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는 자꾸 열이 난다고 했다. 귀담아 듣지 않다가 밤이 되어서야 체온계로 재어보았더니, 37.3도. 방금 찬바람을 헤치며 집에 들어온 남편의 체온과 같았다. 엄마가 아까 체온을 재어주지 않아 그런 거라고, 그 때는 분명 38도였을거라고. 아이는 한참을 억울해했다. 독감은 아니었으나, 독감에 준하는 ‘독감형앓이’의 전조였다. 오후 서너시부터 잠들고 깨기를 반복하더니 그 다음에는 온통 먹는 생각 뿐. 기운이 없어 앉아있을 수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본인은 먹어야 한다고. ‘죽이야기’ 얼큰김치죽과 김치만두, 베트남 볶음면과 호떡 그리고 올해의 과자 ‘감자엔 소스닷’을 보양식으로 대령했다.
그 다음엔 둘째. 열은 많이 나지않는데 기침을 하다 토하고 두어번 화장실로 급히 달려가는 모양새에 방학 첫 날, 기쁘고 즐거운 그 날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이를 봐주시던 우리집 주치의 의사선생님은 왜 왔냐고 하셨다. 아파서 왔는데요. 우리 아롱이 그렇게 안 아파 보이나요? 장에 약간 문제가 생겼지만 독감은 아닌 것 같다고 하셔서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둘째의 보양식 1번은 닭강정 ‘꼬꼬스토리 순한맛’인데 이른 시간이라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관계로 그 다음 보양식 ‘라면 1개 반에 밥’을 말아 맛있게 뚝딱했다. 게임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몇 개 더 보여달라 한참을 조르다가 자기 생각에도 안 될까 싶은지 소파에 누워 『반지의 제왕』을 펼친다. 기특하다 싶어 쳐다보면 어느새 쿨쿨 꿈나라.
페이스북에서 보던 기능인데, 북플의 <몇년 전 오늘, 단발머리님이 재미있게 읽은 <어떤 책>에 남겨주신 글입니다>가 참 괜찮다. 4년전의 어느 날, 길고 긴 겨울방학을 나름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 과거의 나를 되짚어 보노라니, 그 때의 나는 지금보다 딱 4년만큼 젊었고, 4년만큼 명랑했다. 같은 점이라고 한다면, 그 때도 지금도 우리가족의 겨울 영화는 <반지의 제왕>이라는 것. 그 때도 지금도 우리는 과자를, 옷장 속에 숨겨놓았던 과자를 꺼내 먹으며 영화를 본다는 것.
새삼 톨킨에게 감사하고 싶은, 미세먼지 지독한 어느 겨울 날이다.
4년 혹은 7년 후를 위해 오늘을 기록해둔다.
성원에 힘입어 <감자엔 소스닷> 사진을 공개합니다. 부끄러운데.... 그런데 즐겁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