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Expectations (Paperback, Revised) - Penguin Classics
찰스 디킨스 지음 / Penguin Classics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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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 째 고전과 사랑을 하고 있다.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만큼 나를 강하게 끄는 매력이 고전에 있다. 훌륭한 현대작이나 신간을 폄하하는건 절대 아니지만 고전의 마력을 그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읽어야 할, 다시 읽어도 좋을 책들은 갈수록 쌓여만 가는데 나의 게으름은 이를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멋진 고전과의 시간도 반드시 행복한건 아니었다. 깨알같은 글씨의 500페이지를 추석연휴에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고전의 묘미를 살짝 저해했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 읽기도 이리 힘들진데, 자발성이 아닌 의무감으로 해야하는 일들은 얼마나 비효율적일까, 언제쯤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생산적으로 할 수 있을까 꿈이라도 꾸어 본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는 것이 삶의 커다란 버팀목이 됨은 말할 것도 없다. Pip에게 신분 상승과 부의 축적에 대한 욕구가 있다. 가련한 Miss Havisham에게는 입양 딸을 이용하여 자신을 버린 남자때문에 모든 남자를 향한 평생의 복수 욕구가 불타고 있다. 1860년대 발간된 스릴 넘치는 장편을 읽으며 조금의 지루함도 없고, 세대간의 괴리감을 느끼지 못함은 신분 상승, 부의 축적, 사랑을 향한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세상은 반드시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며 땀과 의지의 총합이 아님을 안다. 가끔은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 유난히 영국 소설에 유산 상속 이야기가 자주 등장함이 디킨스의 영향일까? 뜻하지 않은 엄청난 유산을 받게 된 Pip이 변심해 가는걸 읽으며 밉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보여지는 속물근성이라 이해도 되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 늘 양심의 가책은 있었던 Pip이라서 결국 그의 후원자이지만 죄수인 Magwitch를 탈출시키려고 끝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장면까지 함께하는 인간적인 Pip으로 성장한다.

친구 Herbert를 향한 드러나지 않은 기부와 선행, Estella를 향한 변치 않는 사랑, 따뜻한 매형 Joe를 그리워하는 마음, 뒤늦게 돌아가려했던 Biddy에게 준비했던 사랑 고백은 못했으나 그녀의 결혼을 무한 축복해주는 속깊음 등등이 그의 매력이다. 결국 삶도 사랑도 타이밍이다. Biddy같은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고 Estella에게 눈 멀었던 Pip이 사랑 고백을 하려던 날이 그녀의 결혼식 날이었다.

용서의 힘이 얼마나 큰지, 용서하지 못하고 마음에서 떠나 보내지 못한 상처가 얼마나 한 사람의 삶을 철저히 파괴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물이 Miss Havisham이다. 그녀는 부와 모든걸 가졌으나 결혼식 날 버림받은 상처로 평생을 은닉하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어둠 속에서 입양한 Estella를 그녀 마음에서 사랑을 훔치고 그 빈 자리에 얼음을 심었다고 할만큼 냉정한 숙녀로 키운다.

영국 신사라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인식될 만큼 gentleman이란 단어 속에는 지금까지도 부와 품격이 느껴지는 듯하니 19세기에는 얼마나 더 큰 위력이 있었을까? Pip을 신사로 키우려던 죄수 Magwitch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평생을 감옥에서 지낸 그는 Pip에게 막대한 유산을 물려주며 신사로 성장한 Pip을 보며 흐뭇해한다. 현재도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리만족을 하거나 그런 방법이나 행동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지 않은가?

나만큼 어리숙한 Pip에게 변호사 Jaggar가 하는 충고가 있다. Take nothing on its looks. Take everything on evidence. There’s no better rule. (P.336) 후원자를 잘못 알고 있던 Pip에게 “외모로 취하지 말며 증거를 가지고 어떤 것을 취하라”라고 했다. 세상 모든 일에 명확하게 증거나 물증이 드러나지 않기에 쉽게 외모로 오판하기 쉽다. 그래서 가지게 되는 편견과 실수도 엄청나다. 책을 읽는 것도 그러하다. 책이 주는 영향과 효과는 엄청나지만, 책은 다른 현대 매개체에 비해 자극적이고 짜릿함을 뽐내고 있지 않기에 연휴에 하는 독서가 고리타분한 것으로 쉽게 판단됨이 안타깝다.

책과의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나서,
이 책의 Joe와 Biddy처럼 모나고 날선 부분이 둥글게 둥글게 곡선으로 잘 다듬어지고도, 가끔은 직선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내 모습에 낯설어 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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