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 상처받는 관계에 지친 당신을 위한 애착 수업
미셸 스킨 지음, 이규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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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책을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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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21. 금. PM 2:00.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를 읽고 기록

미셸 스킨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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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첫 장에 '조건 없는 사랑과 지지로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꿔준 그 사람에게 바칩니다.'라는 글이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도 눈물로 베개를 가득 적신 밤들을 보냈기 때문에 조건 없는 사랑과 지지를 해주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고, 이 책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음 장을 펼치면서 이 책으로 지난날의 애정과 관련된 결핍(나만의 역사)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책을 넘겼다. 나도 언젠가 책을 쓰면 첫 페이지에 오늘의 나를 조건 없는 사랑과 지지로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꿔준 내 남편에게 글을 바치고 싶다.라고 적고 싶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갔다.

첫 연애는 언제였을까. 첫 연애는 어땠지?라는 물음이 내게 온 첫 번째 질문이었다. 첫 연애는 불안했고, 두려웠고, 부족했고, 과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동안은 처음이라 서툴렀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의 나와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책을 통해 과거를 바라보니 전혀 다른 관점으로 기억들이 읽혔다. 처음이라서 과했고, 부족했고, 불안했던 것이 아니라 내 안의 핵심 신념이 스스로의 행복을 어그러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날의 연인들이 잘못됐(했)던 것이 아니라, 내면이 불안해서, 아파서, 부족해서였다는 걸 깨달으면서 지난 온 기억들을 책과 함께 다시 읽어갔다. 그리고 지난날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남편을 선택해 만날 수 있었고, 오늘의 행복을 더 깊이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었다.

보통 책을 읽을 때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을 완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이 책도 2주에 거쳐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다. 사실 서평 마감일이 아니었다면 한 달 넘게 이 책만 주야장천 들춰보며 읽었을 것이다. 그만큼 얻을 것이 많은 책이었다. 20대에는 무작정 많이 읽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다독 만을 목표로 책을 읽었다. 시간이 지나고 30대 후반이 되어보니 스스로의 생각과 정리 없이 읽는 다독은 망각에 의해 모두 지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지금은 책을 읽을 때 정말 많은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도 2주 동안 최선을 다해 읽었고, 책과 대화를 진하게 나누는 시간들을 가졌다. 덕분에 지난날들의 연애사를 정리하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내면의 나를 진하게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인지하지 못했던 핵심신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과거의 나를 기준으로 핵심신념들을 파악해 보고, 오늘의 나를 기준으로 핵심신념을 다시 파악했다. 그리고 책 내용에 내 기억들을 적용하면서 읽어갔다. 정말 다행히(?) 불신과 학대 핵심 신념 만 남았다는 것을 알았다(과거의 나는 문제 있는 핵심신념들이 다수 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과거의 내가 상처 입고, 상처 입히는 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다. 지금까지 눈앞에 펼쳐졌던 관계의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나타나기 전 마음에서 모두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책과의 대화를 통해 모든 관계의 행복과 불행이 내 안에서 먼저 이뤄졌음을 인지하고, 받아들였다.

과거의 연애를 되짚어보면서 행복했을 때와 불행했을 때를 떠올렸다. 행복했을 때는 한참 행복했다가 행복이 오히려 불안해서 불행을 자초했고, 불행한 연애를 일부러 택해 불안과 슬픔을 삶에 끌어당겼다. 과거의 나는 내가 관계를 망쳤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상대 연인 탓만 하면서 연애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다 여러 번 비슷한 연애를 거치면서 스스로 관계를 망쳤다는 것을 깨달아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거의 일화들이 아쉬우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행복했을 때 행복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는 것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그 과정들을 거쳤기 때문에 오늘의 남편을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과거의 실패가 없었다면 오늘의 남편을 만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정말 오늘의 남편을 만나도록 잘 떠나주신 과거에 감사한다.

과거의 나는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들을 택해 사랑하고, 희생과 헌신을 통해 스스로를 불행에 빠트렸다. 그리고 상대를 공의존(상호의존관게)의 수렁으로 떨어트렸다(처음부터 의존적인 상대를 선택해 사랑을 시작하기도 했다.). 선택의 결과는 항상 관계의 파괴로 이어졌기 때문에 사랑이 끝날 때마다 깊이 상처받았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도 시작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어제처럼 떠올라서 책의 내용들이 내 이야기처럼 읽혔다.

책을 읽으면서 더 깊이 알게 된 것이 있다. 과거의 내가 비슷한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내게 있었던 잘못된 인식과 부정적인 신념들을 치유하고, 회복해나갔다는 것이다. 상처 입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나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오늘의 남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것을 깨닫고 정말 감사했다. 다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겪었다고 생각했던 과거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과거의 인연들을 떠올리면서 이제는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불안하고, 부족하고, 과했던 나를 오늘의 내가 되도록 만들어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일찍(내가 20대일 때) 이 책이 출판되어 만났더라면 조금 더 빨리 행복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아쉬웠다. 이 책은 내 안에 있는 무의식이 사랑을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게 해 줬고, 자신의 신체적 감각과 마음의 불안을 어떻게 대하고 조절할 수 있는지 알려줬다. 그래서 오늘의 내가 사랑을 선택하고, 사랑을 할 때 총체적으로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생각과 행동 요령을 잡아주고, 알려주는 친절하고 사랑이 많은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덮은 후 사랑에 항상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두려워서 사랑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의 내가 아직도 불신과 학대의 핵심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 책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치료하고 생각하고 행동할지 알게 됐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나처럼 사랑에 상처받고 우는 밤들 없이 사랑받고 사랑하면서 진정으로 행복한 날들을 인생에 가득 채우길 바란다. 우리 이제 행복해도 된다고, 사랑해도 된다고, 사랑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책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는 행운을 누리길 기도한다.

책을 보내주신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 님 감사합니다.

#애착유형
#불안형
#불안정애착
#연애심리
#연애심리테스트
#연애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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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아직도 나는 네가 필요해
썸머 지음 / 좋은생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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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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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글은 <앤, 아직도 나는 네가 필요해> 책을 썸머 작가님으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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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4. 수. PM 3:00.

<앤, 아직도 나는 네가 필요해>

썸머 지음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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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4. 수. PM 3:00. - 2024. 12. 6. 금. PM 2:37. 완독. / <앤, 아직도 나는 네가 필요해> 읽기 시작 / 썸머 지음 / 좋은생각

읽고 기록.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 각기 다른 슬픔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상엔 다양한 아픔이 있고, 그 아픔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꽃을 피워낸다. 그리고 아픔을 가진 사람들 중엔 꽃이 피다가 져버리는 사람들이 있고(져버린 꽃에서 악취가 나기도 한다.), 오히려 더 활짝 펴서 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이 되는 건 사실 굉장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날이 갈수록 깨닫는다. 인간에겐 누구나 아픔과 슬픔이 있지만, 그 아픔과 슬픔을 통해 성장하고 풍성한 꽃을 피워내는 건 굉장히 어렵고, 고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깊은 곳에 묻고, 현실적으로 심리적으로 평생 도피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꽃을 피워내고, 세상에 둘도 없는 하나뿐인 아름다운 꽃이 되어 모습과 향기로 세상을 아름답게 밝히고 물들인다. 그렇게 환하고 아름답고 풍성한 꽃을 피워내고야 만 사람이 바로 썸머다.

자신의 아픔으로 꽃을 피워내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 저자인 썸머를 처음 알게 된 건 우연히 듣게 된 유튜브 채널 덕분이다. 당시(약 3년 전) 나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감정적 늪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그때 할 수 있는 건 불을 꺼둔 방에서 오디오 성경을 듣거나, 유튜브 채널들을(심리 관련한) 아무거나 재생하는 일이었다. 마음이 답답한 느낌이 극단적인 우울한 상태로 이어져 결국 정신건강의학과까지 찾아갔다. 아주 위험한 상태였다. 그 당시 나는 우울증과 관련된 심리 관련 영상을 무작위로 재생하면서 귀로 듣는 일을 주로 했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어려울 만큼 완벽히 마음이 무너진 상태였다.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진 건 둘째 치고라도 스스로부터 멀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나를 용서하지 못했다는 걸 그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그때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안성맞춤으로 내게 '썸머의 사이다 힐링' 채널을 가져왔다. 그래서 그날부터 언제 만들어졌을지 모를 영상들을 하나씩 듣고, 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양이었다. 나중엔 저자의 강의들까지 모두 봤으니, 내가 그녀의 영상과 책을 탐독한 건 엄청난 시간과 힘이 들어갔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사실 나를 위한 일이었으니, 이렇게까지 자랑할 건 아니지만, 그때 나는 하나하나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면서 작은 성취를 쌓아갈 때였으니(들은 것 공책에 적고 동그라미 치기) 스스로 그날들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썸머님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게 된 후 비슷한 영상을 제작하신 분들과 전문가들의 영상을 추가로 듣고, 책을 찾아봤다. 그때부터 나는 방의 불을 켜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성공지향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되지 않은 나를 견딜 수 없었고, 용서할 수 없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사실 가장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는 걸 알지 못했던 때였다. 그렇게 나의 잘못과 나와 관련된 사람들의 잘못을 찾아가면서 천천히 내면을 치료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영상과 강의, 책들을 읽었다. 지금도 그녀의 책들은 가장 중요한 책들로 우리 집 거실에 꽂혀있다. 그리고 그녀가 추천한 책들까지.

처음 내게 경계선이라는 단어를 알려준 사람, HSP, 코디 펜던트, 공의 존자, 나르시시스트,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을 알려준 사람. 그래서 오늘의 나를 만든 일등 공신이 서머님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그녀도 모르는 심리적인 빚을 그녀에게 진 셈이다. 그래서 이번 책도 참 오랫동안 묵상하듯 읽었다. 그동안 맺어 왔던 관계들 속에서 내가 정신적으로 학대받고 있었을지도(있었다는)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법학 공부를 했듯이 순차적으로 내 인생과 우리집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나까지 3대의 인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에 인생을 통틀어 가장 깊이 묵상한 사람이 썸머님이었고, 썸머님의 인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 여행과 빨강머리앤을 담은 그녀의 에세이 집이 궁금했다. 후에 모르게 구입해서 조용히 볼 생각도 했는데, 아주 감사하게 작가님께서 나를 기억해 주시고 보내 주셨다. 정말 여전히 따뜻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앤을 사랑했던 이유는 그 어떤 인생의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상상력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꿋꿋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147쪽.' 썸머님이 왜 앤을 이렇게까지 사랑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나처럼 숨겨진(숨겨진 게 맞을까?) 독자들을 위해 나와야 할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여행을 좋아하고,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초심자에게도 아주 행복한 여정을 마음으로 걷게 해줄 책이다.

썸머님의 글들을 보면서 왜 빨강머리 앤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됐다. 사실 나는 썸머님과 비슷한 연배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빨강머리 앤 만화 영화를 접했었다. 그런데 빨강머리 앤의 외모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끝까지 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썸머님과 반대로 마법 소녀가 나오는 만화 영화만 골라봤다. 내가 보내야 했던 유년 시절에서는 동화 같고, 환상적이고, 현실을 도피하게 해줄 만한 요소들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나는 고아원에서 5살까지 자라다가 나를 원치 않았던 양부모님(아버지 형제분들)에게 입양됐고, 심지어 입양된 곳의 아이들보다 외모가 좋지 않아, 얼굴만 허옇고 주근깨가 가득하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만큼 마른 아이였다. 그러니 내 외모를 아주 충실하게 반영해 주는 앤이 마음에 들 리 없었다. 그때 나는 친인척 사람들이 내 외모가 별로라고 한 만큼(실제로 말할 수 있지만, 내 외모는 괜찮은 편이다.), 스스로의 외모가 매우 싫었던 아이였다. 그러니 예쁘고 아름답고, 환상이 가득한 세계로 떠나는 마법 소녀 물만 골라 봤다. 그리고 어른이 돼서는 얼굴 가득 피어있는 주근깨를 피부과에서 레이저로 지워냈다.

썸머님의 이번 책을 읽으면서 빨강머리 앤의 줄거리와 마지막 화까지 완벽히 완독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앤이 곱고 멋진 데다, 앤을 담은 소설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책이었던가. 내 기억 속 빨강머리 앤은 주근깨 가득하고, 깡마른 데다,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일 뿐이었다(어린 시절 나와 완벽히 외모가 거의 일치한다. 나는 머리색까지 갈색이었고, 자기주장이 강해 얻어맞는 일이 허다했다.). 그런데도 앤은 나와 달리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아이였다. 그러니 화가 나서 앤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썸머님의 눈을 통해 바라본 빨강머리 앤은 진실하고, 현실적이며,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하는 멋진 아이였다. 그리고 앤을 사랑하는 썸머님 역시 그러했다. 썸머님의 어린 시절을 앤의 눈을 통해 다시 바라봤다. 썸머님은 책의 제목을 "앤, 아직도 나는 네가 필요해.'라고 지었지만, 사실 썸머님은 앤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독립적이고 멋진 분이다. 어쩌면 이 제목은 나와 비슷한 심리적 결핍을 가진 분들에게 친구를 소개해 주는 마음으로 지은 것은 아닐까라는 즐거운 생각을 해 봤다. 그리고 안나의 일기에서 안나의 심리, 정신적 친구인 일기장 속 키티 (Kitty)처럼, 앤은 썸머님에게 과거에도 심리적, 정신적 친구였고, 지금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으로 예쁜 친구를 소개받았다고 생각하니 참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

썸머님의 인생을 이번 책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면서 생각한 건, 타인에게 모진 말을 들어도 평생 가슴에 못이 박힌 듯이 먹먹한데, 낳아준 어머니로부터 '머리 검은 짐승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던 딸은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먹먹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고 책을 썼을 때는 분명 자신을 위해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다 스스로의 결핍이 천천히 치유되고, 그 과정들이 비슷한 심리적 결핍과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공감과 치유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나도 치유의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었으니까 참 고마운 분이다.

이번 책 속에서 등장한 사진들과 앤의 소설 배경이 되었던 곳들을 사진을 통해 바라보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갔다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행복이 묻어 있는 곳이구나. 한참 동안 마음이 따뜻했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와 슬픔을 꽃으로 피워냈고, 그 과정과 여정을 앤의 이야기에 가득 담아냈다. 그러니 이 책은 그녀가 피워낸 꽃의 향기가 가득 담겨있다. 이번 책에서 썸머님이 내면 아이를 만나는 과정을 열심히 봤고, 나 역시 나의 내면 아이를 다시 만났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까지 2주 가까이 걸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그녀가 피워냈고, 앞으로 내가 피워낼 꽃을 그렸다. 그래서 책 덕분에 참 아름답고 귀한 시간을 보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현재와 미래에 살고 있고,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자신의 인생을 내어준 사람. 썸머.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책을 덮었다. 언젠가 썸머님이 앤을 찾아 먼 나라까지 간 것처럼, 나도 용기를 가지고 내가 만든 성에서 나와 진짜 세상에 살고 있는 그녀를 언젠가 꼭 만나러 가야겠다. 그녀는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고, 현재를 살아가는 진짜 인물이니까 말이다.

책을 보내주신 저자 썸머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내면 아이를 더욱 깊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앤을 다시 만나게 됐어요. 참 아름답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게 생각해요. 앞으로의 당신의 삶이 아름다운 꽃과 향기가 가득하길.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이 세상 모든 것은 평안하도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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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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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책을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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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를 읽고 기록

엘코시마노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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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책은 엘 코시마노 님의 어쩌다 킬러 시리즈 중 세번째 책이다. 나는 사실 시리즈 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해리포터 책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기다리는 재주가 남들보다 부족해서다. 뭔가 궁금하면 잠까지 설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영화든 드라마든 항상 완결이 난 것들을 몰아서 본다. 그런데 어쩌다 킬러가 된 핀레이처럼 나도 어쩌다보니 시리즈 물의 독자가 되어 버렸다. 시리즈 물인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권을 받았을 때만 해도 한권으로 끝나는 줄 알고 열심히 읽으면서 서평을 준비했는데, 이게 3권까지 이어지다니... 아뿔싸. 라는 탄식을 뱉으며 엘 코시마노님의 세 번째 책을 받았다. 두 번째 책을 읽고 다음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는데 드디어 다음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출판사로부터 받고 정말 반가우면서 애가 탔다.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책은 사실 1권과 2권을 보지 않아도 전작 책들의 내용을 유추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다. 각 책에는 각각 중요한 이야기들을 담아 완성해냈기 때문에 3번째 책을 보면서 1, 2권을 추론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킬러가 된 핀레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재미가 있던지 밤에서 아침이 되었는지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뭔가 어설프고, 부족하고, 삶에 성공 요소가 전혀 없는데다, 아이도 둘이고, 바람난 남편에게까지 버려진 여성이었던 핀레이를 처음 만났을 때 애잔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생각난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애착이 생겼었다. 첫 권을 읽었을 때 내 인생에도 바람이 세차게 불던 때였기 때문에 나는 핀레이가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바랬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어갔던 기억이 남아 세 번째 책을 받았을 때 핀레이가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는지 궁금한 마음이 가장 컸다. 소설속 인물인 뿐인데도 나는 핀레이를 친구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사고처럼 어쩔 수 없이 킬러가 됐고, 킬러가 된 후 전혀 킬러라고 볼 수 없게 뒷 수습만 하고 다니면서 남들을 챙기는 핀레이가 참 안쓰러웠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 들어있는 로맨스도 재미있었다. 액션, 로맨스, 스릴러, 드라마를 한 곳에 모아 독자에게 가득 안겨주는 소설인 엘 코시마노 님의 소설은 새로운 책을 만날 때마다 참 대단하고, 새롭고, 즐겁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이런 내용들을 이렇게 풀어갈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세 번째 책도 정말 재밌게 읽었다. 2권에서 찾지 못해 3권에서 찾아내겠다고 했던 인물인 싹쓸이를 찾아가는 과정도 참 재미있는 지점이었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싹쓸이를 예상하기 어려웠던 것이 이 소설이 가진 엄청난 힘이었다. 많은 인물들 중에서도 전혀 비중이 느껴지지 않았던 인물이 싹쓸이었다는 걸 알고 어쩌면 이 사람이? 라며 의심했던 사람들이 싹쓸이가 아니라서 안도감이 들면서 허무하기도 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전작 책에서 간지러움과 부끄러움, 두근거림을 줬던 로스쿨 학생이자 바텐더였던 남자와 세번째 책에서 완벽히 정리한 것도 아쉬우면서 좋았다. 그리고 세 번째 책에서 드디어 핀레이가 스스로의 행복을 선택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전작에서 로스쿨 학생과의 드라마를 그리다보니 비중이 다소 옅어졌던 섹시한 경찰과의 로맨스가 진하게 이어진 것이 마음에 들었다. 섹시한 경찰관님은 뿌리가 깊고 튼튼한데다 엄청나게 큰 무성한 나무 같은 느낌을 받아서 나는 경찰관님이 좋았다. 어쩌면 내가 핀레이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 책을 읽고, 덮으면서 이제 네 번째 책을 기다려야겠군이라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연재 시리즈 물을 어쩌다 시작한 후 다음 내용이 궁금해 잠까지 못 이뤘던 성격을 가진 내가, 다음에는 핀레이가 또 어떤 모험으로 이끌어줄까라는 두근거림으로 다음 책을 기다린다. 이번 책도 정말 어찌나 재밌던지. 핀레이의 이야기 속에 완전히 푹 빠져서 여행하면서 이 책이 드라마와 영화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기대를 하면서 머리 속으로 상상했다. 그래서 아끼고 아끼면서 매일 매일 책 안으로 여행을 떠났고, 참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무료한 일상에 즐거움과 모험을 가득 부어준 이번 책이 참 고맙고 좋았다. 일상이 무료하고,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게 이 책의 즐거움을 선물해주고 싶을 만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보내주신 인플루엔셜 출판사 님 감사합니다. 다음 권에도 또 불러주시면 너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하하.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책을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당신의비밀을묻어드립니다 #어쩌다킬러시리즈 #로맨스릴러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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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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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6. 토. AM 12:00.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소설가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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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래빗홀로부터 샘플북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게시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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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이 되었고, 맛보기 책이 배송됐다. 아주 얇은 책이어서 홍보 책자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샘플북 앞 부분에 작가 소개와 글을 읽은 분들의 소감과 소설 내용에 대한 질문들이 적혀있다. 나는 소설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31쪽부터 55쪽으로 제공된 소설 샘플을 먼저 읽었다.

읽은 후 앞 부분부터 다시 읽고 소설을 다시 읽었다. 아무래도 맛보기 샘플이라 31쪽부터 55쪽까지 내용 만으로는 이해가 다 되지 않았는데 앞 부분의 글을 읽고 나니 전체 맥락이 어느 정도 잡혔다. 소설만을 처음 읽었을 때 단순한 현대물인가 하고 읽었다가 금세 현대 과학물이면서 미래 세대의 사랑과 외로움,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한 문제, 물질 만능주의, 돈으로 보이는 젊음과 실제 젊음을 살 수 있는 미래의 모습과 부의 양극화 등 다양한 소재를 한데 제대로 버무려 놓은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된다.

소설은 미래 세대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늙어가며 치아를 임플란트로 대체해 가는 것처럼 장기와 피부까지 하나 하나 대체해 나이와 상관없이 젊음을 살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부유하지 않아 구독료를 내기 위해 부유한 사람들을 찾아 애인 역할을 해주는 주인공 삶의 모습을 그린다. 초반부에서 주인공과 임플란트 구독으로 30대의 젊음을 유지했던 120살 서하(그녀)의 이야기로 시작해 독자를 소설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서하는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기억 속에 남겨진 과거를 주인공과 함께 되짚어가며 삶을 천천히 내려 놓는다. 그리고 주인공 곁에서 임플란드 구독료를 더 이상 내지 않고 심정지를 택하고 눈을 감는다. 그녀의 마지막 곁에서 함께 한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주인공이었다. 서하(그녀)는 주인공에게 자신과 비슷한 다음 사람을 찾아 마지막을 지켜달라 부탁하고 자신의 남은 재산이 담인 상자를 주인공에게 건넨다.

지난 번 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해 준 선녀를 위한 변론 책을 읽고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었는데 래빗홀이 또 대작을 물고 와서 내게 알려줬다. 소설일 뿐인데 잔잔한 마음에 파동이 인다. 다음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고 인플란트 구독 기간 만료로 인한 심정지가 된 사람들의 모습과 부유함으로 영생을 산 사람들, 영생을 산 사람들의 곁에서 영생을 함께 누리려는 주인공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리고 부유하지 않으면 젊음과 영생은 이론이 될 수 밖에 없는 미래를 그린다.

나이가 들어도 감정은 늙지 않는다는 말을 소설 안에서 여실히 경험한다. 외모의 변화 때문에 늙음을 인식하고 노화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하는 건 이제 임플란트 구독 서비스 요금을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된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어찌할 수 없는 외로움, 과거에 대한 향수, 권태로움 등으로 오히려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떠나갔고, 자신만 과거의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면서 누구도 채워주지 못하는 감정 속에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에게 주인공 같은 사람은 어쩌면 임플란트 구독서비스처럼 필수적으로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맛보기 샘플 북으로 받아 알게 된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소설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와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소설 속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던진다. 얼마 전 봤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애니메이션이 줬던 묵직한 메세지가 소설 전반에 거쳐 다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든다.

멋진 소설을 래빗홀 출판사 덕분에 즐겁게 읽었고, 새로운 작가님의 글도 재미났다.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다면 앉은 자리서 일어나지 못하고 끝까지 읽거나 반드시 사들고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 소설이다.

샘플북을 보내주신 래빗홀 출판사님 고맙습니다.

래빗홀

@rabbithole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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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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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위한변론> 책을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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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을 읽고 기록

<선녀를 위한 변론> 책은 박진감과 재미를 두루 갖춘 5개의 소설이 들어있다. 한 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다소 짧은 길이에 아쉬움이 생기지만, 이내 또 완전히 다른 세계로 금세 몰입하게 만든다. 오히려 5개의 이야기들에 완전히 매료되어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소설책으로 나는 송시우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됐고, 그 분의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지게 됐다.

1. 인어의 소송

‘원인을 알 수 없는 시간의 균열로 인하여 하이트 왕국 국민들에게 전격적인 관념의 비약이 생겼다.’ 라는 글로 시작되는 하이트 왕국 이야기는 국소적인 오류로 사법 분야에 영향이 생긴 왕국 이야기다. 과거와 현대의 조합으로 이세계물처럼(일본 애니메이션) 느껴지는 소설이다. 어릴 때 동화로 읽었던 인어공주가 등장하고 인어가 물거품이 되기 전 왕자가 살해되면서 피고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과정을 그렸다.

인물들의 특성이 모두 살아있어서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인어가 등장했을 뿐 실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인어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얼마 전 개봉했던 인어공주 영화와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냥 인어공주가 등장했을 뿐이다. 작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어공주를 등장시켜 그동안 꾸준히 억울하게 살아온 인어공주를 드디어 자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사법 체계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비극으로 끝나야했을 인어 공주가 자신의 권리를 찾고, 잃어버린 목소리 등을 찾게 되고,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어 공주는 왕자 살해범이라는 피의자 상태가 되지만, 코난 보다 더 코난스러운 몰트 백작 덕분에 피의자 신분을 벗고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종결된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도대체 피고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고, 각 인물들을 엮어가는 과정이 완벽하게 들어맞아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드디어 물거품으로 사라지지 않고 삶을 되찾은 인어공주를 만날 수 있어 고구마를 마구 먹어 목이 막히던 우리에게 진정한 ‘사이다’를 선사해주는 소설책이다. 즐겁게 읽었고 왕자는 어찌됐든 인어공주의 행복에 박수를 친 시간이었다.

2. 선녀를 위한 변론

동아시아의 작은 반도 국가에 관념의 격변이 일어나 사법 분야 만 비약적 발전을 이룬 고리아 왕국의 선녀 이야기다. 선녀 이야기는 동양의 동화로 아름다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셋 낳으면 본 집인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는 선녀의 이야기가 그동안 왜 안타깝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만든 현대식 동화다. 그동안 나는 선녀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주인공인 나무꾼 입장에서만 선녀가 하늘로 돌아간 후 이야기를 읽으면서 안타깝고 슬펐던 생각이 난다. 이 동화를 다시 읽으면서 선녀의 입장에서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납치를 당해서 어쩔 수 없이 나무꾼과 살면서 그를 사랑하며 사는 구도도 누가 심어준 건지 모르겠다. 하늘로 올라가버린 선녀가 나무꾼을 버리고 가버린 것이 슬펐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위험한 동화를 읽었었다는 생각을 든다. 납치범을 사랑하며 살려면 스톡홀름 증후군과 구원자 증후군 등을 앓아야하는데 그것 까지 다루기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어린이 동화라 무리가 있겠지. 어른이 되고서 <선녀를 위한 변론>책의 렌즈로 과거 어린이 동화를 살펴보니 가슴이 불타듯 뜨끔하다.

얼마 전 뉴스와 기사 등에서 중국 시골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사건들이 생각났다. 중국 시골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를 보고 며칠 잠들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났었다. 중국 시골에서는 결혼하지 못하는 나이든 총각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처녀를 납치, 감금해서 아이를 낳게 하고 시골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탈출하려고 해도 마을 사람 모두가 한 마음이 돼서 도망간 선녀<?>를 다시 잡아온다. 이전에 봤던 그 이야기들이 떠오른 건 사법 분야가 발전한 고리아 왕국에 있는 선녀를 만나고 나서다. 그때 봤던 기사와 영화 내용이 현대판 선녀 이야기처럼 느껴져서다. 겨우 탈출 한다고 해도 잃어버린 시간과 젊음, 얻게 된 마음의 병으로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어찌됐던 함께 낳게 된 아이들 때문에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날개옷을 빼앗긴 현대판 선녀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녀의 인권과 세계를 빼앗는 것도 모자라 시간과 젊음,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고도 나무꾼은 당당하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이웃집 친구에게 자랑하면서 나무꾼이 얼마나 파렴치한 인간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나무꾼과 그 어머니가 한 마음이 돼서 선녀의 뛰어난 능력의 산물인 옷감 짜는 능력으로 노동력을 착취해 먹고 사는데다, 강제로 아이를 낳게 하고 시골에 감금한다. 현대 사법 체계의 시선으로 선녀의 삶을 바라보니 이보다 더 피 눈물 나는 이야기가 있을 수 없을 정도다. 그동안은 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절절히 가슴을 울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였는지 다시 생각하게 할 정도다. 억울하고, 분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를 읽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과거의 선녀는 사법 혜택을 받은 선녀의 이야기를 보고 얼마나 부러울까 싶을 정도다. 물론 고리아의 선녀도 이미 빼앗긴 시간과 건강 등은 되찾을 수 없다. 정신적 위자료를 받기에도 나무꾼 어머니는 너무 가난하고, 자신 밖에 모른다. 하루 빨리 이 집구석을 벗어나는 것만이 답이다.

선녀 이야기 속에서 우연히 선녀 옷감에 튄 나무꾼의 피가 왜 묻게 된 것인지도 천천히 설명해간다. 옷감에 틘 피 때문에 피고인의 지위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지만, 퍼즐을 맞춰가며 선녀의 혐의를 벗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건 이미 찢어져버린 선녀 옷 때문에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비약적으로 발전해 있는 사법 제도 덕분에 살인 혐의도 벗고, 나무꾼의 집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세계를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선녀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능력, 좋은 배경, 젊음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지만 자신 만의 행복이 중요한 나무꾼 덕분에 세계를 파괴당한 선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살인 혐의는 벗었지만 그 이후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인어 공주 이야기처럼 선녀도 살인죄의 피고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이유들이 이야기 속으로 더욱 파고들게 한다. 그리고 선녀가 혐의를 벗어나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럼에도 나무꾼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꼼짝없이 베틀을 짜고, 아이를 낳고, 시어머니에게 구박 받고 살았던 선녀의 수동적인 성격이 안타까웠다. 선녀처럼 수동적인 성격의 사람은 나무꾼이 죽지 않는 한 자신의 상황을 바꿀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성격의 선녀가 나무꾼을 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처녀 납치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선녀의 어린 시절의 교육이 어땠는지 생각하게 됐다. 착한 아이, 성실하고 바른 아이로만 자라서 수동적으로 타인의 요구에 자신을 맞춰 살아왔던 선녀는 어쩌면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어렵고 아픈 환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오히려 착취당하면서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이 화가 났다. 언젠가 볕 뜰 날이 오겠지 라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선녀가 나무꾼의 죽음과 사법 체계의 도움으로 그 집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그 성격 그대로 살아가야한다면 또 다른 나무꾼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럽다. 다음 선녀 이야기가 나온다면 수동적 인간에서 능동적 인간으로 바뀌어가는 과정과 하늘로 돌아가지 못해 지상에서 살아야하는 선녀가 자신의 삶을 파격적으로 아름답게 바꿔가는 이야기도 보고 싶다. 그 과정에서 비약적인 사법 체계의 도움도 같이 그려간다면 진정한 해피엔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며 이야기를 덮었다.

3.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이 이야기는 인정 욕구를 파괴당한 추예나라는 사람이 벌이는 파괴적 성격과 행동을 볼 수 있는 것이 다소 재미가 있었다. 끊임없이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한번 망가진 거 그냥 될대로 되라지 라며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추예나의 행동이 오히려 위안을 주기도 했다.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추예나처럼 내 마음대로, 될대로 사는 사람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제거<?> 대상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시원한 면이 느껴진다. 나도, 이 책을 보는 사람들도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감추며 살아야하는 일을 수두룩하게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펭수라는 캐릭터가 할말 다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인기의 비결이 된 것처럼 추예나의 행동이 너무 과격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시원함을 주는 건 사실이다.

추예나는 머리가 좋은 인물이라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었을 때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사람이 임기숙이고, 임기숙의 반려견인 타미다. 임기숙은 추리에 능한 사람이고, 정신과잉 활동인이라고 할 정도로 생각이 많은 인물이다. 생각이 많아 생각을 거두기 위해 생각을 하는 인물이니, 추예나의 말과 행동을 깊게 추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임기숙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추예나라는 인물이다. 그러니 추예나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것도 사실은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추예나는 철저히 자신의 실익을 따져본 후 그런 행동과 말을 선택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업무 성과도 탁월하며, 개인 능력도 뛰어난데다, 사람을 보는 혜안도 가진 인물이 추예나다. 그런 인물이 과격한 행동을 선택한 건 추예나 만의 계산 법에 의한 결과일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읽었다. 그리고 추예나가 죽음의 위기에 닿았을 때 선택한 인물인 임기숙 역시 캐릭터가 분명한 사람이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등장한 인물, 반려견 타미까지 성격이 분명하다. 임기숙이 추예나를 구출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들과 말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이 글이 정말 짧게 느껴져 아쉬움이 있었다.

4. 모서리의 메리

모서리의 메리 덕분에 삶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서연씨의 이야기가 참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럽다. 반려 동물을 위한 카페의 반려견인 메리와 사장, 그리고 임기숙, 그곳에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보며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가진 사람들이 카페에 오고, 카페 사장님과 반려견 메리를 통해 이야기들이 재구성된다. 이 카페에는 반려견 타미와 임기숙이 또 등장한다. 정신과잉활동인이라고 부를 만큼 생각이 많은 임기숙은 이번에도 역시 부서져있는 반려견 과자와 건너 편 테이블 커플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혼자 추리해낸다. 모든 것을 다 알게 됐고, 알고 있지만 임기숙은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임기숙의 태도를 보는 것도 재미가 있었고, 임기숙의 이야기를 뒤늦게 서연씨 편지를 받고서야 깨닫는 일반인인 카페 사장의 이야기도 재미가 있었다. 임기숙과 카페 사장의 성격이 나와 남편처럼 느껴져서 그들의 사고 과정을 보는 것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던 한 여자의 좌절이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남자의 죽음으로 이를 수 있었지만 모서리의 메리의 선량한 눈빛 덕분에 여자는 삶을 구원 받는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아주 작은 친절과 선량한 말과 행동이 누군가를 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삶이 팍팍하고 어려울수록 우리는 친절한 눈빛만으로 구원받기도 하고 버림받기도 한다. 그러니 타인을 대할 때 항상 말과 행동, 눈빛을 조심해야한다. 모서리의 메리를 보면서 나도 모서리의 메리처럼 따뜻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5.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요즘 세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가 드디어 나온다.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가 분간이 안 되는 요즘 정말 이 이야기 같은 현실이 우리 곳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살인 후 다중인격 인물 연기를 하는 김윤주와 그녀가 지키려고 하는 사이버 세계의 세실리아 황제인 윤다해의 끊겨진 접점이 이어지는 걸 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도대체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두 인물이 살인사건을 통해 연결되고 그 살인사건을 파헤치면서 그녀들의 진정한 접점이 드러난다. 인정욕구의 끝판왕<?>을 달리는 인물인 김윤주가 허벅지를 잘라 빵을 만들어 바칠 정도의 충성을 보이는 인물인 윤다해의 연결점이 도대체 이해가 안 되면서도 이해가 된다. 소속감과 인정, 사랑을 느끼고 싶은 김윤주는 세실리아 황제의 은총을 입기 위해서라면 모든 일이든 불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미 현실세계를 잃어버린 김윤주가 가상의 사이버 세계의 충성도 모자라 현실에서까지 윤다해에게 집착스러운 충성을 이어간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살아갈 수 있는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사람과 살아있기 위해 누군가의 인정이라도 받아야하는 목마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두 인물 모두 애정이 결핍되어있는 사랑에 목 마른 사람들이다. 둘은 서로의 채워지지 못하는 마른 샘을 채워줄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로서 기능한다. 그들의 기능이 결국 살인으로까지 이어져서 안타깝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한번 더 나를 불편하게 했다. 10명 중 1-2명이 소시오패스라고 심리학자들이 분석하는 만큼 세상에 진짜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참 사람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건강해야 건강한 사람들을 삶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서로가 병적으로 끌어들이는 둘의 이야기가 결국 사회의 병리현상을 가져오는 이번 이야기는 오히려 아픈 느낌으로 다가왔다. 소설이지만 과하게 몰입하게 돼서 신나게 읽으면서도 힘든 내용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소설에서만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번 이야기를 덮었다.

6. 이야기를 모두 읽고

5편의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서 송시우 작가님의 이야기에 다시금 감탄했다. 단순히 이야기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들 속에는 다양한 사회 문제, 심리문제 등이 들어 있다. 그래서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소설책이다.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깊게 생각해볼 수 있어 더 재미있었다. 작가님의 필력이 너무 좋아 순식간에 읽은 책이다. 그럼에도 담긴 것이 너무 많아 생각하느라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짧은 이야기들의 후속편들이 또 나와주면 좋겠다. 각 이야기들이 여기서 마무리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야기들이다.

<선녀를 위한 변론> 책을 보내주신 래빗홀 출판사와 송시우 작가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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