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der (Mass Market Paperback)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 Vintage Books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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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책 소개로 알게 되어 강하게 끌려서 오매불망 기다려 읽은 책이다. 줄거리를 전혀 모른 채 읽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단숨에 읽은 감동적인 책이다. 단순한 러브스토리로 보기에는 독일 법학교수이며 판사까지 역임한 저자가 쓴 이 소설의 옷 속에서 깊은 메세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2차세계 대전 관련 소설이나 실화를 많이 읽었지만 독일인의 목소리로 이렇게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죄의식을 담고 있는 내용은 처음인 것 같다. 부모의 세대에서 저질렀던 참혹한 전쟁사에 대한 부모들의 죄의식을 2세대가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의미심장하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경호원 역할을 했던 Hanna는 결국 종신형을 받고 죄값을 치르게 된다.

많은 이들은 그녀의 만행에 손가락질 하지만, 그녀를 가리킨 손가락이 다시 본인에게 돌아 오고 마는 비련의 주인공 Michael Berg가 있다. 범죄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는 나치 시절의 양심적인 독일인의 표상일거라 추측한다. 그의 고뇌와 죄책감이 고귀하고 빛이 난다.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도 양심이 맑고 순수한 사람의 몫이 아니던가?

그는, 독일 대학생들 사이에서 나치 청산 운동을 벌이는 운동에 대해 갈등을 하고 있다. 독일인의 수치심을 극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치심 때문에 겪은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범법자들과 관계를 끊은(심지어 부모와도)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 만행을 저질렀거나 간과하고 외면했던 그들과 단절하고 외면한다고 죄의식과 수치심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그들이 사랑하는 부모 세대에서 저질러진 만행이라면 곧 2세대도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독일인의 운명같은 것이 아닐까라고 고뇌한다.

Michael이 Hanna를 향한 평생 안고 있던 죄책감은 눈물겹다. 15세 소년으로서 두 배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는 Hanna를 사랑한 것이 사춘기 소년의 호기심 이상 아닐거라 생각했으나, 그녀를 향한 마음이 평생 그를 지배했다. 그러나 내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은 Hanna가 문맹에 대한 수치를 숨기기 위해 평생을 거짓된 자아상을 만들며 심지어 종신형도 감수했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문맹)을 숨기기 위한 그녀의 필사적인 노력은 사랑, 직업, 심지어 목숨까지 위태롭게 했다. 직장에서의 승진을 거부한 것도, 강제수용소의 경호원으로 자원한 것도 모두 그녀의 문맹때문이었다. 결국은 감옥에서 Michael이 보내준 책 내용을 테이프로 들으며, 되감기와 빨리감기를 반복하다 고장난 카세트 수리를 다시 해가며 읽고 쓰기를 배우게 된다. 문맹은 곧 의존성인데 이제 그녀는 읽고 쓰기를 감옥에서 배우면서 진정한 독립과 해방을 하게 된 것이다.

Michael이 뒤 늦게 Hanna의 문맹 사실을 알게 되고 나니 과거의 의아했던 퍼즐 조각이 모두 맞추어지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의아해 한다. 그녀가 문맹 사실을 감추려 하면서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이고 과연 감옥행까지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나는 어느 정도 그녀가 이해는 된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절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가 있다. 예쁘고 매력적인 그녀가 읽고 쓸 수 없다는 수치스런 사실을 어찌 쉽게 밝힐 것인가? 부귀영화와 물질만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인간의 존엄과 품격(dignity)을 목숨보다 더 중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녀에게는 dignity가 전부였던 것일까?

마지막 Hanna의 죽음은 우울하게 책장을 덮게 했지만, 그녀는 평생의 수치심이자 열등의식이었던 문맹을 벗었기에 편안했을 수도. 또한 감옥에서 Michael의 사진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고, 18년 동안 테이프로 책 읽어주는 그의 목소리만 듣다가 Michael을 두 번이나 만났으니 행복했을 수도. 그런데, 난 과연 Michael이 Hanna를 향한 평생의 마음이 사랑이었는지, 시대적 희생물로서의 Hanna에 대한 죄책감이나 동정심이었을지 궁금하다. 후자만으로도 누군가를 평생 기억 속에 품고 있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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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ganized Mind : Thinking Straight in the Age of Information Overload (Paperback) - 『정리하는 뇌 』 원서
대니얼 J. 레비틴 / Penguin Books Ltd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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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효율(cognitive efficiency) 즉 인지 경제(coginitive economy)를 위해 과부화된 우리 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멀티태스킹이 인지적 손실(cognitive loss)을 가져온다고 했으나, 난 멀티태스킹이 습관이 되었기에 단점에 공감하나 느린 삶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책의 양이 너무 방대하여 읽고 난 후 정말 나의 뇌에 과하게 정보를 넣어주고 나니 리뷰쓰기가 어렵다는 역설이다. 정리하려 읽었는데 실타래 풀기가 어려워진 느낌이다.

정보과부화(information overload)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폭발적 선택 앞에 놓이게 되고, 쏟아 부은 노력과 얻게 될 이익 사이의 균형을 저울질 하며 빠른 시간내에 인지결정을 내리려고 하니 만성적 인지 피로와 억압에 눌리게 된다. 이를 극복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여러 면에서 작가가 설명하고 있다. 물론 정보과부화는 늘 선조때부터 있었던 문제이기에 과거 활자의 발명 시기부터 시작한다.

활자술이 처음 발명되었던 시기에 플라톤, 에라스무스, 데카르트는 책과 인쇄술에 대해 비판하며 데카르트는 오리려 관찰력을 중요시했다는 것은 학자들이 그 옛날에 미래를 예언했던 혜안으로 보아야 할까? 잊지 않기 위해 메모, 포스트잇, reminder 기능 등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인터넷이나 폰없이 살 수 없는 현대는 서로 대화하는 것도 잊고, 세심한 관찰은 커녕, 주위를 둘러 보는 것도 못하며, 글자에만 지나치게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정보나 할일이 너무 많아 무엇을 했는지, 해야 하는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 채 우리는 인지적 착각(cognitive illusion)이나 편향(bias)에 빠지기 쉽다는걸 누차 강조한다. 이를 막기위해 여러가지 면에서 정리가 필요하다. Home, Social World, Time, Business와 심지어 우리의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체계적인 정리를 통해 결정을 해야 한다. 우리의 뇌가 얼마나 바쁠지 안스럽기도 하고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시대가 얼마나 빠른지는 집안 정리 부분을 보아도 알수가 있다. 이 책을 언제 쓰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모르나 이제는 디지털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어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열쇠가 필요없게 되어 열쇠 분실 이야기도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집안 정리 부분인데 슬프게도 집에서 조차 우리는 인터넷 및 폰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에 비밀번호 분실을 막는 예시가 나온다. 한 개의 문장을 쓰고 각 이니셜, 득 두문자를 바꾸며 수십개의 비번를 설정한 것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나만해도 아이폰 Notes에 비번을 수십개 저장하고도 혼동해서 곤란을 겪은 경우가 있지 않은가?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Wikipedia 부분은 매우 놀랐다. 난 평소에도 위키피디어를 많이 참고하고 정확하다고 믿고 있었는데 비전문가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사이트이며 검증이 이루어 지지 않아서 매우 신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편향은 도처에서 일어나며 in-group과 out-group으로 편가르기 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상호연결과 상호 의존적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는 공공선에 기여하며 서로에게 수용적이고 친절한 사람이 되기를 강조한다. 디지털 세계 안에 숨어서 비대면 살아가는 듯 하나 우리는 여전히 함께 살아가기에 말이다.

시간을 정리하기(Organizing Our Time)는 가장 재미있었다. 할일을 미루는 습관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자신감과 과제 가치가 적을수록 자꾸 미루게 되는데 이를 극복한 사례를 통해 자신감과 오만함 사이의 내적 줄다리기는 심리적 무질서를 야기할 수 있기에 효과적인 전략으로 acting as if를 추천한다. 자신감은 닫혀 있는 문을 여는 열쇠이기에 결여 된다면 시도조차 못하게 된다. 어려운 과제에 임했을 때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감 있는 척’하며 행동하라는 말이다. 또한 창의성(creativity)은 언제 들어도 설레고 부담되는 단어이다. 창의성이 물처럼 흐르는 ‘Flow’의 상태는 전두엽 피질과 편도체가 비활성화 되며 행동과 의식이 융합을 이루고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기 파괴적 목소리가 잠드는 순간이다. 도전적 과제는 걱정을 수반하고 덜 힘든 과제는 권태를 느끼게 하는데 이 가운데 경계에서 Flow가 즉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대체의약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다. 건강 및 생명의 위협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현대의약과 전문가에 대한 오류 및 과실에 대해 언론에서 읽으며 대체 의약 및 민간 요법에 의존도가 커지면서 의도치 않게 병을 더 키우거나 사망으로 이루는 사례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해 혼동을 하는 것이다. Correlation is not causation.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나 그렇게 믿음으로써 편견에 빠지게 된다. 사실 제 3의 요인(a third factor X)이 작용하기 때문인데 인지적 착각을 하며 검증되지 않은 대체의약을 과신한다는 것이다. 종합비터민과 건강의 관계, 흡연과 폐암의 관계 등에 대한 설명이 그러하다.

작가는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 의사도 사람인지라 실수 할 수 있기에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를 부자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목적으로 수행하는 파트너임을 명심하고 당당하게 논리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수학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오류에 빠지지 않는 법으로 과학의 여왕이며 추상적 조직화의 황제라 칭하는 ‘수학’에 의존할 것을 권한다. 난 수학에 약해 이 부분이 어려웠다. Google의 창의적인 입사시험 문제 흥미로왔으나 많은 수학적 계산 풀이 등은 내게 인지적 과부화를 일으켰다.

마지막,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What to teach our children)은 인터넷 정보를 수동적으로 인지하는 것의 위험성과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진 평생 학습자가 되어 새로운 사고를 탐구하고 창의적 사고를 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수와 자기 파괴적 사고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말을 통해 단순한 지식보다 상상력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리한다는 것은 실수를 줄이고 시간 절약을 통해 불편함이 없이 살아가는 것이기에 열려있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창의성과 연결을 이을것이라고는 생각은 못했는데 결국 답은 결국 창의적 사고로 끝이 났다. 책 전반에도 상상력, 직관적 사고, 창의력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나쁜 줄 알면서 멀티태스킹을 하고도 시간이 없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맹목적으로 정보를 흡수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살아감을 경고하는 듯하다.

갑자기 업무에 치이면서 책 후반부를 집중해서 읽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책에서 말한대로 멀티태스킹의 단점이 드러난 것이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분량이 많은데 오래 읽으니 앞 내용도 잊어버리고 ㅜ 앞으로는 책을 차라리 주말에 밤을 지새우며 읽어야 하는지 고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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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Crawdads Sing (Paperback) - '가재가 노래하는 곳' 원서
G. P. Putnam Sons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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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눈물을 자주 흘리는 편이 아니나 이 책을 읽으며 후반부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얼굴이 자주 붉어졌다. 책 전체에 외로움과 무서운 편견이 관통하고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슬픔은 마음 졸이게 하지만 결국은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법정 공방을 겪고 승화가 된다. 법정 소설이나 영화는 항상 매력적이다. 해피엔딩이 불안 불안 하다고 느끼며 마지막 장을 기다렸는데 역시나 반전이 있었다.

모든 책이 교훈적일 수 없으나 반전으로 인해 나의 눈물이 멈추며 허탈한 심정도 들고 왜 작가는 그런 결말을 택했을까 궁금했다. 단순히 도발적인 끝맺음으로 독자에게 흥미를 더해주기 위한 장치였을까? 반전이 아닌 무죄 판결의 행복한 결말에서 끝났어도 충분히 좋았을텐데 마지막 주인공의 치밀한 필살기 복수를 생각하니 그녀를 향해 있던 일관된 가련한 마음이 희석되기도 했다.

물론 나는 읽는 내내 주인공 Kya편이었다. 가정 폭력과 편견으로 인해 외롭게 습지에서 삶을 살았던 Kya는 자신이 곧 외로움이자 고립이라고 말한다(I am isolation).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는 것보다 그녀가 사랑한 습지, 갈매기, 조개, 학 등을 보지 못하는 두려움이 더 컸던 그녀. 아빠의 알콜 중독과 폭력으로 모든 가족이 떠나가고 혼자 있을 때 자연이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한 그녀이다. 갈매기 외에 누군가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평생을 필명으로 시를 써서 출판사에 기고한 그녀는 작가이기도 했다. 습지에 홀로 살며 습지 전문가, 화가, 작가가 되어 책까지 출판했지만 여전히 습지 소녀(marsh girl)로 불리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외로운 성장과정을 통해 뒤늦게 만난 오빠 Jodie는 그녀가 사람들을 증오할 모든 이유를 가진게 당연하다 위로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이 그녀를 싫어한 것이라 말한다. 그녀가 다르기 때문에 배척을 당한 것일까 아니면 배척을 당해서 달라진 것일까라는 표현이 마음 아프다. 책 전반에 흐르는 편견(prejudice)은 누구의 자화상인지, 또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사람을 어느 정도까지 파괴시킬 수 있는지 상기시킨다. 시대적 배경이 52년으로 시작하지만, 21세기라 해서 우리의 사고가 반드시 업데이트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책의 백미는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가 넘쳐 흐르며 생명체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식물이나 동물 이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는 묘사 장면이 어려웠으나, 동물행동학자이며 야생생물 과학자인 작가가 일흔 가까운 나이에 처음 펴낸 이 소설 속에 자연에 대한 사랑이 잘 나타나 있었다. 습지 전문가인 Kya가 모든 상황에 생물학적 원리를 적용하며 인간 행동의 원리를 이해하려고 하는 부분에서는 ‘The Selfish Gene’이 생각났고, 동식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 부분에서는, 이끼(moss)연구에 대한 소설이었던 ‘The Signature of All Things’도 오버랩 되었다.

아프리카에서도 7년이나 보냈고 넌픽션을 많이 썼던 작가가 소설의 옷을 통해 흥미를 더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중적으로 알리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도시에 살면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길 바라는 나의 이중적 삶이면서도, 나는 항상 환경에 관심이 높으며 친환경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식물이나 환경에 대한 나의 관심은 자연 자체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Kya의 불행한 환경과 외로움이 그녀로 하여금 그녀가 생태학자/자연주의자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고 하기에는 그녀의 삶을 위한 고군분투가 너무 눈물겹다. 두려움 없이 사랑할 줄 모르는 그녀가 Tate Walker를 기다리다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결국 돌아온 그의 진심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면도 애잔하다. 상처를 준 것은 Tate Walker인데 왜 여전히 피흘리며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있는 그녀에게 용서의 책임을 떠맡게 하는가라고 묻고 있다.

주인공의 슬픔, 외로움, 자연에 대한 애정, 사랑을 들여다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소문난 책 평점에 비해 진입장벽이 어려웠던 초반부를 지나서는 기다림과 인내의 소중함도. 나의 이런 배움들이 삶 가운데서 열매를 맺기를!

He was a page of time, a clipping pasted in a scrapbook because It was all she had. (p. 198)

Why should the injured, the still bleeding, bear the onus of forgiveness? (p. 198)

You can‘t get hurt when you love someone from the other side of an estuary. (p. 354)

Nature had nurtured, tutored, and protected her when no one else would. If consequences resulted from her behaving differently, then they too were functions of life‘s fundamental core. (p.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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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0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20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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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읽었던 책이 철학이었던 탓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자신이 너무 가벼운 사람인가 살짝 자책을 했다. 실제로 나는 귀가 얇고 생각 또한 깊지 못해 상황이나 누군가의 설득에 흔들리기도 한다. 왜 나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에서 큰 감동을 받고 힘을 얻으면서 매년 이 책을 읽는가? 가벼움과 무거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내가 중심을 못 잡는 느낌이다.

보통 년 말이나 연 초에 읽었는데, 올해는 늦은감이 있다. 사실 올해는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나의 연례행사이기에 도서관에서 대여를 했다. 감동적이지 않았으나 공감을 많이 했고 상업적인 특색이 많은 줄 알았으나 현 시대를 잘 읽어냄을 부인할 수 없었다. 제목 그대로를 잘 담아내는 책임을 부인할 수 없는데 해마다 느끼는 것은 지나치게 영어가 많다는 것, 신조어도 너무 많고, 영어와 한글을 섞어서 만든 국적불명의 단어가 많아 불편하다는 것이다.

해마다 그 해 띠를 가지고 트렌드를 설명하는데 올해는 쥐띠라서 Mighty Mice였다. 물론 이 방법이 창의적일 수 있으나 이 제목 외에도 한 문장 안에 수 없이 많은 영어를 한글로 써 놓았다. 정말 이러다가 한글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긴다. 난 영어를 전공하고 나서 애국자가 된 듯하다. 순 우리말도 예쁜게 너무 많은데, 비전공자들까지 모두 영어를 사용해야 있어 보인다 생각하는 것인가? 철자와 발음이 다른데도 한국식으로 써 놓은 것은 순간 고민을 해야 이해가 될 정도이다. 물론 전공자인 나에게는 영어를 사용한 신조어에 대한 이해가 더 쉬운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한글에 대한 자부심은 어찌 해야 하는가?

멀티 페르소나, 편리니엄, 업글인간, 팬슈머, 스트리밍 라이프 등등의 단어가 2020의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진행중이라서 부인할 수 없기도 했다. 나 역시 시대의 조류에 편승하고 있는 가벼운 사람이라 모두가 새로운 내용은 아닌데 막상 나의 모습을 책에서 읽으니 슬픈 것도 있었다. 감성적 변비를 앓고 있는 현대인에게 감성 인공지능의 활약과, 면대면 표현이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이별/퇴사 대행 서비스를 해주는 비대면 대행 서비스는 과연 장점만 가져다 줄 것인가? 관계에 대해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액정화면이 공간보다 매력있게 보이는 시대에, 이제는 적자생존이 아닌 특화생존으로 공간, 액정, 상품, 기업들이 각자 몸부림을 치고 있다.

나도 살아남기 위해 이 책을 읽는지도 모른다. TV를 없애고 안본지 오래 되어 혹시나 내가 시대의 흐름에 둔감해지지 않을까 염려했던 적이 있었다. 습관처럼 읽었던 책이고 유익한 점이 있는건 사실이나,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시대의 흐름을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아님 유행에 편승하려는 가벼움일까?

이제는 ‘독서’가 아닌 ‘청서’가 시장이 움직임다는 표현에 쿵하는 느낌은 무엇일까? 나는 과연 언제까지 종이책에 집착할지 모르겠다. 무조건 트랜드를 따라갈 수 없으나 거스르기도 쉽지 않을 날이 오리라.

내년에는 이 책을 안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불편해 하면서 또 읽겠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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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points : 10 Old Ideas In a New World (Paperback)
Svend Brinkmann / Polity Press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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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순간이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작가는 ‘행복’이 가장 고귀한 가치는 아니라고 했다. 난 나의 행복을 위해, 즉 유의미한 삶을 위해 공부를 버리고 다독을 택했는데 행복과 유의미한 삶은 별개라고 일침을 놓았고, 특히나 내가 불안하게 흔들릴 때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도움을 얻곤 했는데 이것에 대한 비난도 있다. 책을 마치니 공감이 간다. 책을 책 자체로 사랑해서 즐겁게 읽어야 하는데, 뭔가를 피하고 내 행복의 수단으로 책을 선택했던 것이다. 작가의 주 메세지에 따르면 책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했다. 모든 것이 수단화가 됨을 비판하고 있다.

책 전반에 수도 없이 반복되는 단어들이 있다.
instrumentalization, an end in itself(per se), meaning of life, meaningful, intrinsic value, purpose, duty, morality, responsibility 등의 단어들이 일관성있게 반복된다. 수치화, 정량화, 측량, 손익계산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숙고할 시간을 제공하는 소중한 책이다. 심지어 사람마저 사람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인적 자원’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사용하며 쓸모나 소용을 따지는 것에 익숙해졌다. 나조차도 어딘가에서 유익한 사람이 되어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나? 내가 수단으로 전락된 것에 당연하게 길들여져 있었다.

배우 Woody Allen의 삶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nihilism)에 대한 반박으로, 소중한 것들이 수단화 된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다. 우리 삶에 본질적인 가치(intrinsic value)를 제공하며 그 자체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end)인 철학자들의 10가지 명언을 통해 우리는 유의미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삶의 방법으로 철학을 택하는 것이 수단화에 저항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가치있는 것에 대한 철학적 숙고는 그 자체로 내적인 의미가 있기에 철학적 삶은 의미에 대한 수단이자 목적이라면서, 철학이 수단이 되는 것에 대해 배수진을 치고 있다.

결론은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는 활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유의미한 삶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비록 도덕적으로 선한 의미있는 삶이 항상 자신의 행복과 복지를 가져다 주지 못하는 비극이 있을지라도. 이 책 전반에 걸쳐 작가가 우리를 안내하는 단어 중 독특한 것 중에 self-outsight라는 신조어가 있다.
Freedom is not just about self-insight, but also about self-outsight. (p.120)
철학자 Murdich의 Love에 관한 가치도 pay attention to another as another이다. 이런 이유로 작가가 자기계발서를 비난하는 것 같다. 자아실현, 자기애 등을 강조함으로써 자꾸만 나만을 바라보며 타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하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대안으로, 밖으로(self-outsight) 또는 타인(another)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관계맺음을 통해 의무감, 책임감을 기르며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마지막 10. Death(Montaigne)도 매우 감동적이었고 독특한 접근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The Good, 칸트의 Dignity등은 놀라운 얘기는 아니고 어쩌면 당연한 것인듯 보인다. 선과 존엄은 어떤 대가나 쓸모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죽음도 우리 삶에 의미를 던져 줄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유한한 삶을 산다는 것은 부담도 되고 위협도 되지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죽음의 역설이 있다. 우리가 죽는다는 이유때문에 모든 것은 의미를 가진다. 불멸이 아닌 유한한 삶을 산다는 것은 더욱 더 우리가 도덕적인 삶을 실천하며 낭비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문구를 떠올린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찬미가 아닌 삶 속에서 더욱 기뻐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게 할 수도 있다.

심리학도 수단화의 수단이 된 이 시대에 쓸모가 없다는 이유, 즉 수단화가 되지 않는다는 그 이유가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데 매우 유용하고 쓸모 있다는 역설이 진하게 와 닿는다. 내 생각을 많이 바꾸어 놓은 책이며 사람과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했고, 내가 늘 입버릇처럼 내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고민했는데 이에 대한 방향 정리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리고 내 삶이 이대로 행복한가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이 의미있는 삶과 반드시 연관이 깊지 않음도 알게 되었다. 역시 철학 속에 답이 있었다.

Only the useless is useful in helping us discover meaning. (p. 13)
Every ‘is’ has a built-in ‘ought’. (p. 37)
Everything had either a price or dignity. (p. 40)
We are only something because of our relations with other. (p. 68)
Everything has meaning because we die. (p. 124)
Mortality is a prerequisite for morality. (p.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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