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 라면 교양 시리즈 (시즌2) 1
박윤영.채준우 지음 / 뜨인돌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는 좀 더 알고 싶고 이해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솔직하자면 몇 십년을 살아와놓고도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인으로 말해야할지, 장애우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언제는 장애우란 표현을 쓰는게 좋다고 했다가 또 언제는 옳지 않은 표현이라고 해서 검색을 해봐도 결과가 답변 마다 갈리고 어디에 물어볼 데도 없어 때로는 얼버무렸다. 이밖에도 불쌍해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까봐 시선을 두게 되는데 그게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지,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약간의 친절이 도움이될만한 상황에서도 먼저 의사를 내보이는 것이 오지랖이고 무례일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이란 책을 보고는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조금 더 알게 되면 이해의 폭도 그만큼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런데 그 마음이 얼마나 유지되나면, 바로 그 제목과 표지를 봤을때까지 정도였다.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마음이 불편해지고 갑자기 아무 말이나 변명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책의 반의 반도 읽지 않은 순간이었다. 알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이해를 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그저 호기심이었을까. 실망감과 당황, 복잡함이 뒤섞여서 책을 읽었다.


 생각해보니, 평소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디에 물어볼 데도 없'었다는 이 말이 그만큼 분리된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는 분명 인지하고 있지만 문제 삼지 않는 경사로가 구비되지 않은 계단과 이리저리 끊겨있는 점자블록.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이나 각종 제품들에 점자 표시가 되어있었던지 그 필요성 조차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날들이 그 증거이다. 특히 이 중 최근에 알게 되어 놀랐던 것이 시각장애인들이 가게에 가게 되면 상품을 복불복으로 골라야 하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 나 다시 찾아봤는데, 몇년전부터 문제제기가 되어 지금은 점차 점자표기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함께 살기는 효율이란 항목 아래에서 타협을 하고 배제된다. 책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이지만(204) 지하철에서 진행됐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가 한창 뜨거운 감자일때 대부분의 목소리는 비난조였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손해를 겪었기 때문에 불만이 컸으리란 점도 이해한다. 한편으로는 온건한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면 누가 알아주고 들어주었을까 하는 의문과 그때 겪었던 늦어짐과 불편을 필수적으로 감안하는 생활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이 한구석에 남았다. 두 입장을 모두 생각하면서 한쪽에 속해있는 자신의 편리함과 이익에서 좀처럼 눈길을 떼지 못하겠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어쩌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시선에 놓여져있는지 모른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을 다수의 기득권이 불편을 겪지 않고 이익을 조금이라도 뺏기지 않으며 양심이 찔려 기분 상하지 않는 선에서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적이고 불편한 사회 통합의 반발세력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목소리를 낸다면 듣지도 신경쓰지도 않고 늘 그렇듯 묵살되고 배제될 것임에도, 지금껏 그랬던대로 있기를 압박한다. '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을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하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내 손에 들려진 이익이 얼만큼 되는지 헤아려보는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감상이 궁금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수바의 가을바람 불어라 나의 수수바 3
조미자 지음 / 핑거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노란 코트를 입어야지.

은행잎이 하늘 가득 떨어지는 날에는

내가 제일 커다란 은행잎이야. "


 가을에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라 '수수바의 가을바람 불어라'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전에는 자주 동화책을 읽곤 했는데 요즘은 때때로 시간을 내어 청소년 도서를 몇 권 찾아보는 정도로 관심의 폭이 줄어든 것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더이상 아이도 청소년도 아니면서 왜 굳이 다른 연령을 대상으로 한 책을 읽으려고 하냐면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감동과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좀 더 간결하고 쉬운 말로 되어있는 이야기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온전히 읽어내면서 새로운 자극을 갖게 되는 점도 좋다. 그래서 가을을 맞은 수수바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수수바의 가을바람 불어라'의 그림은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다. 내 어린시절에 봤던 동화책 그림같았다.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3D로 만들어져서 특유의 배경과 따로 노는 느낌, 입체감이 들어 2D 만화 세대인 나에겐 좀 어색하다. 단어도 3D 애니메이션과 2D만화로 구분지어 불러야 될 것 같다. 나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동화책도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전판의 수요가 있기도 한데 수수바를 보면서 반가움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수수바의 그림이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옛날 느낌이란 것은 아니다. 알록달록한 가을색도 가득하고 살짝 거친 표현도 귀여워서 새로운 독자들의 마음에도 들 것이다.


 수수바의 이야기를 지금은 계절별로 만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소재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각각의 얇은 책이 아닌, 하나의 책으로 모아 묶어서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 한권의 책 안에 다채로운 색과 이야기를 담은 수수바 시리즈가 나온다면 아주 매력적인 책이 될 것 같다. 비와 바람이 거센 11월의 초입부터 떨어져버린 단풍이 아쉽다면 수수바의 책장안에 담겨진 가을바람으로 단풍을 맞이하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직 워드
조나 버거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을 쓸 때 피하려고 하는 표현들이 있다.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만큼 습관이 되어 잘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긴 한데, 하나는 '~하는 것 같다' 이고, 다른 하나는 외래어 표현이다. 물론 이 밖에도 더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모든 것을 고려하면서 글을 쓰려고 하기엔 의지도 능력도 약하다. 책을 읽고 나면 가급적 서평을 써서 기록을 남겨두려고 하는데 어떤 책에 대한 감상을 글로 남기면서 확고한 끝맺음을 하기는 쉽지 않다. '매직 워드'를 읽으며 기대한 것은 나의 감상을 좀 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였다. 특히 책의 띠지에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설득자가 될 수 있을지 알려주는 놀라운 책-다니엘 핑크' 란 문구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책에서 다루는 여섯 가지 유형의 매직 워드는 1 정체성과 능동성을 북돋우는 단어, 2 자신감을 전달하는 단어, 3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데 효과적인 단어, 4 구체적인 내용을 나타내는 단어, 5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 6 유사성(과 차별성)을 활용하는 단어를 말한다. 이 여섯 유형의 매직 워드에 대해 살피면서 가장 먼저 반가웠던 것이 '2장 자신감을 전달하라' 부분이었다. 처음 글을 쓸 때 신경쓰고 있다고 꼽은 습관 중 하나인 '~하는 것 같다'는 표현은 보통 내 생각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써왔다. 이는 2장의 내용과 겹쳐 있어서 특히나 유심히 읽었고, 가끔은 번거롭게 생각되는 이 작은 차이를 왜 신경써야 하는지 한꺼풀 더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4번째 유형의 매직 워드도 인상적이었다. 전에 다른 책의 서평을 쓰면서도 적었지만 글을 쓸 때 대상을 정확하지 않은 표현으로 넘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나무의 이름, 식물의 이름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저 숲에 나무가 있었다, 좋은향기가 났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기 보다 나무와 꽃의 이름을 알고, 향기도 어떤 향기인지 알고 구체적으로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구체적인 언어를 활용하라'는 4장의 내용은 같은 지점을 짚어내고 있어 신기했다. 어떤 상황에서 효과적인 작용을 하는지, 어떤 표현이 덜 구체적이고 더 구체적인지 직접적으로 표를 제시한 점, 반대로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더 좋은 상황에 대한 예시 등이 함께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말과 글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게 될 만한 면이 있는 책이다. 솔직한 생각으로는 제목이나 표지에서 느껴지는 계발서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개성이 입혀졌다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만한 책일 것이다.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는 않아야 하지만,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서는 디자인이 갖춰진다면 겉도 내용도 더욱 설득력이 생기지 않았을까. 흥미롭게 읽은만큼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내용은 아쉽지 않으니 읽어봐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 소녀를 만나다
이영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멍청이는 나다. (152) "


 단 한 줄로 한 쪽을 전부 채워낸 문장이 가장 인상깊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멍청이가 된 줄도 모르는 혹은 알고도 어쩔 수 없이 멍청이가 되어버리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 아쉬운 순간이 하나도 없이 완벽한 연애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서투르고 혹은 세련되지 못해서일지 모르지만 진심이었던 순간들에는 언제나 멍청했던 내 모습이 있었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는 그런 멍청했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다.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읽다보면 이상하게 공감된다.


 앞에 써둔 짧은 문구는 #17 멍청이 내용에 나온다. 거기엔 " 그 남자애가 그애를 향한 마음을 학원 남자애들 앞에서 드러냈을 때, 그는 그애에게 접근할 수 있는 독점적 자격을 학원 남자들로부터 얻은 셈이었다. 그건 우리의 암묵적인 룰이었고, 누구나 아는 그 룰을 어기는 것을 무리는 좋아하지 않았다. '나도 그애가 좋다'라는 단순 명쾌한 명분을 나는 그 완고한 룰 앞에서 내세우지 못했다.(156) "는 내용이 나오는데, 다른 친구가 먼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공표하고 나면 어쩐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 어려워지는 미묘한 마음과 분위기를 잘 드러내 그게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뭐라고, 싶은 작은 행동들이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던 때를 하나씩 솔직하게 보여준다. 보고도 알은 체 인사를 건네지 못했던 날, 어떤 말로 고백해야 할지 실없는 고민을 나누던 날, 속마음과는 다른 모난 말만 하던 날, 작은 친절에 큰 의미를 부여하던 날, 모른 척 속마음을 떠보고 싶던 날들이 그림과 글로 펼쳐진다. 조금 간지럽고, 손과 발도 한번씩 접었다 펴주고, 잊어버린 척 살았던 누군가의 얼굴과 목소리를 떠올리다 보면 순식간에 마지막 책장에 다다른다. 어쩌면 책을 읽는 시간보다 혼자서 속으로 되뇌이는 추억들이 더 오래도록 이어졌는지 모른다.


 이 책의 가장 재밌는 부분은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데 작가의 말에 있다. " 좋아했던 소녀를 그리는 내게 "걔의 어떤 부분이 좋았어?"를 묻지 않은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189) "라고 적혀있는 부분이었다. 이 도발적인 문제작을 그리는 동안 장난으로라도 저 질문을 하지 않은 데에 감탄과 웃음을, 또 기어코 소녀들을 그려낸 의지와 용기에 웃음을 보내며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머리속에 떠오르는 과거들도 함께 다시 저편 어딘가로 덮어두기로 한다. 내일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청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 모두 소년/소녀의 마음으로 내일은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 - 80대 엄마와 50대 딸의 한 지붕 남남생활
신연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여서 어떤 선택이 가장 완벽한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선택은 불완전하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선택 뒤에 따라오는 결과에 대해 최선을 다해 감당하고 책임지는 것에서부터 진짜 삶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 (30)"


 목소리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80대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비혼인에 대한 그릇된 발언을 꼬집어내는 비판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엔 좀 당황했는데 잠시 생각해보고 이내 수긍했다. 적령기라 생각되는 시기부터 저자의 지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말들이 자주, 또 반복적으로 전해져왔겠는가. 그나마 비혼과 1인 가구가 이정도의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게 된 요즘에나 실례와 이해를 의식이나마 한다. 그러니 비혼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 하하호호 말랑한 일화가 놓여져있을거란 예상이 엇나가도 어쩔 수 없다.


 " 지난번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 갔을 때, 엄마와 산책을 나갔다가 어떤 할아버지가 혼자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을 봤다. 특별히 즐길 거리는 없어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집에 혼자 우두커니 있는 것보다 저분에게 더 나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엄마와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125)"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 나이 먹는 일이 가장 무서울 때가 새롭고 멋진 경험이 생기면 그게 젊은 사람들에게 어울려보인다는 생각이 들 때다. 나 자신에게 제약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도 편견 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요즘 나잇값이라는 것에 고민할 때가 있는데 나이 먹은 만큼의 어른스러움과 걸맞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부딪히곤 한다. 저자가 탱고를 배우려고 했을때 나이제한이 있는 것을 보고 '물 흐리는 나이'가 되었다(124)고 했는데 차갑고 뾰족하게 찔러오는 표현이었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고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하는 것일까 한참동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중에 주변인들을 만나 한번씩 물어봐야지 마음 먹었다.


 저자가 여든이 넘은 어머니와 함께 살기 때문에 병간호라던지, 노후 돌봄의 주제가 나오는데 요즘 주변인들과 만나서도 적지 않게 나오는 얘기라 마음이 저절로 무거워지기도 했다. 전보다 병원에 방문할 일이 잦아지는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순례를 떠나는 것이 혹은 가끔 입원이라도 하는 일이 생기시면 병실을 찾아가며 챙기는 것이 그동안 좀처럼 무관심해지기 어려운 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는 당연히 자신이 챙길 몫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내 앞에 부모님의 노후가 놓여진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나는 버거워져서, 문득 (늙은 나를 돌보아 줄 나와 같은)내가 없는 내 노후는 어떨까 염려도 해보곤한다.


 한 네번째 장에 들어서야 처음 기대했던 '엄마와 함께 사는' 일상적인 내용이 풀려나온다. 어떤 부분은 너무 똑같아서 웃고, 또 너무 똑같아서 피곤했다. 서로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의 이야기니 당연히 소소하게 감동적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부추전을 해놓고 기다렸는데 저녁밥을 먹고 왔다고 하자 '미리 말을 해주지'(145)하셨다는 날의 이야기는 괜히 더 마음이 쓰였다. 언젠가부터 우리 엄마도 내가 먹을 음식을 잔뜩 해두고는 마음대로 골라가며 담아가는 나에게 선택받지 못한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고 좋은지 홍보하신다. 선심쓰듯 그럼 조금 더 가져간다고 하면 신나서 가방에 담아주시니, 부추전을/반찬을 해놓고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이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공감도 하고 감동도 하고 대체로 웃으면서 때로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며 그러나 즐겁게 읽었다. 에세이를 자주 읽지는 않는데 이렇게 가끔씩 마음에 드는 에세이를 만날 때면 더욱 반갑고 즐겁다. 비혼을 결심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하던데 조금 멀지만 가까운 미래의 혼자사는 삶이 어떨지 궁금하다면 '우리만의 리듬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지 엿봐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