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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이야기 ㅣ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보은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8월
평점 :
보통 원서를 읽고 나서 번역한 책을 읽게 된다고 해도 흥미가 반감되지는 않는 편이다. 아마도 그건 내가 그렇게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얼마전에 읽은 책의 세세한 점을 다 기억하진 못해서 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밌는 책을 읽는다는건 어떤 언어로 읽는다고 해도 새로운 맛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간 아무리 원서로 읽은 책이라도 역서가 나왔다고 하면 반색을 하면서 읽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이 책만큼은 읽기전부터 약간 부담스러웠다. 다른건 몰라도 꼭 읽어볼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었는데, 왠지 지난한 여정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싶었던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 이상한 것도 아니다. 원서를 읽었을 당시, 난 이 책을 그다지 썩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이 책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Bury Your Dead>를 읽고나서 생각이 바뀐 것일 뿐이다. 이 책과 연작이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연결이 되어 있는 두 작품속에서, 이 책의 진가는 Bury Your Dead의 밑밥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두드러진다. 루이즈 페니의 다른 책들은 순서없이 그냥 낱권으로 읽어도 상관없지만서도, Bury Your Dead만큼은 이 책을 먼저 읽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된다. 이 책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라 할만한, 그 외에는 다른 범인이 있을 수 없다고 수긍을 하게 되면서도, 어딘지 미심쩍은 인상을 지울길이 없었던 진범이 누구냐에 대한 답을 Bury Your Dead에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해서 결론은 이 책은 루이즈 페니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도 물론 나쁘지 않다. 어쩜 썩 좋아지지 않더라는 말은 엄살이 불과할지 모른다. 여전히 그녀의 통찰력은 빛이 나는데다, 스리 파인즈 주민들의 매력은 생명력을 얻은 듯 훨훨 날고, 성장을 하는데다, 새로운 등장인물들의 개성 역시 무시못할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우리는 진짜로 알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으니 말이다. 가마슈 경감의 카리스마와 따스한 성품이 굳이 보태지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추리 소설이건만, 거기에 그가 중심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결론은 이만한 추리 소설을 보기는 힘들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내가 좋아하건 말건 간에 스리 파인즈의 살인사건은 굳건히 벌어지고 해결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여간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는데, 이 책을 유난히 지루하게 오래 읽은 것은 사실이나, 아마도 그건 내가 이 책의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어서 일 것이다. 숲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라 조금 다크한 면이 있었다는 점도 신나게 읽어 제끼지 못한 이유가 될 것이고. 지나치게 이야기를 꼬면서 독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는 인상 역시 호감을 살리 만무하다. 그래서, 리뷰에 줄거리는 쓰지 않고 이런 넋두리만 냅다 쓰고 있는 이유는... 혹시나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봐 싶어서다. 나같은 이유로 중간에 포기하는 독자가 있을까봐서 말이다. 하지만 말하건데, 루이즈 페니의 독자라면, 그래서 다음에 나올 책을 읽으실 의지가 있으신 분이라면, 꿋꿋하게 읽어 내시라고 권하고 싶다. 어떻게 난 루이즈 페니의 책을 언급할때마다 보상이란 말을 운운하게 되는가 본데, 이 책을 읽은 보상은 다음 편에서 기대해도 좋으니 말이다. 좀 오래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추리 소설 독자라면, 그 정도는 양해해 주시지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