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가 되기
존 가드너 지음, 임선근 옮김, 레이먼드 카버 서문 / 걷는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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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편 소설을 읽다 보면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이끌어가는 장편소설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짧은 글이라고 쓰기 쉽다는 건 아니지만, 읽는 사람이 오랜 시간 이야기에 끌릴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은 더 어려운 일로 보이며 그런 글을 쓰는 소설가 역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장편소설가는 운동 선수로 치면 마라토너라고 생각했다.

긴 집중력이 요구되고, 호흡을 조절하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하며, 지구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면에서 말이다.

저자 존 가드너도 책에서 장편소설가를 마라토너와 같다고 언급한 걸 보고 '역시!' 했다.

책의 저자와 나란히 레이먼드 카버도 적혀 있지만 존 가드너가 주 저자다.

레이먼드 카버는 서문만을 적었는데, 그 정도로 저자와 나란히 적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대성당>으로 국내에 더 잘 알려진 레이먼드 카버 이름의 힘을 빌리는 게 아닐까.

레이먼드 카버가 쓴 서문에서 존 가드너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 '상고머리에 목사나 연방수사원 같은 복장'을 한 존 가드너는 레이먼드 카버의 스승이다.

존 가드너는 책 출간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친 경력이 있는데, 이 책은 소설가 지망생 (또는 초보 소설가. 저자는 주로 새내기 작가라고 부른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다.



사실 1983년에 첫 출간된 책인데, 그렇게 때문에 책에서 타자기 등 그즈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게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한 장르소설을 다른 소설보다 낮은 작품으로 보는 등, 지금 보면 보수적인 생각도 좀 드러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비판에 대한 부분은 새내기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공부하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그들은 낭독된 소설을 그 자체로서 이해하고 감상하려고 노력한다.

(...)

왜 이렇게 썼는지 이해할 수 없으면 질문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말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속단하도록 버릇 들이는 것은 형편없는 선생들이 저지르는 흔한 잘못이다.

(...)

현명한 사람은 혼란스럽다고 털어놓고 문제가 된 대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다음, 자신의 불찰을 자조하거나 어떤 점이 이해를 가로막았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작가로 하여금 전달에 실패한 이유를 깨닫게 해준다.


p.163-164

책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1장 <작가의 기질>에서는 언어감각, 눈(관찰력), 지성, 가방 등 글을 쓰는 작가에게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요령은 작가가 두툼한 점성술 책을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점성술 자체를 위한 것은 아니고, 별자리마다 묘사된 성격 등을 비교하고 위해서라고 한다.



저자는 글을 쓰는 방법뿐만 아니라 작가의 정신에 대한 부분까지 다룬다.

현실적인 문제도 언급을 하는데, 지금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이나 초보 소설가도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장은 <창작 훈련과 교육>에서는 창작 프로그램, 창작 워크숍 등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데, 좋은 창장 워크숍과 나쁜 창작 워크숍을 구분하는 법도 알려준다.

위에 발췌해서 적은 비판에 대한 부분도 이 장에서 읽을 수 있다.

3장 <출판과 생존>은 출판사와 편집자, 에이전트의 이야기가 담겨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편집자와의 관계에 대한 조언도 해줘서 당시 출판 환경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존 가드너는 자신의 오랜 경험을 말하고자 하는 바에 맞게 배치했고, 다른 작가 작품과 자신의 작품을 예시로 설명해서 이해를 돕고자 했다.

지금의 작가 지망생에게도 소설을 쓰는 방법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꼭 작가 지망생이나 초보 작가가 아니더라도, 책을 읽으며 소설가가 작품을 쓸 때 마주하는 고민들 그리고 집필 방식까지 엿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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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는 두꺼비가 왕
아서 매직·K 지음 / 어리연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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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동화 느낌이 나는 이 책은 현실을 반영한 동화 같은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군데군데 현실이 녹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책의 이야기는 이렇다.

수니와 그녀는 모녀 사이로, 그녀의 남편이자 수니의 아빠는 실종되어 6년 넘게 발견되지 않았다.

(수니 엄마는 이름이 나오지 않고 '그녀'라고만 언급되기 때문에 나도 '그녀'라고 부르겠다)

혼자 수니를 키우느느 그녀는 회사 일로 바빠 수니를 서운하게 만들곤 했는데, 수니가 생일에 가지고 싶다고 해서 선물한 이상한 책을 읽고 이상한 말을 한다.

책에 있는 우표를 떼어 붙여 '텔루쏠'이라는 곳에 편지를 보내면 두꺼비 왕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간절한 수니의 부탁에 편지를 함께 보내기로 한다.

편지가 반송될 수 있도록 책에 붙어있는 가짜 우표 외에 진짜 우표까지 붙여서 우체통에 넣었고, 금방 까만 봉투에 초대장이 도착했다.

처음에 그녀는 그게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그 초대장을 가져 간 딸 수니가 사라지고 그녀도 이상한 세계로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이상한 세계에서 딸을 찾아 두꺼비 왕이 사는 성으로 향하는데, 그 과정에서 현세에 있는 것과는 다른 여러 동물과 식물을 만나기도 하고 위험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또, 속보다는 겉을 중시하는 세상 아니오.

아이가 아무리 박식하고 견문이 넓다 한들 영재로만 대할 뿐, 얼느으로 대해주지 않잖소?

열 살 먹은 아이의 몸을 하고 일흔 먹은 몸을 가진 이를 가르쳐 들려 하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대중들의 손가락은 어디로 향하겠소?

그러니까, 내 말은…… 으읍!"


p.121

책에 나오는 이상한 세계를 보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그녀가 걷는 노란 플라스틱 길을 보며 <오즈의 마법사>가 떠오르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이 그녀를 도와주는 것과 음식물을 마구 먹어치우는 장면을 보고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오르기도 했다.



등장인물 중에는 신비한 조력자인 은율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그의 설정 또한 좋았다.

현세에서 동물을 고통스럽게 만든 사람은 이 세계에서 고통받게 되고, 동물들은 이 세계에서 말을 할 수 있게 되며, 닭들은 성에서 좋은 대접을 받는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닭을 소비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저자 아서 매직. K는 필명에서 오는 느낌과 다르게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저자 소개란을 봤을 때 책을 내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았는데, 다른 필명으로 쓴 첫 소설에 이어 두 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부끄럽지만,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그는 소개 표지의 넓은 여백을 채울 수 있는 여타자별이라 할 만한 이력을 갖고 있지 않다.


- 책 날개 저자 소개란

(정말 저렇게만 적혀 있다)

저자 소개란의 글을 보고 느꼈던 실망감 때문에 어쩐지 아마추어적인 면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짜임새도 나쁘지 않았고 예상과는 다른 결말에 놀라기도 했다.

서문이 없어서 저자 소개란이 책의 첫 인상에 영향을 줬는데, 책을 읽기 전에 보는 것이니 좀 더 성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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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모으는 소녀, 고래를 쫓는 소년 블랙홀 청소년 문고 8
왕수펀 지음, 조윤진 옮김 / 블랙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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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다 실제로 봤을 때의 표지 색감이 더 예쁘다)


여러 대만 청춘 영화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이제는 대만 청춘 이야기는 어느 정도 믿고 보게 됐다.

그래서 <지도를 모으는 소녀, 고래를 쫓는 소년>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살펴본 책이 대만 청춘물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 예쁜 수채화풍 표지를 한참 바라봤는데, 표지에 있는 책의 주인공 장칭과 라오따이를 보면서 장칭은 새침한 소녀 같았고 라오따이는 말이 없는 소년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책을 읽어보니 라오따이는 예상과는 다르게 말을 잘하는 아이였다.

앞자리에 앉은 장칭의 의자를 툭툭 발로 쳐서 말을 거는 사람도 라오따이였다.

고래와 사람을 연관시키는 라오따이 때문에 굵직한 고래의 특징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라오따이는 장칭에서 '포유류 중에 뇌가 가장 큰' 향유고래 같다고 하고, 듬직한 누나느느 '지구상에서 몸집이 가장 큰 동물'인 흰긴수염고래라고 생각했다.



장칭은 예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시골에서 사립 중학교까지 차로 통학하며 다니는 학생이다.

라오따이는 성적도 평범, 외모도 평범하다고 묘사되어 있지만 자존감이 높아 보였다.

책은 앞의 절반은 장칭 시점에서 서술되어 있고 뒤의 절반은 라오따이 시점에서 서술되어 있는데, 뒷부분에서 라오따이의 가정 환경과 누나가 나오며 라오따이가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랐는지 알게 되었다.

언제나 중간쯤의 성적을 받아오는 내게 누나는 이렇게 말했다.

 "동생아, 넌 지극해 정상이야. 적응도 잘했고 성적도 여전히 같은 수준을 유지하니까."


p.110

 "동생아, 네 외모는 꽤 괜찮은 편이야.

나는 네 양쪽 뺨의 깊은 보조개가 특히 마음에 들어.

천진난만해 보이거든."


p.118

장칭은 완벽해 보이지만 복잡했고 라오따이는 평범해 보이지만 단단한 느낌이었다.

둘은 이렇게 다르지만 교실에서 서로 앞뒤에 앉게 되면서 친구가 되었다.

사실 둘이 친구가 되는 데에는 라오따이의 노력이 컸다.

장칭이 잘생기고 운동부로 반에서 인기 있는 궈핀종에게 직접 그린 궈핀종의 그림과 편지를 보냈을 때 반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었는데, 그때 나선 것도 라오따이였다.



시간이 좀 더 지나 장칭에게 위 사건보다 더 힘든 일이 찾아오고 장칭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별일 없는 것 같았지만 알고보니 라오따이에게도 크게 힘든 일이 찾아왔다.

하지만 둘은 서로에게 힘든 일을 말하지 않는다.

장칭과 라오따이의 입장에서 각각 이야기를 읽으며 이 부분이 안타까웠다.

좀 더 서로가 솔직했더라면 더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지도는 나를 세상 어디로든 데려다줄 수 있어."

그러자 라오따이가 대답했다.

 "만약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난 굳이 지도를 들고 가진 않을 것 같은데."


p.54

제목처럼 장칭은 지도를 모으고 라오따이는 고래에 빠졌다.

라오따이는 장칭이 지도를 모으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장칭은 고래에 빠져있는 라오따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라오따이가 지도를 모으고 장칭이 고래의 노래가 담긴 CD를 듣게 되는 걸 보고 서로에게 서서히 영향을 줬다는 걸 나는 알게 됐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벽에 붙여두었던 라오따이의 지도를 뗴어내 가느다란 선들을 손가락으로 죽 훑었다.

'봉산의 산', '초저녁 하늘길'…….

상상 속에서 나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외국의 어느 거리를 배회하는 중이었다.

정말 좋다.

때론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도 있네.

정해진 방법이나 방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야.

이런 느낌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짜 행복이었구나.


p.81

이 책은 블랙홀의 8번째 청소년 문고인데, 예쁜 이야기에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작가의 메시지가 잘 녹아들어 있었다.

내가 학창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 읽어도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있다.

그런데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꼭 자기 자신마저 버려야만 하나?

사랑은 사랑이고, 그와는 별개로 상대방에게 이런 지적을 해줄 수는 없는 걸까?

'이건 잘못됐어요.'라고 말이다.


p.146

특히 나는 주인공인 장칭과 라오따이보다 라오따이의 누나와 장칭의 방황하는 어머니가 더 기억에 남았다.

길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주변 인물들도 인상 깊게 남긴 셈이다.

책날개에 소개된 블랙홀 청소년 문고 시리즈의 책들을 보니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여럿이다.

작가는 이 책 이후에 <지도 소녀, 고래 소년 : 10년 후>도 출간했다고 하는데, 이 소년소녀의 10년 후도 궁금하다.

 "하지만 이것만은 네가 영원히 1등이야. 내가 보증할게."

 "그래? 뭔데?"

라오따이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만약 내가 누군가 한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영원히 너를 첫 번째로 떠올릴게. 약속해!"


p.62-63

 "여전히 나를 첫 번째로 떠올리니?"


p.89

 '언제나 너를 첫 번째로 떠올렸어.'

정말이야

나의 지도 소녀, 영원히 너를 첫 번째로 떠올릴게.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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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할게, 꼭 - 두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 한 통의 편지
케이틀린 알리피렌카 외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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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윗 세대는 종이 편지로, 나와 같은 세대는 이메일로 펜팔을 한 번은 해본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도 학창시절 사전을 찾아가며 짧은 영어로 편지를 써서 멀리 바다 건너 사는 아이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것은 그때의 기억이었다.

나의 펜팔은 몇 번의 이메일 교환으로 끝났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케이틀린과 마틴은 무려 6년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편지를 써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런데 둘은 편지를 주고받는 것에서 끝난 게 아니라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나만 있을 공간이 필요했다.

네 가구가 나눠쓰는 마당이다 보니 밖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면 그냥 눈을 감으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p.74

케이틀린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살며 부족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

마틴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있는 빈곤한 마을인 치삼바 싱글스의 방 한 칸을 다른 가족과 나눠서 쓸 정도로 가난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다.

둘은 환경뿐만 아니라 성격도 달랐다.

케이틀린은 공부보다 노는 것을 좋아했고, 마틴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여 지역에서 1등을 했다.

이 책은 케이틀린과 마틴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진행되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책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케이틀린의 이야기는 평범한 미국 아이의 일상이 펼쳐져 사랑, 우정,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오는 반면에 마틴은 어려운 형편에서의 공부, 학비와 생활비를 벌러 시장에 나가 일을 하고 걱정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받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마틴은 종이도 구하기 어려워 아이스크림 포장지에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교복을 입어서 부모님께서 옷을 많이 사주실 필요가 없어.

너는 옷을 많이 살 수 있으니 운이 좋은 거야.'

실은 너무나도 어려운 그곳의 현실에 내가 눈을 뜨지 못하도록 마틴이 나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 같다.


p.103

바로 선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마틴은 처음에는 자신의 처지를 말하지 않았고, 케이틀린은 짐바브웨에 대해 잘 몰라서 마틴도 자기와 비슷한 생활을 할 거라고 여겼다.

초반에 나오는 케이틀린의 생각과 모습을 보면 시야가 좁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틴이 자기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케이틀린은 마틴의 상황을 알게 되고, 편지에 베이비 시터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넣어 보내 마틴을 도와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짐바브웨 상황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마틴은 케이틀린이 보내준 돈으로 학비도 내고 가족 생활비에 보탤 수도 있었다.

그에 더해서 케이틀린이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 계속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자 미국으로의 유학도 꿈꾸게 된다.

케이틀린은 마틴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간호사로 장래를 결정하게 되었다.

편지 한 통을 시작으로 둘은 서로 좋은 영향을 주어 더 나은 방향으로 인생을 바꾼 셈이다.

우리 가족과 케이틀린네 가족은 오래전부터 한 가족처럼 지내기 시작했다.

시작은 한 통의 편지였고 우리 삶은 그렇게 바뀌었다.


p.462

책 소개를 통해 책의 결말을 다 알고 봤음에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와 아프리카 짐바브웨 생활을 교대로 읽으며 두 곳의 차이가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교훈적인 이야기지만 지루하지 않고, 다음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궁금해서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책이다.

마틴 이야기와 케이들린이 마틴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읽으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싶어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싶어진다.

(...)

마틴은 꽤나 진지한 얼굴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마틴의 눈에 어린 총기를, 마틴의 입가에 서린 미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곧바로 이 사진을 마틴이 처음 보내줬던 사진과 나란히 책상 유리 아래 넣었다.

이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지만 둘 다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게 실감 났다.


p.101


(저 케이틀린 사진은 마틴이 여행에 가지고 다닐 정도로 마음에 들어했던 사진이기에 나도 이 사진을 택했다)


뒷부분에는 케이틀린과 마틴이 주고받은 사진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있는데, 책에서 사진을 묘사한 부분을 읽고 사진을 보니 책 읽는 재미가 더해졌다.

(다만 처음 주고받은 사진이라고 나온 부분은 오류로, 그 사진들은 그 뒤에 주고받은 것들이다.)

그리고 부록으로 토론 가이드도 있어 독서 토론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책이다.

 "사소하지만 친절한 행동 하나."

나는 강연을 끝맺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그게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갖고 있는지, 그게 여러분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잘 모를 거예요."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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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쉽네 한자, 안 외워도 외워진다! - 부수 한자 214개로 한자를 정복한다
나인수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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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소개를 보고 제목처럼 '앗!' 했다.

소개란에 적혀있는, 어느 날 아들 이름의 한자가 가족관계 증명서에 틀리게 기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한자 공부를 시작했다는 저자의 일화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책은 저자의 다른 책으로, 한자를 보다 쉽고 재밌게 외울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내가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담아두었었다.



나의 경우에는 책을 읽으며 한자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책에는 많은 한자어가 등장했고, 단어의 뜻이 헷갈리지 않게 하거나 명확하게 알 수 있게 괄호 안에 한자가 적혀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자를 잘 알지 못해서 다시 한 번 검색해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한자를 알고 있다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있었다.

(특히 동아시아 관련 책이 그랬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눈여겨봐뒀던 책 저자의 최신 책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클 태太 와 개 견犬 을 헷갈려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외워면 둘을 헷갈릴 일은 없겠다)


책에서 사용하는 연상법은 영어 단어 외우기를 통해 알고 있던 기억법이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을 동원해 한자를 기억하기 쉽게 했는데, 그래서 쓰지 않고 한 번 읽기만 해도 외워지는 한자가 다수 있었다.

그중에는 정말 잘 어울리는 연상법도 있지만 '이거 무리수 아닌가' 하는 연상법도 있긴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좀 더 기억에 남을 수 있게 하려는 연상법을 사용한 책에서 종종 나타나는 부분이며, 저자의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학습관이 잘 드러난다.


(말씀 언言 을 외울 수 있도록 해설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본문을 통해 외울 수 있는 한자는 214자인데, 적은 획수로 시작해서 많은 획수의 한자까지 외우게 한다.

획수가 적은 한자는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아 그만크므 외우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획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한자의 생김새가 복잡해져서 상대적으로 외우기 힘드니 (영어 단어처럼) 반복을 추천한다.


일부 한자에는 직접 써보거나 필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고, 많은 한자에는 해당 한자가 쓰인 사자성어나 한자어가 함께 있어 얻어 갈 수 있는 게 많았다.

부록으로는 기타 부속 한자가 짧게 설명되어 있다.


(중간에 '한자는 아님')


어렸을 때 그저 여러 번 손으로 쓰며 달달 외웠던 한자는 시간을 많이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쉬운 몇 개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연상법으로 설명된 책을 보니 재미도 있었고 기억에도 더 남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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