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내게 귀 기울여줄 누군가 - 버거운 마음을 내려놓는 보건소 심리상담실,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김계현 지음 / 마음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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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귀 기울여줄 누군가> 책을 마음책방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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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10. 화. PM 3:30. 기록.

<오롯이 귀 기울여줄 누군가>
를 읽고 기록.

김계현

마음책방

(2023. 10. 22. 일.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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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리 상담을 시작하고 싶은 나에게

요즘 부쩍 심리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이유는 최근 명절을 지내면서 내 세계에 작은 균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스트레스를 피해 식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 구 가족들과 만남이나 대화를 오랫동안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덕분에 과거에 있었던 관계로부터 오는 충격이나 충돌이 없어 마음이 잔잔한 편이었다. 그러다 최근 명절을 대하면서 아직도 내 안에 무엇인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구 가족들과(시댁 포함)의 경험에서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추석 명절이라며 보고 싶다고 연락해오는 구 가족들의 문자를 접하면서 내 세계에 금이 생겨났다. 나는 아직도 내가 세계에 나를 가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구 가족 집단 어느 쪽도 가지 않고 혼자 명절을 보내는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심리학 공부를 하고서야 나는 구가족과 현재의 가족을 분리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내가 자라온 집단과 시댁을 구 가족이라고 부른다). 내가 원하는 선택을 했음에도 나는 아직도 타인의 칭찬에 목 말라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아프게 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받았던 유교 교육의 잔해가 나를 끝없이 괴롭게 했다. 인간에게 인정욕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거겠지만 나는 남들보다 인정욕구가 병적일 만큼 심각했다. 그래서 나를 위한 선택이라고 선택을 하지만, 선택 후에도 옳음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다.

그러던 중 만난 책이 <오롯이 내게 귀 기울여줄 누군가> 책이다. 책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내게 꼭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받고나자 당장 읽고 싶다는 충동에 급하게 읽었다. 원래 여러 권의 책을 나눠서 오랫동안 보는 타입인데 이 책은 급하게 읽어졌다. 목이 말라 물을 연거푸 마시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 된 우리 지역에 있는 정신건강지원센터에 전화했다. 우리 지역에도 정신건강을 위한 공인 센터가 있다니. 마음이 두근 거렸다. 검색 후 바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과 연결이 됐고, 지역에 있는 좋은 1차 병원을 추천 받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정신건강지원센터는 1회성 상담 정도는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상담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속적인 상담과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좋은 병원을 연계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하셨다(보건소에는 상담 선생님이 없으신 것 같았다.). 추천해주신 1차 병원은 약 보다는 상담 위주로 진행되는 정신건강의학과라고 소개하셨다.

과거 살인사건 피해자가 된 덕에 PTSD를 겪었고 정신과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상담을 진행하면서 약 처방 위주로 진행되던 상담을 경험해서 자세히 묻고 또 물었다. 그때 먹었던 약들이 맞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듣다 ''오늘은 약이 더 많아질 거예요." 라는 말로 상담이 종료됐던 것들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나는 상담을 거부했고, 치료를 중단했었다. 상담을 받고 싶지만 상담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 그리고 상담을 중단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나를 좀 더 알기 위해 상담을 해도 괜찮다고 넌지시 말을 건넨다. 상담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겠지만 더 이상 나빠지진 않게 해 줄거라고 말이다. 전문 상담사가 계신 보건소가 우리 지역에 없어서 아쉬웠지만, 이 책 덕분에 1차 병원에 내원해야겠다는 마음이 다시 생겼다.

2. 상담사가 되기 위한 공부는 '나를 이해하는 과정'을 시작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과정'이다.

얼마 전까지 나는 법학 관련 공부를 했다. 오랫동안 법학 공부를 했었다. 한번도 이 방면에서 일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공부를 하면서도 구 가족들(시댁 포함)을 살뜰히 챙겼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해야할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정말 많은 것들을 했다. 덕분에 나는 항상 에너지가 부족했고, 돈과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공부를 위해, 건강을 위해, 미래를 위해 나를 배려해 주지 않았다. 당장 자신의 눈 앞에 놓은 현실들을 해결해 내라고 회유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공포감을 조성했다. 나는 구 가족들을 대하면서 상처투성이가 됐는데 내 상태를 전혀 몰랐다.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떠 맡고 있고, 그것을 지느라 다양한 병들이 발현되고 있었지만 그들 때문이라는 걸 몰랐다. 알 수도 없었다. 마음이야 어떻건 보이지 않으니 그냥 내버려둬도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좋아지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이었다. 그러다 공부를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나는 다음 날이 더 이상 기대되지 않았다. 그렇게 극에 닿은 우울증과 함께 공부를 계속 해 갔다. 해가 갈수록 더 많이 가난해지고, 가족들이 원하는 것들의 허들이 높아졌다. 그리고 그 허들을 뛰어 넘는 일은 나를 파괴하면서까지 이뤄졌다. 어느 날은 내가 내 몸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까지 받게 됐다.

마지막 시험을 보고 난 후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매일 잠만 자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실패로 치닫은 나에게 이제는 대 놓고 상처주는 가족들이 견디기 어려워 만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들도 더 이상 내게 빼 먹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한동안 나를 그냥 내버려 둬줬다. 나는 많이 아팠고, 그 기간동안 내 옆을 지켜준 건 오직 지금의 남편 뿐이었다. 그때 내가 살고 싶어서 한 것이 심리학 공부였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된 건 진작 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진작해서 그때 그때마다 감정의 찌꺼기들을 제거하고 고쳤으면 오늘의 실패도, 감정도 갖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게 됐다. 공부들을 통해 나는 새로운 눈이 떠졌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게 됐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인간에 대해 공부하고, 심리학 공부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그만큼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불어나 할 것이 없는 모든 시간을 심리학 관련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보냈다. 그렇게 지난 날들을 헤집어 파내고, 꿰매고, 찢는 작업들을 계속 했다. 덕분에 해가갈수록 나는 매우 좋아졌는데, 내 상태가 좋아지는 것 같자 다시 구 가족들의 요구들이 시작됐다. 나는 변해 갔지만 그들은 그 누구도 변하지 않았다. 그들이 요구했던 것들이 사실은 누구도 해주지 못해서 내게 요구했던 거라는 걸 알게 되자 분노가 일었다. 그리고 내가 거절하지 않아 요구의 허들이 점점 높아졌다는 게 가슴시릴 만큼 아팠다.

그리고 다소 정상적인 상태로 얼마 전의 명절을 맞이했고, 구 가족들의 '보고 싶다.' 라는 말을 보게 됐다. 그리고 다시 내 세계의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솟아나는 불쾌한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만 있어도 눈물이 나고, 고통스러웠다. 남편을 시댁에 보내놓고 마음이 불편해 하루를 그냥 보내기 어려웠던 나는 명절을 잠을 자며 보냈다. 그렇기 때문에 <오롯이 내게 귀 기울여줄 누군가>라는 책이 생명수처럼 느껴졌다.

지난 2년 동안 심리학 공부를 혼자해 가면서 심리상담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생각보다 나처럼 혹은 그 보다 더 많은 상처를 가진 분들이 많았고,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업계에서 고생 고생하며 상담가가 되신 저자의 말들이 더 많이 와 닿았다. 상담가가 되기 위해 디자이너의 삶에서 상담가가 되기 위한 길로 들어선 저자의 글들이 도움이 됐다. 저자가 얼마나 가난한 상황에서 힘들게 상담가가 됐고, 상담가가 되고 나서도 경제적인, 사회적인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가난한 대학원 생의 공부가 뭔지 명확히 안다. 왜냐하면 나도 가난한 상태로 대학원을 다니고 시험을 치렀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한 후, 최종 시험까지 치르는 동안 삶에서 15년 정도가 훅 하고 날아갔다. 무엇보다 시험이 끝나자 수중엔 돈이 하나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토익 시험비를 내고, 집세를 내고, 생활비를 내고, 책을 사고, 학원에 다녔다. 그리고 대학원 때는 여기에 학자금대출 이자까지 매달 내야했다. 거기에 시험료로만 해마다 100만원 가까이 써야 했다. 삶은 나아지기는 커녕 수렁으로 깊게 떨어지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대학원 친구들과 차 한잔 마시는 것도 부담됐었다. 모임들과 만남을 거의 하지 않았고, 못했다. 그때 구 가족들도 조금은 도움을 주셨는데 돌아보니 도움을 주기는 커녕 준 것보다 열배 이상은 남겨먹는 장사<?>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 그때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지만 심리학과 인간에 대해 무지하니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오늘의 나는 안다. 저자의 가난한 대학원 생활과 어려움, 그리고 취업에 대한 이야기, 처음 시작하고서 시급 이야기들을 보고 나는 마음이 뜨끔했다. 글들을 보고 대학원 학비와 기간을 알아봤다. 대학은 법학으로 나왔으니, 심리학 학사가 필요한데 이때도 방통대 등을 통해 할 것인지 심리학과를 진학해서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단다.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또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걸 명확히 알게 됐다. 나는 그것을 보고 마음을 일단 접었다. 이제는 가난한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게 공부하면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나에게 또 긴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방통대를 통해 심리학사를 취득해볼까했던 마음을 접었다. 책 덕분에 내가 가야할 길을 명확히 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왜 상담가가 되고 싶었는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진득하게 했다. 혹시나 내가 이렇게나 심리학에 정통<?>하다라는 인정욕구의 발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갈 길을 정했다.

이 책을 만나고 오늘을 어떻게 걸어갈지 명확히 노선을 정했다.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 나는 일단 돈을 많이 버는, 안정적으로 버는 직업을 갖고 싶다. 그리고 상담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상담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나라의 상담사님들이 받고 있는 최저 시급보다 적은 월급과 현실들이 내년의 노선을 명확히 정할 수 있게 해 줬다. 저자의 책을 통해 미래를 상담받은 느낌이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마워요.

3. 오롯이 귀 기울여줄 누군가

사람은 힘들 때 옆에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명만 있어도 살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내겐 그런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오늘의 가족이 됐다. 과거야 어땠든 오늘이 행복하니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좋다. 무엇보다 심리 공부를 하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람들은 뒤 없이 낭떠러지로 자신을 밀어서 극한으로 뭔가를 해야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것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뒤가 없이 낭떠러지 앞에 서 있자 강한 마음이 들기는 커녕 매일 밤 두려움에 몸을 오소소 떨었다. 그리고 잠을 자지 못하고, 두려움을 다른 것으로 채우기 위해 눈 앞의 누군가의 책임을 떠 맡으며 현실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람마다 다른 데 천편일률적으로 성공학 책들은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라며 사람을 낭떠러지 앞에 서게 만든다. 그리고 뭔가 간절히 그리고 또 상상해야한다며 그러지 못해서 니가 성공 못한거다라며 또 탓한다.

많이 산 건 아니지만 37년 동안 나름 다사다난한 인생을 경험한 사람으로 한마디 하자면 사람도 사람 나름이고, 책도 책 나름이다. 아무리 성공하고 대단한 사람이 쓴 책이라도 버려야할 것 같은 책이 있고, 대단해 보이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도 보내줘야할 사람이 있다. 책이든, 사람이든 각자에게 잘 맞는 사람에게 보내줘야 한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그것'을 꺼내놓을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는 나를 괴롭히지 못한다. 123쪽'

꺼내고 또 꺼내는 작업을 매일 한다. 오늘처럼 좋은 책을 만나면 직면했어야하지만 직면하지 않았던 것들과 마주할 수 있다. 이 책을 만나고 심리 상담의 재 시작과 미래 걸어갈 길을 정할 수 있었다. 나는 심리학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일단 돈을 안정적으로 벌어야겠다. 그게 내게 가장 최선의, 최적의 길이라는 걸 아니까.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고 싶고, 상담사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하고 좋은 책이다. 그리고 심리상담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 재 시작해야할 사람들에게 마음을 먹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 감정의 찌꺼기들이 하늘처럼 쌓여서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서 상담사를 만나는 불상사를 겪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마음도, 몸도 많이 아프게 되고, 치료하는데 돈도 많이 든다. 그러니 이 책을 정말 미리서 권해주고 싶다. 이렇게 좋은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옥 같은 시간을 보내게 해 주신 마음책방, 김계현 저자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아주 진하게 상담받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과거의 주머니들을 찢고, 꿰매고 약을 바른다. 일어나 있는 순간에도, 잠이 들어 꿈을 꾸는 순간에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를 매일 마주한다. 이제는 온전히 진짜 내 선택으로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도 된다고 내게 용기와 응원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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