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인생 수업 -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성지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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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내 인생의 책’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내게 미끼를 던졌을 뿐이지만, 그것을 물까 말까 고민하다가 물어버린 것은 나였다. 힘들 때마다 떠올렸던 그 책, 아. 그런 걸 두고 ‘인생 책’이라고 하는 거구나. 새삼 느꼈다. 그래서 그 책을 올해 언젠가 다시 손에 들기로 결심했다. 결심까지 해야 하는 것은, 그 책을 읽는 것이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급박하면서 종래는 얼마나 허탈한지. 나의 감정선을 정돈할 수 있을 때에 천천히 긴 호흡으로 읽고 싶으니까.



나는 이제야 오롯하게 30대 후반이 되었고, 곧(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부분이 있지만)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두려움이 없다. 다만, 내가 그 나이를 먹어서도 인간이 되지 못할까봐 그게 조금 두렵다. 나이만큼 늙지 못하고 어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주책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나이만큼 늙어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까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젊은 감성들이 빼곡한 책에서 잠시 벗어나 잔잔하고 고즈넉한 마음을 품게 하는 그런 책을 2022년의 마지막과 2023년의 첫 책으로 꼽았다.



사설이 길었다. <어른의 인생 수업>에는 챕터마다 책들을 소개하면서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당시 저자의 생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타자들에게 건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말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는데 읽다 보면 저자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는 착각을 일게 하는 것은 고민과 불안의 지점을 알 수 있게끔 챕터마다 중복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2022년의 내 인생도 입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2022년의 끝인 12월에 나는 방황을 했다. 지금은 또 해가 달라졌다고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 편안해졌달까. 이거든 저거든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래서 사람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나보다. 일할 준비, 쉴 준비, 과거를 청산할 준비, 현재를 즐길 준비, 미래를 위한 준비 등등 우리는 수없이 많은 준비들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늘 불안과 염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가 끝을 알 수 없는 일시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이런 말을 굉장히 싫어하는 부류에 속한다. 내가 힘들어 죽겠다는데 그걸 위로한답시고 거기에는 의미가 있을 거라든지, 뜻이 있을 거라든지, 결국은 그 일로 더 단단해졌다든지 하는 말은 아직도 벽을 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 뒤에 있었다. 크고 작은 피할 수 없는 시련들은 우리에게 너무 많이 주어지고 (물론 피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걸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물음으로써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 태도를 결정하게 되는 계기가 어떤 것이든 ‘내’가 결정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 결정을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결정이 옳은 것이든 틀린 것이든 그건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인생은 원래 수정테이프로 덕지덕지 그어야 제맛이니까.



크라슈나무르티에 따르면 어떤 것을 즉각적으로 대면할 때, 마음이 완전히 현재에 살 수 있을 때 두려움은 없다.고 하는데 나의 마음은 현재보다 미래에 가 있는 경우가 1:9 혹은 2:8로 훨씬 압도적이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두려움에 떨면서 살고 있으니 현재는 없나 하고 생각할 수는 있는데 또 그 현재에도 나는 열심히 즐기고 싶어 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니 모든 것이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지. 다만, 그 미래에 도달했을 때 ‘그건 그렇게 신경 쓸 게 아니었어. 으휴. 시간 낭비였지 뭐야!’라고 나를 꾸짖을 때가 많다.


러셀은 자기 자신에게 과도하게 몰입한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며 외부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외부에 대한 관심이 ‘나’를 활동하게 하고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는 말이었다. 나에게 몰두하는 상황에 대해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외부로 시선을 돌리니 훨씬 마음이 이전보다 편해진 것을 깨달았다(지칠 때까지 나에 몰두를 하면 답을 찾거나 포기를 할 줄 알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둘 다 안 됐다). 모든 것이 과유불급이지. 그래서 요즘의 나는 바깥에 나돌아다닌다. 이러다가 또 귀찮으면 집에 콕 박혀있기도 하고.


삶이란 부단히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도 괜찮겠다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던 연금술사에서처럼 나의 삶을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지금을 또 살아내고 살아가며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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