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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쓰고, 함께 살다 - 조정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평점 :
독자와의 대화 신청을 받는줄 알았더라면 나도 신청했을텐데 너무 너무 아쉽다. 언제 읽어도 실망치 않으며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산같은 대작가이다.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예전에 읽었던 책이 그리움으로 지나가며 다시 책꽂이를 살피게 되었다. 작년 추석 연휴에 읽었던 ‘천년의 질문’은 진짜 온 국민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고, 지금 생각해도 감흥이 매우 크다.
역시나 조정래 작가에게는 ‘태백산맥’이 가장 큰 인상을 남겼는지, 이 책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나 역시 태백산맥을 필두로 이 작가의 책을 거의 다 출시하는 순간 구매해서 읽고 감동하고 감동했다. 독자들의 질문을 통해 언급된 등장인물(염상진, 하대치, 소화, 정하섭, 송수익, 필녀, 유일민, 임채옥)들로 인해,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읽으며 너무나 행복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태백산맥의 감동은 지금 생각해도 즐겁다.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읽다 잠이 들면 꿈에서 ‘김범우’ 꿈을 여러 번 꾸었고 나의 이상형으로 자리잡곤 했다. 휴가 3일을 잠도 줄이고 밥 먹는 것도 잊고 한강 10권을 읽으며 보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3부작 외에 출시 되었던 단편도 거의 읽었고 읽을 때 마다 항상 고개가 숙여졌다. 나외에 팬들이 많을 것을 짐작했는데 태백산맥을 21번 읽었다는 독자 앞에서 난 명함도 내밀지 못할 판이었다.
그 뿐이 아니라 태백산맥문학관에 독자들의 태백산맥 필사본이 40질 이상이 전시 되었다고 해서 너무나 놀랐다.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전시관에도 독자의 필사본은 없다고 하니 세계 최초가 아닌가 한다. 10권을 모두 필사한 독자가 40명이 넘고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다니 믿기 어려웠다. 태백산맥문학관을 이번 겨울에 꼭 다녀오고 싶은 충동이 들었고 나도 필사는 힘들지만, 한번 더 3부작에 도전하며 처음 읽을 때의 감동과 비교해 보고 싶었다. 작가가 가장 애정하는 인물은 태백산맥-하대치, 아리랑-공허, 한강-유일표라 하셔서 언제가 될지 모르나 더 관심갖고 읽어 보리라.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확실한 철학을 갖고 20년 후의 소설 계획까지 미리 염두에 두시고, 작가의 숙명을 안고 외길을 가며 삶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그의 글을 너무나 존경한다. 풀꽃도 꽃이다와 천년의 질문이 기대보다 덜 읽힌 것에 대해 실망하셨지만 절망과 좌절이 글쓰기를 포기하게 하지는 못하며, 작가는 그 시대의 산소이며 미래의 나침반이자 예지자라는 사명을 안고 오늘도 또 쓰고 쓰실 것이다. 늘 소년같은 설레임을 안고 날마다 새로운 글감으로 지치지 않는 필력으로 무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작가를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는가?
작가는 ‘안광이 지배를 철하다’ 할 정도로, 즉, 눈빛이 종이를 뚫을 정도로 정독과 숙독을 하여 최대한 많은 서적을 섭렵한다. 나이 들지 않는 그의 필력이 어찌 나오는지 잘 설명하고 있는듯하다. 작가가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를 여러 번 반복한다. 그의 책을 읽을 때 감동과 눈물을 넘어 내가 느낀 심정을 잘 상징적으로 응축하지 않았나 한다.
분노와 증오 앞에 ‘이성적, 논리적’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그의 책을 너무나 좋아한다. 앞으로도 계속 읽겠지만 천년의 질문에서 독자들에게 요구하셨던 부분을 내가 얼마나 실천하며 살지를 생각하니 부끄러워진다. 21번 읽었다거나 필사까지하는 독자에 질세라 내 책꽂이를 둘러 보니 서운하게도 태백산맥 2권이 없다 ㅜ 한강은 모두 있고 아리랑은 12권이 훨씬 넘는다. 빌려주고 돌려받고, 또는 이사과정에서 분실되고 더해진 것 같다. 일단 태백산맥 2권을 구매하고 다시 읽기 하면서, 소재도 주제도 언제나 민중의 맥에 닿아 있는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