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의 주역공부 - 다산처럼 인생의 고비에서 역경을 뛰어넘는 힘
김동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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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것, 손으로 만지는 것, 입으로 읊는 것,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쓰는 것에서부터 밥상을 대하고, 변소에 가고, 손가락을 튕기고, 배를 문지르는 것 하나까지 주역이 아닌 것이 없다.' - 다산

조선시대 최고의 석학으로 21세기에도 끊임없이 호출되는 다산 정약용은 <주역>에 깊이 천착했다. 그는 1803년 봄부터 주역을 깊이 연구하기 시작하고 역리(易理)에 통달해 다섯 번에 걸쳐 <주역사전>을 편찬했을 정도로 집필에 온 힘을 기울였고 그 어떤 저서보다 강한 애착을 느꼈다고 한다.

'천명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불태워버려도 좋겠지만 만약 내가 저술한 책 중에서 <주역사전>과 <상례사전>만이라도 전승한다면 나머지 책들은 그냥 없애버려도 좋겠다.' - 다산

 

 

김동완 교수는 다산리더십연구소 소장이자 국내에서 사주명리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앞서 말한 대로 다산과 주역의 교집합은 대단한 경지였고, 이 접점은 그대로 김 교수에게도 해당한다.

<오십의 주역공부>는 다산의 <주역사전>의 내용을 현대에 맞게 김 교수가 집대성한 책으로, <주역> 64괘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나이 들수록 지켜야 할 덕목 등을 풀이한다. <주역>과 다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저서로 부제는 '다산처럼 인생의 고비에서 역경을 뛰어넘는 힘'이다.

그런데 왜 오십인가?

논어 시절 오십은 지천명의 나이였다. 수명이 길지 않았던 그때와 지금의 오십이 같을 수 없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나 100세가 낯설지 않은 현대의 오십은 이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해야 할 나이다. 그러나 이미 전반전을 땀나게 뛰었기에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댓값은 그다지 높지 않다. 본인의 능력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서고,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의 비중이 높고, 어느 정도 산전수전은 겪은 나이라 하겠다. 적당히 인생의 경험과 연륜이 축적되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후반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인생 중간 점검하는 차원에서 주역공부를 권장한다. 과거엔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이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이 때문에 늦었고 좋은 시절은 다 갔다는 말은 그야말로 변명일 뿐이다." - 47쪽

'화천대유'(火天大有)란 생소한 단어가 얼마 전 온 국민의 귓가에 못이 박히듯 울려 퍼졌다. <주역>을 몰랐던 나는 무슨 회사 이름이 그러냐고, 무슨 사자성어냐고 했었고, 이어 들려온 후속편 '천화동인'(天火同人)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주역>의 64괘 중 하나였다. 이름을 그렇게 지은 사람들은 주역에 대해서 기본 지식은 있었고, 주역의 힘으로 대운을 빌었던 셈이다.

<오십의 주역공부>를 읽으면, 오십 인생의 전환점에서 잃어버린 진짜 나를 찾는 법을 만난다.

다산의 생애는 기나긴 유배 생활이 인생 후반부를 차지했고, 세상에 대한 한탄이나 신세타령 대신 방대한 저작 활동으로, 본인에게 가장 생산적인 시간으로 그 시간을 맞바꿨다. 이 책에는 마음을 다스리기 좋은, 현대에 적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주역의 깊은 내용과 더불어 다산의 행적도 맞물려 기술된다. 다산은 책만 들이 판 이론가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주역>의 가르침을 몸소 실행한 실천가였다.

세상 모든 진리는 <주역>에 모두 명시되어 있는 듯, 인생의 굽이굽이 이 책을 벗 삼아 어려운 인생길을 돌파해나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차분히 시시때때로 들춰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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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하와이 - 오아후.마우이.라나이.빅아일랜드.카우아이, 2022-2023 최신 정보 수록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박재서 지음 / 길벗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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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낙원 하와이!

이우일의 <하와이하다><디센던트>나 <하나레이 베이> 같은 영화, 무용가 홍신자의 별장, 영화 <친구>의 명대사 '니가 가라... 하와이...' 등이 하와이 하면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아직 가 보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이다.

과거 길벗에선 IT 관련한 '무작정 따라하기'('무따기') 시리즈로 좋은 호응을 얻은 바 있는데, 그 컨셉 그대로 여행 가이드북도 만드는 모양이다.

<무따기 하와이> 2022-2023 최신판은 한 권으로 묶여 있지만, 분철이 가능한 구조로 나왔다.

1권은 '미리 보는 테마북'으로 하와이의 전반적인 내용을 충실히 담아, 눈으로나마 하와이를 여행하고 싶은 독자들의 기대에 120% 부응한다.

2권 '가서 보는 코스북'은 1권의 내용을 숙지한, 실제로 하와이 여행을 가는 여행자가 들고 가서 활용할 수 있도록 뼈대만 추렸다. 1권의 내용을 기초로, 하와이 어느 섬을 가더라도 본인 일정과 상황에 맞게 2권에서 필요한 부분만 체크해서 활용하면 부족함이 없도록 편집됐다.

여기에 부록으로 렌터카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HAWAII DRIVE MAP BOOK'까지 제공되니 <무따기 하와이> 한 권이면 여행 정보 걱정은 끝이다.

 

사실 여행 가이드북은 천편일률적이다.

여행에 필요한 기본 정보(출국, 환전, 환율, 교통), 여행지 기초 정보(역사, 문화, 인구, 언어), 관광 명소, 먹고 마시는 정보, 쇼핑, 숙소, 액티비티 등으로 어느 지역, 어느 가이드북이나 이 구성을 따른다.

중요한 건 종이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얼마큼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모든 정보가 얼마큼 믿을 수 있는 신뢰도를 지녔는지라고 본다.

<무따기 하와이>의 저자 박재서는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쇼핑센터나, 리조트, 식당 등 모든 정보가 뭐 하나라도 더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티가 역력하고, 어쩜 이렇게 상세한 동시에 방대한지 놀랍다. 꽉꽉 눌러 깨알 같은 글씨로 담은 정보가 심지어 눈이 피로할 정도다. :-)

가이드북의 속성상 소개된 장소들(레스토랑, 리조트, 호텔, 쇼핑센터, 관광지)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는 핵심만 간결하게 요약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당히 취재해서는 이런 내공이 뿜어져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실제 내가 하와이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도 이 모든 장소를 방문하긴 어려울 텐데, '하와이 한 달 살기' 정도 도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과연 짧은 여행길에 이 모든 정보를 활용할 수나 있으려나.

미국의 50번째 주 하와이는 무려 14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모여있는 하와이 제도를 말한다. 그중 주요 섬은 8개이고, <무따기 하와이>는 이중 오하우 / 마우이 / 라나이 / 빅아일랜드 / 카우아이 5개 섬을 다룬다. 아무래도 여행 상품은 수도 호눌룰루와 와이키키 비치가 있는 하와이의 관문이자 심장인 오하우에 집중된다.

초원과 파인애플 내음 가득한 개인 별장 같은 섬 라나이는 미국 기업 오라클 CEO 래리 앨리슨이 섬의 98%를 소유하고 있다고.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가이드북을 읽으니, 워낙 자연 경관이 수려해서 이름난 해변이나 화산 외에 어디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엽서 사진이 그려진다.

누구는 섬을 통째로 소유한 사람도 있다는데, 내 인생의 어느 날 'Aloha' 정신을 만나고 무수비와 로코모코를 먹는 날이 오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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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찬스 The Chance - 당신에게 찾아올 부의 대기회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7
김영익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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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자라서든, '아파트 가격은 떨어진다'에 한 표를 던졌든, 아니면 영끌을 해서 집을 살 용기와 배짱이 부족했든 문 정부 들어 무주택자는 나라를 잃은 심정이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남들은 코인으로 인생이 달라졌다는데 왜 내가 산 코인은 사자마자 내리막길에다 도무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지. 정녕 내 인생에 해뜰날은 없는 것일까.

한 번은 당하지, 두 번까지는 당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당신이라면 '한국의 닥터 둠' 김영익 교수를 만나라.

오랜 기간 금융권에서 여러 번에 걸친 정확한 예측으로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날린 김영익은 지금은 대학교수로 변신해 자신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당신에게 찾아올 부의 대기회' <더 찬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대에 당하지 않는 14가지 투자 수업을 담았다.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해 책으로 펴내는 21세기북스 '인생명강' 시리즈의 7번째 책으로, 양장본으로 출간돼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김영익은 애널리스트보다도 더욱 큰 시야에서 경제를 전망하는 이코노미스트다.

환율, 주가, 금리, 부동산, 재정 정책...

이런 변수들이 맞물려 경제는 숨 쉬는 생명체로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집을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주식 보유량을 늘려야 하나?', '암호화폐는?'...

저자는 개인에게 당하면 자산의 일부분을 잃지만, '시대에 당하면' 전 재산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남의 말이나 뉴스에 혹해서 투자를 결정하다가는 후회하는 후과를 만날 확률이 높다.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김 교수는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해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코로나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개인과 기업에 막대한 돈이 풀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만나 물가는 고공행진이다. 작금의 상황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한 문제다. 이런 사태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그나마 경제가 버티는 건 재정, 공급정책 덕이다. 한마디로 빚잔치를 하고 있단 얘기다. 미국은 정부, 중국은 기업, 한국은 가계 부채가 늘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제대로 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았기에 여기엔 거품이 있을 수밖에 없단다. 주식에도 부동산에도. 그는 22년 하반기부터 거품이 붕괴되는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하고, 23년이 전 세계적으로 이런 문제가 터지는 위중한 해가 되리라고 본다. 거품이 꺼질 때는 연착륙이 없다!

그럼 위기라면 위기인 이런 상황이 어떻게 부의 기회 '더 찬스'가 될까?

항상 경제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불황이 오면 보통 사람들은 무서워서 소극적인 대응으로 관망세로 지켜보기 마련인데, 언제나 기회는 위기 속에 숨어있다. 부자들은 이런 시기 현금이란 실탄을 보유하고 가치가 떨어진 자산(주식, 부동산)을 수집하기 바쁘다. 그건 있는 사람들 이야기 아니냐고?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 투자를 하고, 미국 주식의 비중은 줄여야 하고, 인도와 베트남에 관심을 기울이고, 아파트 가격은 떨어질 거고... (제발 아파트 가격은 하락해서 제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금융 위기는 또 다른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늘 하던 대로 경제 환경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백데이터를 통해 예측하고 전망한다. 이미 과거 사례가 그의 실력을 입증한다. 231쪽의 <더 찬스>는 품고 있는 내용에 비해서는 분량이 간소하다. 그만큼 핵심만 강의체로 정리했고, 독자들이 기대하는 '그래서 어떡하라고?'는 아주 상세하게 언급하지 않지만, 책을 통해 거시경제 인사이트를 얻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가령 중국 경제의 성장 구조는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바뀌고, 같은 유로화를 써도 국가경쟁력이 높은 독일에게 훨씬 유리하단 내용은 흥미로웠다.

<더 찬스> 심화학습을 원한다면 김 교수의 다른 책이나(이 책은 그의 16번째 책이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를 구독해 볼지어다. 아무리 명강사라도 강의만 수동적으로 들은 학생과 강의를 듣고 나름 부족한 공부를 더한 노력파 학생이 얻는 결과가 같을 수 있을까. 찬스는 내 것으로 해야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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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1~08 세트 - 전8권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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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의 절대지존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8권이 출간됐다.

소설의 주인공 김독자. 그는 10년간 절찬리에 연재되지 못한 소설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멸살법)의 유일한 마지막 독자였다. 그는 홀로 독고다이란 의미에서 독자(獨者)이기도 하고, 책을 읽은 독자(讀者)이기도 한 셈이다.

세상은 멸망하고 '멸살법' 소설 속 아비규환의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펼쳐지는데, 그는 이미 예습을 한 사람이다. 김'독자'의 전지적인 시점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전독시에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거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작은 이야기를 잡아먹는다. 그것이 이야기의 유일한 법칙이며 '스타 스트림'의 섭리다." - 8권 59쪽

기존의 상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생존만이 유일한 미덕인 세상.

김독자의 예지능력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희생정신, 정해진 길을 거부하고 시나리오에 변화를 주려는 반골 기질은 그에게 '가장 못생긴 왕'의 칭호를 안겨준다.

최초 그와 인연을 맺고 함께 행동을 하게 된 팀원들은 직장 동료였던 천사표 유상아, 곤충과 교감하는 인섹트 마스터 소년 이길영, 노빠꾸 군인정신 이현성 정도였으나 시나리오를 거듭하면서 멸살법의 주인공 회귀자 유중혁, 중혁을 사부로 모시는 미소녀 이지혜, 험난한 사연을 지닌 미스터리한 신유승, 타고난 여전사 정희원, 표절 작가 한수영 등이 김독자와 헤쳐모여를 반복하며 10번째 시나리오까지 가게 되는 여정이 기둥 줄거리다. 여기다 김독자 모자의 애증의 관계가 추가돼 주인공에게 입체감을 부여한다.

책을 구정 전에 받고 완독하는데 실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느긋하게 독파를 하고 싶었지만, 시시때때로 읽어야 하는 책이 생기다 보니 읽다가 잠시 스톱하고 다른 책 보고 다시 전독시로 돌아오기를 몇 개월 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다른 모든 유혹을 뿌리칠 정도로 전독시의 몰입도가 내겐 높지 않았다.

모름지기 판타지의 세계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독자들을 이동시킨다. <반지의 제왕>의 중간계,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꿈동산...

희한하게도 전독시의 무대는 서울이다. 우리가 늘 타고 다니는 전철역 이름이 그대로 나오고, 거길 뺏고 뺏어야 한다. 이게 이상하다기보다 특이했다. 벌어지는 사건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인데, 무대는 오늘 출근길에 지난 지하철역이라니.

등장인물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자기 앞에 주어진 시나리오를 돌파해 나가야 하는데, 팔자 좋은 성좌들은 이를 구경하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거나 코인을 후원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미션의 난이도는 높아지고, 극악무도한 상대를 만난다. 버티려면 내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워-업, 세져야만 한다.

전독시는 퀘스트가 중심인 게임 시나리오를 공들여 활자화한 느낌이고, 현대판 무협지 같기도 하다.

죽었다 살아나기를 몇 번. 김독자는 스스로 성좌의 위치에 올랐고, 끝끝내 한 사람의 팀원도 희생시키지 않고 마지막 시나리오까지 왔다. 하지만 이제 겨우 대장정의 1/3 PART 1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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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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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드보일드를 대표하는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내가 죽인 소녀>가 13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독자를 찾아왔다. 이 소설로 제102회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랐으니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봐도 무리가 없겠다.

탐정 사와자키와는 최신작 <지금부터의 내일>로 인연을 맺었지만, 여운이 짙다.

 

이번에 탐정 사와자키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녀의 유괴 사건에 연루된다. 유괴범이 사와자키를 몸값 운반책으로 콕 집어 지명한 것.

300여 페이지를 훌쩍 넘겨도 사건의 전말은 오리무중이다. 소녀의 목숨이 걸린 유괴 사건인지라 최대한 신속하게 이런저런 수사를 진행하고 용의자를 특정해 보지만 모두 헛다리였음이 드러나고 사건은 다시 원점이다.

사와자키는 경찰과 대부분 경원시하고 살짝 협조하는 관계지만, 이번에도 믿을 건 탐정뿐이다.

 

장르물 애호가라면 책을 중반 정도 읽으면 나름 추리를 해보기 마련이다. 나 역시 나름의 시나리오를 도출해 보았지만 전혀 사건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범인이 탐정 사와자키를 지명한 데는 분명 합당하고 중대한 이유가 있으리라 전제했다.

역시 이 소설은 사건의 해결이 주는 쾌감보다는 '낭만 마초' 사와자키의 매력이 우선이다.

필터 없는 담배를 피우고, (닛산) 블루버드를 몰며, 폭력단에게까지 사건 의뢰를 받는 그는 칠 년간 700번 이상 반복해온 정정에도 불구하고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의 사와자키를 고수한다. 동업자 와타나베는 과거 폭력단과 얽힌 사건에서 각성제와 1억 엔을 들고 튄 인물이다! 불행한 개인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대형 사건에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와타나베는 이후 행불 상태로 간간이 사와자키에게 종이비행기로 안부를 전할 뿐이다.

"강탈 사건은 그가 선택한 최선의 처신이었다." - 404쪽

이 문장에서 크게 한 방 먹었다.

아무리 동업자였더라도, 사건 이후 적잖은 고초까지 겪었건만 이런 '인간에 대한 이해'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건지!

그는 진정 이 시대의 '낭만 마초'다.

소설의 말미, 보너스 트랙 격으로 '맺는말을 대신하여 : 패자敗者의 문학 - 한 남자의 신원 조사'가 실려 있다.

하라 료는 소설가가 되기 전 재즈 뮤지션으로 여러 장의 음반을 낸 이색 경력의 소유자인데, 자신의 과거를 의뭉스럽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짧은 단편으로 정리했다. 그의 과거가 궁금한 하라 료의 팬이라면 박수칠 만하다.

개정판에는 국내 미출간된 단편 「감시당하는 여인」이 특별 수록되었다. 이 단편은 하라 료의 문고판 에세이 <하드보일드>에 수록되었다는데... 이런 건 번역이 시급하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도와준 노인이 남긴 증여금 2000만 엔을 받지 않는다.

20,000,000JPY!

탐정 사와자키의 매력엔 탈출구도, 비상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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