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계미래보고서 2023 : 휴머노이드가 온다 -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 빅테크 대전망!
박영숙.제롬 글렌.데이비드 핸슨 지음 / 더블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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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를 통해 가장 발 빠르게 다가올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한 박영숙과 제롬 글렌.

두 명의 공저자에다 로봇 회사 Hanson Robotics의 설립자인 미국의 로봇 공학자 데이비드 핸슨이 합류해서 선보이는 'AI 빅테크 최신판'이 바로 <AI 세계미래보고서 2023>이다.

이 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 빅테크에 대한 대전망을 담고 있는데, 전망보다 오히려 현시점의 기술 발달 수준에 포커스를 맞춘 저작이다. 향후 미래를 바꿀 AI 로봇, 휴머노이드, 메타버스, NFT, 암호화폐, AI 테크, 모빌리티, 의료·헬스케어, 미래의 교육과 직업... 이런 것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일별한다.

 

지난 수십 년 PC,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T 혁명도 대단했고 개개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향후 변화될 근미래의 모습은 보다 빠르고 혁신적인 모습을 띨 공산이 크다. 이 책을 읽으니, 이런저런 SF에서 봐온 모습들이 실제로 우리 눈앞에 현실로 다가올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래에 이렇게 된다, 이렇게 변한다'라는 전망도 있지만, 그냥 전망이 아니라 이미 현재 이런 단계에 이르렀으니 당연히 그렇게 진화되지 않겠는가 하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추측이다.

의료용 로봇,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암과 바이러스를 탐지하는 콘택트렌즈, 두뇌에 칩을 넣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이런 것들은 이미 세계의 어느 회사에서 상당 부분 개발이 진행되었다. 놀랍다.

읽는 재미는 덜했다.

태생이 얼리어답터와는 우주만큼 거리가 먼 '가장 늦게까지 버티는' 테크놀로지 지각생인데다, 요즘 각광받는다는 메타버스도 접한 적이 없다 보니 아무래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그다지 피부에 와닿는 감흥이 없었다. '뭐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 생소한 용어가 계속 등장하는 것도 한 이유겠고.

휴머노이드 로봇,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AR/VR, Web3, 디지털 트윈, 머신·딥러닝, 자율주행, 의료·헬스케어, IoT, 컴퓨팅. 무엇보다 이런 핫한 개념들에 대한 소개, 현 단계, 전망 등이 백화점식으로 쭉 나열되는 서술 방식이 놀랍고 신선하기 보다 살짝 지루하게 다가온 탓이 크다.

한 권의 책에 이것도 넣고, 저것도 건드리고 싶은 의욕은 이해하나 단행본을 읽으면서 기대하는 통찰력이란 점에선 뭔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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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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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82권의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읽었다. <몽환화>는 몇 년 전 읽었고, 당시에는 그리 큰 임팩트를 남기진 못한 작품이었다.

이번에 개정판이 출간되어 재독의 기회를 가졌다. 그런데...

처음 읽었던 '첫인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읽혔다. 작품은 그대로 일 텐데 뭐가 달라진 것일까?

이 작품에 대한 내 평가는 개정된다.

등장인물을 보자.

주인공 소타는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나 원자력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으로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처지이고, 그와 콤비를 이뤄 사건의 핵심으로 뛰어든 리노는 올림픽까지 준비할 정도의 대표급 수영 선수였으나 갑자기 찾아온 원인을 알 수 없는 물속에서의 패닉으로 수영을 떠난 인물이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올곧은 성품의 리노 할아버지 슈지, 슈지의 도움을 받은 아들 유타에게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수사에 최선을 다하는 하야세 형사, 갑자기 자살한 리노의 사촌 나오토와 그가 재적했던 프로 데뷔를 앞둔 밴드 '팬드럼', 소타의 이복형으로 뭔가 모를 비밀을 감춘 경찰청 고위 공무원 요스케, 그리고 소타의 첫사랑 잊지 못할 그녀 다카미...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 없고 각자의 사연은 명확하며 캐릭터는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이번엔 소설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50년 전에 벌어진 희대의 MM(매릴린 먼로) 사건, 평화롭게 꽃을 키우면서 노후를 보내던 노인 슈지의 타살, 손자 나오토의 원인 모를 자살, 서로 호감을 보였으나 갑자기 연락 두절된 의문의 소녀 다카미의 행방.

히상 소설에서 프롤로그는 작품 전체를 조망하는 청사진 역할을 하기에 절대로 허투루 넘어가선 안 되지만, 이번 <몽환화>에서는 무려 프롤로그가 두 개이고 소타의 한여름 짧은 사랑을 그린 두 번째 프롤로그는 이례적으로 길다.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였던 이 사건들이 연결고리를 드러내는 얼개는 무려 에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작품이 '역사가도'란 잡지에 연재되었던 역사물을 표방한 소설이었음을 기억하자. 미스터리를 읽는 가장 큰 기쁨이 점으로 떨어져 있던 사건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쾌감이라면 <몽환화>는 제대로다. 책장을 중간에 덮어도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한 몰입감은 기본이요, 여기에 인생살이에 대한 은근한 조언까지 첨언한다.

슈지 살해의 범인은 그야말로 예상 밖이었다. 숙달된 독자라도 이렇게 추측하긴 어려울 듯.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을 듯한 사건들이 얽히고설켜, 히상은 기어코 노란 나팔꽃의 비밀에서 출발한 황홀경을 빚어낸다. 역시나 이야기의 서랍이 많고, 전후좌우 스토리텔링을 축조하는 타고난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늘 추미스 계열의 책은 내 손에서 떠나지 않지만, 거의 언제나 히상의 책을 읽으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소재가 무엇이든, 히상의 손을 거치면 적어도 독자들을 실망시키진 않는다.

'에도 시대에는 존재했다는 노란 나팔꽃이 왜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작가적 상상력은 놀랍고 경이롭다.

히상의 방대한 라이브러리에서 <몽환화>가 베스트 10에 들 정도는 아니지만, 20위권 안에서는 충분히 한자리를 두고 경합을 펼칠 만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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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리보칭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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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이 난해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도무지 살해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고차 방정식.

마침 호텔에 묵고 있던 조류학자 푸얼타이 교수는 부캐가 명탐정으로 오리무중에 빠진 경찰 사건들의 해결사로 이름이 드높다. 실마리를 찾기 힘든 이번 사건조차 그는 놀랍도록 간단명료하게 해결하는 데... 」

 

하나의 진실을 두고 보통 4명 정도의 핵심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진실을 밝힘으로써 입체적인 진실에 다가가는 '라쇼몽'식 구성을 미칠 듯이 좋아한다. 추미스 계열로는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나 박설미의 <사소한 거짓말> 같은 소설들이다.

대만 작가 리보칭이 쓴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은 4명의 화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흡사하긴 하지만, 분위기와 궤적은 사뭇 다르다. 다중시점이 선사하는 매력이 넘치는 이 소설은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계주 팀 같다.

첫 번째 주자는 앞서 말한 푸얼타이 교수, 두 번째는 전직 '형사 콜롬보'급 베테랑 경관 뤄밍싱, 세 번째는 여성 변호사 거레이(그녀는 뤄밍싱의 전처이기도 하다), 마지막 주자는 왕년의 괴도 인텔 선생이다. 푸얼타이 교수부터 본인 선에서 사건은 해결된 듯 보이나, 그게 끝이 아니었음은 뤄밍싱에 가서 곧바로 드러난다. 바통이 이어지면서 과거가 소환되기도 하고, CIA나 훈련된 킬러, 재계의 카르텔까지 등장하면서 사건은 확대되고 판은 커진다. 별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다른 사건과의 연결 고리도 발견되고, 주자가 바뀌면 앞 주자의 가설이 일부 뒤집히기도 하면서 점층적으로 사건의 결론에 다가가는 방식이다. 묵직한 한 방이나 강렬한 반전이 있기보다는 잔펀치가 소나기처럼 계속 쏟아진다고 표현해야 할까. 계속 펀치를 맞다 보니 후두부의 타격감은 면역이 되어 오히려 약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소설의 분위기가 비장하거나 리얼하진 않다. 이중인격을 지닌 인텔 선생이나 차이궈안의 희화화한 최후에서 보듯 코믹한 요소가 양념처럼 소설에 배어있어서 사체의 숫자에 비해 분위기는 밝다. 소설의 제목이나 표지에서 보듯 마치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시킨다.

작법이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 모두 흥미진진하고 새롭다. 타이완 · 홍콩 미스터리 소설 1위에 오른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화권 미스터리의 일정 수준은 종합선물세트인 <쾌:젓가락 괴담 경연>을 통해 익히 알았지만, 리보칭의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은 적어도 대만의 추미스 팬들이 자국 작품의 질적 수준에 불만이 생기진 않으리란 사실을 증명한다. 굳이 찬호께이의 헌사를 띠지에 두르지 않아도 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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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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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태생으로 하버드 대학원에서 졸업 논문을 준비하던 나는 여름 방학 기간에 칼라지라는 베르베르인을 만난다. 프랑스에 대한 동경이란 공통점으로 둘은 급속히 친해지고, 그렇게 계절은 지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던가! 이들의 우정 역시 관계의 종말을 향해 가는데... 」


처음 접하는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이다.

작가들은 늘 자기가 쓰고 싶은 자전적인 이야기가 있기 마련인데, <하버드 스퀘어>는 안드레 애치먼 자신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 원료에 배합돼 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어를 쓰는 유대인 부모 밑에서 성장했고 반유대주의를 비롯한 정치적 문제로 이집트를 떠나 뉴욕에 정착했고 하버드에서 약 7년간 학업에 정진한 애치먼의 '하버드에서 보낸 여름날'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소설의 핵심, 거친 택시 운전사 칼라지는 체 게바라 스타일의 외모에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영혼을 지닌 듯한 인물로 묘사된다. 인종의 용광로인 미국에서 어디 태생이고 하는 전사(前史)가 그다지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라지가 하버드가 위치한 케임브리지까지 흘러온 인생 유전은 간단하지 않다. 더군다나 그는 현재 택시를 몰긴 하지만 영주권 문제로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불안한 신분이다.

누구나 한 겹으로 포장돼 있는 간단명료한 인물은 없다. 이럴 땐 이렇게 반응하고 저럴 땐 저렇게 반응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면면을 지닌 게 사람이란 생물의 속성이기에, 몇 마디의 형용사로는 정의할 수 없는 다면적인 모습을 지닌 게 인간이다.

칼라지란 인물을 보자. 분명 주인공 나보다는 몇 살 많은 인물일 그는 다층적인 면모를 지녔다. 세상의 밑바닥을 경험한 듯한 거친 면모, 세상 모든 여자는 자기 침대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믿는 섹스 어필과 강한 마초 기질, 반사회적인 성향, 시시때때로 선을 넘는 안하무인한 태도...

소설의 상당 부분은 칼라지에 대한 묘사, 주인공 내 눈에 비친 그의 모습과 그 모습을 보는 내 태도의 변화에 바쳐진다. 입체적인 인물 칼라지가 변한 게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와 평가가 바뀐 것이다.

처음에 나와 완전히 다른 인물 칼라지는 신선한 매혹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이런저런 모습을 보는 동안 최초의 매혹은 선도(鮮度)를 잃고 만다. 여기에는 하버드 대학원생이라는 '지적 허영심'의 강력한 쉴드가 작동했음은 물론이다. 삶의 우물이 많은 아랍인 칼라지와 '비교적 바른 생활'인 유대인 나와는 애당초 우정이란 나무가 굳건히 뿌리를 내리기엔 토양이 연약했다. 결국 나는 그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이별의 순간마저 만들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었지만 타인은 절대로 나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고, 결국에 그런 허상은 내 안에서 끄집어내 던져서 깨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197쪽

주인공인 '나'의 주위에도 몇 명의 여성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하버드 스퀘어>에서 그다지 큰 비중으로 그려지진 않는다. 칼라지 외에는 결국 다른 이들은 모두 소리 없이 스쳐가는 병풍들처럼 묘사된다.

'하버드의 뜨거운 여름날'은 애치먼의 정교하게 세공된 문장으로 사려 깊게 되살아난다. 소설의 뒷날개에는 애치먼을 '관계의 아득함을 그리는' 작가로 소개한다.

하버드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지적인 분위기나, 대학가의 낭만과 이 책은 거리가 있다. 또한 두 명의 남성이 뿜어내는 예상되는 서사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다만 젊은 날의 우리는 얼마나 부족한 존재였고,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지 깨닫게 만든다. '젊은 날의 초상'이 늘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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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선진국 -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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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인 GDP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이고, OECD 내 국제적인 위상도 그 정도 회의에 초대받을 만큼 올라섰다. IT 강국답게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사용량으로 따지는 로봇 밀집도는 세계 1위다.(107쪽) 비단 경제력뿐 아니라 최근에는 BTS,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도 전 세계를 강타하여 국민의 자부심을 높였다.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사회 전반적인 도덕 지수는 그만큼은 아니라고 보지만, 어쨌든 전쟁의 포화속에서 탄생한 분단국인 점을 감안하면 분명 대단한 성취라 하겠다.

박재용이 쓴 <불평등한 선진국>(부제 :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다)은 그러한 경제 성장의 어둠을 통계로 톺아보는 책이다. 통계는 가장 객관적인 잣대로 활용되어야 마땅하지만,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오차도 많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단 이야기다.

이 책에 제시된 통계의 오류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업무상 사고 재해율 0.5% - 우리나라는 산재보험에 따라 보상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통계를 낸다. 따라서 특수고용 노동자처럼 애초에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는 여기에서 누락된다.

2) 2020년 제외하고 지난 5년간 자영업 폐업률 11% 내외 - 폐업률은 가동사업자 수로 폐업사업자 수를 나눈 것인데, 비교적 오래 자영업을 하는 이들은 계속 버티고 있으니 전체 폐업률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확연히 낮게 나타난다.

3) 장애 출현율(장애인 수/전체 인구) 5.39% - OECD 국가 중 가장 작은 편.

이는 장애 판정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으로, OECD 대부분의 국가 기준으로는 장애로 판정받아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에선 장애를 인정받지 못한다.

실업률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쯤 되면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통계라고 할만하다.

 

우리는 악명 높은 통계를 익히 알고 있다.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

이 책을 통해, 보다 세부적으로 OECD 불명예 1위가 속출한다.

노인 자살률, 노령층의 상대적 빈곤율, 내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격차,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의 비율(이건 일본이 1위), GDP 대비 장애인에 대한 공적 지출, 낮은 조세 부담률...

'아! 대한민국'이란 유행가가 허망하고, 세계 10위권 국가라는 한국의 민낯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책을 정독할수록 읽기가 곤혹스러울 지경이다.

저자는 기밀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계청 통계포털사이트를 비롯한 정부 자료에 근거해 <불평등한 선진국>을 완성했다. 여기 적시된 통계에도 오차가 생길 수 있음은 앞서 언급했고, 저자는 이런 통계만 잘 살펴봐도 대한민국의 현재 문제점을 적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가 보기에 이미 대한민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전 세계 어디나 소득 불평등 심화가 화두긴 하지만 대한민국은 거기에 대한 정책적인 대비가 매우 부족하다.

박재용의 시선이 머무는 항목인 노동 / 청년 / 가족 해체 · 노인 · 지방 소멸 / 소수자(이주 노동자와 이주 여성, 장애인, 여성차별 등)로 나누어 본문을 구성하고 안타까운 통계를 제시하고 거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특이하게 매 챕터나 부(部)가 끝날 때 '팩트 토론을 위한 간단 퀴즈'를 넣어 내용을 되새김질하는데, 무슨 교재도 아니고 왜 이런 편집을 했는지 좀 의아하다.

구성된 내용이 5부로 구분은 되어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두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부모의 부는 자식에게 당연히 이전된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주거환경에서 남보다 앞선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아 야구로 보면 이미 2, 3루에 위치해 있다. 좋은 대학교를 거쳐, (부모 찬스를 쓰든 안 쓰든) 좋은 직장을 잡고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이어 나간다. 계약금이 없어 당첨된 분양권마저 포기해야 하는 서민들과는 다르게, 내 집 마련을 할 때도 든든한 부모의 지원을 받는다.

부가 세습된다면 같은 논리로 가난도 대물림된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고소득 일자리를 차지할 확률은 드물다. 오죽하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라는 말을 하겠나. 치열한 취업 전쟁에 나서야 하고, 설사 일자리를 구한다 한들 임금 격차는 피할 수 없고, 열심히 살아도 나이 들면 노인 빈곤이란 현실에 처한다.

여기에 대한 부수적인 작용으로 1인 가구 증가와 출산율 저하는 운명이다.」

"이들의 노동은 경력이 되지 못하고 그저 소비될 뿐입니다." - 163쪽

너무 비관적인가?

책에 나온 무수히 많은 통계가 이런 라이프 사이클을 반영한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진 핵심적인 팩트(소득 불평등, 외국인 증가, 지방 소멸, 노인 빈곤, 청년 실업 등)를 입증하는 무수히 많은 통계를 반복해서 확인하고, 그 숫자들을 나열하며 설명하는 내용이 다소 지루하고, 중언부언의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너무 많은 통계가 제시되다 보니 오히려 '뭣이 중한디?'란 생각도 들고.

방식을 살짝 달리해서 각 챕터의 가장 핵심적인 지표를 보여주는 대표 통계 A를 설정해 설명하고, 필요하면 A1, A2 정도 예시하는 방식이면 어땠을까? '팩트 토론을 위한 간단 퀴즈'보다는 간결하게 독자의 기억에 어필하지 않을까.

 

저자의 취지는 잘 알겠다. 그래서 이 나라의 선장을 뽑는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단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통계로 보면서 수치스럽다 느끼기보다는 실행 가능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아마도 이런 정책은 포퓰리즘이 아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행위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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