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과 편견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은 아주 미약하다. 이런 책, 이런 만화 절대 안 읽어 라며 고집을 피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 그 싫다는 만화를 읽고 헤벌쭉 웃고 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간사한 마음이다. A가 추천하며 설명을 할 때엔 괜히 딴청을 피우다가 B가 좋다고 하니 그러냐? 하며 당장에 읽어치우는 고약함이라니. 도대체 나는 언제나 철이 들려나.
오늘부터 우리는!!! 날라리가 되자고 결심한 순간 제일먼저 하는 일은? 미장원에 달려가 번쩍이는 금발로 염색을 하는 것? 혹은 밤송이처럼 머리를 세우는 것? 그리고 시작되는 좌충우돌 고교일기는 그야말로 폭소열전. 일본 만화 속에 학원 폭력물은 흔하디 흔한 소재다. 그런데 그 흔한 소재를 가지고 이 작가는 맛깔스럽게도 버무렸다. 영웅주의도 비장미도 없이 남들보다 튀어보자는 일념 하에 험난한 날라리의 길에 들어선 두 주인공의 행태는 순전히 웃어보자는 의도 외에 아무것도 없다. 눈물나도록 얄팍한 의리와 우정이 구현되는 순간조차도 허무하게 웃기다. 귀여운 건지 순진한 건지 모자란 건지 도통 헷갈리지만 그들이 나아가는 길에 졸렬한 속임수는 있을지언정 패배란 없다. 묵사발이 되도록 두들겨 맞아도 그만큼의 복수열전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