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성경에 묻다
이원재 지음 / 좋은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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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을 좋은땅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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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28. 토. AM 3:54. / <지성이 성경에 묻다>를 읽고 기록


2023. 10. 28. 토. AM 3:54.

<지성이 성경에 묻다>를 읽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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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은 성경에 대한 궁금증이 활발했던 이십대를 생각하며 신청한 책이다. 그때의 나는 하나님에 대한 궁금증으로 머릿속이 가득해서 그 생각 때문에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다니는 교회의 직분자님들과 목사님께 궁금한 점을 묻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냥 믿는 것이 믿음이다.’, ‘듣고 그냥 믿는 사람이 가장 믿음이 좋은 것이다.’ 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궁금증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한다며 교회를 숱하게 옮겨 다녔고(교회 쇼핑 : 목사님들의 설교와 교회의 상태를 점검하고 마음대로 판단한 후 옮겨 다녔다. 부끄러운 과거다.), 책을 읽고, 성경을 매일 읽는 건 기본이고(1년에 10회독이 목표였다.), 강의를 찾아듣는 등의 별짓을 다하는 성도 시절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과거다. 그때 만약 <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이 나와 줬다면 영적인 갈등과 궁금증이 해갈을 얻었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무엇이 궁금한지도 모르는 상태로 성경 공부를 했고, 제자 훈련 비슷한 것들을 받았다. 20대에는 가족이 사이비 종교에 깊게 심취한 덕분에 가족과 전쟁<?>을 치르기 위해 열심히 성경 공부를 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경 공부를 그만 둔 건 한국미디어선교회에서 주관한 바이블 아카데미 2년 과정을 수료한 후다. 목사가 되겠다는 작은 꿈(지금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큰 꿈)도 있었는데 현장(교회)에서 봉사를 하면서 대면한 상황들을 통해 내가 그만큼의 그릇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철저하게 알고 꿈을 접었다. 정말 다행인 일이다. 그리고 바이블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성경 공부를 완전히 멈췄다. 현재 책장에 꽂혀있는 성경관련 책이 200권이 넘을 정도로 성경 관련 책들을 탐독했다. 그리고 간증과 설교란 설교는 다 찾아듣던 과거의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느 순간 안일한 신앙생활로 돌아섰다. 그래서 정말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어버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아주 적절한 시점인 23년 10월 <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이 나를 찾아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서평단 신청을 했고, 서평단이 됐다. 서평단이 되지 않았다면 구매자가 되어 이 책을 만났을 것이다. 서평단을 신청한 이유는 강제로 글을 써야하기 때문에 글을 더 깊게 읽고, 생각을 많이 하게 돼서다. 서평단이 된 덕분에 정말 읽는 내내 많은 부담을 가지면서 읽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 인간인지 알게 됐고, 그동안의 교만함을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정말 많이 공부했다고, 성경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라고 생각했던 건 오로지 착각이었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았다. 책이 내게 와 준 덕분에 지상에 사는 동안 내가 가져야할 자세와 능력이 무엇인지 알게 돼서 정말 기쁘다. <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은 과거 예수님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매일 드리던 때를 기억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그래서 참 고맙다.


1. <지성이 성경에 묻다>의 시작

<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은 성경, 지성, 성도 3명이 대화를 하며 진행된다. 성경은 성경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면서 학자고, 지성은 과거 교회를 열심히 다니다 성경을 믿을 수 없어 교회를 떠난 가나안(안나가) 성도다. 그리고 성도는 신학대학교 학생이다. 이 세 명이 만나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궁금했지만 차마 입에 담지 못했던 주제들을 과감히 꺼내놓고 대화를 나눈다.

아래는 지성을 다시 교회로 이끌고 싶은 성도에게 지성이 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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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신자가 지옥에 간다면 조선시대 이전에 살던 사람은 전부 지옥에 가는 거야?

북한에서 태어난 자는 죽을 때까지 평생 복음을 들어보지 못하고 철권통치에 생각까지 강요받고 살았을 텐데 그들은 태어난 게 죄인거야?

나라를 위해 싸우고 목숨을 바친 이순신 장군은 무슨 잘못을 해서 지옥에 가야 하는 거야?

태어나서 가난한 부모에 의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죽은 어린아이들에게도 하나님은 죄를 묻고 지옥으로 보낸다는 거야?

진리를 알고자 하고 진리를 깨닫고자 했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평생 복음을 접할 수 없던 사람들도 지옥에 가야하는 거야?

죄의 대가는 특정기간 형벌을 받음으로써 종료되는 것인데 도대체 영원한 지옥형벌을 받아야 죄 값이 치러지는 죄는 뭐지?

연쇄살인마일지라도 세상 법정에서는 사형을 통해 그 형벌이 종료되는데 수십 수백 년도 아니고 수억 년도 아닌 영원히 받아야 한단 말이야?

지옥형벌을 인간에게 한 가지의 죄만 있어도 지옥에서 형벌을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 거야?

지옥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용광로와 같은 곳으로 단 1초도 견딜 수 없는 곳인데, 하나님은 인간을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다루어야하시는 거야?

아무리 많은 죄를 지어도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데, 그런 신자보다 훨씬 더 양심적으로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나는 왜 지옥에 가야 하는 건데?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불신자의 시대, 불신자의 나라가 훨씬 많았는데 이렇게 보면 약 3% 정도나 구원받았을 거 같은데 하나님은 이토록 무능한 분이야?

<지성이 성경에 묻다> 1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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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물음이 지성이 성도에게 물은 물음이다. 그리고 이 물음을 가지고 성도는 지성을 성경에게 데리고 간다. 세명이 만나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된다. 지성의 물음은 오늘의 나도 궁금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그냥 믿는 것이 믿음이라는 것이 마음에 각인됐는지 지성의 물음들이 궁금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지성의 물음들은 입에 물고 있던 뜨거운 감자처럼 내 물음과 함께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지성의 물음을 보면서 이 물음들에 대한 답변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예수님이 왜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히셔야만 하고, 왜 그래야만 인류가 구원받는 건지에 대한 질문을 넘어 지성의 질문들은 과감하고, 공격적이다. 그럼에도 지성의 질문들이 나도 궁금했다.


2. 부활에 대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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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죽으면 신자는 천국, 불신자는 지옥(음부)으로 간다. 대환란 후 예수님께서 이 땅에 다시 오실 때 신자들은 새로운 육체를 입게 되는데 이것을 첫째 부활이라고 한다. 첫째 부활에 부활한 신자들과 대환란을 통과한 자들이 천 년간 예수님의 통치 아래 있게 되는데 이것을 천년왕국이라고 한다. 천년왕국이 끝나고 곡과 마곡이라는 전쟁이 있고 모든 지옥(음부)에 있는 자들이 부활하고 심판이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백보좌 심판이라고 한다. 백보좌 심판 후 신자들은 새 하늘과 새 땅에 가는데 이것이 영생이고, 불신자는 유황불못에 가는데 이것이 영벌이다. <지성이 성경에 묻다>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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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대속으로 속죄함을 얻고, 후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통해 이뤄질 부활과 그 이후 이뤄질 마지막의 부활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됐다. 이렇게 명쾌하게 부활에 대해 알고 나자 모든 것들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성경에 대한 개인적 느낌은 뜨개질로 목도리를 뜨다가 한 올씩 풀린 것도 모르고 계속 뜨다 엉망이 된 목도리를 차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고 완벽히 완성된 목도리를 목에 감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으로 성경이 머리와 마음에 폭 하고 안기는 느낌이었다. 기성 교회 목사님들이 차마 다루지 않았던 다룰 수 없었던(해석의 문제로) 내용을 과감하게 엮어 다루고 있어 이해하기 쉽고 명쾌했다.


3. 우리는 왜 성경이 궁금할까


우리는 나는 왜 성경이 궁금할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무엇인가를 섬기도록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과거의 사람들은 만물에서 신을 창조해냈고, 그 많은 신들 중에 신들의 신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험을 했다. 여호와 신도 아브라함 시대에는 지역신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니 오늘 날 하나님의 위상<?>을 생각하면 참 재밌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신들의 신을 찾으려고 했고, 덕분에 그 많은 신들 중 몇 분들<?>만 남아 수많은 종파와 종교, 사이비종교로 다퉈지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 어떤 사람들은 신은 없다 라며 무종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냈다. 무종교라고 하는 분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면의 신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무종교인 분들이 교통사고가 나면 신기하게 하나 같이 ‘신이 있다면 이럴 수 없지.’ 라고 말하는 걸 보곤 한다. 신을 믿지 않으면서 과거의 사람들처럼 자신 만이 믿는 신이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대 종교의 신이라는 형상에 담기지 않았을 뿐이다.


성경이 왜 궁금한지 다시 생각해 봤다. 성경을 통해 나는 무엇을 알고 싶은 걸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 고민을 진하게 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내가 온 곳이 어딘지, 그리고 앞으로 갈 곳이 어딘지. 나의 정체성이 궁금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가야할 곳, 향하는 곳, 내가 이뤄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성경을 통해 끊임없이 발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성경은 내가 궁금해 하는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 속 화자들의 대화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 땅에 있는 동안 우리가 얻어야할 것과 가져야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4. 자유의지의 훈련의 시간

언젠가 목사님이 설교 말씀에서 우리가 천국에 가면 매일 찬양과 기도만을 하며 보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것만으로 매일이 기쁘고 행복할 거라고. 천국은 그런 곳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오늘의 내가 천국에 가면 과연 찬양과 기도만 드리면서 영원한 삶을 무료<?>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럼에도 너무 믿음이 없는 물음인 것 같아 황급히 뚜껑을 닫았다. 그렇게 살아도 영원한 기쁨과 만족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존재로 변화된다니 그건 가보면 알겠지 라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덮어뒀다. 지상에 사는 나는 자유의지와 수많은 생각 때문에 그럴 수 없겠지만 천국에 가면 뭔가 다른 내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러다 책 속에서 해답을 발견했다. 천사도 천국에 사는 존재였는데 교만과 욕심, 궁금증 등으로 인해 죄를 짓고 무저갱에 떨어진다. 천사도 자유의지가 있어 죄를 짓는데 인간도 천국에서 죄를 짓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인간 역시 천국에 가면 천사처럼 언제든지 선악과를 먹고 죄를 지을 수 있는 존재다. 그러니 그런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하나님은 뭔가 대책이 필요하셨을 거고, 그 대책으로 아담의 사과 사건으로 육체의 죄 가운에 갇히게 하셨다. 천국에 영원히 오지 못하는 죄를 지은 천사들처럼 되는 것은 막으려고 하신 것이다.


그리고 지상에서 자유의지를 단단하게 단련할 수 있는 시간의 기회를 주셨다. 그러니 지상에서 겪는 모든 일들은 천국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연단을 하는 시간인 거다. 후에 천국에 가서 사는 동안 교만과 욕심 때문에 죄를 짓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다. 천사의 3분의 1은 타락의 길로 들어섰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타락하지 않는 의지를 가졌고 그들은 그들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니 자유의지를 가지고 아름다운 천국에서 영원히 기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나는 안타깝게도 살면서 우여곡절을 참 많이 겪었다. 대부분 겪었던 일들은 내가 원해서도 아니었고, 선택한 것도 아닌 그냥 주어진 것들이었다. 무작위로 배정된 부모님과 태어나보니 엉망인 현실, 그 현실 안에서 일어난 숱한 일들은 신이 주셨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을 참 많이 원망하고 미워했다. 덕분에 나는 고등학교 시절 아주 잠시 하나님을 떠났었다. 그때 얼마나 철저하게 암흑기를 거쳤는지 지금은 아무리 어려워도 하나님을 떠날 생각은 한 치도 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원망스럽고 미워서 그 분을 떠나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교회를 떠났는데 오히려 가출 청소년처럼 내 삶은 더 큰 파도 위에 떠 있는 조각배가 되어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렇게 하나님 곁을 7년간 떠났었다. 그러다 오히려 하나님께 붙어있었을 때보다 삶이 더 힘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는 살기위해 하나님과의 사랑을 다시 찾기로 했다. 너무 늦었다며 하나님께 달려가려는데 그때 내게 손을 내민 건 사이비 종교에 빠진 가족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분명 같은 하나님과 예수님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이 말하는 하나님은 어릴 때 만났던 하나님과 매우 달랐다.


후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주겠다고(경제적, 정신적) 자신의 종교에 올 것을 권유 받았다. 가령 수험비가 부족하면 자신의 종교 관련된 강의를 들으러 오면 5만원을 준다고 하거나, 보고 싶어 했던 연극을 보여 준다거나, 학비를 내준다고 하거나, 살인 사건 피해자로 살 때 자신들이 지켜주겠다고 한 일 등등이다. 이것보다 정말 많은 유혹적인 권유를 받았다. 당장 베어 물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탐스러운 선악과처럼 느껴졌다. 그 선악과를 먹지 않은 이유는 과거 하나님을 떠난 7년의 기간 동안 무지막지하게 숱한 일들을 겪게 돼서다. 눈앞에 있는 과제들이 당장은 해결될지 모르지만 영적으로 꼬인 모든 것들이 현실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직접 겪었다. 그래서 나는 결코 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게 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밤마다 울면서 가족과 친척이 그곳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기도했다. 지금도 기도 중이다.


5. 책과의 만남 후


<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을 만나고 지난 과거들을 되짚어 봤다. 하나님은 항상 내게 좋은 것들만 주시고 각자의 때와 시간에 맞춰 선물을 주신다는 믿음을 가진 나는 책과의 만남이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주 적절한 때인 가장 건강해진 오늘 이 책을 만난 것이 고마웠다. 만약 이 책이 작년에 나왔다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은 기껏 내게 대학원에 가보는 게 어떠냐고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시곤 최종 시험까지 철저하게 실패를 경험하게 하셨다. 실패, 가난, 가족과의 불화, 종교전쟁 등 온갖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났다. 그래서 작년의 나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했다. 실패 후 시간들 동안 어쩔 수 없이 내면의 세계에 침잠했고 덕분에 오늘의 건강함을 다시 얻었다. 그래서 작년이라면 궁금하지도 않았을 질문들이, 23년 10월이 되자 다시 궁금해졌다.


과거에 하나님과의 사랑을 회복하겠다며 무엇이든 하던 나를 드디어 다시 만났다. 그리고 진짜 내가 궁금하던 것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알게 됐고 답을 얻었다. 내가 선택해서 다닌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배운 것들과는 다소 다른 부분도 있지만 확실한 건 읽으면서 안전한 느낌을 받았다는 거다. 과거 손을 내민 가족들이 데리고 간 성경 공부방에서 한 공부는 할 때마다 두렵고, 불안하고, 이상했다. 그만두겠다고 할 때마다 동생은 무릎을 꿇고 울면서 한번만 더 가달라고 부탁하고, 화를 내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별의 별 일들을 겪었는데 아주 나중이 돼서야 동생이 다니는 곳이 사이비 종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의 이상한 느낌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의 질문들이 당신의 시선을 끈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제목, 책이 가진 질문들과 목차를 읽어보고 책이 당신을 부르는 느낌이 든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당신이 원하는 답, 그리고 알고 싶었던 답, 알고 싶었는지도 몰랐던 답들을 찾는 시간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책을 읽는 동안, 읽고 나서도 참 좋은 시간들을 보냈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어서 좋았고, 책이 내게 와줘서 정말 고마웠다. <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을 보내주신 좋은땅 출판사와 저자 이원재 님께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이 땅에서 자유의지를 연단하는 시간을 즐겁게 보낼게요. 행복한 시간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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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 성경에 묻다> 책을 좋은땅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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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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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위한변론> 책을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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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23. 월. PM 4:30.

<선녀를 위한 변론>을 읽고 기록

<선녀를 위한 변론> 책은 박진감과 재미를 두루 갖춘 5개의 소설이 들어있다. 한 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다소 짧은 길이에 아쉬움이 생기지만, 이내 또 완전히 다른 세계로 금세 몰입하게 만든다. 오히려 5개의 이야기들에 완전히 매료되어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소설책으로 나는 송시우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됐고, 그 분의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지게 됐다.

1. 인어의 소송

‘원인을 알 수 없는 시간의 균열로 인하여 하이트 왕국 국민들에게 전격적인 관념의 비약이 생겼다.’ 라는 글로 시작되는 하이트 왕국 이야기는 국소적인 오류로 사법 분야에 영향이 생긴 왕국 이야기다. 과거와 현대의 조합으로 이세계물처럼(일본 애니메이션) 느껴지는 소설이다. 어릴 때 동화로 읽었던 인어공주가 등장하고 인어가 물거품이 되기 전 왕자가 살해되면서 피고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과정을 그렸다.

인물들의 특성이 모두 살아있어서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인어가 등장했을 뿐 실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인어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얼마 전 개봉했던 인어공주 영화와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냥 인어공주가 등장했을 뿐이다. 작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어공주를 등장시켜 그동안 꾸준히 억울하게 살아온 인어공주를 드디어 자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사법 체계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비극으로 끝나야했을 인어 공주가 자신의 권리를 찾고, 잃어버린 목소리 등을 찾게 되고,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어 공주는 왕자 살해범이라는 피의자 상태가 되지만, 코난 보다 더 코난스러운 몰트 백작 덕분에 피의자 신분을 벗고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종결된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도대체 피고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고, 각 인물들을 엮어가는 과정이 완벽하게 들어맞아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드디어 물거품으로 사라지지 않고 삶을 되찾은 인어공주를 만날 수 있어 고구마를 마구 먹어 목이 막히던 우리에게 진정한 ‘사이다’를 선사해주는 소설책이다. 즐겁게 읽었고 왕자는 어찌됐든 인어공주의 행복에 박수를 친 시간이었다.


2. 선녀를 위한 변론

동아시아의 작은 반도 국가에 관념의 격변이 일어나 사법 분야 만 비약적 발전을 이룬 고리아 왕국의 선녀 이야기다. 선녀 이야기는 동양의 동화로 아름다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셋 낳으면 본 집인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는 선녀의 이야기가 그동안 왜 안타깝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만든 현대식 동화다. 그동안 나는 선녀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주인공인 나무꾼 입장에서만 선녀가 하늘로 돌아간 후 이야기를 읽으면서 안타깝고 슬펐던 생각이 난다. 이 동화를 다시 읽으면서 선녀의 입장에서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납치를 당해서 어쩔 수 없이 나무꾼과 살면서 그를 사랑하며 사는 구도도 누가 심어준 건지 모르겠다. 하늘로 올라가버린 선녀가 나무꾼을 버리고 가버린 것이 슬펐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위험한 동화를 읽었었다는 생각을 든다. 납치범을 사랑하며 살려면 스톡홀름 증후군과 구원자 증후군 등을 앓아야하는데 그것 까지 다루기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어린이 동화라 무리가 있겠지. 어른이 되고서 <선녀를 위한 변론>책의 렌즈로 과거 어린이 동화를 살펴보니 가슴이 불타듯 뜨끔하다.


얼마 전 뉴스와 기사 등에서 중국 시골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사건들이 생각났다. 중국 시골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를 보고 며칠 잠들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났었다. 중국 시골에서는 결혼하지 못하는 나이든 총각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처녀를 납치, 감금해서 아이를 낳게 하고 시골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탈출하려고 해도 마을 사람 모두가 한 마음이 돼서 도망간 선녀<?>를 다시 잡아온다. 이전에 봤던 그 이야기들이 떠오른 건 사법 분야가 발전한 고리아 왕국에 있는 선녀를 만나고 나서다. 그때 봤던 기사와 영화 내용이 현대판 선녀 이야기처럼 느껴져서다. 겨우 탈출 한다고 해도 잃어버린 시간과 젊음, 얻게 된 마음의 병으로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어찌됐던 함께 낳게 된 아이들 때문에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날개옷을 빼앗긴 현대판 선녀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녀의 인권과 세계를 빼앗는 것도 모자라 시간과 젊음,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고도 나무꾼은 당당하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이웃집 친구에게 자랑하면서 나무꾼이 얼마나 파렴치한 인간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나무꾼과 그 어머니가 한 마음이 돼서 선녀의 뛰어난 능력의 산물인 옷감 짜는 능력으로 노동력을 착취해 먹고 사는데다, 강제로 아이를 낳게 하고 시골에 감금한다. 현대 사법 체계의 시선으로 선녀의 삶을 바라보니 이보다 더 피 눈물 나는 이야기가 있을 수 없을 정도다. 그동안은 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절절히 가슴을 울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였는지 다시 생각하게 할 정도다. 억울하고, 분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를 읽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과거의 선녀는 사법 혜택을 받은 선녀의 이야기를 보고 얼마나 부러울까 싶을 정도다. 물론 고리아의 선녀도 이미 빼앗긴 시간과 건강 등은 되찾을 수 없다. 정신적 위자료를 받기에도 나무꾼 어머니는 너무 가난하고, 자신 밖에 모른다. 하루 빨리 이 집구석을 벗어나는 것만이 답이다.


선녀 이야기 속에서 우연히 선녀 옷감에 튄 나무꾼의 피가 왜 묻게 된 것인지도 천천히 설명해간다. 옷감에 틘 피 때문에 피고인의 지위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지만, 퍼즐을 맞춰가며 선녀의 혐의를 벗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건 이미 찢어져버린 선녀 옷 때문에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비약적으로 발전해 있는 사법 제도 덕분에 살인 혐의도 벗고, 나무꾼의 집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세계를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선녀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능력, 좋은 배경, 젊음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지만 자신 만의 행복이 중요한 나무꾼 덕분에 세계를 파괴당한 선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살인 혐의는 벗었지만 그 이후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인어 공주 이야기처럼 선녀도 살인죄의 피고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이유들이 이야기 속으로 더욱 파고들게 한다. 그리고 선녀가 혐의를 벗어나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럼에도 나무꾼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꼼짝없이 베틀을 짜고, 아이를 낳고, 시어머니에게 구박 받고 살았던 선녀의 수동적인 성격이 안타까웠다. 선녀처럼 수동적인 성격의 사람은 나무꾼이 죽지 않는 한 자신의 상황을 바꿀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성격의 선녀가 나무꾼을 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처녀 납치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선녀의 어린 시절의 교육이 어땠는지 생각하게 됐다. 착한 아이, 성실하고 바른 아이로만 자라서 수동적으로 타인의 요구에 자신을 맞춰 살아왔던 선녀는 어쩌면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어렵고 아픈 환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오히려 착취당하면서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이 화가 났다. 언젠가 볕 뜰 날이 오겠지 라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선녀가 나무꾼의 죽음과 사법 체계의 도움으로 그 집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그 성격 그대로 살아가야한다면 또 다른 나무꾼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럽다. 다음 선녀 이야기가 나온다면 수동적 인간에서 능동적 인간으로 바뀌어가는 과정과 하늘로 돌아가지 못해 지상에서 살아야하는 선녀가 자신의 삶을 파격적으로 아름답게 바꿔가는 이야기도 보고 싶다. 그 과정에서 비약적인 사법 체계의 도움도 같이 그려간다면 진정한 해피엔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며 이야기를 덮었다.

3.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이 이야기는 인정 욕구를 파괴당한 추예나라는 사람이 벌이는 파괴적 성격과 행동을 볼 수 있는 것이 다소 재미가 있었다. 끊임없이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한번 망가진 거 그냥 될대로 되라지 라며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추예나의 행동이 오히려 위안을 주기도 했다.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추예나처럼 내 마음대로, 될대로 사는 사람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제거<?> 대상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시원한 면이 느껴진다. 나도, 이 책을 보는 사람들도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감추며 살아야하는 일을 수두룩하게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펭수라는 캐릭터가 할말 다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인기의 비결이 된 것처럼 추예나의 행동이 너무 과격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시원함을 주는 건 사실이다.

추예나는 머리가 좋은 인물이라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었을 때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사람이 임기숙이고, 임기숙의 반려견인 타미다. 임기숙은 추리에 능한 사람이고, 정신과잉 활동인이라고 할 정도로 생각이 많은 인물이다. 생각이 많아 생각을 거두기 위해 생각을 하는 인물이니, 추예나의 말과 행동을 깊게 추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임기숙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추예나라는 인물이다. 그러니 추예나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것도 사실은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추예나는 철저히 자신의 실익을 따져본 후 그런 행동과 말을 선택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업무 성과도 탁월하며, 개인 능력도 뛰어난데다, 사람을 보는 혜안도 가진 인물이 추예나다. 그런 인물이 과격한 행동을 선택한 건 추예나 만의 계산 법에 의한 결과일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읽었다. 그리고 추예나가 죽음의 위기에 닿았을 때 선택한 인물인 임기숙 역시 캐릭터가 분명한 사람이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등장한 인물, 반려견 타미까지 성격이 분명하다. 임기숙이 추예나를 구출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들과 말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이 글이 정말 짧게 느껴져 아쉬움이 있었다.


4. 모서리의 메리

모서리의 메리 덕분에 삶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서연씨의 이야기가 참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럽다. 반려 동물을 위한 카페의 반려견인 메리와 사장, 그리고 임기숙, 그곳에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보며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가진 사람들이 카페에 오고, 카페 사장님과 반려견 메리를 통해 이야기들이 재구성된다. 이 카페에는 반려견 타미와 임기숙이 또 등장한다. 정신과잉활동인이라고 부를 만큼 생각이 많은 임기숙은 이번에도 역시 부서져있는 반려견 과자와 건너 편 테이블 커플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혼자 추리해낸다. 모든 것을 다 알게 됐고, 알고 있지만 임기숙은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임기숙의 태도를 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고, 임기숙의 이야기를 뒤늦게 서연씨 편지를 받고서야 깨닫는 일반인인 카페 사장의 이야기도 재미가 있었다. 임기숙과 카페 사장의 성격이 나와 남편처럼 느껴져서 그들의 사고 과정을 보는 것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던 한 여자의 좌절이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남자의 죽음으로 이를 수 있었지만 모서리의 메리의 선량한 눈빛 덕분에 여자는 삶을 구원 받는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아주 작은 친절과 선량한 말과 행동이 누군가를 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삶이 팍팍하고 어려울수록 우리는 친절한 눈빛만으로 구원받기도 하고 버림받기도 한다. 그러니 타인을 대할 때 항상 말과 행동, 눈빛을 조심해야한다. 모서리의 메리를 보면서 나도 모서리의 메리처럼 따뜻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5.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요즘 세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가 드디어 나온다.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가 분간이 안 되는 요즘 정말 이 이야기 같은 현실이 우리 곳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살인 후 다중인격 인물 연기를 하는 김윤주와 그녀가 지키려고 하는 사이버 세계의 세실리아 황제인 윤다해의 끊겨진 접점이 이어지는 걸 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도대체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두 인물이 살인사건을 통해 연결되고 그 살인사건을 파헤치면서 그녀들의 진정한 접점이 드러난다. 인정욕구의 끝판왕<?>을 달리는 인물인 김윤주가 허벅지를 잘라 빵을 만들어 바칠 정도의 충성을 보이는 인물인 윤다해의 연결점이 도대체 이해가 안 되면서도 이해가 된다. 소속감과 인정, 사랑을 느끼고 싶은 김윤주는 세실리아 황제의 은총을 입기 위해서라면 모든 일이든 불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미 현실세계를 잃어버린 김윤주가 가상의 사이버 세계의 충성도 모자라 현실에서까지 윤다해에게 집착스러운 충성을 이어간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살아갈 수 있는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사람과 살아있기 위해 누군가의 인정이라도 받아야하는 목마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두 인물 모두 애정이 결핍되어있는 사랑에 목 마른 사람들이다. 둘은 서로의 채워지지 못하는 마른 샘을 채워줄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로서 기능한다. 그들의 기능이 결국 살인으로까지 이어져서 안타깝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한번 더 나를 불편하게 했다. 10명 중 1-2명이 소시오패스라고 심리학자들이 분석하는 만큼 세상에 진짜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참 사람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건강해야 건강한 사람들을 삶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서로가 병적으로 끌어들이는 둘의 이야기가 결국 사회의 병리현상을 가져오는 이번 이야기는 오히려 아픈 느낌으로 다가왔다. 소설이지만 과하게 몰입하게 돼서 신나게 읽으면서도 힘든 내용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소설에서만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번 이야기를 덮었다.


6. 이야기를 모두 읽고

5편의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서 송시우 작가님의 이야기에 다시금 감탄했다. 단순히 이야기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들 속에는 다양한 사회 문제, 심리문제 등이 들어 있다. 그래서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소설책이다.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깊게 생각해볼 수 있어 더 재미있었다. 작가님의 필력이 너무 좋아 순식간에 읽은 책이다. 그럼에도 담긴 것이 너무 많아 생각하느라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짧은 이야기들의 후속편들이 또 나와주면 좋겠다. 각 이야기들이 여기서 마무리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야기들이다.

<선녀를 위한 변론> 책을 보내주신 래빗홀 출판사와 송시우 작가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다.

#100인의서평단

#인플루엔셜

#래빗홀출판사

#래빗홀

#선녀를위한변론

#송시우

#송시우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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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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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 책을 더블북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2023. 10. 19. 목. PM 3:10.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을 읽고 기록

“디자인이 단순한 물리적 기능성만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삶을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지극한 감동을 가져다주는 분야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다. 이 책에 소개된 스무 명의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은 대부분 상품으로 판매되는 것이지만 동시에 생산 활동을 넘어서는 가치로 승화되고 있다. 디자인은 상품으로만 국한될 수 없는, 예술적이고 인문학적 가치가 풍족한 영역이다. - 273쪽”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작년 이사를 하면서 가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다. 내가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는 집에 무엇을 들이고 채워 가냐에 따라 일상의 느낌이 매우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예전과 달리 가구와 물건을 고를 때 많이 신중해졌다. 이 책을 신청하면서 책을 읽고 난 후에 물건과 가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다. 오늘 다 읽었고, 읽고 난 후 소감을 한 마디로 하자면 정말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다. 라는 점을 알게 됐다는 거다.


첫 장에 소개된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안나 G 제품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앞에 있으면 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와인을 전혀 마시지 않아 내게 전혀 필요하지 않은 제품임에도 그 존재만으로 부엌을 미술관으로 바꿔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웃음이 나고, 부엌을 한층 더 멋스럽게 꾸며줄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나 G와 알렉산드로 M을 함께 집들이 선물로 한다면 이 것보다 멋진 선물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와인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도 하나쯤은 멋스러운 장식으로 가지고 있고 싶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디자인 제품이다. 한 심리학 강의에서 말하길 인간은 귀여운 물건과 귀여운 사진을 눈앞에 놓아두고 어려운 일들을 하면 능률이 올라가고, 스트레스 정도가 낮아진다고 했다. 그러니 안나G를 부엌에 두고 요리를 한다면 매일 해야만 하는 집안일이 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은 점이 있었다면 이 책의 저자는 작품들을 설명할 때 사진에 담긴 작품들을 자연스럽고 쉽고 정리된 글로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었다. 과거 미술관에 가거나,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오히려 그 작품을 설명하는 글들이 작품 이해를 더 어렵게 하고 난해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미술품을 설명하는 글들과 설명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 느낌 그대로 보고 지나치는 것이 오히려 선입견을 줄여주고, 복잡성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글들은 오히려 읽는 것이 작품의 이해를 훨씬 더 높여주고, 작품의 깊은 곳까지 함께 들어가 느끼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술 작품을 설명하는 책자들을 보면 반드시 찾아봐야할 것만 같은 어려운 영어와 단어들이 들어있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를 때가 많았다.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의 저자는 어려운 말들을 쉽고 부드러운 말들로 풀어 예술과 디자인 세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덕분에 예술 작품을 즐겁게 감상하고, 작가들의 디자인 세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사진과 글들을 읽는 것이 즐겁게 느껴져서 금세 읽게 됐다. 디자인 책이 이렇게 흥미있고 재밌는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이렇게 완벽하고, 쉽게 아름다운 작품들을 재미나게 소개한 디자인 책은 단연코 이 책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


일상에 필요한 디자인을 하면서 인문학과 역사, 자연, 삶을 담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명품 중에 명풍이 아닐 수 없다. 만들어낸 모든 작가의 작품들이 미술작품처럼 느껴진다. 예술적이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실용적이고, 안정적이어서 일상에 녹아들어 집 안을 미술관처럼 아름답게 바꿔준다. 이 예술 작품들을 일상에서 사용한다면 정말 일상이 명품이 되고도 넘칠 것 같은 기분이다. <자르댕 데덴> 시리즈의 은제 커틀러리 세트(2017)로 식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났다. 이 책을 읽고서야 나이가 들수록 가구와 그릇에 관심이 많아진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이 몇 있었다. 플라스틱 소재 의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준 작품이었는데 <베지털 체어: 그로잉>(2008) 작품이다.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의자들은 하나같이 가벼우면서 촌스럽고, 싸구려 같다는 나만의 선입견이 파사삭 하고 부서졌다. 꽃잎을 얹어놓은 느낌의 의자 뒷 판에 유연하게 연결되어 잎사귀처럼 엮여진 것들이 기둥 4개로 연결되어 딱 떨어진 의자를 보고 경이로움을 느꼈다. 아름답다는 말로 부족했다. 어디에 둬도 예쁠 것 같은 이 의자를 보고서야 플라스틱 재료에 대한 기존의 관념이 깨졌다. 의자는 무조건 편안하고, 튼튼하고, 좋은 가격이면 된다라는 생각에서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하고, 튼튼하고, 가벼운 의자를 갖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허물어져 예술작품인지 디자인인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의자 사진 페이지에 한참 머물러 사진을 봤다. 자연에서 가져온 디자인과 디자이너만의 감성이 녹아있는 작품을 저자의 설명과 함께 볼 수 있어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


토르트 본체의 넝쿨 모양으로 커팅 된 얇은 금속판을 전구에 덮어 만든 조명 <갈란드>도 정말 아름다웠다. 예술가가 탄생시킨 정말 아름다운 조명이었다. 일반 조명에 나뭇잎과 꽃들을 금속판에 커팅 해 얹어놓은 모양이 불규칙하지만 디자이너만의 규칙성이 있는 것 같아 한참 시선이 갔다. 나중에 내 집이 생겨서 조명을 설치하게 된다면 이런 조명이 내 집 거실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실의 조명을 볼 때마다 아름다움을 느낄 거라는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또 토르트 본체의 잔디밭 같은 러그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자가 설명한 것처럼 ‘러그 위에서 풀밭을 뛰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은 그 어떤 세련되고 마감이 뛰어난 디자인에서도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가치(187쪽)’라는 점에 동감하고 또 동감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들에 예술성과 편리성 등이 더해져 어느 부분에서도 폄하할 수 없는 진정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보고 또 봤다. 작품들을 통해 디자인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고, 스무 명의 거장들을 알게 됐고, 그들의 작품도 보고,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작품 하나 하나에 녹아있는 예술성과 안정성, 편의성, 독특함 등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글들이 참 편안하고 고맙다.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도와주는 글 덕분에 디자인과 예술이 좋아졌다. 참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미술관을 통째로 빌려 감상한 기분이 든다.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 책을 읽고 나도 앞으로는 가구와 그릇 등을 고를 때 디자인과 예술성, 편의성, 안정성 등등을 모두 고려해서 구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책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디자인 여행을 했다.

<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 책을 보내주신 더블북 출판사와 저자 최경원님께 감사를 드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디자인 책을 읽고 마음의 굉장히 부유해진 느낌이 든다.

#일상이명품이되는순간
#일상명품
#최경원
#더블북
#더블북출판사
#인디캣책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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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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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책을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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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10. 화. PM 07:10.

<지켜야 할 세계>를 읽고 기록

문경민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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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책은 문경민 저자의 장편소설이다. 91쪽의 얇은 책인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3부로 나눠져 있고, 정윤옥이라는 국어교사가 나온다. 정윤옥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하자마자 60년의 삶을 마무해서 적잖케 당황했다.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었다.

주인공의 사망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윤옥의 최근으로 시작해 과거로 시점을 점 점 이동해간다. 그리고 천천히 윤옥의 삶과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간다. 윤옥의 다소 짧은 삶 속에서 윤옥은 자신의 세계에 대해 설명해 간다. 윤옥이 지키고 싶었던 지켜야 할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이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갔다. 그리고 과거 시점은 윤옥이 어린 시절 돌봤던 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었던 시점으로 이동해 현재로 돌아온다.

지켜야 할 세계 책을 다 읽고 나는 아주 잠깐 잠이 들었다. 짧은 소설이라 금새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서 나는 책을 다시 펼쳐보고 같은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잠깐 잠이 들었고, 꿈 속에서 나는 중학생일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가 갓난 아이를 안고 나오셨다. 그때 막내가 저렇게 어렸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 속에서 나는 실제 막내와 나이 차이가 9살 정도 났으니 갓난 아이는 아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꿈 속에서 아이를 안고 굳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다시는 집에 돌아올 생각도 말어. 거기서 살어. 기숙사에 가든지, 니네 아빠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하든지. 나는 이제 할만큼 했으니까 그런 줄 알아."

실제로 어머닌 내게 중학생 시절 내내 같은 말을 반복하셨다. 그리고 대답을 요구하셨다. 이제 14살 정도 된 내가(나는 12월 생이라 동갑내기 친구들보다 항상 만 나이가 두살 어렸다. 23년 6월 법 개정으로 덕분에 30대 후반에서 다시 30대 중반이 됐다.) 어머니의 말에 억지로 대답은 했지만 딱히 대책이 있을리 없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내게 집을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하셨다. 나와 어머니 이야기를 하자면 어머니는 5살인 나를 남편에 의해 강제로 떠 맡게 됐다. 아버지는 나를 고아원에서 꺼내온 날 어머니 앞에 두더니 그녀가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나를 맡아 키우기로 하면서 낳아주신 아버지께 칠백만원을 받았고, 앞으로 하게 될 사업에 대한 도움을 약속 받았는데 그걸 어머니께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걸 어머닌 3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버지는 그 돈을 종자돈으로 해서 사업을 시작하셨다.

갑작스럽게 남편 가족의 아이를 맡게 된 어머니는 매우 억울하고 분해하셨다. 그럼에도 그녀는 나를 키워냈다. 나와 어머니의 아들 둘은 친 남매처럼 자랐다(적어도 내 생각은 그랬다.). 그리고 나는 이들을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했고,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했다. 살면서 더 많은 어려움과 가난에 직면한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들을 건강히 키우기 위해 나를 떠나보내야 했다. 내가 대책이 없는 것도 알았겠지만, 사실 어머니의 삶도 대책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나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내 존재가 너무 많은 부분에서 아들들이 누려야할 세계를 빼앗는 사람이 됐던 거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중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가족을 졸업했다. 아버지의 성화에 어머니를 찾아가면 항상 아버지는 늦게까지 일을 하시느라 집에 계시지 않았고, 불호령과 함께 소금 한주먹을 맞고 집을 나와야 했다. 그리고 그 사실들을 아버지는 오랫동안 모르셨다. 사실 아버지는 타인에게 관심이 거의 없으신 무던한 분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나를 친 딸처럼 친밀히 대할 때면 어머니의 정서적 학대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제서야 이해하게 됐다. 나는 그녀와 그녀 아들들의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긴 내가 꿈 속에서 과거로 돌아가 중학생이 되어있고, 그때의 어머니를 만난 건 우연이었을까. 나는 지켜야 할 세계 책과 꿈 속의 어머니와 과거 속 어머니를 떠올렸다. 지켜야할 세계 속 윤옥과 윤옥의 어머니에겐 장애를 가진 아들이있었다. 장애를 가진 아들 덕분에 동생을 돌봐야하는 윤옥과 어머니의 삶이 어둠 속으로 떨어져갔다. 그러다 윤옥의 어머니는 아들을 신유력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도는 목사님의 시설로 보내기로 한다. 매일 동생을 돌봐야했던 윤옥은 동생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공부를 할 수 있게 됐고, 생활도 안정되어 갔다. 윤옥의 어머니는 윤옥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아들을 떠나보내고 나서, 내면의 세계를 닫았다. 윤옥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를 빼고 어머니는 자신의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어쩌면 죄의식 때문에 드러내지 못했을 거다. 그래야만 자신과 딸의 세계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만 입양해서 시설을 운영한다는 목사님, 윤옥, 윤옥 어머니, 그리고 윤옥 어머니의 주변 분들, 윤옥이 만난 대학교때 만난 정훈 등 그들은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그들 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계를 위해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내려 놓을 것들을 과감히 내려 놓는다. 윤옥은 어머니를 핑계로 오랫동안 동생을 마음 속 깊은 곳에 미뤄뒀다가 대학생이 되고서야 동생을 찾기로 마음 먹었다.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제라도 찾아야한다는 마음을 먹은 건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였을 거다. 현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동생을 버렸지만, 마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다시 동생을 찾아나선 거다.

그리고 동생이 있었다는 소망의 집에 가서야 동생이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순간 지키려고 했던 윤옥의 마음 속 세계의 균열이 시작됐을 거다.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한 세계가 바사삭 소리를 내며 깨지기 시작한 순간일 거다. 그래서 윤옥은 오랫동안 마음에 죄책감을 가졌을 거다. 그 죄책감은 자신이 국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공립학교에서 선생님이 된 현실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그냥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도 편하고, 주변 사람들도 편할텐데 그녀는 그녀 만의 고집을 놓지 않고, 자신의 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학생을 맡기 위해 고집을 부린다. 그리고 그녀의 고집들로 인해 학교에서 파면되는 일이 생긴다. 그녀의 행동들을 보면서 나는 그녀의 선택들이 그녀 내면 세계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을 하지만, 그 최선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현실 세계와 내면 세계의 불일치가 일어나면 내면의 자아는 반드시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실 세계를 어그러뜨리기 시작한다. 제 아무리 깊숙히 남들 모르게 감춰둔 비밀도 자기 자신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몰랐다고 무시한다고 해도, 내면의 자아는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알고 있다는 표시를 하기 위해 온 갖 군상을 만들어낸다. 윤옥의 세계, 윤옥 어머니의 세계를 보면서 그녀들이 선택한 선택들이 결국은 동생을 버렸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내 느낌이었다. 정훈이라는 대학생을 도와준 이유도 동생이 생각나서였고, 국어교사로 반을 맡았을 때 고집을 부린 이유도 동생이 이유였다. 현실에서는 동생을 떠나보냈지만 정작 마음 속에서는 동생이 매일 살아 숨쉬고 있었다는 걸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많이 알게 되어 간다.

우리는 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선택을 하면서 타인에게 상처와 피해를 준 경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있다. 그것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상관없이 적절한 시간에 대가를 치른다. 윤옥이 새벽 예배를 가다가 넘어져서 죽게 된 것도 이제는 몸도 마음도 쉬고 싶다는 마음의 발현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까지 한 건 좀 넘어선 거겠지만, 인간은 다양한 면에서 무의식적으로 대가를 치른다. 그래야만 내면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균형이 맞아지고, 내면 세계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켜야할 세계 책을 보면서 지켜야 할 세계, 지켜내고 싶은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세계는 가족이었고,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가 지키고 싶었던 세계도 가족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녀의 가족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다 몇 년 전 그녀는 내게 나중에 나이들면 시골에 좋은 집을 지어서 같이 살자고 했다. 이상한 감동과 이상한 울렁거림을 동시에 느꼈다. 그게 그녀 내면의 세계를 지키기 위한 발언이었을까. 그녀는 10년 만에 다시 만난 나를 갑자기 친밀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이상했지만 그때는 조금은 좋았었던 것 같다. 이상한 기분을 느끼는 만큼 좋은 기분이 동시에 마음에 들어오면서 나는 현기증을 느꼈다. 가족이 생긴 기분이 아주 잠깐 들었다. 그럼에도 그 가족은 금새 다른 일로 인해 금방 깨져 버렸다. 그녀가 내게 했던 말과 행동들은 과거에 대한 속죄인 동시에 그녀 세계를 지키기 위한 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오늘에야 하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세계와 그녀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새로운 세계가 열린 기분이 든다.

윤옥과 윤옥의 어머니는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하지 않는다. 서로의 세계를 지켜주기 위해 그들은 눈을 감고, 입을 닫지만, 삶을 통해 끊임없이 동생의 흔적이 드러난다. 이미 현실에서는 죽었을지도 모르는 동생이 그녀들에겐 살아 숨쉬며 그녀들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들 역시 자신 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하고 선택을 한다. 사람마다 지켜야 할 세계, 지키고 싶은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인간 군상이 다양한 걸 게다. <지켜야 할 세계> 책을 읽으면서 과거 어머니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그녀가 처했던 현실과 환경에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나쁜 사람 역할을 해야했을 거다. 무능력하고 무관심하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 소리를 들어야하는 남편을 둔 책임감 없는 남편을 대신해 그녀가 세계를 짊어지고 살아내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 때문인지 그녀는 윤옥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간질환을 앓고 있다.

문경민 저자의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깊게 묻혀있던 내 안의 무언인가가 빛을 내며 흩어졌다. 이제는 그 날의 수치심 가득한 나와 굳은 표정의 어머니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각자가 지켜야 할 세계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오랜 만에 좋은 소설을 만났고, 읽을 수 있어 진귀한 시간을 가졌다. 다산 북스 출판사와 문경민 저자님께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를 바래본다. 누군가의 세계를 같이 지켜주는 것이 내 세계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일임을 소설을 통해 깨닫게 됐다. 이제는 과거의 세계를 떠나보낸다. 오늘의 내 진짜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나는 오늘을 사랑하며 지켜갈 거니까. 당신에게도 이 책이 당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되어줄 거라 생각한다. 진짜 나를 만나는 세계, 책을 통해 가볍게 시작해 보자.

#지켜야할세계
#문경민
#다산북스
#사전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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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내게 귀 기울여줄 누군가 - 버거운 마음을 내려놓는 보건소 심리상담실,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김계현 지음 / 마음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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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귀 기울여줄 누군가> 책을 마음책방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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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10. 화. PM 3:30. 기록.

<오롯이 귀 기울여줄 누군가>
를 읽고 기록.

김계현

마음책방

(2023. 10. 22. 일.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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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리 상담을 시작하고 싶은 나에게

요즘 부쩍 심리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이유는 최근 명절을 지내면서 내 세계에 작은 균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스트레스를 피해 식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 구 가족들과 만남이나 대화를 오랫동안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덕분에 과거에 있었던 관계로부터 오는 충격이나 충돌이 없어 마음이 잔잔한 편이었다. 그러다 최근 명절을 대하면서 아직도 내 안에 무엇인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구 가족들과(시댁 포함)의 경험에서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추석 명절이라며 보고 싶다고 연락해오는 구 가족들의 문자를 접하면서 내 세계에 금이 생겨났다. 나는 아직도 내가 세계에 나를 가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구 가족 집단 어느 쪽도 가지 않고 혼자 명절을 보내는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심리학 공부를 하고서야 나는 구가족과 현재의 가족을 분리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내가 자라온 집단과 시댁을 구 가족이라고 부른다). 내가 원하는 선택을 했음에도 나는 아직도 타인의 칭찬에 목 말라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아프게 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받았던 유교 교육의 잔해가 나를 끝없이 괴롭게 했다. 인간에게 인정욕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거겠지만 나는 남들보다 인정욕구가 병적일 만큼 심각했다. 그래서 나를 위한 선택이라고 선택을 하지만, 선택 후에도 옳음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다.

그러던 중 만난 책이 <오롯이 내게 귀 기울여줄 누군가> 책이다. 책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내게 꼭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받고나자 당장 읽고 싶다는 충동에 급하게 읽었다. 원래 여러 권의 책을 나눠서 오랫동안 보는 타입인데 이 책은 급하게 읽어졌다. 목이 말라 물을 연거푸 마시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 된 우리 지역에 있는 정신건강지원센터에 전화했다. 우리 지역에도 정신건강을 위한 공인 센터가 있다니. 마음이 두근 거렸다. 검색 후 바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과 연결이 됐고, 지역에 있는 좋은 1차 병원을 추천 받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정신건강지원센터는 1회성 상담 정도는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상담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속적인 상담과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좋은 병원을 연계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하셨다(보건소에는 상담 선생님이 없으신 것 같았다.). 추천해주신 1차 병원은 약 보다는 상담 위주로 진행되는 정신건강의학과라고 소개하셨다.

과거 살인사건 피해자가 된 덕에 PTSD를 겪었고 정신과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상담을 진행하면서 약 처방 위주로 진행되던 상담을 경험해서 자세히 묻고 또 물었다. 그때 먹었던 약들이 맞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듣다 ''오늘은 약이 더 많아질 거예요." 라는 말로 상담이 종료됐던 것들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나는 상담을 거부했고, 치료를 중단했었다. 상담을 받고 싶지만 상담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 그리고 상담을 중단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나를 좀 더 알기 위해 상담을 해도 괜찮다고 넌지시 말을 건넨다. 상담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겠지만 더 이상 나빠지진 않게 해 줄거라고 말이다. 전문 상담사가 계신 보건소가 우리 지역에 없어서 아쉬웠지만, 이 책 덕분에 1차 병원에 내원해야겠다는 마음이 다시 생겼다.

2. 상담사가 되기 위한 공부는 '나를 이해하는 과정'을 시작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과정'이다.

얼마 전까지 나는 법학 관련 공부를 했다. 오랫동안 법학 공부를 했었다. 한번도 이 방면에서 일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공부를 하면서도 구 가족들(시댁 포함)을 살뜰히 챙겼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해야할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정말 많은 것들을 했다. 덕분에 나는 항상 에너지가 부족했고, 돈과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공부를 위해, 건강을 위해, 미래를 위해 나를 배려해 주지 않았다. 당장 자신의 눈 앞에 놓은 현실들을 해결해 내라고 회유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공포감을 조성했다. 나는 구 가족들을 대하면서 상처투성이가 됐는데 내 상태를 전혀 몰랐다.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떠 맡고 있고, 그것을 지느라 다양한 병들이 발현되고 있었지만 그들 때문이라는 걸 몰랐다. 알 수도 없었다. 마음이야 어떻건 보이지 않으니 그냥 내버려둬도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좋아지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이었다. 그러다 공부를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나는 다음 날이 더 이상 기대되지 않았다. 그렇게 극에 닿은 우울증과 함께 공부를 계속 해 갔다. 해가 갈수록 더 많이 가난해지고, 가족들이 원하는 것들의 허들이 높아졌다. 그리고 그 허들을 뛰어 넘는 일은 나를 파괴하면서까지 이뤄졌다. 어느 날은 내가 내 몸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까지 받게 됐다.

마지막 시험을 보고 난 후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매일 잠만 자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실패로 치닫은 나에게 이제는 대 놓고 상처주는 가족들이 견디기 어려워 만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들도 더 이상 내게 빼 먹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한동안 나를 그냥 내버려 둬줬다. 나는 많이 아팠고, 그 기간동안 내 옆을 지켜준 건 오직 지금의 남편 뿐이었다. 그때 내가 살고 싶어서 한 것이 심리학 공부였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된 건 진작 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진작해서 그때 그때마다 감정의 찌꺼기들을 제거하고 고쳤으면 오늘의 실패도, 감정도 갖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게 됐다. 공부들을 통해 나는 새로운 눈이 떠졌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게 됐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인간에 대해 공부하고, 심리학 공부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그만큼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불어나 할 것이 없는 모든 시간을 심리학 관련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보냈다. 그렇게 지난 날들을 헤집어 파내고, 꿰매고, 찢는 작업들을 계속 했다. 덕분에 해가갈수록 나는 매우 좋아졌는데, 내 상태가 좋아지는 것 같자 다시 구 가족들의 요구들이 시작됐다. 나는 변해 갔지만 그들은 그 누구도 변하지 않았다. 그들이 요구했던 것들이 사실은 누구도 해주지 못해서 내게 요구했던 거라는 걸 알게 되자 분노가 일었다. 그리고 내가 거절하지 않아 요구의 허들이 점점 높아졌다는 게 가슴시릴 만큼 아팠다.

그리고 다소 정상적인 상태로 얼마 전의 명절을 맞이했고, 구 가족들의 '보고 싶다.' 라는 말을 보게 됐다. 그리고 다시 내 세계의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솟아나는 불쾌한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만 있어도 눈물이 나고, 고통스러웠다. 남편을 시댁에 보내놓고 마음이 불편해 하루를 그냥 보내기 어려웠던 나는 명절을 잠을 자며 보냈다. 그렇기 때문에 <오롯이 내게 귀 기울여줄 누군가>라는 책이 생명수처럼 느껴졌다.

지난 2년 동안 심리학 공부를 혼자해 가면서 심리상담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생각보다 나처럼 혹은 그 보다 더 많은 상처를 가진 분들이 많았고,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업계에서 고생 고생하며 상담가가 되신 저자의 말들이 더 많이 와 닿았다. 상담가가 되기 위해 디자이너의 삶에서 상담가가 되기 위한 길로 들어선 저자의 글들이 도움이 됐다. 저자가 얼마나 가난한 상황에서 힘들게 상담가가 됐고, 상담가가 되고 나서도 경제적인, 사회적인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가난한 대학원 생의 공부가 뭔지 명확히 안다. 왜냐하면 나도 가난한 상태로 대학원을 다니고 시험을 치렀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한 후, 최종 시험까지 치르는 동안 삶에서 15년 정도가 훅 하고 날아갔다. 무엇보다 시험이 끝나자 수중엔 돈이 하나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토익 시험비를 내고, 집세를 내고, 생활비를 내고, 책을 사고, 학원에 다녔다. 그리고 대학원 때는 여기에 학자금대출 이자까지 매달 내야했다. 거기에 시험료로만 해마다 100만원 가까이 써야 했다. 삶은 나아지기는 커녕 수렁으로 깊게 떨어지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대학원 친구들과 차 한잔 마시는 것도 부담됐었다. 모임들과 만남을 거의 하지 않았고, 못했다. 그때 구 가족들도 조금은 도움을 주셨는데 돌아보니 도움을 주기는 커녕 준 것보다 열배 이상은 남겨먹는 장사<?>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 그때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지만 심리학과 인간에 대해 무지하니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오늘의 나는 안다. 저자의 가난한 대학원 생활과 어려움, 그리고 취업에 대한 이야기, 처음 시작하고서 시급 이야기들을 보고 나는 마음이 뜨끔했다. 글들을 보고 대학원 학비와 기간을 알아봤다. 대학은 법학으로 나왔으니, 심리학 학사가 필요한데 이때도 방통대 등을 통해 할 것인지 심리학과를 진학해서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단다.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또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걸 명확히 알게 됐다. 나는 그것을 보고 마음을 일단 접었다. 이제는 가난한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게 공부하면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나에게 또 긴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방통대를 통해 심리학사를 취득해볼까했던 마음을 접었다. 책 덕분에 내가 가야할 길을 명확히 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왜 상담가가 되고 싶었는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진득하게 했다. 혹시나 내가 이렇게나 심리학에 정통<?>하다라는 인정욕구의 발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갈 길을 정했다.

이 책을 만나고 오늘을 어떻게 걸어갈지 명확히 노선을 정했다.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 나는 일단 돈을 많이 버는, 안정적으로 버는 직업을 갖고 싶다. 그리고 상담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상담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나라의 상담사님들이 받고 있는 최저 시급보다 적은 월급과 현실들이 내년의 노선을 명확히 정할 수 있게 해 줬다. 저자의 책을 통해 미래를 상담받은 느낌이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마워요.

3. 오롯이 귀 기울여줄 누군가

사람은 힘들 때 옆에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명만 있어도 살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내겐 그런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오늘의 가족이 됐다. 과거야 어땠든 오늘이 행복하니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좋다. 무엇보다 심리 공부를 하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람들은 뒤 없이 낭떠러지로 자신을 밀어서 극한으로 뭔가를 해야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것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뒤가 없이 낭떠러지 앞에 서 있자 강한 마음이 들기는 커녕 매일 밤 두려움에 몸을 오소소 떨었다. 그리고 잠을 자지 못하고, 두려움을 다른 것으로 채우기 위해 눈 앞의 누군가의 책임을 떠 맡으며 현실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람마다 다른 데 천편일률적으로 성공학 책들은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라며 사람을 낭떠러지 앞에 서게 만든다. 그리고 뭔가 간절히 그리고 또 상상해야한다며 그러지 못해서 니가 성공 못한거다라며 또 탓한다.

많이 산 건 아니지만 37년 동안 나름 다사다난한 인생을 경험한 사람으로 한마디 하자면 사람도 사람 나름이고, 책도 책 나름이다. 아무리 성공하고 대단한 사람이 쓴 책이라도 버려야할 것 같은 책이 있고, 대단해 보이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도 보내줘야할 사람이 있다. 책이든, 사람이든 각자에게 잘 맞는 사람에게 보내줘야 한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그것'을 꺼내놓을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는 나를 괴롭히지 못한다. 123쪽'

꺼내고 또 꺼내는 작업을 매일 한다. 오늘처럼 좋은 책을 만나면 직면했어야하지만 직면하지 않았던 것들과 마주할 수 있다. 이 책을 만나고 심리 상담의 재 시작과 미래 걸어갈 길을 정할 수 있었다. 나는 심리학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일단 돈을 안정적으로 벌어야겠다. 그게 내게 가장 최선의, 최적의 길이라는 걸 아니까.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고 싶고, 상담사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하고 좋은 책이다. 그리고 심리상담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 재 시작해야할 사람들에게 마음을 먹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 감정의 찌꺼기들이 하늘처럼 쌓여서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서 상담사를 만나는 불상사를 겪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마음도, 몸도 많이 아프게 되고, 치료하는데 돈도 많이 든다. 그러니 이 책을 정말 미리서 권해주고 싶다. 이렇게 좋은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옥 같은 시간을 보내게 해 주신 마음책방, 김계현 저자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아주 진하게 상담받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과거의 주머니들을 찢고, 꿰매고 약을 바른다. 일어나 있는 순간에도, 잠이 들어 꿈을 꾸는 순간에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를 매일 마주한다. 이제는 온전히 진짜 내 선택으로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도 된다고 내게 용기와 응원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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