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발밑에는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
최경원 외 지음, 홍경수 엮음 / 북카라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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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에게 부여는 두 가지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몇 살인지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 가족과 이모네 가족이 더해져 두 식구가 부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주 뜨-거운 여름날, 연꽃을 보러. 그곳이 부여라는 것만 알지, 정확히 어디인지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도 부여서동연꽃축제로 활기가 넘치는 궁남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때의 뜨거웠던 기억 때문에 나는 연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연꽃이 도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그리고 또 하나, 2018년.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부여와 공주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내 고향은 대전이지만 친가가 공주에 있어 자주 다녔기에 시골의 주는 안락함에 이질감은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친숙했지만 j는 어떨까 싶었다. 정말 밭과 들이 있는 시골을 나의 외갓집인 충북 옥천군을 들어가서야 “아, 정말 시골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그이니까. 다녀와서 우리에게 부여와 공주 여행은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했고, 우리는 언제 갈 수 있을까 하며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다.


충청도 음식을 슴슴하다 혹은 맹맛이다 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더러 만난 적이 있는데 오히려 다른 지역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을 한 적이 있는 대전 태생의 나는 그 까닭이 간이 세지 않아서 그런 걸까 사뭇 궁금해졌다. 실제로 부여/공주 여행에서 우리는 너무 잘 먹고 왔다며 공주의 공산성을 거닐며 “백제 사람들은 오늘 저녁은 뭐 먹지?” 하다가 활에 맞았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했는데 말이다.




2.

경상도를 벗어나게 되면 부여와 공주에 여행을 꼭 다시 가보리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당신의 발밑에는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라는 책을 보고 끌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읽으면서 처음에는 역사책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다섯 명의 작가가 부여를 만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 챕터마다(작가마다)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백제의 수도 중 가장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라는 부여의 가장 큰 특징은 라는 점이었다. 높은 건물도 없고 산도 없기 때문에 하늘을 보면 막힘이 없다는 것이 그 까닭이었다. 부여에 가서 하늘을 보게 되면, 큰- 하늘을 실감할 수 있을까.



부여에 열기구는 이전부터 있었을 법한데, 왜 지금에야 알게 됐을까. 그때 알았다면 아마 가서 구경이라도 했을 텐데. 나는 열기구를(타고 싶은 건 아니고) 보고 싶어 터키 카파도키아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열기구를 보기 위해서라니? 하지만 아마 j의 신분으로는 평생 갈 수 없는 곳일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에 대구에서 하는 풍등축제를 기다려왔는데 예매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통에 다음 해에는 멀리서 구경이라도 해야지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다음 해에는 코로나로 인해 풍등축제가 취소되어 이곳에 거주하는 동안은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안 맞아서야 원. 기다려라, 부여 열기구...




3.

책을 읽으면서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장이라도 부여를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소산성에 가서 낙화암에서 떨어진 삼천궁녀들의 한을 기리고 싶기도 했고, 5일장이 열리는 부여읍의 전통시장을 가서 우와 하며 눈 반짝거리며 구경하고 싶기도 했고, 돌담길이 예쁘다는 반교리의 금반향을 가서 커피 한 잔 나긋한 마음으로 마시고 싶기도 했다. 롯데리조트에 묵는 것도 좋겠지만 흙의 향이 느껴지는 수리재 펜션에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으며 궁남지에 가서 이전에 들었던 생각인 ‘부여는 너무 더운 도시’라는 오해를 벗기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의 부여는 너무 추웠기 때문에 지금은 ‘부여는 너무 추운 도시’라고 각인되어 있으니 아마 합의점을 잘 찾아봐야겠다. 하하. 아! 무엇보다도 나는 백제향에 가서 팥앙금이 들어있는 연꽃빵을 나는 못 먹겠지만 팥앙금이 들어간 빵을 좋아하시는 양가 아버지들께 한 박스씩 보내드리고 싶다. 방부제를 넣지 않아 유통기한이 짧으니 많이 드시라고 한 마디씩 곁들이면서.



무엇보다도 당시에 우리가 갔을 때는 몇 없었던 규암면에 이것저것 생긴 것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부여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그것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워지며 규암면에 가서 느긋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한 바퀴를 빙ㅡ 둘러보면서 4년 전에 다녀왔던 책방 세간을 다시 가서 책을 한 권 사오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오고 싶다. 규암면에서 들썩이는 엉덩이를 칠렐레팔렐레하고 다녀도 좋겠다.


하지만 규암면에서는 임대 5년 약정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3년 후 임대료를 올리려는 임대인도 있다고 한다. 인심이 팍팍해진 현실에 저항하기는 힘들지만 그로 인해 규암면에 있는 사람들의 거취를 불분명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천천히, 느긋하고 여유롭게 부여의 매력을 알 수 있었던 책이었고, 여행 시에 참고해도 좋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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