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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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여성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범죄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고 있는 걸까? 도대체 왜, 인류는 세계화 되고 훨씬 더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분명히 더 풍부한 지식을 갖추었는데도 시대에 뒤처지고 이해할수 없는 전통을 경외하는 마음을, 이성을 무시하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전통이라는 아우라는 여성혐오를 감추고 심지어 범죄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되는가?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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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 동네 주치의의 명랑 뭉클 에세이
추혜인 지음 / 심플라이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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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 실화다. 책을 읽는 중간 몇번이나 글쓴이의 이력을 찾아 읽고 또 읽었다.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의 가정의학과 의사. 추혜인.

세상에, 우리나라에 이런 멋진 의사가 있다. 그동네 사람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무려 2012년에 창립하였고 조합원이 3200세대에 이른다. 너무 늦게 알아버린 아쉬움, 안타까움,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단어임을 잊고 지냈다. 그동안 부정적인 시선에 갇혀 웅크린 모양이었다. 그래, 이게 진짜다.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으로 밀어붙이는, 섬세하지만 당당한 비혼. 비뚤어진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 약자를 대변하는 우리시대의 영웅, 추혜인.

가볍게 쓰여졌지만 정말 무거운 이야기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대변될 때의 통쾌함이라니. 얼핏 시트콤 드라마를 본 듯 생생한 글빨과 소소하지만 훈훈한 인간미에 흠뻑 취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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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더 이상 말이없고, 물론 살아서도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차분하지만 힘 있는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게 실감이 나지않는다. 정말이냐고 진짜냐고 되묻기를 몇번인지. 무거운 삶이 죽음으로 가벼워졌을까. 화려한 색채로 이뤄진 삶의 이면 지치고 버거웠을 무언가. 나약함, 비겁함, 어리석음, 찌질함의 본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을. 그 위태롭던 벼랑에는 누구라도 설 수 있다. 정작 죽어버리라 저주를 퍼붓던 이는 살아가고 버티고 살아가라 응원하던 이가 죽어가는 이 사회가 문제일까. 부디 억울함이 있다면 풀고 왜곡이 있다면 바로잡아 정의가 실현되기를 빈다. 진짜 악은 위선의 가면을 쓰고 저기 높고 큰 성 안에서 활개를 칠 것 같다. 화려한 감투와 무기를 들고 정의의 사도라고 외치면서.

어제 그리고 오늘의 쓸쓸하고 쓸쓸한 이 감정을 기억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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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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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인생이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 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번쯤 해봤으리라.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왜 불안해지는가. ‘행복’이라는 말이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어떻게 말하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 뜻이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야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형식은 언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렇듯 인간의 정체성은 허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정하는 것도 언어이므로 허상은 더욱 강화된다. 말로 골백번을 더 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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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여름의 빛과 바람 온갖 새들과 해충들이 다녀가더니 

감나무 열매가 노랗고 발갛게 익어가는 중이다.

길고 지루했던 장마도 있었다. 

어떤 날은 힘들어서, 어느 날은 행복해서 죽을 것 같은 

감사와 불평의 콜라보는 잊었다. 

흘러간 시간은 하루하루가 선물이고 구원일 뿐.

너무 익은 홍시는 시도 때도 없이 콘크리트 마당을 향해 다이빙을 한다.

피처럼 붉은 들짐승의 창자와 닮은 잔해들을 수거하는 일은 오로지 

나의 것이라서 어설픈 감상은 집어 던져야 한다.

아침과 저녁으로 들르던 그 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 묽고 단 홍시보다 맛난 고기를 먹으러 갔던 거였다.

찰나의 의문과 성찰에도 퍽, 탁, 떨어지고 터지고 흩어지는 붉은 색으로

마당은 난장판이 그야말로 환장의 수준이다.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와의 공존은 

사계절의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한 묵상이다.

어디로 갈지 몰라 길을 찾을 때 

어떻게 살지 몰라 주저앉을 때 

늘, 같은 자리에 선 감나무를 바라본다. 

11월은 오고 말았고

머지않아 마른 잎마다 서리가 내리고

언 바늘처럼 꽂히면, 우수수

높은 폭포의 물길처럼, 와르르

쏟아질 낙엽에 대한 기나긴 서사가 펼쳐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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