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Ski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서구에서는 활강 스키의 코스 난이도를 일찍부터 표준화하고 규격화하며 색으로 그 단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 규격에 의하면 녹색은 제일 쉬운 코스, 파랑은 중간 정도의 난이도, 빨강은 어려운 코스를, 검정은 가장 고난도의 코스를 가리킨다.
이 서열이 어떤 기준에 기초했는지는 덮어두고, 이러한 서열에 따라서 색을 분류하고 적용할 때 발생되는 문제를 살펴보겠다.
검정이 고난도의 코스를 가리킨다면 검정과 반대인 하양은 제일 쉬운 코스를 가리켜야 되지 않는가?
그러나 눈 위에서는 흰색을 구별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다른 색이 선택된 것이다.
그렇지만 왜 녹색인가?
여기에는 파랑이 오는 게 순서가 아닐까?
파랑은 “온순한”, 즉 평범하고 중립적인 색으로 널리 사용되어 누구에게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색이다(녹색은 그렇지 않다).
또한 유럽인들은 녹색을 몇 세기 전부터 최상급의 파랑, 또는 파랑보다 높은 등급의 색으로서 파랑과 검정의 중간색으로 여겨왔다.
(고대와 중세의 색견본이 이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왜 이것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녹색과 빨강이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일까?
아니면 녹색보다 파랑이 빨강에서 더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스펙트럼 이론과는 다르게, 녹색을 빨강의 보색으로 보기 때문에 녹색이 빨강에서 제일 멀다고 믿는 3원색과 보색 이론 때문일까?
아니면 오랜 전통적 상징체계보다 과학적이라고 믿는 신호등(빨강 ― 노랑 ― 녹색)의 체계를 따른 것일까?

⊙ 「교통법규」, 「유도」, 「박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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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Judo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유도는 경기를 할 때 고유의 도복을 입는다. 유도선수는 흰색의 튼튼한 면직 바지와 저고리를 입는다.
허리에는 저고리 위에 색 띠를 두 번 둘러맨다.
그 때의 색은 유도선수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허리띠는 하양(초심자), 노랑, 주황, 녹색, 파랑, 밤색, 검정이 있다.
최고단의 검은 띠는 다시 여러 단계(1~10단까지)로 나눠진다.
일본에서는 6~8단은 빨강과 하양 두 색의 띠로 표시하고 9~10단은 빨간 띠로 표시한다.

이 색에 의한 급수 표시는 일본인의 문화와 감성이 만들어낸 것이다.
언제부터 시작된 제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프랑스 유도연맹이 받아들이고 1952년에 창설된 국제유도연맹에서도 채택했다.
따라서 이 색에 의한 급수 체계는 전 세계에 공통적이다.
이것은 빛의 스펙트럼 순서와도 관계가 없다.
(스펙트럼도 아시아가 아닌 유럽의 과학이 만들어낸 문화의 산물이다.)
서구 사회에도 색에 의한 계급 분류가 있으나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끝에는 하양과 검정이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다.
노랑은 하양의 부차색이고 밤색은 검정의 부차색으로 기능하고 있으니, 이것은 유럽의 고대에서 중세까지의 색채체계와 같은 셈이다.
여기서 노랑과 녹색 사이, 녹색과 밤색 사이에 있는 주황과 파랑의 위치가 유럽인의 시각으로는 이국적으로 비친다.
그러나 특히 주목되는 것은 ―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초문화적인 ― 검정이 절대색으로 표현되는 슈퍼블랙의 위치이다.

스키 활강코스의 난이도에 나타난 색의 단계를 보면 (하양), 녹색, 파랑, (노랑), 빨강, 검정의 순으로 나타난다.
괄호 속의 하양과 노랑은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도와 활강 스키의 색채체계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문화권이기 때문인지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스포츠(혹은 스포츠 언론)를 통해 두 문화가 융화되고 통일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 「올림픽」, 「스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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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셔츠 Yellow shirt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노란 셔츠”는 1919년에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선수를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초에 이 셔츠를 입은 사람은 유명한 유젠느 크리스토프 ― 프랑스의 자전거경기 선수, 1885~1975년)
이 일은 노랑의 가치를 올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사실 고대부터 19세기까지 서양문명에서 노랑의 상징적 가치는 오랫동안 아주 낮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노랑이 사회생활과 종교적 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높이 평가되었다(특히 주황이 아닌 노랑).
그러나 중세에 이르자 그 가치는 대폭 하락되었다.
우선 노랑은 허위, 비열, 군주에 대한 배반, 비열한 행위를 나타내는 색이 되었다.
노랑이 유다의 색, 무훈시(武勳詩)32나 원탁기사 이야기에 등장하는 배반자들(“로랑의 노래”의 간느롱, “원탁 이야기”의 반역 기사들)의 색이 된 것이다.
그것은 또 노란별이나 노란 스카프, 노란 집처럼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나 배척당한 사람들(유대인, 이슬람교도, 나병환자, 유랑자 등)을 뜻하는 색이 되었다.
또 노랑에 녹색을 섞거나 녹색을 띠게 하면 무질서와 광기를 나타내기도 했다.
중세 사람들의 감각으로 보았을 때 좋은 노랑은 단 하나, 오직 금(gold)이었다.

근대에 이르자 노랑은 그 성향이 약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병(때로는 죽음), 질투에 사로잡힌 남편, 바람피우는 남편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19세기에는 정치적인 밀고나 배신과 연결되었다.
특히 노동자의 세계에서 이 색은 자기가 속한 집단을 배신하는 자(동맹파업의 이탈자, 시위 참가를 거부하는 노동자, 혁명적 노동자의 “붉은” 조합에 대항하여 사용자측에서 결성한 “노란” 조합)를 뜻했다.
1차 세계대전 직전에 유럽에서 행해진 여론조사에서 노랑은 서양문화의 기본 6색(백, 흑, 적, 청, 녹, 황) 가운데 득표율이 가장 낮은 색이었다.
검정보다 노랑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적었던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변함없다.

그렇다면 투르 드 프랑스 경기에서 구간 선두 선수를 나타내기 위해 왜 이 노랑을 사용했는가.
답은 지극히 간단하다.
투르 드 프랑스의 주최자였던 신문 『오토』의 종이가 노랑이었기 때문이다.
그 신문지의 색이 노란 이유는 당시 대량 소비되었던 값싼 종이의 착색용으로 옅은 노랑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노랑이 가치가 있다거나 노랑의 사용으로 물건의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
단지 주최 신문사와 대단히 인기 있는 자전거 경주인 투르 드 프랑스와의 관계를 널리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투르 드 프랑스의 절대적인 힘은 급속히 그 효과를 발휘했다.
일등 선수가 노란 셔츠를 입었기 때문에 그 셔츠는 즉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이 셔츠는 역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화적인 물건이 된 것이다.
그래서 “노란 셔츠”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이 표현은 자전거 경기는 물론, 스포츠의 세계를 넘어서 다른 분야에도 급속히 퍼져서 금융계의 “노란 셔츠”, 경제계의 “노란 셔츠”, 대학 내의 “노란 셔츠” 등의 말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때부터 “노란 셔츠를 입는다”는 표현은 경기의 종류나 순위와 상관없이 “선두에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적어도 프랑스에만 해당될지 모른다.
왜냐하면 1923년부터 이탈리아에서는 “분홍 셔츠”라는 표현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투르 드 프랑스 경기보다 몇 주 전에(전통적으로 봄에) 열리는 이탈리아 일주 자전거 경주에서는 선두 선수가 분홍 셔츠를 입었다.

이렇게 해서 노랑은 투르 드 프랑스를 통해 가치가 높아져서 이제는 승리의 색이나 탁월한 자를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그것은 옛날 신문 『오토』의 퇴색된 종이 색이 아니다.
찬란하고 빛나는 새로운 황금의 색인 것이다.
아이들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
오늘날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색을 물어보면 노랑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 「노랑」, 「신호등」, 「스키」, 「선호도」, 「교통법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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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Animal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동물들이 색을 어떻게 지각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인간은 모든 실험, 관찰, 측정, 계산, 분석, 해석 등의 방식을 통해 이해하고 해석하고 규격화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도대체 동물에 대하여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
완전히 인간 중심적인 이러한 수많은 실험 결과에 의하여, 인간과 동물이 때로는 유사하고 때로는 다르다고 하는 것밖에는 거의 배운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면 꿀벌이 어떤 종류의 색에 흥분하고, 소는 다른 어떤 색에 흥분한다는 것뿐이다.
두더지와 야행성 조류가 고래나 유대류(有袋類)보다 회색계의 농담을 더 잘 구별한다는 지식 정도인데, 이것을 대단한 지식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것도 이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 「황소」, 「카멜레온」, 「색채심리」, 「색맹」, 「돼지」, 「맹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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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Pig

<미셀파스투로의 색의 비밀>(도서출판 미술문화) 중에서


1) 돼지는 이상한 동물이다. 우리들의 이미지나 상상력, 만화, 그림책, 다시 말해서 모든 표현매체에서 돼지의 털색은 분홍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돼지털은 가지각색(하양, 크림색, 황갈색, 갈색, 검정, 얼룩무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실과 상상세계의 이러한 차이는 색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형태도 마찬가지다.
그림이나 데생으로 그려지는 돼지는 현실의 돼지와 그리 닮지 않았다.
현실의 돼지는 언제나 더 살쪄 있고, 뚱뚱하고 다리가 짧다.
그림에는 실제 몸과 매우 다르게 ― 나선형의 꼬리, 늘어진 귀, 뽀족한 코 ― 그려진다.

이러한 차이는 인간이 돼지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인간과의 깊은 친밀감이 표시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어떤 동물이나 사물의 도상학적 표현이 현실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상상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포도와 포도주의 색을 예로 들 수 있다).

2) 색과 연관해서 돼지에게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분홍의 반대색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분홍색 돼지와 검정색 돼지가 대치된다.
여기에서 분홍이 어떻게 검정의 반대가 되는지 알 수 있다.
돼지가 아니라면 분홍의 반대색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주, 보라, 올리브, 황록색이겠는가.
그렇다고 “분홍이 아닌 색”이라고만 하면 되는 것일까?

⊙ 「동물」, 「분홍」, 「포도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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