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마루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무릎이 시리지만 커피의 뜨거움에 자족하며 어둠 가운데 내내 앉아 있다. 그리고 오늘, 여기에 머물다 간 사람을 생각한다. 사는 것의 고달픔에 대해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얘기를 나눈,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고 믿었다. 외로운 존재라는 의미와는 별개로 섬의 ‘고독’을 동경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고립은 불행이라고 가르친다. 타인과 어울려 손을 잡아주거나 내밀지 않으면 안 된다. 언뜻 스친 대화 중에는 둘은 정상이나 혼자는 비정상이라는 말이 있었다. 각기 다른 얼굴과 성향의 사람들이 태어나 죽는 과정에서 필연처럼 거치는 ‘결혼’의 의무, 권리를 다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종교적인 인간이 아니다. 집단 보다는 개인을 존중하고 무리보다는 고립을 갈구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도 실제로 보았고 둘이 됨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도 역시 보았다. 나는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