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D 예쁨 여행 Rainbow Series
김수진.김애진.정은주 지음 / 여가로운삶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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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적은 천편일률적이다. 목적지, 위치와 가는 길, 주변 관광지, 먹거리와 숙박... 독자들이 원하는 게 이런 것일 텐데 이 범주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여가로운삶'에서 '무조건 지금 떠나는 개인 취향 여행'을 모토로 새로운 'Rainbow 시리즈'를 선보인다. 첫 출간은 <the RED 예쁨 여행>이다. 색깔로 이어지는데, 다음은 the Orange 편이 예고되어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번 책의 콘셉트는 '예쁨'이다. 3인의 여성 여행작가가 선정한, 언제 누구와 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인생 사진을 건질 확률이 높은 여행지 33곳을 소개한다. 33곳을 각 2페이지에 걸쳐 소개하고, 근처에 들를 만한 곳 두 군데씩 66곳을 추가로 1페이지씩 소개하는 구성이라 글이 많지 않고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다. 장황한 설명이 전혀 없고, 바로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좋을 만한 사진 위주로 책이 편집되어 있다. 그야말로 인스타그램 세대를 위한 책이다. 내용보다는 사진이요, 설명보다는 '일단 한번 가봐'라는 식이다. 인생 사진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치를 각오가 돼있는 분들의 높은 호응이 기대된다. 갬성에 호소하는 매우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Rainbow 시리즈가 예상된다.

남들보다 여행을 적게 다닌 편은 분명 아닌데 가 본 곳이 손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 오래된 여행지보다는 최근에 각광받는 곳 위주로 전국에서 골랐기에 선도가 높은 탓이다. 서울 용산공원과 피치스도원, 이천 시몬스테라스, 동두천 니지모리스튜디오, 제주 스누피가든, 포항 스페이스워크 같은 곳이 그런 예에 해당하겠다.

물 좋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디저트 먹는 트렌드에 맞게 부산 기장 카페거리나 춘천 구봉산카페거리가 소개되고, 복고풍 분위기에 흠뻑 젖게 만드는 광주 펭귄마을, 논산 강경구락부, 부산 해리단길, 완주 오성한옥마을에다 인스타에 올렸다 하면 폭발적인 반응이 기대되는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 신안 퍼플섬, 창녕 영산 만년교도 빠지지 않는다.

사진에 진심이고 인스타에 민감한 당신에게, 적어도 이 책만 있으면 당분간 유행에 뒤처질 걱정은 없다.

한국에도 가 볼 곳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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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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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한 사내가 잔혹하게 살해된다.

에든버러에서 일어난 미제 사건과 MO가 유사한, 2000년대 들어 섬에서 처음 발생한 이 살인은 결국 이 지역 출신 경찰 핀 매클라우드를 18년 만에 귀향길에 오르게 한다. 그의 고향은 스코틀랜드 북서쪽에 위치한 루이스 섬이다.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에 위치한 루이스 섬은 수백 년 동안 이어온 이천 마리의 구가 새 사냥과 수작업으로 직조한 '해리스 트위드'로 유명한, 게일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 섬은 소문으로라도 이웃 소식을 전해듣는 작은 동네다.

모처럼 만에 고향에 돌아온 현재의 핀과 어린 시절부터 여기서 살아온 과거의 핀이 교차 서술되지만, 비중은 과거가 훨씬 높다. <올드보이>식으로 말하자면, '핀은 왜 18년 동안 고향을 등졌는가?'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추억을 말하고, 회상에 젖는다. 그러나 추억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보통 괴롭고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은 추억의 이름에서 삭제하고, 그중 그나마 보랏빛으로 영롱한 것만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추억으로 편입되지 않는 봉인된 기억이 얼마나 많은가.

<블랙하우스>는 그 아픈 기억에 평생 사로잡힌 인간들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핀의 어린 시절, 그에게도 죽마고우가 있었고, 십자군이 있었으며 그를 평생 사랑한 여자가 있었고, 으레 그렇듯 악행을 일삼던 동네 골목대장이 있었고 이들의 밥이 되는 왕따 희생양도 있었다. 용모는 뭇 여성의 흠모의 대상인지 모르나, 핀 역시 한 여자 가슴에 대못을 박은 걸로 따지면 멍멍이 사촌 수준이다. 그가 마주쳐야 할 진실은 거친 파도와 세찬 비바람, 상륙을 불허하는 암초를 통과해야 하는 목숨을 건 항해 끝에 '안 스커'에 도착해야만 알 수 있다.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루이스 섬은 수백 년간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 교회 종파가 득세한 지역이다. 세속을 멀리하는 금욕적인 기운은 사람들을 숨죽이게 만들고, 그런 억압과 답답한 분위기는 급기야 괴물을 만들어낸다.

많은 추미스를 읽었지만, 이 소설처럼 검시를 전문적으로 묘사하는 수준은 접하지 못했다.

<블랙하우스>는 2021년 CWA 대거상을 수상한 피터 메이의 대표작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그의 소설이다.

추미스도 편식을 해선 안 된다. 영미는 물론 일본, 북유럽까지... 다소 물린다 싶을 때 만나는, 남자끼리 포옹을 꺼려하는 거친 섬사람들의 서사 '스코틀랜드 스릴러'는 반가운 별미였다.

<블랙하우스>는 '루이스 섬' 3부작의 출발이다. 아마도 핀 매클라우드가 주인공일 텐데, 3부작의 다른 두 편 <루이스맨>과 <체스맨>도 읽을 수 있는 행운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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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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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F계의 '그랜드 데임'으로 추앙받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대미를 장식하는 '우화' 시리즈의 첫머리에 놓이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가 2022년 우리에게 도착했다. 소설이 출간된 게 1993년이니, 거의 30년이 지난 지각 출간이다. 소설의 배경은 2024~27년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SF가 아닌 바로 코앞에 닥친 근미래를 비교하며 읽을 수 있게 됐다.

 

소설의 주인공 로런 오야 올라미나.

연도별, 일자별로 진행되는 이 소설의 시작 2024년에 로런은 15세였으니, 18세가 되는 2027년까지 4년의 축약된 여정, 로런의 성장사를 따라간다.

세상은 생지옥 무법천지다. 부유한 동네는 장벽을 치고 외부인의 침입을 막으며 그나마 안전을 유지하는데, 당연히 부유한 동네일수록 중무장이다. 끊임없이 외부의 불량배, 불우이웃, 무뢰한들은 장벽 안 동네를 기웃기웃 대고 절도, 방화, 약탈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바깥세상에서 치안은 개에게나 줘버린 지 오래라 살인, 강간, 식인 등 온갖 범죄가 난무한다. 특히 힘없고 나약한 여자들은 밥이다. 가장 위험한 무리는 '파이로'(pyromania 방화광)라 불리는 얼굴에 색칠을 하고 다니는 약쟁이들인데, 그들이 하는 마약은 방화 충동을 불러일으켜 세상 모든 곳을 불태울 태세다. 화재 따위를 진압하려고 물을 낭비하는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다.

2027년, 점점 세상은 험악해지고 로런이 사는 동네 로블리도도 불타고 가족을 잃고 홀로된 로런은 집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이미 세상의 변화에 여러모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뜻한 바가 있어 북쪽으로 향하고 도중에 몇몇 가족이 로런과 뜻을 함께 한다. 로런은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새로운 공동체를 꿈꾼다.

 

"내게는 진리처럼 보이는 '변화가 곧 하느님'이라는

특이한 신앙 체계는 지구의 씨앗이라는 뜻에서

'지구종'으로 이름 지을 것이다." - 136쪽

 

로런은 18세 흑인 소녀다. 여자, 소녀, 흑인.

로드킬 당하기 딱 좋은 모든 여건을 갖췄다. 그래서 그녀는 남장을 하고 길을 떠난다.

로런의 아버지는 목사였다. 어려서부터 모태 신앙이라 그런가, 하느님에 대해 남다른 사고와 개념 정립을 한 로런은 아비규환의 디스토피아를 구원할 '지구종'이라는 신인류를 제안하고, 기존 종교 체계와는 다른 자신만의 종교를 정립하고 이를 <지구종 : 산 자들의 책>에 정리한다. 다시 말하지만 로런은 겨우 18세다. 그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임신했을 때 처방약을 남용한 엄마는 로런에게 '초공감증후군'이라는 장애를 남겼다. 타인의 고통을 내 것으로 느끼는 이 특별한 장애는 완력이 필요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 로런에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계속 이 은유를 보면서 옥타비아 버틀러의 혜안에 무릎을 쳤다. 현대는 공감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한 사회 아니던가?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지금보다 높았다면, 한국은 보다 살기 좋은 사회가 됐을 거다.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화상 연설 때 불참한 국회위원들 생각이 난다.

일부 지역에서 흑인들은 아직도 노예제도가 있어,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사고파는 대상이고, 심지어 아이들은 물건처럼 팔려 나간다. 집필 당시 버틀러는 30년 후에도 흑인들의 생활이나 처우는 그다지 나아질 걸로 보지 않았단 얘기인데, 얼마 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60발 이상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흑인이 떠오른다. 노예제도까지는 아니라도, 흑인의 대접은 아직 버틀러의 근심 안이다.

불안한 세상에 대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전혀 낯설지 않다. 평범한 사람들도 뭔가 이상한 기미만 보여도 마트를 싹쓸이하지 않나. 영화 <테이크 쉘터>, <기생충>에서 보듯 방공호까지 준비하는 이들도 드물지 않은 걸 보면, 버틀러의 예지력에 탄복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게 나빠져만 갔어요.

기후, 경제, 범죄, 마약, 그런 것들 말이에요." - 328쪽

 

18세 소녀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을 이끌고 새로운 세상의 메시아 역할을 하는 로런의 모습에서 옥타비아 버틀러의 희망과 염원을 본다.

서부 개척시대, 총 솜씨만 믿고 활개친 무법자들의 세상. 그래도 사람들은 황금이라는 희망을 찾아 서부로 서부로 향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는 마치 2020년대의 서부처럼,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보다 나은 희망을 찾아 북으로 북으로 향한다.

이제 겨우 반콜레의 땅에 정착하기로 한 로런의 지구종. 이야기는 <은총받은 사람의 우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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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양식을 주시옵고
이자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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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혜의 음식 만화 '어느 청년의 미식 데뷔' <밀알의 양식을 주시옵고>다.

책의 주인공 한밀알.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한 흙수저 아가씨. 그 어렵다는 취업의 좁은 문을 뚫고 마린글로벌 익스프레스란 회사에 입사해 미식의 세계에 눈을 떠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여기다 밀알의 덕질이 기본값인데, 그 대상은 <도봉 히스테리아>라는 애니메이션이다. 면접 시간에도 덕질의 망상을 펼 지경이고, 두 주인공의 B/L을 자기 멋대로 그린다.

별다른 친구도 없고, 연애 경험도 없는 아싸 밀알은 주로 회사 팀원들과 어울리며 이것저것 신기한 메뉴를 접한다. 본격적인 미식가의 길로 가기에는 사회 초년생의 급여는 너무 적어, 그냥 맛보기 정도로도 대만족이다. 사실 미식은커녕, 가방이라도 하나 사면 주야장천 도시락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쭈구리다.

재밌게도 투명 커버를 벗기면, 지질한 모습의 밀알로 변신한다.

앞서 언급했듯, 본격적인 미식의 세계를 다루진 않는다. 현실의 밀알이 넉넉하지 않은 경제 상황인지라, 집에서 해먹는 골판지 씹는 듯한 닭 가슴살 식감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스테이크, 양꼬치, 야키토리, 캐비아, 스시 오마카세, 와인, 태국 음식, 사케...

국적 불명의 이름에다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은지. 씩씩한 밀알은 기죽지 않고 집에서 스테이크를 요리하는 수준에 오른다.

책에서 음식이나 술은 총천연색 컬러로 식욕을 자극한다.

 

미식의 세계는 직장인의 교양으로 묘사된다. 밀알도 사회 경력이 쌓이면 분명 많은 정보와 경험을 통해 후배에게 맛난 음식을 대접하는 멋진 선배가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열두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밀알의 양식을 주시옵고>는 신입사원 밀알의 고군분투기이기도 하다.

주식이란 걸 해서 살짝 재미를 보기도 하고,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독사 같은 거래 업체 대표의 마수에 당할 뻔하기도 하고, 데이팅 앱으로 남자를 만나기도 하면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책을 덮고선 느꼈는데,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주위엔 조이삭 팀장이 있더라.

"세상은 멋져.

돈만 있으면 말이지···." - P31

밀알과 비슷한 연령대의 초보 직장인이라면 손뼉 치고 낄낄거리며 읽을 만한 만화책이다.

블록버스터 엔딩 크레디트가 끝나고 차기작 힌트를 담은 쿠키 영상이 뜨듯, 뒷날개에 다음 에피소드를 기약하는 떡밥이 뿌려져있다.

책을 덮으며, 나도 조 팀장과 같은 마음이다.

"밀알 씨,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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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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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연인 라켈과의 예기치 않은(!) 결혼으로 드디어 해리에게도 행복이란 낯선 단어가 사용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해리 홀레 시리즈 12편 <칼>을 펼치자마자 그런 기대는 단박에 사라진다. 원인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진 않으나 그는 라켈에게 쫓겨나 다시 과거의 구제할 길 없는 알코올성 영혼으로 돌아가있다.

전편 <목마름>에서 이미 12편의 대진표는 완성됐다. 악의 컨베이어 벨트를 창안한 씨 뿌리는 남자 '약혼자' 스베인 핀네가 이미 메인 빌런으로 대기 상태다. 거의 80을 바라보는 연세가 활동력 측면에서 다소 못미덥지만 그래도 평생 해온 게 있잖나. 그의 아들 발렌틴은 거의 본인이 원해서 그런 듯 해리의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핀네는 기억도 못 할 만큼 씨를 많이 뿌려 딱히 발렌틴의 죽음에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역시 해리에게 잡혔고 손에 총구멍이 있는 상태다 보니 악연은 악연이다.

<칼>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자들은 충격에 빠진다. 왜냐면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 라켈이 살해당하기 때문이다. 요쌤은 잔인하다. 그나마 몇 편의 축적을 통해 어렵게 라켈과의 행복을 그려냈는데, 그걸 회수하다니. 진정 예술혼과 개인의 행복은 양립할 수 없는 걸까.

 

공공의 적 핀네는 용의자 1순위다. 그를 필두로 용의자 A, B, C 심지어 D까지 나오지만, 책 분량의 상당 부분이 각각 용의자의 혐의를 벗기는데 할애되고, 오히려 모든 정황은 필름이 끊긴 해리를 진범으로 몬다. 부인 살해의 진범은 80% 이상 남편이란 클리셰가 떠오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해리는 주인공인데?

라켈이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상대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칼>은 숙달된 독자라도 결코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빼어난 이 작품은 등잔 밑이 어둡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삶의 교훈을 조용히 설파한다. 많은 장르물을 읽었지만, 이토록 범인의 심정에 공감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누가 이렇게 선한 사람을 변하게 만들었나!

씨도둑은 못 한다는 조상님 말씀을 되새기는 <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리즈의 고정팬을 만족시킨다. 요쌤 특유의 장광설이 일정 분량을 잡아먹지만 그 또한 이젠 익숙한 시리즈의 미덕이다.

요쌤은 베개로 써도 무리가 없는 해리 홀레 시리즈를 1~2년에 한 권씩 12권 냈고, 중간에 짬짬이 스탠드 얼론도 발표했다. 그의 머릿속은 마치 컴퓨터같이 이야기의 회로가 정연히 정리돼 있고, 매번 7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이야기를 뚝딱 짜내는 필력은 거의 오토매틱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요쌤 홈페이지에도 아직 올라와 있지 않지만, 시리즈는 13편 <블러드문>으로 계속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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