서재의 좋은 글들도 열심히 읽고 있고, 독서도 하고, 신문도 한가지지만 줄쳐가며 읽고 있고, 엉성하긴 하지만 읽은 책의 감상도 꼬박꼬박 기록해보려고 애쓰고 있으니까!
뭔가 거창한 글쓰기는 아니더라도 자기가 글쓰기로 삶을 바꾸는 즐거움을 누렸던 분이라 그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하는 그 열정이 책에서 느껴져서 읽고 나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진다.
˝네~ 네~ 저도 노력은 해볼게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다라의구슬 2016-02-1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팟캐스트 벙커1 특강에서 서민 교수가 말씀하신 `오로라님`이셨군요^^ 늘 칼럼으로만 만나다 이 책이 저의 첫 `서민`이 될 것 같은데 기대됩니다^^ 무한 애정이 느껴지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살리미 2016-02-12 20:48   좋아요 0 | URL
어머낫 ㅎㅎ 반갑습니다^^ 앞으로 홍서님의 활약도 기대하겠습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굳이 추석연휴에 이 책을 집어든건 달리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남편이 불안해 한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별로 읽어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표지 그림이 너무 강렬해서다.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의 그림이라는데 그림 속 여자는 빨래를 널고 있지만 여자의 존재는 거의 가려져 있다. 존재하는 동시에 말소된 여자. 이것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들은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고등학교에 다니는 지금까지 최소한 일년에 한번 이상은 `양성평등 글짓기 숙제`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이런 좋은 숙제도 있구나 하며 아이와 함께 책도 읽고 생활 속에서 느낀 점을 얘기해 보기도 하며 소재를 찾아서 글짓기 숙제를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하지만 아이는 점점 바빠져가고 숙제는 점점 형식적이 되어가고 소재는 점점 떨어져갔다. 급기야 아이는 ˝난 별로 불평등한 걸 느끼지도 못하겠는데 자꾸만 글짓기를 하라고 한다˝고 짜증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딸과 함께 읽어볼 만 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여성의 온전한 권리를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는 것.

—그녀의 이름은 아프리카였다. 그의 이름은 프랑스였다. 그는 그녀를 식민지로 삼았고, 착취했고, 입을 막았으며, 그런 일을 그만두기로 한 때부터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가령 코트디부아르 같은 곳에서 그녀의 사정을 결정하는 일에 위세를 부렸다. (P.67)

—IMF총재는 성폭행으로 고발당했다. 이 용어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면, `성`을 지우고 `폭행`에만 집중해보라. 폭력에, 타인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행위에, 모든 인권 중에서도 기본인 신체보전권과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행위에. (P.75)

힘 없는 사람들과 권력을 쥔 자들. 두 세계는 끊임없이 싸우고 있고 그들의 싸움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가끔은 우리가 전투에서 이기지만, 어쨌든 전쟁은 계속된다.˝ 고 작가는 표현했는데 이 책에서 다룬 여러 사례에서 힘없는 여성이 가끔은 승리한 것처럼 보이나 침묵과 위증을 요구받으면서 많은 경우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물을 짜되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 세상을 창조하는 것,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것, 자신의 운명을 다스리는 것, 아버지들만이 아니라 할머니들을 호명하는 것, 직선만이 아니라 그물을 그리는 것, 청소부만이 아니라 제작자가 되는 것, 침묵당하지 않고 노래하는 것, 베일을 걷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내가 빨래줄에 너는 현수막들이다.(p.118)

과거에 비해 여성의 권리가 완전해졌다고 생각되는 요즘에도 잠깐만 뉴스를 보면 세상은 아직도 여자들에게 가혹하다. (남자들도 힘든 건 인정하지만)
남자들, 특히 가까운 배우자나 연인, 과거의 연인에게 살해되는 여자들의 기사가 점점 많아진다. 아직도 여자는, 아이들은 남자의 소유물로 여겨지고 많은 경우 침묵을 강요당한다. 침묵하지 않고 소리를 내는 여자를 비난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이미 완성됐다는 통념을 깨고 아직도 여성들이 얼마나 평등하지 못한지를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하필 추석연휴에 나는 이 책을 집어들었고, 아직도 아들 손에 물묻히고 부엌에 들락날락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시는 시어머니의 눈총을 받아야 했고, 연휴가 끝나면 바로 친구들에게 소집되어서 속풀이 속사포랩을 들어야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5-10-0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퐁당 담아봅니다 ㅎㅎ

살리미 2015-10-02 11:52   좋아요 0 | URL
장서의 괴로움은 충분히 고려하셨죠? ㅎㅎㅎ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이것은 아마 소설의 첫 문장으로 유명해지지 않을까? 최악의 상황에 봉착한 우주인이라기에는 너무 긍정적인 마크 와트니.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소설이라니. 훌륭하다.

사실 화성에 홀로 남은 괴짜 과학자의 어드벤처 생존기라지만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기겠나 했는데 이 책은 장장 598페이지에 이르고 그는 화성에 549화성일을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되고 긴장과 안도를 반복하게 만든다.

역시 사람은 똑똑하고 봐야 한다. 그리고 역시 사람은 긍정적이어야 한다. 수많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위기 상황이 오면 잘 단련된 기계 인간이 되어` 결코 포기를 모르는 와트니! 이미 멧 데이먼 주연의 영화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서 읽는 내내 멧 데이먼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와트니의 매력에 푸~욱 빠지고만다. 그리고 그를 전력을 다해 돕는 사람들의 아름다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5-09-27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렬한 첫 문장이예요. 오로라님이 흥미 진진하시다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ㅎ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오로라님^~^

살리미 2015-09-27 13:55   좋아요 0 | URL
고속도로에서 두시간 막혀 있다가 방금 풀려났네요~ 삼십분이면 오는 거린데 ㅎㅎ
해피북님도 남은 명절연휴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