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모으는 소녀, 고래를 쫓는 소년 블랙홀 청소년 문고 8
왕수펀 지음, 조윤진 옮김 / 블랙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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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다 실제로 봤을 때의 표지 색감이 더 예쁘다)


여러 대만 청춘 영화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이제는 대만 청춘 이야기는 어느 정도 믿고 보게 됐다.

그래서 <지도를 모으는 소녀, 고래를 쫓는 소년>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살펴본 책이 대만 청춘물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 예쁜 수채화풍 표지를 한참 바라봤는데, 표지에 있는 책의 주인공 장칭과 라오따이를 보면서 장칭은 새침한 소녀 같았고 라오따이는 말이 없는 소년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책을 읽어보니 라오따이는 예상과는 다르게 말을 잘하는 아이였다.

앞자리에 앉은 장칭의 의자를 툭툭 발로 쳐서 말을 거는 사람도 라오따이였다.

고래와 사람을 연관시키는 라오따이 때문에 굵직한 고래의 특징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라오따이는 장칭에서 '포유류 중에 뇌가 가장 큰' 향유고래 같다고 하고, 듬직한 누나느느 '지구상에서 몸집이 가장 큰 동물'인 흰긴수염고래라고 생각했다.



장칭은 예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시골에서 사립 중학교까지 차로 통학하며 다니는 학생이다.

라오따이는 성적도 평범, 외모도 평범하다고 묘사되어 있지만 자존감이 높아 보였다.

책은 앞의 절반은 장칭 시점에서 서술되어 있고 뒤의 절반은 라오따이 시점에서 서술되어 있는데, 뒷부분에서 라오따이의 가정 환경과 누나가 나오며 라오따이가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랐는지 알게 되었다.

언제나 중간쯤의 성적을 받아오는 내게 누나는 이렇게 말했다.

 "동생아, 넌 지극해 정상이야. 적응도 잘했고 성적도 여전히 같은 수준을 유지하니까."


p.110

 "동생아, 네 외모는 꽤 괜찮은 편이야.

나는 네 양쪽 뺨의 깊은 보조개가 특히 마음에 들어.

천진난만해 보이거든."


p.118

장칭은 완벽해 보이지만 복잡했고 라오따이는 평범해 보이지만 단단한 느낌이었다.

둘은 이렇게 다르지만 교실에서 서로 앞뒤에 앉게 되면서 친구가 되었다.

사실 둘이 친구가 되는 데에는 라오따이의 노력이 컸다.

장칭이 잘생기고 운동부로 반에서 인기 있는 궈핀종에게 직접 그린 궈핀종의 그림과 편지를 보냈을 때 반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었는데, 그때 나선 것도 라오따이였다.



시간이 좀 더 지나 장칭에게 위 사건보다 더 힘든 일이 찾아오고 장칭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별일 없는 것 같았지만 알고보니 라오따이에게도 크게 힘든 일이 찾아왔다.

하지만 둘은 서로에게 힘든 일을 말하지 않는다.

장칭과 라오따이의 입장에서 각각 이야기를 읽으며 이 부분이 안타까웠다.

좀 더 서로가 솔직했더라면 더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지도는 나를 세상 어디로든 데려다줄 수 있어."

그러자 라오따이가 대답했다.

 "만약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난 굳이 지도를 들고 가진 않을 것 같은데."


p.54

제목처럼 장칭은 지도를 모으고 라오따이는 고래에 빠졌다.

라오따이는 장칭이 지도를 모으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장칭은 고래에 빠져있는 라오따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라오따이가 지도를 모으고 장칭이 고래의 노래가 담긴 CD를 듣게 되는 걸 보고 서로에게 서서히 영향을 줬다는 걸 나는 알게 됐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벽에 붙여두었던 라오따이의 지도를 뗴어내 가느다란 선들을 손가락으로 죽 훑었다.

'봉산의 산', '초저녁 하늘길'…….

상상 속에서 나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외국의 어느 거리를 배회하는 중이었다.

정말 좋다.

때론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도 있네.

정해진 방법이나 방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야.

이런 느낌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짜 행복이었구나.


p.81

이 책은 블랙홀의 8번째 청소년 문고인데, 예쁜 이야기에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작가의 메시지가 잘 녹아들어 있었다.

내가 학창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 읽어도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있다.

그런데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꼭 자기 자신마저 버려야만 하나?

사랑은 사랑이고, 그와는 별개로 상대방에게 이런 지적을 해줄 수는 없는 걸까?

'이건 잘못됐어요.'라고 말이다.


p.146

특히 나는 주인공인 장칭과 라오따이보다 라오따이의 누나와 장칭의 방황하는 어머니가 더 기억에 남았다.

길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주변 인물들도 인상 깊게 남긴 셈이다.

책날개에 소개된 블랙홀 청소년 문고 시리즈의 책들을 보니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여럿이다.

작가는 이 책 이후에 <지도 소녀, 고래 소년 : 10년 후>도 출간했다고 하는데, 이 소년소녀의 10년 후도 궁금하다.

 "하지만 이것만은 네가 영원히 1등이야. 내가 보증할게."

 "그래? 뭔데?"

라오따이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만약 내가 누군가 한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영원히 너를 첫 번째로 떠올릴게. 약속해!"


p.62-63

 "여전히 나를 첫 번째로 떠올리니?"


p.89

 '언제나 너를 첫 번째로 떠올렸어.'

정말이야

나의 지도 소녀, 영원히 너를 첫 번째로 떠올릴게.


p.182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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