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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할게, 꼭 - 두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 한 통의 편지
케이틀린 알리피렌카 외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8월
평점 :

나보다 윗 세대는 종이 편지로, 나와 같은 세대는 이메일로 펜팔을 한 번은 해본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도 학창시절 사전을 찾아가며 짧은 영어로 편지를 써서 멀리 바다 건너 사는 아이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것은 그때의 기억이었다.
나의 펜팔은 몇 번의 이메일 교환으로 끝났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케이틀린과 마틴은 무려 6년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편지를 써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런데 둘은 편지를 주고받는 것에서 끝난 게 아니라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나만 있을 공간이 필요했다.
네 가구가 나눠쓰는 마당이다 보니 밖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면 그냥 눈을 감으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p.74
케이틀린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살며 부족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
마틴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있는 빈곤한 마을인 치삼바 싱글스의 방 한 칸을 다른 가족과 나눠서 쓸 정도로 가난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다.
둘은 환경뿐만 아니라 성격도 달랐다.
케이틀린은 공부보다 노는 것을 좋아했고, 마틴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여 지역에서 1등을 했다.
이 책은 케이틀린과 마틴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진행되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책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케이틀린의 이야기는 평범한 미국 아이의 일상이 펼쳐져 사랑, 우정,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오는 반면에 마틴은 어려운 형편에서의 공부, 학비와 생활비를 벌러 시장에 나가 일을 하고 걱정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받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마틴은 종이도 구하기 어려워 아이스크림 포장지에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교복을 입어서 부모님께서 옷을 많이 사주실 필요가 없어.
너는 옷을 많이 살 수 있으니 운이 좋은 거야.'
실은 너무나도 어려운 그곳의 현실에 내가 눈을 뜨지 못하도록 마틴이 나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 같다.
p.103
바로 선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마틴은 처음에는 자신의 처지를 말하지 않았고, 케이틀린은 짐바브웨에 대해 잘 몰라서 마틴도 자기와 비슷한 생활을 할 거라고 여겼다.
초반에 나오는 케이틀린의 생각과 모습을 보면 시야가 좁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틴이 자기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케이틀린은 마틴의 상황을 알게 되고, 편지에 베이비 시터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넣어 보내 마틴을 도와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짐바브웨 상황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마틴은 케이틀린이 보내준 돈으로 학비도 내고 가족 생활비에 보탤 수도 있었다.
그에 더해서 케이틀린이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 계속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자 미국으로의 유학도 꿈꾸게 된다.
케이틀린은 마틴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간호사로 장래를 결정하게 되었다.
편지 한 통을 시작으로 둘은 서로 좋은 영향을 주어 더 나은 방향으로 인생을 바꾼 셈이다.
우리 가족과 케이틀린네 가족은 오래전부터 한 가족처럼 지내기 시작했다.
시작은 한 통의 편지였고 우리 삶은 그렇게 바뀌었다.
p.462
책 소개를 통해 책의 결말을 다 알고 봤음에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와 아프리카 짐바브웨 생활을 교대로 읽으며 두 곳의 차이가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교훈적인 이야기지만 지루하지 않고, 다음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궁금해서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책이다.
마틴 이야기와 케이들린이 마틴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읽으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싶어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싶어진다.
(...)
마틴은 꽤나 진지한 얼굴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마틴의 눈에 어린 총기를, 마틴의 입가에 서린 미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곧바로 이 사진을 마틴이 처음 보내줬던 사진과 나란히 책상 유리 아래 넣었다.
이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지만 둘 다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게 실감 났다.
p.101

(저 케이틀린 사진은 마틴이 여행에 가지고 다닐 정도로 마음에 들어했던 사진이기에 나도 이 사진을 택했다)
뒷부분에는 케이틀린과 마틴이 주고받은 사진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있는데, 책에서 사진을 묘사한 부분을 읽고 사진을 보니 책 읽는 재미가 더해졌다.
(다만 처음 주고받은 사진이라고 나온 부분은 오류로, 그 사진들은 그 뒤에 주고받은 것들이다.)
그리고 부록으로 토론 가이드도 있어 독서 토론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책이다.
"사소하지만 친절한 행동 하나."
나는 강연을 끝맺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그게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갖고 있는지, 그게 여러분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잘 모를 거예요."
p.472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