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을 앞에 둔 중위는 묘한 도취를 맛보았다. 이제부터 자신이 시작하는 것은, 일찍이 아내에게 한번도 보인 적이 없는 군인으로서의 공적인 행위였다. 전쟁터에서의 결전과 똑같은 결의가 필요한, 전쟁터에서의 죽음과 동등동질한 죽음이었다. 자신은 지금 전쟁터의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잠깐 동안 중위를 알 수 없는 환상 속으로 이끌었다. 전쟁터의 고독과 죽음과 눈앞의 아름다운 아내, 이 두 가지 차원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을 수도 없는 둘의 공존을 구현하며 지금 자신이 죽으려고 하고 있다는 이 감각에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감미로운 것이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되었다. 아내의 아름다운 눈이 자신의 죽음 한순간 한순간을 시중들어 주는 것은, 향기 짙은 미풍을 맞으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곳에서는 무엇인가가 허락되어 있었다.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남모르는 경지에서, 다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경지가 허락되어 있는 것이었다. 중위는 눈앞에 있는 새색시처럼 아름다운 군기와, 그것들 모두가 화려하게 미화된 환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들은 눈앞의 신부와 마찬가지였으며, 어디에서라도, 아무리 먼 곳에서라도, 끊임없이 맑은 눈빛을 발하며 자신을 주시해 줄 존재였다. 레이꼬도 또한,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남편의 모습을, 이 세상에서 이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군복이 잘 어울리는 중위는 그 늠름한 눈썹, 그 꾹 다문 입술과 함께, 지금 죽음을 앞에 두고, 아마도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리라.
<우국>은 미시마 유키오가 어떤 인물인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편이다.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자 동료들과 더불어 죽기를 결심한 다께야마 신지 중위는, 그의 어린 아내에게 자신의 할복을 지켜볼 것과 그 후, 더불어 자결할 것을 권한다. 이것은 그들이 죽음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과장도 가식도 없이 이성적이며 냉정하게 묘사한 글이다. 죽음을, 할복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각을 이보다 더 완벽하게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무섭도록 잔인하다 싶으면서도, 독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의 소설로써는 정말이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강렬하여 충격을 던진다. 아내 앞에서 배를 가르는 남편과, 그것을 흔들림 없이 지켜보며 극한의 고통에 다다른 남편에게서 결코 눈을 돌리지 않는 아내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나는 한 때, 그들의 식민지였던 과거의 역사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 같은 일본의 다른 얼굴에 대해 무조건 경계한다. 그들 나라의 영웅에 대해서도 괴물을 연상한다. 물론, 애국지사라는 이름의 괴물은 어디에나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