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일기 -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
김민철 외 지음 / 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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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감이란 뭘까. 
 
 " 그런 나에게 누군가가 해결 방안을 말해주었다. 우울의 이유가 만약 일이라면, 그 일을 끝내면 최근에 만들어졌던 우울은 잦아들 것이라고. 그렇게, 나는 마음의 우울을 줄이기 위해서, 일이 힘들더라도 결국은 마무리했다는 기쁨으로 매듭짓기 위해서 마감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일의 내가, 조금 뒤의 내가 할 거야'라는 농담도 점차 나에게 던지지 않게 되었다. 잠깐, 하면서 손을 내밀고 '그 일이라는 거...... 지금 하면 내일의 내가, 조금 뒤의 내가 웃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벌떡 일어나곤 한다.(172) "
 
 주변 사람들은 아마 내가 마감기한을 빠듯하게 남기고 동동거리면서 일을 끝마치는 타입이라 생각할 것이다. 맞다, 사실.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의 마감을 그렇게 치뤄냈다. 아니, 당장 지금의 내가 쉴 수 있는데 왜 벌써부터 일을 미리 쳐내야 하는거죠? 왜 일을 미리미리 해서 끝내놔야 하냔 말이에요! 일은 기한이라는게 있는데! 그리고 마지막 날이 다 되어서야 울면서 기한에 맞춰 대충 끝내버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올려놔야 하는 실패도 성공도 아닌 개고생을 반복했다. 때론 그 짜릿함도 즐겼다. 마감에 닥쳐서 일을 하면 절박해져서 어쩐지 집중도 높아지고 능률도 최고치인 것 같은 기분과 분초를 아끼며 정신없이 일하는 스릴같은 것도 느낄 수 있다. 그 특유의 쳐내기를 해내고 나면 느낄 수 있는 기분이 또 재밌어서, 미리미리 하지 않는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긴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직 정신 못차렸다는 증거다. 
 
 하지만 나는 달라졌다. 바로 저 문장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때 내가 쓰는 방법이 앞당긴 나만의 마감을 만드는 것이다. 남이 정해 준 마감말고, 내가 정한 마감을 새로 만드는 것! 내가 만든 마감은 내 일정을 고려해서 만들기 때문에 시간 배분에도 좋고, 어쩔 수 없이 그 마감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해도 이건 여유있는 일정으로 정해둔 날일뿐 진짜 마감은 따로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기한에 늦게 되는 일이 없다. 왜 이런 짓을 하는가 싶기도 하겠지만, 이건 8시에 일어나기 위해 7시 45분부터 5분단위로 알람을 맞춰놓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8시 알람을 듣고 한번에 일어난다면 좋겠지만 혹시 8시 알람 못듣고 9시까지 자버리는 날이 가끔은 생길수도 있잖아요. 어휴, 그럼 큰일이지. 어쨌든 나만의 마감 방법은 게으른 나의 인생을 아주 조금은 부지런하게 바꿔놓았다. 아, 바꿔놓고 있는 중이다. 다른 분야의 게으름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때문에 이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는 필연적으로 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직장인, 학생들에게도 일의 마감기한은 있으니까. 민간인 사찰 기록지인가 싶을 정도로, 마감 때문에 애먹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방금 리뷰를 쓰다가 갑자기 컴퓨터가 다운되어서 그동안 쓴 글이 통째로 사라졌다가 자동임시저장 기능을 통해 일부 복구되는 경험을 했다. 마감과 제작물 날리기는 정말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보다. 마감이라는 말만 썼을 뿐인데 글이 날아가는 일이 왜 갑자기 생기죠. 어쨌든 이런 일도 마감하다보면 생긴다. 메인 문구로 " 너무 걱정은 마세요. 마감은 끝나거나 안 끝나거나 할 겁니다. 책도 팔리거나 안 팔리거나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인생은 언젠가 확실히 끝이 납니다. 우리 그냥 사랑을 해요. 이 우주를, 가련한 중생을, 마감 늦는 작자들을요.(66) " 이숙명 저자의 글 일부를 본 적 있는데 아마 글 날아갔을때 정신력이 한계에 부딪혔을때 쓴 글이 아닐까 싶은 꽃밭 마감 마무리멘트여서 웃겼는데, 리뷰 날아갔을 뿐인데도 약한 충격과 함께 이 글이 떠올랐다. 지금은 한문장 쓰고 임시저장을 누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수능이 끝났는데, 사실 올해의 수능이 끝났고 수능 시계는 내년을 향해 다시 돌아가고 있겠지만, 수능을 치른 학생들에게는 인생의 여러 마감 중 하나를 치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중요하지만 또 그리 인생의 전부인 것은 아닌 마감이다. 이제 세월 지나갔다고 아무것도 이해못하면서 훈수두는 말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공감할거다. 성공한 사람들, 또 실패한 사람들 모아놓고 이유를 물어봤을때 그 요인으로 수능을 잘 봤습니다, 혹은 수능을 망쳤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이제 다들 다음 마감을 위해 열심히 살아나가길. 모두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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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이야기
러셀 셔먼 지음, 김용주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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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익스피어는 장미를 찔레꽃보다 높이 평가한다. 아름다운 것은 둘 다 마찬가지지만 장미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특별한 향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이 기본적인 기교와 감각의 차원을 뛰어넘어 불멸의 작품이 되는 것은, 다시 말해서 작품의 유형적 및 무형적 표현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느냐는 모호함의 정도에 달려 있다.(124) "

 

 철학도 음악도 잘 모르지만, 몰라서 읽었다. 알고 읽는다면 더 좋겠지만 모르니까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나. 그러니 이 책이 초면인 사람들은 뭐 어때, 하면서 그냥 읽어보길 권한다. 음악적 소양의 깊이가 있다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음악가의 블로그 글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전문적인 용어나 내용이 분명 들어가 있지만 그저 이 사람의 삶과 생각이 이렇구나 하는 정도로 읽을 수 있다. 게임, 가르침, 상관관계, 악보, 코다라는 다섯가지의 큰 분류로 글이 나뉘어져 있는데 그 안에서도 아주 여러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은 반쪽에서 그보다 적은 분량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 피아니스트로 성공하려면 지능지수가 110 이하이거나 140 이상이어야 한다.(19) "

 

 위의 문장은 저자 개인의 발언이므로 독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혀두고 싶은 면이 느껴진다. 예술가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약간 괴짜같은 면이 보이기도 하고 이후에 풀어나가는 뒷문장들을 보면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첫번째 게임 부분에서 손가락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재밌었다. " 궁극의 매체인 손가락 끝의 신성함과 온전함은 영원히 보호되어야 한다.(77) "고 말하는 피아니스트의 관점에서 손가락을 낱낱이 해부하여 평가한다면 이럴 수 있겠구나 싶은 내용이었다. 게임이 아니라 손이라고 이름을 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만큼 손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악보 부분은 가장 분량도 많고 각 꼭지의 길이도 길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부분에 비해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나와 그냥 일독을 할 때 훑듯이 읽고 넘어갔다. 재독하게 된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읽어 넘긴다해도 완독에 큰 지장은 없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마음의 부담이 줄었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관관계 부분이다. 상관관계의 내용은 피아노에만 국한되지 않고 예술, 사회, 문화, 매체, 운동, 과학 등을 아울렀다. 처음 목차의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 가장 감이 오질 않았는데, 읽다보니 왜 이런 제목을 달아놓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읽으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은 오디오 북으로 듣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이 유려하다. 책을 듣다보면 ASMR같은 느낌을 줄 것 같고, 건반을 두들기는 듯 힘있고 명료한 낭독을 듣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은행나무에서는 오디오 북으로 제작할 생각이 없을지 궁금하다. 음악, 피아노 전공자가 읽는다면 더욱 만족스러울 책이겠지만 다른 우주의 보통의 독자도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대부분의 책들이 그렇겠지만 문장을 음미하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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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20-12-0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클래식 FM에서 이 책소개 듣고 관심있었는데요, 이렇게 리뷰까지 읽으니 더욱 읽고싶어지네요.러셀 셔먼의 연주가 들어간 오디오북도 나오면 정말 좋겠네요^^

테일 2020-12-03 22:12   좋아요 1 | URL
오! 연주가 들어간 오디오북! 더 좋은 생각이네요^^ 은행나무에서 기획해준다면 좋겠는데 말이죠...!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책소개를 들으셨군요. 어떤 내용이었을지 궁금하네요. 소개듣고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섬세하고 유쾌하고 날카로운 면이 있어요.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청공 2020-12-0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일님께서 써주신 내용만큼 풍부하진 않았어요^^. 피아노연주만큼이나 침묵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줬어요. 글고요.셔먼이 인류학자인부분도 흥미로웠어요(‘출발 FM‘프로그램였는데요.솔직히 아이유치원 준비시키면서 들어서요, 책소개에 완전 집중은 못했어요 ㅠ) 셔면의 피아노곡 두개 정도 들려줬어요^^ 개인적으로 책내용 중 악보부분 궁금하네요~

테일 2020-12-03 22:58   좋아요 1 | URL
‘ ˝나는 음표는 몰라도 쉼표는 다른 피아니스트들보다 더 잘 연주한다˝고 한 아르투르 슈나벨의 말은 오직 침묵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잠재의식의 합창을 뜻한 것이다.(14)‘ 는 인용문이 있는 부분 내용 같네요. 악보 쪽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하이든에 대한 해석이랄까요, 외에도 이름난 작곡가들에 대한 글 비중이 많아요.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라니, 싶은 책입니다. 재독할 때는 연주를 찾아 들으면서 읽어야겠네요.
 
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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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의외로 술술 읽혔다. 문장이 어떠냐에 따라서 더 어렵게도 읽힐 수 있는 내용을 이정도의 흐름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번역을 잘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유토피아' 말고도 '공리주의' 도 읽을 예정이라 12월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공리주의'도 이렇게만 읽힌다면 괜찮을 것 같다. 유토피아라고 하면 이제는 아마 디스토피아가 더 인기있겠지만, 우리가 이상향으로 그리는 세상을 뜻하는 말이면서 '어디에도 없는 나라(248)'를 의미하기도 한다. 500년 전에 제시된 이상국가의 틀을 지금 읽으면 어떨까 유토피아는 아직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품고 읽었다.

 

 " 이 나라는 이러한 해롭기 짝이 없는 폐단들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시골의 농장과 마을을 파괴한 자들에게는 그곳을 재건하게 하거나, 그렇게 재건하려는 자들에게 넘기라고 국가가 명령해야 합니다. 부자들이 모든 것을 마구잡이로 다 사들인 후에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규제해야 합니다.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사람 수를 줄여야 합니다. 농업을 재건하고 모직업을 회복시켜 정직하게 돈을 버는 직종으로 육성하여, 일이 없어 노는 많은 사람이 그런 일에 종사하게 해야 합니다.(49) "

 

 이 문장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다른 결일수도 있으나 얼마 전 제주도를 갈 일이 있어 숙소를 알아보는데 가장 먼저 많이 노출되는 신화월드가 중국자본 소유라는 것을 알고 피해갔었다. 제주도 땅의 상당 부분을 중국인이 사간 것이나, 부동산 규제 속에서 중국자본의 부동산 매입이 제약없이 이루어진 내국인 역차별 상황 같은 것을 보면 시장의 독점이자 농장과 마을의 파괴나 다름 없다. 외국 자본의 과점에 대해서만 지적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같은 경우 요즘 무엇보다 독과점과 난개발을 경계해야 하는 분야여서 특히 예민하게 봤었다.

 

 " 반면에 유토피아 사람들이 거주하는 모든 집은 이미 국가가 철저한 계획 아래 지어 공급했기 때문에, 새 부지에 새 집을 짓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119) "

 

 아무래도 관심사가 집중되어 있는 부분의 글이 눈에 띄는 법이다. 요즘 주식도 그렇고 부동산 이슈가 워낙 들끓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해도 솔직히 초탈할 수는 없어서 종종 찾아보고는 하는데, 유토피아식 거주법을 보면서 감탄했다. 세상에 이렇기만 하다면야 이렇게 안팍으로 시끄러울 일이 없을텐데.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면서 결국은 돈을 좇는 일이 천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피할 도리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씁쓸했다.  

 

 " 유토피아에는 극소수의 법만 존재합니다. ...중략... 그들은 너무 많아서 다 읽을 수도 없고 그 뜻이 모호해서 이해할 수도 없는 법을 제정해서 사람들을 구속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다른 나라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일반 사람이 도저히 알 수 없는 어렵고 모호한 법들이 산더미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법을 제정해 공표하는 목적은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행할 의무들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합니다. 복잡한 해석을 거쳐야만 알 수 있는 법은 극소수의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으므로 그 법을 지키는 사람도 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법이 좀 더 단순하고 알기 쉽다면 모든 사람이 법을 알고 지킵니다.(176) "

 

 또 하나 불평등한 삶의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이 법과 관련된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이 법이란 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너무나 다른 결과값이 나오기 때문에, 또 그동안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 문제들을 두고 개인적으로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주의깊게 읽은 부분이다. 법이 오히려 사각지대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토피아에서는 법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들로 관점을 달리해 보고 있었다.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볼수도 있는 문제구나 싶은 부분이었다.

 

 오래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 호흡으로 쭉 읽어나갈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에서 의외의 즐거움을 찾았다. 용어 정리나 토머스 모어에 대한 설명 등 추가적인 도움말들이 있다는 점도 좋았다. 이런 구성이라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유토피아의 인상적인 마지막 문장을 옮겨서 끝 마무리를 대신한다.

 

 " 그럼에도 유토피아 공화국에서 시행되는 것 중에서 아주 많은 것이 우리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도 시행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바람이 하나의 희망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루어졌으면 정말 좋겠다.(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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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넘어 크리에이터로 사는 법 최강의 유튜브 - 온택트시대, 콘텐츠기획부터영상촬영편집, 마케팅, 수익창출까지
박노성 외 지음 / 성안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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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속적인 말이지만, 요즘은 열에 하나는 유튜브를 하고, 유튜브를 시청조차 안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유튜브가 젊은 사람들의 문화에서 전세대의 문화로 변화하였다. 주변에서도 중장년층 뿐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유튜브를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것일까? 개인이 컨텐츠를 만들고 또 그것을 소비한다는 것. 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유튜브가 열어낸 것 같다.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디지털 세상'이라는 책의 수식을 보며 이 피할 수 없는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안내서로 '최강의 유튜브'를 읽어본다.

 

 주변에도 유튜브를 하는 지인이 몇 있다. 확실히 접근성이 좋은 취미이고 혹 성공을 한다면 직업까지도 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이 유튜브로 괜찮은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어떻게 하면 유튜브를 잘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유튜브에 대한 지침서들이 많이 나왔지만, 인터넷 컨텐츠 관련 도서를 전부터 출간해온 '최강의' 시리즈를 통해 보는 내용은 좀 더 쉽고 체계적일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다.   

 

 초반은 다소 이론적인 내용이라 성미급한 독자는 8장부터 꺼내읽었다. 유튜브를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궁금했다.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170)으로 설명해놓았을까? 이 책의 설명을 따라서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될 내용이었다. 시작하기에 어렵지 않을까 싶은 괜한 망설임이 있을 법한데 구글 계정 만드는 법부터 해서 한단계 한단계 사진 자료를 첨부하여 책만 보고 따라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을만큼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놓았다. 요즘은 중고로도 많이 판매된다고 하는데, 10장에 가면 가장 중요한 장비에 대한 조언도 나온다.

 

 젊고 재기발랄한 크리에이터들이야 이 책이 그리 필요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조금 나이대가 있는 분들이 유튜브를 도전해보고 싶다면 한 권 옆에 챙겨두고 시작하기에 좋겠다. 어떤 컨텐츠로 방송을 할 것인지 스스로 정해야 하는 핵심 내용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한때는 블루오션이었겠지만, 유튜브 역시 이제는 고이고 고인 물이다. 어떻게 하면 유튜브로 성공할 수 있을까?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거나, 혹은 길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라면 '최강의 유튜브 - 플랫폼을 넘어 크리에이터로 사는 법'을 읽어본다면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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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손지상 옮김 / 네오픽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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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라는 제목이 독자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이 알쏭달쏭한 제목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저 문자 그대로 수긍했을 것이라는 점이 이 책의 가장 재밌는 부분이다. 그냥 자신도 모르게 고양이님이 나무 아래에서 무슨 말씀을 하신다면 들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고양이에게 말씀이라는 높임말을 붙이는 것도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다.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들이 무분별하게 제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와중에 책의 내용은 의외로 평범하다. 고양이님이 나무 아래에서 말씀을 해주시는 내용이 아니었다!

 

 각 에피소드의 인물들이 마음속으로 고민을 안고 있을 때 들린 어느 신사에서 미쿠지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만나면 참배당 앞 다라수-엽서나무-의 잎을 한장씩 줍게 되는데, 그 나뭇잎에 써있는 문구가 고민을 해결할 열쇠가 되어준다. 그래서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라는 제목이 되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진짜 말하는 고양이가 나올줄 알았기 때문에 미쿠지라는 고양이의 존재나 나뭇잎에 써있는 문구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다는 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두번째 잎사귀 '티켓'의 내용이었다. 사춘기 딸과의 관계를 어찌할 바 몰라 전전긍긍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전에 일본에서는 가족들이 욕조의 목욕물을 같이 쓰기 때문에 사춘기가 된 딸이 아빠가 들어갔다 나온 탕의 물을 쓰고 싶지 않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여기서도 냄새난다는 말을 듣게 될지 모른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아버지의 소심함? 절절함이 웃펐다. 게다가 본인은 엄청난 고민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부러운 부녀관계였던 것 같아 끝까지 몽글몽글하게 재밌게 읽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읽기도 했고, 내용적으로도 큰 매력을 못 느꼈는데 주인공 미하루가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지난 여름 달리기를 조금 해봤는데, 달리기는 확실히 매력있는 운동이었다. 여러 생각을 하면서 뛰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달리는 그 자체에 몰입하게 되고 힘들지만 달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생각이 복잡해서 괴롭거나 의욕이 부족해서 고민이라면 겨울동안 맛있는 것을 먹고 따뜻하게 잘보내고 날이 다시 풀리고나면 달리기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 쓰다듬어주는 건 좋은데, 먹이는 주지 마. 우리 집은 아파트라서 못 키우니까. 책임지지 못할 거면 애초부터 어중간하게 애정을 줘서는 안 돼.(321) " 일곱번째 잎사귀의 한 부분이다. 나에게도 이런 고양이가 있다. 아파트 입구에서 자주 돌아다니는 녀석인데 귀여워는 하지만 키울 수는 없어 잘 지내고 있나 오가며 확인해본다. 넉살 좋고 애교많은 녀석이라 동네 사람들에게 밥도 잘 얻어먹고 제법 보살핌을 받지만 '책임'은 무거운 것이라 구조되지는 못하고 있다. 사람만 보면 어디든 따라가서 함께 살고 싶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항상 안타깝다. 그 고양이가 생각나서일까 일곱번째 이야기와 에필로그까지 따뜻하게 마무리 됐지만 어쩐지 씁쓸한 느낌으로 책을 덮었다.

 

 하지만 책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가끔 '난 평소에 책을 잘 안읽는데 읽은 책 중에서 재밌는 책 추천해줄만한 게 있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때마다 책을 읽고 재밌다고 느끼는 건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책을 추천해줘야 할지 곤란했었는데 아마 이 책이라면 추천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연말을 맞아 다른 사람에게 가볍고 재밌게 읽을만한 책을 권해주고 싶다면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를 꼽아도 좋겠다. 일본 책 특유의 문체나 문화에 거부감이 있지 않다면 무난하게 읽을 것 같다.

 

 129 하6 류소 -> 류조 

338 상 드냥 ->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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