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던 작품이지만, 오래도록 볼까 말까를 망서리면서 간만 보고 말던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됐다. 2001년에 나왔다고 하니, 거반 13년 동안이나 망서리다 보게 된 영화지 싶다. 내용은 빚에 몰려 인생이 파탄나기 일보직전인 12명의 사람들이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모여 자살 관광 여행을 떠나는데, 마지막에 그 사연을 전혀 모르는 아가씨가 버스에 올라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이야기. 그렇게 오랫동안 망설이다 이제서야 보게 된 이유는 그동안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꽤나 많이 본 탓에, 일본 문화와 배우들에게 낯이 익었다고나 할까? 맨처음 일본 영화를 봤을때는( 제목을 말해보자면 <안경>) 어디서 아마추어 배우들을 참 잘 썼네, 일반인이 연기를 하는데도 어쩜 저리도 연기를 잘 한다냐? 물론 약간은 어색한 점이 있긴 하지만서도, 것도 귀엽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거기 나오는 배우들이 대부분 일본에서는 알아주는 연기자들인 것이렸다. 얼마나 무안하던지 말이야. 난 정말로 일부러 섬 사람들을 캐스팅해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 모양인데 했더니만, 알고보니 그게 일본풍의 연기 방식었던 모양이더라. 하여간 그런 저런 시행착오들을 몇 년 거치다 보니, 이젠 일본 배우들에게도 낯이 익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면 이 배우 저 배우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 이유로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 기억하고 있던 일본 영화를 다시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엔 내가 아는 어떤 배우가 나오려나 싶은 호기심과 어떤 재미가 숨어 있을까 궁금했던 것이다. 거기에 자살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어떤 이야기가 뻗어나갈 수 있겠는가, 그게 가장 궁금했다. 그래서 보게 된 결과는...

첫번째로는, 그간 왠만한 배우들은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대부분이 낯설었다. 여기 나오는 배우들은 이 한편만 찍고 마신 건지, 아니면 10여년의 세월동안 10여명의 배우들이 다 은퇴를 하신건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아는 배우들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실망이었다. 두번째로는 내 생각이 맞았더라. 정말로 자살을 단호하게 결정한 사람들을 모아 놓아보니 더이상 뻗어나갈 이야기가 없다는 것 말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그들이 조금이라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자살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가씨가 등장하긴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수가 없었다. 왜냐면 자살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상황이 너무도 절망적이었기 다른 수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다수의 힘에 밀려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를 줄곧 외치던 아가씨의 목소리는 바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렇담 이제 남은 것은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11명과 그들때문에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 한 처자의 죽음뿐인데...이건 살해가 아닌가. 자살까지는 그럭저럭 봐준다고 해도, 살해는 아니다. 그건 타인의 생명권을 짓밟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 거북한 상황에 처해지다보니, 빠져 나갈 구멍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감독이 이걸 어떻게 설득해 나가시려나 저의기 걱정이 되더니만, 알고보니 내가 걱정할 것이 아니더라. 결말에 대해 감독은 그닥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나아간 것 뿐...해서 이야기 자체로서도 그다지 좋은 점수를 얻을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세번째로는, 이 작품 정말로 지루하다. 처음엔 그래도 괜찮은 작품인가 보네 하면서 별 셋 정도를 헤아리고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별점이 깍여져 내려간다. 13년간의 기다림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반드시! 결말을 알아야 한다는 의지가 없었더라면 나 이 영화 끝까지 보지 못했다. 심각할 정도로 재미없어서. DVD표지를 보니, 부산 영화제에서 평론가 상인가 뭔가를 받았다고 하던데, 실소하고 말았다. 줄 영화가 그렇게도 없었단 말인가 싶고, 다시 말하자면 부산 영화제가 그 당시론 그렇게 절박했었는가 싶어서 말이다. 지금은 그나마 명망있는 영화제로 거듭나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더이상은 이런 영화에 상을 줘야 할 필요가 없을테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해서 결론은 이 영화 재미 없어요. 삶이나 죽음에 대해 별다르게 알려 주는 것도 없답니다. 그저 조금은 고약한 취향의 시나리오 작가가 기발한 생각 하나를 가지로 이야기를 꾸며낸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남은 것은 고약하단 인상 뿐이네요. 더 좋은 영화를 발견하기를 기다려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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