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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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에게는 아들이 있다. 수사가 되기 전 속세에서 사랑에 빠진 여인 사이에서 생긴 아들로 본인도 훗날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 아들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아비로서 당연히 그를 찾게 되는데, 아들의 억류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가 있다.」

세 권째 읽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다. <캐드펠 수사의 참회>는 빼어나다. 이전에 읽은 두 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우선 소설의 시대 배경인 영국 내전의 상황이 피부에 와닿게 그려져있다. 왕의 권좌를 차지한 스티븐 왕과 유일한 적자로 스티븐을 인정하지 않는 모드 황후의 대립이 소설의 밑그림으로 시대의 공기를 재현한다. 왜 군주들과 그들의 기사들이 한 편에 서서 상대방과 싸움을 벌여야만 하는지...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제대로 형상화가 되어 각자의 매력을 뿜어내는데, 그 내음이 페이지를 뚫고 나온다. 

아버지조차 반하게 만드는 아들 올리비에, 본인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한 필립, 혈기 방장 애송이 이브.

살인 사건이 한 건 벌어지긴 하나 작가나 캐드펠은 그 해결에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캐드펠의 모든 걸 희생하려는 부정, 필립과 올리비에의 애증의 관계가 소설을 견인한다.

<캐드펠 수사의 참회>는 추리소설의 좁은 울타리에 가두기보다는 빼어난 역사소설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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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
엘리스 피터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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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대부분 장편이다. 개정판으로 완간된 21권 중 유일한 단편집이 마지막 권 <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으로 3편의 단편을 싣고 있으며, 이건 과거 구판에는 포함되지 않아 국내 초역이라고 한다.

3편의 작품은 중범죄를 다루지 않는다. 「우드스톡으로 가는 길에 만난 빛」은 분쟁 중인 땅에 얽힌 모종의 음모를, 「빛의 가치」에선 예배당에서 신성시하는 촛대 분실 사건을, 「목격자」는 수도원 임대료를 노린 강도 및 살인미수를 다룬다. 누군가 죽진 않는다.

캐드펠 수사는 남들이 쉬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건의 맥락을 뛰어난 통찰력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으로 파악한다. 사건을 일으킨 자들 입장에선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투명 인간 같은 수사에게 당하는 셈이다.


시리즈 애호가라면 이 단편집의 의미는 「우드스톡으로 가는 길에 만난 빛」에서 찾을 수 있겠다. 캐드펠 수사가 어떤 전사(前史)를 지닌 인물이며, 왜 수사가 되었는지 말이다.

"독자들은 캐드펠이 어떻게, 그리고 왜 지금과 같은 수사가 되었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단편소설을 통해 그의 소명을 조명하고 뒷이야기를 살짝 드러낼 기회가 왔을 때, 이를 기꺼이 활용했다. 그리하여 여기 그가 있다." - 작가의 말

"십자군 원정에 참여하고, 지중해에서는 오랜 세월 해적들과 전투를 벌이고,...

넓은 어깨와 건장한 체격이 돋보이는 한창때의 이 근육질 사내는 갈색 머리칼에 동방의 햇빛과 야외 생활로 얻은 구릿빛 피부를 지녔으며, 질 좋은 옷과 가죽 코트 차림에 장검과 단검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충분히 매력적인 얼굴과 뚜렷한 이목구비, 강인한 골격 덕분에 젊은 시절에는 그를 잘생겼다고 말하던 여인도 있었다." - 16쪽

"사제님." 캐드펠은 웨일스 억양으로 싹싹하게 물었다. "내일 수도원으로 돌아가십니까?"

"그렇다오. 아침기도 후에 떠날 예정이오. 고드프리드 수도원장님이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계실 테니 말이오."

"그렇다면 사제님, 주인을 모시던 몸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어 인생의 전환점에 놓인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도 함께 가게 해주십시오!" - 「우드스톡으로 가는 길에 만난 빛」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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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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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추리소설을 읽어왔지만,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금시초문이다. 추미스의 세계는 방대하지만 엘리스 피터스라는 작가도, 캐드펠 수사라는 캐릭터도 생소하다.

이 시리즈는 영국 출신 작가가 60대 중반에 집필을 시작했고, 이후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21권으로 완간되어 그중 3권을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뒤편의 주를 보면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와 인물들이 가공이 아니라 실제 역사에 물줄기를 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중세를 배경으로 수도원에서 근무하는 캐드펠 수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는 역사 추리물로 보면 되겠다.

처음으로 읽어 본 <성스러운 도둑>(The Holy Thief).

도둑이 나오니 뭔가 훔친 게 있을 거고, '성스러운'으로 봐서 물건이 종교적인 의미를 띠고 있거나 절도의 목적이 성스러운 측면이 있다 유추해 볼 수 있다. 어느 정도는 맞지만 아주 정확하진 않다.

처음엔 위의 해석에 준하는 전개로 진행되지만, 드러난 결말은 사뭇 다르다. 본 사건은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있고, 도둑은 중의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한 편의 소설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다. 다만 중세 시대 고증이나 당시 분위기 묘사가 현대 독자들에게는 다소 고색창연하게 다가갈 수 있겠고, 더군다나 베네딕토회로 대표되는 중세 카톨릭의 종교적인 색채는 종교와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진다.

현대물에서 익숙한 선을 넘는 엽기적인 범죄나 그런 묘사는 <성스러운 도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건이라고는 수도회에서 신성시하는 성녀의 성골함이 사라지고, 사건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유력한 관련자 한 명이 사살된 게 전부다. 여기서 캐드펠 수사는 큰 활약이 없다. 사건 해결의 전면에 나서는 건 유랑 여가수다.

캐드펠 수사의 매력을 발견하려면 시리즈를 몇 권 더 독파해 봐야겠다. 내겐 아직 두 권의 책이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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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 - 일과 삶의 성공을 위한 나만의 원칙 만들기
레이 달리오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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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성공자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원칙이나 경험을 내 것으로 따라 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역사상 다른 어떤 헤지펀드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트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첫 저서 <원칙>을 통해 자신의 성공 원칙을 세상에 공개했고,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후 독자들은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 아닌,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기를 원했고 그런 요구사항을 계속 이야기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한 화답으로 5년 만에 나온 후속편이 바로 <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다.

본인만의 맞춤형 원칙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자 나온 이 책에는 그래서 많은 질문과 유용한 팁, 기본적인 원칙을 세우는데 필요한 조언과 여기에 반응해서 독자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백과 답변으로 구성되었다. '나만을 위한 원칙'을 세우기 위한 가이드북이자 워크북인 셈이다.

어떤 도구도 자신이 쓰기 나름이다.

<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을 활용하는 독자들의 반응은 아마도 3가지일 거다.

  1. 1.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눈으로만 읽고 나중에 한 번 책 내용대로 적어봐야지 하며 실제 작성은 뒤로 미룬다.

  2. 2. 시간을 내서 책에서 묻는 질문에 답하며, 공란을 채우고 책의 조언에 따라 최대한 나만의 원칙을 완성하고 뿌듯해한다.

  3. 3. 완성된 원칙을 잘 정리하여 시시때때로 보고 점검하며 실생활에 적용한다.

레이 달리오가 책을 쓴 의도는 물론 3번이겠고,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의 최초 의도 역시 3번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 독자들은 귀찮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1번에 머무른다. 성공은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책의 중간 상당 부분 지면을 차지하는 '원칙'으로 구성된 내용은 음미할 부분이 많다.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자유와 안전 그리고 바라는 것을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 166쪽

"두 사람의 의견이 맞지 않으면 아마도 한 명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혹시 당신이 틀린 게 아닐까?" - 178쪽

"실패하고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변화하지 않는 사람이 제일 안 좋다." - 192쪽

또한 라이프 사이클을 명쾌하게 정리한 '삶의 경로'는 매우 유용하다.

<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 그저 그런 자기 계발서 한 권으로 책장에 먼지 쌓여 꽂혀 있든, 아니면 저자의 의도에 맞게 최대한 나에게 유용하게 활용하든 그 '사용법'은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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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창용 지음 / 더블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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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읽어주는 책은 끊임없이 나온다. '그림 읽어주는 남자'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도 많다.

jtbc '특파원 25시'를 통해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린 이창용 도슨트의 이력은 돋보인다. 그는 2006년부터 2년여간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서, 2012년부터 6년간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에서 도슨트로 활약했다.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이런 경력을 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본토 박물관/미술관에서 근무한 경험은 남들과 차별되는 경쟁력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그가 본인의 전공을 십분 살린 첫 번째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를 출간했다. 첫 번째 방문지는 이창용의 손바닥이라 할 프랑스이고, 루브르 박물관부터 오르세, 오랑주리, 로댕 미술관까지 네 곳을 집중 소개한다. 분량은 루브르와 오르세가 상당하고, 나머지 두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흔히 유럽 여행은 미술관(박물관) 아니면 성당(교회)이라고들 한다.

프랑스 여행에서 루브르 박물관이 포함되지 않는 일정을 상상할 수 있나? 거기서 얼마큼 시간을 보내느냐는 패키지 일정 혹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박물관이자 인류의 보고인 루브르 박물관에서 투어는 시작한다.

현지 도슨트로 몇 년간 활약한 이창용은 이미 정확한 동선이 머리에 있고, 도슨트 투어를 하는 것처럼 독자들을 박물관으로 안내하고 해설한다. 방대한 미술관에서 길을 잃지 않고 시간 절약을 위해 꼭 관람해야 할 작품 소개는 물론,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적확하게 짚어낸다. 돈 주고 대여하는 도슨트 안내 녹음을 활자로 옮긴 듯하다. 훨씬 자세하게 말이다. 이창용은 내용 하나도 허투루 쓴 게 없이, 방대한 참고서적을 인용하고 페이지 하단에 각주를 꼼꼼히 달아 놓았다.

이런 책의 집필 방식은 인상주의의 본거지 아름다운 기차역 오르세 미술관을 거쳐, 모네의 안식처가 된 지베르니 정원이 유명한 오랑주리 미술관, 신의 손을 훔친 조각가 로댕의 이름을 딴 세계 유일의 로댕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유지된다. 글로 읽는 도슨트 원고로 부족함이 없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다비드의 「생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보나파르트」,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 모네의 「인상, 해돋이」,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마네의 「올랭피아」,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드가의 「에뚜왈」,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

미술 문외한이라도 한 번은 들어보고, 그림은 보았을 유명 작품들이 한 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에 걸쳐 시원하게 소개된다. 덧붙여 만화 주인공 스머프도 쓰고 있는 자유를 상징하는 모자 프리기아, 원제목은 '삼종기도'지만 일본을 통해 우리에게도 '만종'이란 이름으로 굳어진 밀레의 「만종」, 작품이 하나가 아니라 총 28개가 제작되었다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등 읽다 보면 미술에 관련된 지식이 차곡차곡 쌓인다.

믿을만한 도슨트가 공들여 쓴 책이라, 내용은 물론 편집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프랑스 미술관에서 매혹적인 명작들에 담긴 비밀스러운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려는 당신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동반자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는 프랑스에 이어 스페인·네덜란드 / 이탈리아·오스트리아를 거쳐 한국까지 전 4권으로 마무리된다고 한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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