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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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뜬금없이, 별자리를 묻는 걸까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답은 책을 다 읽고 나의 공간들을 둘러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2019년 4월에 책을 구매하고 이 책을 두어 번 정도 읽으려고 했었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를 했다. 책이 어려운 건 아니었는데 마의 구간이 있었다. 타인을 기른 공간을 엿본다는 사실은 즐거웠지만 연속되는 공간들을 계속해서 보고 있자니 지루하기도 했었다. 그런 생각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나의 목표는 완독이었기에 꾸준히 읽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았다. 전에 읽을 때는 저자의 공간들을 ‘보기만’ 했다면, 이번에 읽을 때는 저자의 공간에 내 공간도 ‘겹쳐’ 읽게 된다는 점이 달랐다.

87.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억들이 나를 먹고살게 한다.

여전히 저자는 골목길을 예찬하고 있고, 나 역시 골목길에 대한 추억들을 몽글몽글 떠올리기에 바빴다. 저자의 골목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그곳에 내가 아는, 내게 익숙한 골목길을 그리고 있자니 신기하게도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과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때는 저녁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소변을 눈 나에게 팬티를 입히며 “좀 더 놀고 와~”라고 했던 기억. 그래서 모기차를 쫓아다니기 여념이 없었던 순간들과 다른 언니오빠친구들은 담을 넘을 때 겁쟁이인 나는 담을 넘지 못해 1분이면 갈 거리를 5분 만에 당도하니 아무도 없었다는 서글픈 이야기까지. 선연한 추억들이 어렸던 나와 함께 떠올랐다.

당신의 지하철은 몇 호선입니까?

내 지하철은 1호선이다. 대전 1호선. 아, 대전엔 1호선밖에 없지. 하하하. 2006년에 개통된 대전 지하철은 시승식을 했었고 우리는 와르르 몰려나가 그 시승식에 합류했다. 와, 지하철이 이런 거구나. 하며 우리는 대전이 엄청난 발전을 하는듯한 착각에 행복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럴까, 아니면 나만의 문제일까. 나에게는 환승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늘 힘들다. 그런 내게 j는 말하곤 한다. “너한테는 1호선, 그리고 출구 4개인 지하철이 딱 어울려.”라고.

119.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가장 많은 삶을 빚는 공간이다. 그곳이 좋아야 그 사람의 삶의 질도 좋아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있는 자리가 나를 만들어준다.는 당연하지만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최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단연 발코니이다. 그래서 언젠가 이 집에서 떠나야 할 날이 온다면 지금의 발코니를 가장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애착을 넘어 집착이 생긴다. 언젠가 떠나야 하는 곳이라면 좀 더 뭉개고 있어보자. 하는 심산이랄까. 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발코니에서 엄마 코알라에게 부비적거리는 아기 코알라 심정으로 양껏 빛을 받으며 책이나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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