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 때 - 나이가 들어도 젊어 보이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정이안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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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 때》 책을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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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26. 금. PM 4:46.

<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 때>
를 읽고 기록

지음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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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이제 마흔이 됐고, 나도 마흔이 멀지 않았다. 그래서 <<마흔, 달라진 몸을 되돌릴 때>> 책 제목을 보고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이 도착했고, 매일 조금씩 읽으면서 지난 날들 동안 경험한 건강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건강을 관리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다짐했다. 나는 그동안 나이가 젊었음에도 꾸준히 아팠고, 힘들었기 때문에 나이가 젊다고 건강을 자부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1. 이제는 관리를 시작할 때. (정, 기, 신에 대한 생각)

[한의학에서는 신체 내 수분과 점액 그리고 영양분과 면역물질들을 '진액'이라고 합니다. 노화로 인해 몸 안의 수분이 빠지면 세포 속에 머물고 있던 점액이 줄어들어 몸이 건조해지고 쭈글쭈글해지는 현상을 진액이 고갈했다고 합니다. 진액 고갈은 생물학적 노화를 빠르게 촉진시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정, 기, 신의 균형이 무너지면 진액이 고갈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동의보감> 1권 <내경> 편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이루는 요소를 정, 기, 신 세 가지로 나눕니다. '정'은 구조적인 몸. '기'는 몸과 정신 사이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와 마음, 감정, '신'은 정신, 영혼, 초자아를 말합니다. 사람을 촛불에 비유하면 양초는 정, 촛불은 기, 빛은 신에 해당합니다. - 17쪽]

마흔 무렵의 건강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책을 받고 매일 꾸준히 머리에 입력하듯 읽었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덕분에 저자가 적은 글들이 잘 이해됐다. 그리고 복잡하게 엉켜있던 것들이 한 번에 정리되는 기분을 느꼈다. 저자는 몸과 마음, 정신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설명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 건강, 마음 건강, 정신 건강(영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몸을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마음을 위해 스트레스 근원으로부터 벗어나고, 치유해야 하며, 마음을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챙겨 먹어야 한다. 그리고 정신을 위해 명상을 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총체적인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몸과 마음이 굉장히 아팠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마음과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몸이 건강해도 침몰하는 배처럼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신체를 배에 비유한다면 배에 실어놓은 무거운 짐들과 썩어가는 것들을 버리지 않으면 폭풍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배가 아무리 튼튼하고 좋아도 실은 짐들이 너무 무겁고 썩어가고 있다면 결국 배도 부식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는 튼튼한 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보수하고, 필요 없는 짐들은 버려야 하고, 쥐가 있는 건 아닌지, 벌레가 생긴 건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 마흔의 건강이 남은 평생의 건강을 좌우한다니 경각심이 들었다. 지금의 건강으로 남은 60년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아찔한가.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남은 평생을 지금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말일 수 있다. 경각심을 주며 책은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한다. 지금 건강을 되돌릴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 되돌린 건강으로 남은 60-70년을 젊어 보이는 보이는 것뿐 아니라 실제 젊은 사람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사는 날 동안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몸이 앓는 우울증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 봤다.

2.GMO에 대한

요즘 나는 건강하기 위해 집에서 소소하게 표고버섯과 콩나물과 상추를 키운다. 거실에서 키우기 때문에 그리 많진 않아도 남편과 둘이 먹기엔 충분하다. 직접 기르고, 먹으면서 입에 들어가는 식재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키우면서 알게 된 건 어쩔 수 없이 농약과 같은 약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걸 알게 된다. 벌레가 생기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기 때문에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인간이 먹어도 괜찮은 건지생각하게 된다. 직접 키우면서 나처럼 어떤 모양새를 갖추든지 상관없는 사람에겐 수확양도 모양도 문제없겠지만 키워서 파는 분들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다. 식물을 키우고부터 밖에서 식재료를 살 때 다양한 요소들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됐다. 그리고 책을 읽고부터 GMO 표기를 더 자세히 보게 됐다.

저자가 글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얻으려면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GMO에 대해 알려준다. 그동안 나는 GMO가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봤고, GMO 식재료를 먹은 쥐와 다른 동물들이 독성을 얻고 죽거나 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왜 사람들이 콩나물도, 두부도 국내산으로 키운 콩으로 만든 것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좋은 에너지를 가지지 못하는 건 먹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것도 깨닫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고 난 후 주방에서 사용하는 양념들도 모두 국내산으로 바꿨다. 외국산 제품들은 GMO가 들어갔거나, 들어갔더라도 표기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실제로 요즘 직접 키운 표고버섯과 콩나물을 먹으면서 건강이 정말 좋아졌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에너지가 좋아진다는 걸 매일 경험을 통해 더 깊게 느낀다.

[지금까지 관련 연구를 통해 GMO의 변형된 단백질을 섭취하면 신체 면역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아토피, 알레르기, 알츠하이머병, 장내 유산균 파괴, 자폐증, 암을 포함한 각종 종양, 여성암 중에서도 유방암 등의 발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 131쪽]

3.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저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좋을지 몸에 좋은 식재료들을 구체적으로 하나 하나 알려준다. 나물 중에 어떤 나물이 좋고, 어떤 쌀을 먹고, 어떤 뿌리채소를 먹어야 할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책에 적힌 기를 살려주는 식재료들을 건강하게 먹는다면 몸과 마음 모두를 챙기며 젊은 몸을 갖게 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리고 마음의 병이 건강을 망가트리기 전에 해야 할 것들도 나와 있으니 이 책은 건강 기본서로서 보기에 아주 좋다. 무엇보다 잘 읽히고, 쉽게 이해되고, 매우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다. 책에 적혀 있는 좋은 식재료들을 맛있게 먹으면 나이가 들수록 더 젊어 보이는 외모와 젊은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마흔이 됐거나 마흔 주변 부에 머물러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생활 전반에 변화를 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100세를 사는 세대이기 때문에 마흔이 훨씬 넘어 50대 60대 분들이라도 달라진 몸을 되돌릴 수 있는 참고 내용들이 많으니 나이 상관없이 보면 좋을 책이다. 무엇보다 여성 건강을 위한 내용이 많아서 여성분들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4. 나이가 들어도 젊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흔이 가까워진 나도 이제는 예쁜 것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보이는 외관뿐 아니라 에너지가 넘치고, 활력이 느껴지는 몸과 마음을 갖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천천히 마흔을 준비한다. 오늘의 건강이 내일로 이어지고, 그 내일과 내일이 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고, 기존에 알고 있던 걸 최종 정리한 것들도 있다. 우리는 정보가 쏟아지는 정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쉽게 건강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그 정보가 정확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정보를 습득하고 나누고 정보를 생활에 반영하기 전 이 책을 먼저 기본서로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즐겁게 읽었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도 책에서 말한 내용대로 꾸준히 실행해 볼 생각이다.

좋은 책을 보내주신 더퀘스트 출판사에 감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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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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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 책을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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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23. 화. PM 3:00.

<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
를 읽고 기록

엘코시마노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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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 책을 정말 즐겁게 읽고 글을 적는다. 《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 책은 엘 코시마노 작가의 두 번째 시리즈 책이다. 첫 번째 책을 읽고 너무 재밌게 읽어서 두 번째 책도 꼭 나왔으면 했는데 정말 나왔다. 얼마나 반갑고 신이 났는지 모른다.

1. 진저리와 싹쓸이를 찾는 모험

진저리와 싹쓸이의 정체를 꼭 지켜달라는 서평단 유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이 책 안에 둘의 정체가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열었다. 지난번 1권 책을 정말 즐겁게 (날을 꼬박 새우면서) 읽었기 때문에 이번 책도 많은 기대가 됐다. 어떤 모험의 세계로 또 나를 초대할 것인지 궁금해서 바로 펼쳐 들었다. 작년에 읽었던 책이었는데도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엘 코시마노의 책이 내게 많은 느낌을 남긴 모양이다. 엊그제 읽은 것처럼 소설책 안의 인물들이 문을 열고 뛰어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진저리와 싹쓸이가 누구일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따라가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다. 핀레이와 함께 탐정이 돼서 모험의 세계로 퐁당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더 즐겁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도 탐정의 마음으로 진저리와 싹쓸이의 자취들을 쫓아가면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니, 진저리와 싹쓸이가 누구인지 안 알려줌.

2. 전 남편 스티븐에 대한 이야기

전작에서 스티븐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아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작에선 스티븐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스티븐에 대한 이야기와 사람들의 대화를 보면서 정말 죽어야 할 이유가 100가지도 넘는다는 말이 참 통감된다. 이런 남자와 만나 결혼해 아이를 두 명이나 낳은 핀레이가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핀레이는 소설 속 인물일 뿐이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볼 법한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소위 나쁜 남자에 빠져 결혼했다가 겨우 이혼한 여인의 이야기는 충분히 듣고, 볼 법한 이야기다. 핀레이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가 말미에 아주 약간 등장하는데, 그 부분을 통해 핀레이는 어린 시절부터 애정결핍을 겪고, 가정에서 안정감이 부재했던 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스티븐의 여성 편력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며 나도 좀 스티븐에게 딱콩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나도 충분히 진저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갖기는 싫고, 남주기는 아까운 핀레이의 주변을 맴도는 스티븐이 참 얄밉다.

3. 변호사 남자와 경찰 남자와의 이야기

두 아이의 엄마이자, 이혼녀가 된 핀레이에게 두 남자가 접근한다. 두 남자 모두 너무 핫 <!>하다. 물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래서 어쩌면 더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똑똑하고, 잘생긴, 황금빛 눈동자와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진 예비 변호사가 될 남자와 근육이 두툼하고 다부진 체격에 흡사 젊은 시절의 아널드 슈워게너를 상상하게 만드는 섹시한 경찰 남자가 핀레이의 애정 선에 들어온다. 전작에서 예비 변호사 남자가 얼마나 마음을 간질 거리게 하던지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이번 작에선 예비 변호사를 저 멀리 여행 보내 버리고 진짜 결혼이 가능할만한 경찰 남자를 완벽하게 그려내면서 3-40대 여성의 마음을 완전히 흔들어 댄다. 그리고 전작에선 도대체 융통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혀를 내두르게 했던 경찰 남자가 이번 작에선 사랑에 빠져서 그런지 핀레이에게만은 자신의 신념까지 굽혀 그녀를 지켜준다. 지난 작에선 너무 싫었던 남자가 이번 작에선 얼마나 매력적이던지 나도 모르게 예비 변호사를 날려 <?> 버리고 경찰 남자에게 마음이 완전히 가버렸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든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남자인 경찰의 매력에 폭 빠져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진한 키스 장면 하나 없는데도 마음이 살콩 살콩 흔들리며 간질 한 게 이번 작의 묘미다.

4. 인터넷 세상 속 사람들

인터넷 속에서는 글만 보고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이 참 와닿았다. 핀레이와 베로는 진저리와 싹쓸이를 찾기 위해 인터넷 안에서 단서를 찾지만 쉽지 않다. 여성 전용 사이트였기 때문에 진저리와 싹쓸이를 여성이라고 특정하고 조사를 하지만 이 마저 후반부에서는 무용해진다. 주인공이 진저리와 싹쓸이를 찾기 위해 글을 진행하면서 나도 인터넷 속 사람들을 생각했다. 나이와 성별, 성격, 성향을 글만을 보고 특정하지만 사실 인터넷에선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자신을 꾸며낼 수 있다. 여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남성이었던 경우도 있고, 초등학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인 때도 있었고, 20대 정도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60 대거나, 60대는 훨씬 넘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10대인 경우도 있었다. 인터넷 속 세상에서도 사람들도 그렇지만 사실 실제 삶에서도 우리는 보이고, 들리고, 느끼는 것만으로 사람을 특정할 수 없다. 한 사람을 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진저리와 싹쓸이를 찾아가는 모험을 보면서 앞으로는 그 누구도 고정시켜 특정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5. 다음 시리즈의 시작

다음 시리즈를 알리는 신호탄 격인 메시지를 읽고 책을 덮으면서 다음 책이 벌써 나올 것 같아 마음이 두근거렸다. 나는 그동안 시리즈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해리포터 시리즈도 읽다 그만뒀었다. 그런데 어쩌다 킬러 시리즈를 읽으면서 시리즈 소설물의 진수 <!>를 알아버렸다. 주인공을 따라다니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즐거웠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아닌데도 직접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장에 대한 묘사들과 직접 듣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의 대화가 참 즐거웠다. 다음 편인 3권이 나와도 또 읽고 싶다. 그때도 내게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올까. 싶지만, 오지 않는다고 해도 직접 사서 읽어볼 생각이다.

인플루엔셜 출판사님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한번은살려드립니다
#당신의남자를죽여드립니다
#추천도서
#어쩌다킬러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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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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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6. 토. AM 12:00.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소설가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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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래빗홀로부터 샘플북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게시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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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이 되었고, 맛보기 책이 배송됐다. 아주 얇은 책이어서 홍보 책자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샘플북 앞 부분에 작가 소개와 글을 읽은 분들의 소감과 소설 내용에 대한 질문들이 적적혀있다. 나는 소설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31쪽부터 55쪽으로 제공된 소설 샘플을 먼저 읽었다.

읽은 후 앞 부분부터 다시 읽고 소설을 다시 읽었다. 아무래도 맛보기 샘플이라 31쪽부터 55쪽까지 내용 만으로는 이해가 다 되지 않았는데 앞 부분의 글을 읽고 나니 전체 맥락이 어느 정도 잡혔다. 소설만을 처음 읽었을 때 단순한 현대물인가 하고 읽었다가 금세 현대 과학물이면서 미래 세대의 사랑과 외로움,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한 문제, 물질 만능주의, 돈으로 보이는 젊음과 실제 젊음을 살 수 있는 미래의 모습과 부의 양극화 등 다양한 소재를 한데 제대로 버무려놓은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된다.

소설은 미래 세대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늙어가며 치아를 임플란트로 대체해 가는 것처럼 장기와 피부까지 하나 하나 대체해 나이와 상관없이 젊음을 살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부유하지 않아 구독료를 내기 위해 부유한 사람들을 찾아 애인 역할을 해주는 주인공 삶의 모습을 그린다. 초반부에서 주인공과 임플란트 구독으로 30대의 젊음을 유지했던 120살 서하(그녀)의 이야기로 시작해 독자를 소설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서하는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기억 속에 남겨진 과거를 주인공과 함께 되짚어가며 삶을 천천히 내려 놓는다. 그리고 주인공 곁에서 임플란드 구독료를 더 이상 내지 않고 심정지를 택하고 눈을 감는다. 그녀의 마지막 곁에서 함께 한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주인공이었다. 서하(그녀)는 주인공에게 자신과 비슷한 다음 사람을 찾아 마지막을 지켜달라 부탁하고 자신의 남은 재산이 담인 상자를 주인공에게 건넨다.

지난 번 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해 준 선녀를 위한 변론 책을 읽고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었는데 래빗홀이 또 대작을 물고 와서 내게 알려줬다. 소설일 뿐인데 잔잔한 마음에 파동이 인다. 다음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고 인플란트 구독 기간 만료로 인한 심정지가 된 사람들의 모습과 부유함으로 영생을 산 사람들, 영생을 산 사람들의 곁에서 영생을 함께 누리려는 주인공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리고 부유하지 않으면 젊음과 영생은 이론이 될 수 밖에 없는 미래를 그린다.

나이가 들어도 감정은 늙지 않는다는 말을 소설 안에서 여실히 경험한다. 외모의 변화 때문에 늙음을 인식하고 노화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하는 건 이제 임플란트 구독 서비스 요금을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된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어찌할 수 없는 외로움, 과거에 대한 향수, 권태로움 등으로 오히려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떠나갔고, 자신만 과거의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면서 누구도 채워주지 못하는 감정 속에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에게 주인공 같은 사람은 어쩌면 임플란트 구독서비스처럼 필수적으로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맛보기 샘플 북으로 받아 알게 된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소설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와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소설 속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던진다. 얼마 전 봤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애니메이션이 줬던 묵직한 메세지가 소설 전반에 거쳐 다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든다.

멋진 소설을 래빗홀 출판사 덕분에 즐겁게 읽었고, 새로운 작가님의 글도 재미났다.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다면 앉은 자리서 일어나지 못하고 끝까지 읽거나 반드시 사들고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 소설이다.

샘플북을 보내주신 래빗홀 출판사님 고맙습니다.

래빗홀 @rabbithole_book

#서윤빈소설가
#영원한저녁의연인들
#래빗홀샘플북
#래빗홀서평단
#샘플북서평단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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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배진시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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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3. 일. AM 6:00.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를 읽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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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매일 마음을 정리했다.

2024. 3. 3. 일. AM 6:00.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를 읽고 기록

어떤 글들은 글 하나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의 밤이 필요했는지, 얼마만큼 가슴을 쥐어뜯어야 했는지 모른다. 지난 2년 동안 글을 적으면서 사실 나는 나를 완전히 내려놨었다. 어차피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고, 이제는 될 수 있는 것도, 가질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스스로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으로 시작됐고, 그 이후로도 인생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모든 것들이 내 잘못은 아니라고 다른 곳에 탓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2년 이내 내가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감정도, 몸도 망가진 상태였다. 간절하게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더 이상 스스로 벗어날 수 없고 일어설 기운조차 완전히 사라진 그때야 나는 정신과에 방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잠들면 꿈속에서 내가 내게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된 오랜 벗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살기 위해 그분께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날들을 되밟아가며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세상에 가장 소중한 건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나는 말로는 내가 소중하다고 하면서도 나를 소중하게 대하는 법을 몰랐고, 소중하다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어릴 설정됐던 기본값 그대로, 가족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대로 나를 대했다. 오늘이 돼서야 나는 내가 소중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의 감정을 살피느라 나의 감정을 방치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됐다. 나는 차분하게 내 감정과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드디어.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책을 우연히 어떤 작가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선물 받으면서 나는 그에게 서평 안 써도 되냐고 묻고 선물을 받았다. 서평을 쓰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니까. 책 안에서 나도 모르게 내면의 소리를 찾게 되고, 그것들을 글로 적는 일은 책을 읽는 일보다 열 배 이상 노력이 요구됐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의 소리와 색감을 찾을 수 있어 멈추지 못했다. 그렇게 작년을 서평단에 참여해서 글을 강제로 쓰면서 나름 치열하게 보냈다. 그래도 여전히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 없다고 생각했고, 있었더라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내가 책과 글 속에서 천천히 살아난다.

이 책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표지를 살펴봤다. 거꾸로 그려진 소나무와 하얀색 배경 아래 여덟 명의 입양인 이야기라는 글을 보고 읽기 망설여졌다. 그들의 아픔들이 내 아픔이 될까 두려운 마음이 생겨서다. 그래서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책을 정말 아주 조금씩 읽었다. 책을 읽는데 무려 한 달이 걸렸다. 책을 다 읽은 날 새벽 나는 드디어 숱하게 마음에서 외쳐대던 소리를 찾았다.

그동안 썼던 글 중 어떤 글들은 그 글을 쓰는 데만 삼십 년(30)이 걸렸다. 누가 읽어줬으면 해서라기보다 이제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남기고 싶었다. 혹자는 과거 이야기를 할 때 너무 담담해 보이는 글 속 화자를 보고 내가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제대로 밝혀두건대 나는 단단한 사람이라기보다 인내심이 병적으로 뛰어난 사람이었을 뿐 보통인 보다 감정적으로 아주 여린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 나를 지키기 위해 인내심이라는 방패를 들고 오랫동안 나를 숨겨왔다. 그리고 어떤 글들은 정말 삼십 년이 넘어서야 가슴을 치며 쓴 글도 있다.

세상에서 완전히, 완벽히 보잘것없다고 스스로가 느낀 시점부터 완전히 나는 나를 내려놨다. 그제야 나는 드디어 글을 적을 수 있게 됐고, 그 순간부터 나를 천천히 찾아갔다. 영원히 감춰두고 싶었던 이야기, 감춰야만 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까지 천천히 뱉어냈다. 뱉어낼 수 있었던 건 그 누구도 내 글을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믿음 <?> 덕분이었다.

글을 쓴 건 말로 뱉어내면서 상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말하고 나면 목이 메고, 가슴이 답답해서 오히려 일주일 동안 앓아누웠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때마침 제대로 시작되려던 정신 분석 상담료도 낼 돈이 없었다.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해 준 사람이 있었음에도(아주 운이 좋게 이야기를 들어준 언니가 있었다. ) 나는 그녀에게 속 이야기를 하고 나면 너무 몸이 아파서 자고 또 잤고 죄책감까지 느꼈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나를 숨기고 또 숨겼다. 그러다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었을 때가 돼서야 컴퓨터 앞에 앉았다.

책을 읽어가며 태어나서 처음 만난 사람들을 다시 떠올렸다. 내가 잉태됐기 때문에 함께 살기 시작한 아빠와 엄마, 그래서 가족을 영영 잃었던 엄마를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의 결혼은 그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는 아빠를 만나면서 소중한 구 가족을 잃었다. 나는 엄마의 가족을 서른다섯이(35) 되어서야 만났다. 이 만남도 동생이 외가 식구들을 찾으면서 아주 잠깐 연결됐었다. 그 긴 기간 동안 외가 식구 누구도 우릴 찾지 않았다. 정말 당연하고,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리는 스쳐 지나가도 모를 정도로 오랫동안 남처럼 지냈다. 그랬기 때문에 어쩌면 남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사실 친가도 남이라도 해도 무방할 정도니(차라리 남이었다면 더 다행일지도 모를 일이다.) 삼십 년(30) 넘게 만나지 않은 외가 식구들이래야 말할 필요 있겠나.

8명의 해외로 입양된 입양인 이야기를 읽어가며 다행이다 싶은 사례도 있고, 너무 아프고 속상한 사례도 있었다. 해외로 갔기 때문에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겪게 되고, 만난 가족들이 좋은 사람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오히려 인생이 망가지고 감정까지 부서진 사례도 있다. 어떤 사례 중에는 정말 좋은 가족을 만나 좋은 교육을 받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분도 있었다. 정말 행운이라고 할 만큼 희소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난했기 때문에 너만큼은 잘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낸 그들 부모님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아버지를 떠올렸다.

나도 어린 시절 보육 시설(고아원)에 있으면서 입양인으로서 살게 될 뻔한 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나는 나의 입양도 막았을뿐더러 동생 입양까지 막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그 누구도 나의 생떼와 온갖 행동과 소리 지름을 보고 데려갈 사람이 없었다. 물고, 때리고, 소리 지르고, 바닥에서 구르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아마 나를 보고 나와 동생을 데려가면 인생이 망할 거라고 누구든 생각했을 거다. 그렇게 나와 동생은 무지막지한 내 성격 덕에 지켜지고, 지켜지다 각자의 집으로 배정됐다.

배정됐다고 한 이유는 새엄마가 되신 분이 아버지와 만나면서 네명(4)의 자식을 데려왔고, 그러면서 새엄마가 단 한 명만 키울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동생은 그녀의 입김으로 분리되어 자랐다. 내가 자랐던 아버지의 동생 집은 원래 동생이 자랐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동생이 사람을 너무 피해 다닌다며 나를 강제로 떠맡은 어머니께서 바꿔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번 운명이 바뀌면서 각자의 집에서 자랐다.

해외 입양을 가지 않아 다행이었던 건 타국의 인종차별을 겪지 않았다는 점과 언어로 인한 장벽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내 감정을 이야기하면 맞았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 한국에서 언어장벽을 겪었다. 해외로 입양된 입양인들 이야기들 속에서 그들이 성인이 돼서도 자랄 수 있었던 대한민국이라는 곳의 향수를 갖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뿌리를 갖게 해 준 부모님을 영원히 그리워하면서도 양가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아버지 형제에게 입양되면서 타국살이의 외로움과 대한민국에 대한 향수, 언어장벽을 겪지 않아도 됐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책을 다 읽은 새벽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동생은 나를 만나면 항상 자신이 엄마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엄마가 없는 건 매한가진데 동생은 그래서 당연하게 내가 자신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고,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동생은 내가 그녀를 챙기지 않았을 때 내게 어렵고, 불쾌하고, 아픈 일들을 감당하게 했다. 그 일 중 몇 개는 정말 말도 안 되고,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녀는 당당하게 내가 그녀를 챙기지 않아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그랬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했다.

나는 억울하면서도 동생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일들이 숱하게 반복되자 마음에 앙금이 남았는지 함께 같은 침대 위에서 잠들 때면 꿈속에서도 동생 앞에서 울고, 소리 지르고, 발로 차고 때렸다. 왜 꿈에서 동생을 만나면 때려야만 했는지 그때는 몰랐다.

‘나는 엄마가 없으니까. 언니가 나를 챙겨줘야지.’ 그 말을 들었을 때 예전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내가 동생을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고, 속상하고, 안쓰러웠다. 그래서 유난히 동생에게 약했고, 손해를 보더라도 동생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 전 그 말을 다시 들었을 때 (시험에 실패 후 방구석 폐인이 됐을 때) 나도 모르게 분노의 감정이 일어났다. 나도 저도 엄마가 없긴 매한가진데 왜 동생은 엄마가 없다는 이야기를 굳이 하면서 내게 죄책감을 씌우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그제야 든 것이다. 오랫동안 종교 싸움으로 동생과 연락을 끊었다. 그러다 외가 식구들이 나를 만나고 싶다며 연락해 오면서 동생을 다시 만나게 됐고, 동생은 또 그 말을 내게 했다. 그 말을 다시 들은 날 동생에게 너도 해 준 것 없지 않냐. 내가 힘들 때 너도 마찬가지라며 화를 냈다. 그런 나를 보며 동생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냐며 나를 탓했다.

이 책을 읽어가며 나는 동생에게 왜 죄의식을 갖게 됐는지 드디어 알게 됐다. 왜 나는 동생의 일과 말에 유난히 약하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드디어 찾았다. 책을 읽고 나는 동생과 보육 시설에 있으면서 나뿐 아니라, 동생의 입양까지 막았던 기억을 드디어 떠올렸다. 그 기억 속에서 드디어 죄책감과 죄의식의 근원을 찾았다. 동생이 좋은 곳에 입양됐더라면 지금처럼 이상한 <?> 종교에 심취할 일도 없었을 거고(동생은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친척에게 작업 돼서 오늘도 그 종교에 속해있고, 같은 종교를 가진 가족 구성원과 결혼까지 했다. ),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부모님을 만나 좋은 인성을 가지고, 멋진 인생을 살게 됐을 텐데 내가 그 기회를 빼앗았다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나는 동생에게 숱하게 당하면서도 내가 나쁘다고, 동생을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잘못된 거라고 도리어 나를 아프게 했다.

동생은 내가 살인사건 피해자가 됐을 때도 응급실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 젖어 서 있는 나를 보고 내가 이렇게 된 건 자신의 종교에 오지 않아서 이런 일을 당한 거라며 세 번이나 말했다. 그런 동생의 말에도 나는 오히려 동생이 아니라 내가 이런 일을 당해서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이해 안 되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인물 성격이다. 나는 그날 했던 동생 말들이 나를 걱정해서 그리 말한 거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오늘이 돼서 되짚어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걸, 그동안 동생이 나를 어떻게 나를 대했고, 생각해 왔는지 제대로 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죄책감과 죄의식의 근원을 찾았고, 그 죄책감의 소지자는 내가 아니라 아버지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동생이 입양을 가서 그곳이 좋은 집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걸 이제야 인정하게 됐다. 그러니 동생에게 환상적인 인생이 주어졌을 거라는 것도 잘못된 판단이다. 그리고 성인이 돼서 지금의 삶들을 선택한 건 오로지 동생이었다. 운이 좋아 좋은 부모님이었을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생부처럼 알코올중독에, 폭력적이고, 극단적 나르시시즘을 가진 가족 구성원이 됐을 수도 있다. 다행스럽다고 느끼는 건 오늘의 나도 그렇지만 동생도 아버지에 대한 환상이 없다는 점이다. 나는 오랫동안 동생에게 느낀 죄책감만큼 아버지가 겪었던 어린 시절과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효를 다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받지 못해서 주지 못하는 거라고 내가 많은 사랑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말을 들어도 그에게 사랑의 말을 하고, 그가 원하는 것들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내면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났을 때 나는 완전히 망가졌다. 그제야 아버지와 동생, 나를 키워줘서 고마워해야 한다는 친가 식구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드디어 남들이 보는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오랫동안 꿈속에 갇혀있는 것처럼 살았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이 진짜 세상이라고 생각하며 남을 위해 살았다. 왜 내가 그래야만 행복을 느끼고 살아있다고 느끼는지 알지 못하면서 멈추지 못하는 기차처럼 잘못된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오늘 완전히 모든 것이 멈춰진 오늘들을 살아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제야 숨이 쉬어지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제는 타인의 삶과 감정을 온전히 타인이 책임질 수 있도록 내버려 둘 수 있게 됐다. 누군가를 책임져야만 살 수 있었던 삶에서 이제는 나를 온전히 책임지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 오늘들을 살아가며 만난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책은 내게 죄책감의 늪에서 나올 수 있도록 밧줄을 던져줬다. 이 글을 쓰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이 생각만 정리하는데 2주가 걸린 것 같은데. 지금도 계속 정리 중이다. 가볍게 살자라고 매일 마음먹어도 정신과잉인인 나는 매일 혼자만 있어도 감당할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내 걸음에 맞춰 천천히 삶을 음미하며 걷는다.

이제는 그 누구도 필요하지 않다. 이제는 나에게 내가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니 천천히 내가 나를 아끼는 것만큼 아껴주고 사랑해갈 사람들을 삶에 들여가련다. 앞으로는 모든 선택에서 총체적으로 건강하길 기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앞으로 나는 나와 정말 잘 살아가기로 했다. 그런 오늘에 만난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책은 내게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줬다.

“당신들의 삶과 감정은 이제 당신들이 제대로 책임지고 살아가 주세요. 각자의 삶과 감정을 책임질 힘과 능력이 내게도 당신들에게도 충분히 있으니 까요.”


책을 보내주신 이시헌 작가님 고맙게 생각해요. 이번에 두 번째 책 내신 것 축하드립니다.

#나는거꾸로된나무입니다
#배진시
#책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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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 - 의사, 환자, 가족이 병을 만드는 사회
최연호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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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 책을 글항아리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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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5. 목. PM 03:00.

<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
를 읽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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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5. 목. PM 2:10.

<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를 읽고 기록


<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를 읽고 서평을 시작한다. 이 책을 신청한 이유는 2024년의 1월 한 달을(정말 거의 한 달이었다.) 여러 병원에 다녔고, 매우 아팠기 때문이다. 의료쇼핑이라는 말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좋은 병원이 어딜까를 무척 고민했던 1월을 보냈기 때문에 의료쇼핑이라는 단어가 반가웠다. 책이 도착하자 첫 장을 열어 최연호 의사 선생님의 약력을 봤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신 선생님의 약력을 보자 예전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이 떠올랐다. 나의 20대 전체를 책임져주셨던 주치의 선생님이 소아과 전문의셨고 그분은 코로나 때 병원을 닫으셨다(사실 나이가 많으셔서 언제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 그래서 나는 다른 주치의 선생님을 찾기 위해 감기와 알레르기가 생길 때마다 병원들을 돌아다니고 있다. 약물 알레르기와 매년 늘어나는 음식 알레르기 등 잦은 질병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할 한 분의 선생님을 찾아다니는 중인데 아직 찾지 못했다.

책 내용을 보면 소아과에는 나이 불문하고 전 연령대가 다닐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다녔던 소아과도 한 살 아이부터 팔십대로 보이시는 어르신들까지 전 연령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의사 선생님과 긴 기간 동안 인연을 맺게 되면 가장 좋은 건 의사 선생님이 내 치료 내력과 성격, 성향 등을 보고 통합적인 처방을 내려주신다는 점이다. 그래서 약을 처방해 주실 때도 병이 아닌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 그에 따른 처방을 해 주신다. 지난 10년을 책임져주셨던 박소아과 선생님을 생각하며 책을 열었다. 다시 박소아과 선생님과 최연호 선생님 같은 휴머니즘을 가지신 선생님과 간절히 만나고 싶다.

1. 의학과 인문학적 소양, 같이 늙어(가는) 의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머리 좋고, 공부를 잘하는 분들이 가는 의과대학에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신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치열한 입시 전쟁에 놓여있기 때문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만한 시간이 부족하다(대학원 시절 몇 명의 고3 수험생 과외를 했기 때문에 그들의 하루들을 더 잘 알고 있다. ). 그리고 책에서 소개된 대로 의예과에 다니는 분들 역시 대학 생활과 자격증을 취득한 후 수련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의학적 배움과 피로, 스트레스를 마주한다. 그 고생에 대한 대가 <?>로 높은 연봉과 명예가 주어지지만 10년의 고통에 비하면 다소 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대학 시절 우연히 내 주변엔 의예과에 다니는 분들이 다수 있으셨다. 그래서 그분들의 대학 생활과 평소 생활, 대학 졸업 후 생활들에 대해 알게 됐다. 그랬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시간이 없다는 걸 안다. 물론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주변에 계신 분들은 엄청나게 치열한 하루들을 보내실 때가 많았다. 덕분인지 졸업 후에 좋은 곳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하셨고, 교수가 되신 분들도 있다. 그분들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한 만큼, 노력한 만큼 성과가 주어진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러울 때도 있었다. 직접 환자를 만나고 아픈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멋진지 수포자 만(수학포기자) 아니었으면 나도 의사가 됐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월등한 수능성적이 필요하고, 의예과에 들어가서 엄청난 양의 공부와 기간,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고통의 수련 기간까지 거쳐야 하니 높은 급여와 명예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다. 그리고 의사는 아픈 환자를 만나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소명 의식이 없으면 오랫동안 하기 어려운 직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패치애덤스] 영화를 함께 떠올렸다. 그리고 지난날 만났던 의사 선생님들을 생각했다. 높은 급여가 보장된 직업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1%에 속한다는 분들이 과연 의사가 되기 위해 치열한 현장에 뛰어들까 (수험과 대학 생활, 수련의 생활 등)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문학적 소양만으로는 되기 어려운 직업이다. 그렇다 보니 의학 전문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갖춘 분들을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 <?>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환자는 너무 많고, 그에 비해 필수 학과 선생님들은 너무 부족하고, 업무량도 너무 많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마다 급여가 천양지차고, 어마어마하게 이상한 그레이 페이션츠(회색 환자)도 있다. 그러니 의사가 된다고 만고 땡(온갖 괴로움을 뜻하는 ‘만고’와 끝이라는 은어 ‘땡’의 합성어, 자신을 힘들게 했던 괴로움이 끝났을 때 쓰이는 말 : 네이버 국어사전)이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일부 의사 선생님들은 환자의 눈도 보지 않고 말만 듣고 1-2분 처방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나 보다. 나도 1시간을 기다려서 1분 처방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차라리 AI 의사에게 처방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여러 번 약 부작용도 겪었다. 환자의 과거 병력 이력에 전혀 관심이 없고, 단순히 질병 증상 만을 보고 처방된 약에 부작용을 겪으면 고통은 온전히 환자 몫이 된다.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이후 다행히 아주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 그분과 10년 이상을 함께 했었다. 함께 늙어가는 의사 부분을 보면서 다시 함께 늙어가며 만날 수 있는 선생님을 고대하게 된다. 단순히 의학책에 나온 대로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에 따라 통합적인 처방을 내려주시는 진짜 의사 선생님을 다시 만나고 싶다. 이제는 은퇴하신 박소아과 선생님을 생각하며 나는 아직도 그분이 그립다.

2. 항우울제 실험

74개의 항우울제 임상시험에서 23개는 발표되지 않았다고 한다. 23개 중 22개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낸 연구였다고 하니 효과가 있다고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얼마나 믿을 수 있고 믿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수많은 의학 지식을 유튜브와 인터넷 글들을 통해 찾아볼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소음에 노출된다. 어딘가 아프면 찾아보게 되고 스스로 처방을 내리고, 건강을 돌보게 되지만 그것이 정말 믿을 수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나의 질병에 대해 유튜브 50여 개 영상을 찾아보더라도 의사들의 말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가끔은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이 있을 때도 있다(비타민 C만 해도 그렇다. ). 그럴 때 환자는 자신이 믿고 싶은 편향대로 정보를 선택하고, 지식을 축적한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그렇다고 환자가 의사를 만난다고 해서 완벽한 방책 <?>을 찾을 수도 없다. 때에 따라선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고기 마냥 1시간 넘게 줄지어 기다리고 겨우 1분 진료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상에 따른 처방을 받고 오히려 건강을 망치신 분들도 다수 있다.

시대마다 의학과 과학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계속 바뀌고 있고, 의학과 과학은 끊임없이 전 세대를 비웃듯 새로운 치료법과 진실을 드러낸다. 그러니 오늘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믿었던 것도 완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먹었던 것들이 칼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 부분들을 읽으면서 환자인 내가 건강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할 것에 대해 고민했다.

3. “아이 구토에 놀라 응급실에 갔더니 변비였다고?”

아이 구토에 놀라서 응급실에 갔더니 의사가 변비였다고 변비약 처방을 했다는 글을 읽고 생각했다. 나도 과거에 변비약 처방을 받고 1달 동안 열심히 내용물을 빼내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비가 아니라 다른 문제였을 수 있다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심리적 원인으로 정말 화장실에 거의 가지 못해 심각하게 빼내야 할 상황이었다. 사진상으로도 들어찬 내용물이 단면과 양면으로 봐도 심각했다. 나는 화장실에 거의 가지 못했는데 그것이 심리적인 원인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게 됐지만, 그 당시엔 왜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장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문제 때문에 병원에 자주 갔고, 그 때문에 만성 장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 가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만난 분이 박소아과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나는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만성 변비, 만성 장염, 만성 염증으로 인한 비염 등의 증상들을 모두 잡았다. 나처럼 운이 좋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이 부분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일부 사람들은 최연호 선생님 같은 분들을 만나지 못해 오히려 더 큰 병을 얻게 된 경우가 많을 거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나도 종국엔 크론병을 앓게 됐을지도 모르니 정말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만성 알레르기 때문에 눈앞이 완전히 어둠으로 바뀌고 여러 번 쓰러지다 1차 의료원인 박소아과에 갔을 때 선생님은 당장 큰 병원에 가라고 하시면서 내게 말씀하셨다.

“자네는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웃고 있잖아. 그게 자네 성격인 거야.”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큰 어려움을 겪어도 웃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아무리 아프고, 슬퍼도 웃는 가면을 쓰고 살았다(지금도 나는 큰일을 겪어도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 그러던 중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 질병이 아닌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난 많은 병들을 고칠 수 있었다. 배가 아프더라도 단순히 장 문제가 아니라 기능과 성격, 성향 전체적으로 봐주는 의사 선생님이 많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할 때가 참 많았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장 질환이 단순히 장 질환 문제만 아니라는 것, 구토를 한다고 변비가 아니라는 것도 생각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4. 두려움에서 파생된 수많은 증상, 의원병과 신체화 증상

[신체화 증상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123쪽]

질병이 아닌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들을 겪어보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게 된다. 질병이 아닌데도 증상들이 신체 전반을 침범해 환자에게 고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도 질병인 줄 알았던 대부분이 신체화 증상이라는 것을 오늘에야 알게 됐다. 과거 질병이라고 생각하고 병원들을 전전하면서 나는 정말 많은 약을 먹었다. 의사 선생님마다 만성 질병에 부신 피질호르몬제를 처방해 주는 바람에 나중엔 스스로 스테로이드를 제거하고 먹어야 했다. 항생제도 너무 많이 처방받아먹은 덕분에 간 수치와 신장 수치까지 높아졌다. 덕분에 방광염으로(이것도 신체화 증상이었다. ) 오랫동안 항생제를 먹어야 했을 때 신장내과 선생님께서 신장 수치 때문에 걱정하셨다. 그럼에도 일부 의사들은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약만이 답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 질환들은 전혀 낫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졌고 몸이 항생제와 오남용 된 약들로 오염됐다. 만성 질환에 단기간만 먹어야 할 약을 무작위로 처방하니 의사는 화타가 되어 있고, 환자는 더 많은 질병의 늪에 빠지게 된다.


언젠가 피부 증상이 있어 피부과에 갔다가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를 받고 그걸 다른 약으로 대체해 줄 수 없냐는 말을 했다가 1시간 가까이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던 적이 있다. 그분께 나는 다른 병원에서도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를 받아먹고 있어 피부약까지 스테로이드를 먹는 게 부담된다고 했다 (거북목 때문에 받은 약 안에도 스테로이드제가 있었고, 장염, 감기약, 방광염으로 받은 약에도 스테로이드가 들어있었다. ). 의사 선생님은 자신이 준 스테로이드 약은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고, 자기도 먹고 있다고, 종국엔 자기 권위에 도전한다며 화를 냈다. 나는 한참 그분이 하는 말을 듣다 화 한번 내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나왔다. 환자의 상황을 듣지 않고 자기의 권위만을 내세워 약을 처방하고 환자에게 강제로 먹이려는 의사를 만날 때 처방에 따른 부작용을 그분이 모두 책임져줄 거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신체화 증상이라는 걸 조금만 물어도 알 수 있었을 텐데(나는 모르더라도) 그분은 의예과 시절 배웠던 책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내게 더 많은 약을 처방했다. 물론 나는 그 약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그분을 찾지 않았다. 그분이 그레이 닥터 건 말건 그레이 페이션츠가 되고 싶진 않았다. 어쨌든 의료 현실에서 마주하는 소수분들 중 내가 만났던 분과 같은 분들도 있다. 그리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언제나 내 문제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한다. 처음부터 여러 가지를 묻고 환자에 따른 처방을 내려줬다면 모두가 윈 윈 했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환자는 다른 병원에 가면 되니까 상관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화려한 약력과 일부 좋은 소문만 듣고 그 의사를 찾은 환자들은 또 다른 질병을 얻어가게 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 그레이 페이션츠와 그레이닥터

[그레이 페이션츠 :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어서 본인의 손익 계산에만 급급함, 진료 행위를 도구 삼아 이득을 보려고 함, 의료를 자판기처럼 여겨 비용 대비 효율성만 따짐

그레이 닥터 :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어서 본인의 손익 계산에만 급급함, 진료 행위를 도구 삼아 이득을 보려고 함, 의료를 자판기처럼 여겨 비용 대비 효율성만 따짐, 의학 지식만으로 환자를 봄 – 256쪽]

그레이 페이션츠 내용을 볼 때 나도 충분히 경계선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레이 페이션츠 덕분에 좋은 의사 선생님들이 의료 현장에서 사라지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필수 의료 과에서 선생님들이 사라진 것도 그레이 페이션츠 때문이다. 의사의 권위에 도전하고 자판기처럼 자기가 원하는 결과만을 내놓으라며 소리치고, 안 되면 소송까지 불사하는 그레이 페이션츠는 어디에나 있고,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 의사 선생님들의 목을 졸라댄다. 그레이 페이션츠 건, 그레이 닥터 건 사람이기 때문에 어디에나 있는 소수 사람들 때문에 의료 현장이 회색 제대로 변한다. 그래서 진짜 아픈 사람들에게 좋은 의료가 돌아가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참 안타깝다. 나도 어쩌면 소수 의사 선생님들에게 1분 진료를 받고 차라리 이러려면 AI에게 정보를 입력한 후 약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 그레이 페이션츠가 족히 되고도 남을 수 있겠다는 반성이 든다.

아프지 않은데도 아프다며 병원을 쇼핑 삼아 다니고, 자신의 목적에 의해 주변 사람들을 아픈 사람으로 만드는 뮌하우젠 증후군과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의 사람들을 의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전문가들은 의료 현장이 짜증 날 법도 하다. 그리고 그레이 닥터를 만난 환자들 입장에서도 의료 현실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조심하면서 경계를 넘어서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언제든 그레이 페이션츠가 될 수도 있으니까. 좋은 환자가 되기 위해 마음을 곱게 다져야겠다. 그레이 닥터를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많은 분이 그레이(Gray)가 아닌 그레이트(Great) 닥터라는 믿음을 갖고 나는 오늘도 병원에 간다.


6. 의학의 미래

어쩌면 가까운, 먼 미래에는 AI 닥터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그레이트(Great) 닥터는 더욱 존귀해서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AI가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증상에 따른 처방밖에 할 수 없을 거고, 책에 서술된 대로 오히려 병이 아닌 것까지 짚어내 병으로 만드는 일도 생길 테니 말이다. 그레이트 닥터는 AI를 지도하고, 인공지능이 볼 수 없는 환자의 신체화 증상, 의원 병 등 성격, 성향, 정신적 문제에 따른 증상까지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니 그에 따른 진정한 처방을 내리고, 인공지능을 지도하려면 그레이트 닥터는 먼 미래에도 필수적인 인력으로 남아 미래 의료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의료 질과 서비스가 높아질 거라는 기대도 든다. AI 가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볼 수 있는 의사라니 얼마나 멋진 의사 선생님들이 더 많아질지 기대된다.


책을 읽고 나는 최연호 선생님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분의 전작들을 찾아봤다. 이 책을 읽고 전작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 가까운 미래, 먼 미래에도 최연호 선생님 같은 분들이 의료 현장에 많이 계시길, 그레이트(Great) 닥터이신 최연호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책을 보내주신 글항아리 출판사, 저자이신 최연호 선생님, 서평단에 선정해 주신 인디캣님 고맙습니다. 좋은 책을 만나 즐거운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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