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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가 되기
존 가드너 지음, 임선근 옮김, 레이먼드 카버 서문 / 걷는책 / 2018년 8월
평점 :
긴 장편 소설을 읽다 보면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이끌어가는 장편소설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짧은 글이라고 쓰기 쉽다는 건 아니지만, 읽는 사람이 오랜 시간 이야기에 끌릴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은 더 어려운 일로 보이며 그런 글을 쓰는 소설가 역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장편소설가는 운동 선수로 치면 마라토너라고 생각했다.
긴 집중력이 요구되고, 호흡을 조절하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하며, 지구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면에서 말이다.
저자 존 가드너도 책에서 장편소설가를 마라토너와 같다고 언급한 걸 보고 '역시!' 했다.
책의 저자와 나란히 레이먼드 카버도 적혀 있지만 존 가드너가 주 저자다.
레이먼드 카버는 서문만을 적었는데, 그 정도로 저자와 나란히 적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대성당>으로 국내에 더 잘 알려진 레이먼드 카버 이름의 힘을 빌리는 게 아닐까.
레이먼드 카버가 쓴 서문에서 존 가드너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 '상고머리에 목사나 연방수사원 같은 복장'을 한 존 가드너는 레이먼드 카버의 스승이다.
존 가드너는 책 출간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친 경력이 있는데, 이 책은 소설가 지망생 (또는 초보 소설가. 저자는 주로 새내기 작가라고 부른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다.

사실 1983년에 첫 출간된 책인데, 그렇게 때문에 책에서 타자기 등 그즈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게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한 장르소설을 다른 소설보다 낮은 작품으로 보는 등, 지금 보면 보수적인 생각도 좀 드러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비판에 대한 부분은 새내기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공부하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그들은 낭독된 소설을 그 자체로서 이해하고 감상하려고 노력한다.
(...)
왜 이렇게 썼는지 이해할 수 없으면 질문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말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속단하도록 버릇 들이는 것은 형편없는 선생들이 저지르는 흔한 잘못이다.
(...)
현명한 사람은 혼란스럽다고 털어놓고 문제가 된 대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다음, 자신의 불찰을 자조하거나 어떤 점이 이해를 가로막았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작가로 하여금 전달에 실패한 이유를 깨닫게 해준다.
p.163-164
책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1장 <작가의 기질>에서는 언어감각, 눈(관찰력), 지성, 가방 등 글을 쓰는 작가에게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요령은 작가가 두툼한 점성술 책을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점성술 자체를 위한 것은 아니고, 별자리마다 묘사된 성격 등을 비교하고 위해서라고 한다.

저자는 글을 쓰는 방법뿐만 아니라 작가의 정신에 대한 부분까지 다룬다.
현실적인 문제도 언급을 하는데, 지금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람이나 초보 소설가도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장은 <창작 훈련과 교육>에서는 창작 프로그램, 창작 워크숍 등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데, 좋은 창장 워크숍과 나쁜 창작 워크숍을 구분하는 법도 알려준다.
위에 발췌해서 적은 비판에 대한 부분도 이 장에서 읽을 수 있다.
3장 <출판과 생존>은 출판사와 편집자, 에이전트의 이야기가 담겨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편집자와의 관계에 대한 조언도 해줘서 당시 출판 환경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존 가드너는 자신의 오랜 경험을 말하고자 하는 바에 맞게 배치했고, 다른 작가 작품과 자신의 작품을 예시로 설명해서 이해를 돕고자 했다.
지금의 작가 지망생에게도 소설을 쓰는 방법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꼭 작가 지망생이나 초보 작가가 아니더라도, 책을 읽으며 소설가가 작품을 쓸 때 마주하는 고민들 그리고 집필 방식까지 엿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