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많은 결정을 수반합니다.˝
˝그 전에 평면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말에 밑줄 긋고 메모하는 날이 오다니, 뜻밖이다. 뜻대로 되지 않았어도, 뜻을 정비해, 평면을 받아들여, 얼마간(상당히) 가벼워진 뜻을 안고, 2021년 스타뜨,읏!



이 책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층(layers)‘이라는 단어는 호크니가 매우 좋아하는 단어이다. 그는 수채화를 이루는 여러 겹, 판화의 잉크 막, 초상화에 담긴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관찰의 층을 강조한다. - P7

당신이 회화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면, 종류를 막론하고 회화는 몇 가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회화는 시간을 멈추게 한다. 움직이는 그림인 영상은 시간을 편집하고 변화시킨다. 회화에서 공간은 평면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회화를 그린 사람과 그것을 보는 사람 모두의 주관적인 심리적 반응과 지식이 그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P8

호크니 : 2차원의 평면은 2차원 안에서는 쉽게 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3차원을 2차원으로 옮기기는 힘듭니다. 그것은 많은 결정을 수반합니다. 3차원을 어떤 형태로든 양식화해야 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또 그 전에 평면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평면이 거기에 없는 것인 양 시도하고 가정해서는 안됩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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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고사리 나물을 무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회사 가지 않고, 고사리 나물 요리법을 검색하더니 진짜로, 고사리 나물 한 접시를 만들었다.
그 다음 도라지 나물을 볶아내고,
그 다음 시금치 나물을 무쳤다.

그가 심부름을 시켰다.
다진 마늘을 사오라고 했다.
국간장을 사오라고 했다.
고향의 맛 찹쌀 만두피 세 개, 곰표 찰진 햇밀가루 한 봉다리, 다진 마늘(힉, 드럽게 비싸), 햇살 담은 한식 국간장을 샀다.

나는 심부름을 하고 당면을 삶고 전감을 준비하고 만둣속을 준비하고 맛을 보고 티비를 보았다. 만두는 김치 만두. 히히. 웃음 난다. 김치 만두.

그가 전을 부쳤다.
그가 미역을 튀겼다.
그가 웃었다.

이것은 어제 일기.
오늘은 어떻게 될까?
아주 아주 드라마틱, 스팩타클, 반전의 묘로 넘실대는 설날 아침.

커피를 마셨다.
한 잔 더 마시자.

그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떡국을 끓일지
북엇국을 끓일지
,

물어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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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12 0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검색으로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그는 능력자!!!
잘잘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용!!

잘잘라 2021-02-12 10:35   좋아요 2 | URL
저는요 저는요, 저는 검색도 안 하고 뚝딱, 만두를 만드는 저는요.. ㅋㅋㅋ 붕붕툐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붕붕툐툐 2021-02-12 11:12   좋아요 2 | URL
제가 잘잘라님은 완전 우주 최강 킹왕짱 능력자라고 말씀 안 드렸던 가요?ㅎㅎㅎㅎㅎ

하나 2021-02-12 09: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힉, 드럽게 비싸 22 ㅋㅋㅋㅋ 잘잘라님 말씀 넘 재밌게 하셔. 맛있는 것과 함께하는 평온한 명절 보내세요 🙏

잘잘라 2021-02-12 10:36   좋아요 3 | URL
하나님두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cott 2021-02-12 1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죤 !건강한 한상~ 고사리,도라지.시금치 나물 김치만두 전 미역튀김! 오늘은 북어 국으로 🥣 ㅋㅋㅋ 잘잘라님 오늘 하루 배불리~ 가족모두 행복한 설 보내세요 ^.^

잘잘라 2021-02-12 10:40   좋아요 3 | URL
^^스캇님도 건강하고 즐거운 설날 보내세요!!!
(물어봤더니, 떡국 끓이래요. ㅎㅎ)

페넬로페 2021-02-12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능력자인 그와 함께 사시는 잘잘라님!
설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잘잘라 2021-02-12 21:02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크게 액땜하신만큼 더 많이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1-02-13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감동스러운 장면입니다.
저는 불가능해서 더 감동스러운....
우리집 찐드기는 그냥 커피나 내리고 청소나 시켜야지 음식의 세계로 입문시키면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어서..... ㅎㅎ

잘잘라 2021-02-13 10:1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 가족이 함께 하니 아무래도 종이책 읽기는 눈치 보여서 휴대폰 보는 척 하면서 이북 읽고 있어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도무지 내용이 들어오질 않으니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 이북 접고 알라딘 왔다가 눈치 보다가 이북 폈다가 일어났다 앉았다 일어났다 앉았다, 에잇 산책이나 하자, 동네 한바퀴 돌았다가, 나갔다가 들어왔다가... 낯설어서 서성이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북플] 베껴 쓰면 보인다
https://bookple.aladin.co.kr/~r/feed/2506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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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0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21-02-10 08:50   좋아요 0 | URL
엇.. 이거 비밀글로 올린다고 올린거였는데 그냥 올라가 버렸네요. 에구..

암튼, 북플 앱에서 올린 링크는 북플 앱에서만 열리더라구요.

북플하고 서재하고 다른 환경이라 그러려니 하며 둘 다 쓰는 1인입니다. ^^
 

˝대지는 우리 것이 아니며... 우리가 대지의 일부분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페터 엘리오트 글 | 키티 크라우더 그림
김영미 옮김 | 도서출판 논장 | 2020. 11. 2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첫 문장 : 그날 아침은 날씨가 좋았어.

• 소감 : 그림책 《서부 시대》짱! 짱 짱 짱!
글 쓴 사람과 그림 그린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과 그림이 하나로 딱 붙었다. 오늘의, 아니, 이달의 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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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륄레이]

relay

계주

이어달리기

'이어 달리기' 아님. 띄어쓰기 주의. 

'띄어 쓰기' 아님, '띄어 쓰기 하다' 아님. 

'띄어쓰기' 명사, '띄어쓰기하다' 동사.

'이어달리기' 명사. 「일정한 구간을 나누어 4명이 한 조가 되어 차례로 배턴을 주고받으면서 달리는 육상 경기. 400미터, 800미터, 1600미터와 메들리 릴레이가 있다.」


-일정한 구간

-나누어

-4명이 한 조

-차례로

-배턴

-주고받으면서 달리기

 

이어달리기를 하려면 일정한 구간, 나누는 작업, 4명이 한 조를 이루는 일, 배턴을 주고받는 기술이 필요하다. 달리기하고 싶은 사람이 한날한시('한 날 한 시' 아님. '한날한시' 명사)에 모여 "우리 같이 달리자." 하는 거랑, "이번에는 우리 좀 색다르게 이어달리기 하자" 하는 거랑, 차원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너무 너무 다르다. 조금만 더 색다르게, 조금만 더 재미있게 하려고만 해도 즉시 복잡하고 골치아프고 귀찮은 일들이 몰려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달리기를 계속 하는 것을 보면 달리기는 달리기 대로, 이어달리기는 이어달리기 대로 새로운 경험 세계를 이뤘다는 말이 된다. 


달리기는 재미있다. 

같이 달리기는 더 재미있다.

이어 달리기는 색다른 재미다.


달리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더 재미있기로는 확실히 같이 달리기가 몇 배는 더 재미있고, 색다른 재미로는 이어달리기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해 보고 싶은 것이 당연...한지는 몰라도 아무튼 해 보고 싶다. 목숨을 걸라는 것도 아닌데 뭐. 안 해 볼 이유가 뭔가. 음.


이러고 일을 하나 시작했다. 이어달리기 하는 기분이다. TV가 책을 이어달리기, 책이 사람을 이어달리기, 사람이 나를 이어달리기, 내가 너를 이어달리기, 니가 우리를 이어달리기, 내가 나를 이어달리기, 말이 말을 이어달리기, 책이 책을 이어달리기, 영화가 영화를 이어달리기, 바람이 바람을 이어달리기, 구름이 구름을 이어달리기, 계절이 계절을 이어달리기, 하루가 하루를 이어달리기, 기쁨이 기쁨을 이어달리기, 슬픔이 슬픔을 이어달리기, 오 이토록 풍성한 이어달리기라니!


멋지군. 


구간을 나누는 작업은 코로나가 했다. 

4명이 한 조를 이루는 일, 배턴을 주고받는 기술은 계속 훈련중이다. 



주문이 주문을 이어달리기 하는 풍경은 보너스.   


떡볶이를 좋아해서 떡볶이 장사를 하려고 가게 자리 보러 갔다가 뜻밖에 커피와 담배, 초코파이를 팔고 있는 내가 『아무튼 떡볶이』라는 책을 그냥 둘 수 없어서 읽었는데 우하하 재밌다, 앞으로 나는 어디가서 떡볶이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게 생겼네, 우하하 우하하, 좋아해도 좋아해도 이렇게나 좋아할 수가? 진짜? 아무튼 재밌구먼, 떡볶이 먹어야겠다 하면서 읽다보니 요조라는 이름을 잊을 수가 없었고, 요조의 신간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에도 물론 떡볶이 얘기가 나오고, 『아무튼 떡볶이』를 내고 난 다음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이어지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에 남은 이야기는 첫번째 이야기, 반 고흐에 대한 이야기고, 나는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찾아보았는데 으아, 책이 어디로 갔냐? 당연히 책장 제일 꼭대기, 제일 안전한 거기에 딱 자리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보인다. 으아 으아 으아. 미친다. 미쳐. 미치지 말어야지 하고 오늘 주문하면 내일 올까? 그러고 알라딘에 왔는데, 으아 으아 으아, 이건 또 뭐지? 나 분명 한 권으로 읽었는데? 내가 1권만 읽었던 건가? 으아 으아 진짜 미쳐. 














기어이 미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대타 『다시, 그림이다』를 빼들고, 『다시, 그림이다』가 이어준 『예술과 풍경』도 꺼내놓았다. 아이고 숨차.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도 달려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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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09 15: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띄어쓰기 강의 넘나 유용한것!! 뭐든 같이 하면 더 잼나지는 거 같아요~ 떡볶이는 사랑이죠~ 잘잘라님이 떡볶이집을 운영하시면 제가 단골이 될래요~😻

잘잘라 2021-02-09 15:10   좋아요 2 | URL
그렇잖아도 커피머신이 오락가락 하는데 말이죠, 음... 처음에 뭣도모르고 워낙 덩치 큰 걸 들여놨거근요. 아무튼 기계가 수명을 다 하면 떡볶이집! 진지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

scott 2021-02-09 15: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럼, 잘잘라님 따라서 써볼께요 ㅋㅋ[댓글달리기는 재미있다. 같이 댓글 달리는건 더 재미있다. 이어 댓글 달리는 건 색다른 재미다.] ^*^

잘잘라 2021-02-09 15:2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스캇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