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와 일기에 대한 감성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1984년 청소년 문학상이라, 2022년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으나 그럼에도 글쓰기는 어떤 형식으로 살아남아 상처받은 마음의 연고로 사용되면 어떨까 생각한다. 마음을 전하는 손편지가 사라진지 오래이고 나 역시 카톡으로 마음을 전하는데 익숙해졌고, 편지는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남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써왔던 나는 일기 신봉자이고 올해는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목표라서 이 책이 더욱 따뜻하고 친밀하게 느껴졌다.
Leigh Botts은 책을 흥미롭게 읽고 난 후 2학년부터 작가에게 편지 보내기를 시작한 것이 6학년까지 이어진다. 바쁜 작가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작가에게 쓰지만 보내지 못하는 편지(Dear Mr. Pretend Henshaw)를 쓰다가 결국 일기를 쓰게 된다. 뭔가를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그 속에 빠지게 되듯이 Leigh는 글쓰기 대회에 참가하여 1등은 아니지만 가작(Honorable Mention) 수상을 하게 되고 창의성을 인정받아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까지 참가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꾸게 된다.
글쓰기는 어떻게 가장 멋진 치료제가 될 수 있는가? 마음 속에 외로운 섬 하나씩 갖고 있는 우리는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해도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어느새 마음은 치유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게 주인공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나 일기장에 고민거리를 모두 담았다. 새로운 학교에서의 부적응, 부모님의 이혼으로 항상 그리운 아빠 이야기, 도시락 도둑 등등의 이야기를 쓰면서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초등학교부터 일기를 쓰면서 난 일기장을 두 권씩 소유한적도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 마음이 무겁고 힘들 경우 일기장에 나의 심정을 쓰곤 했다. 요즘엔 직장에선 손으로 쓰지 않고 노트북에 쓰고 저장하기에 옛날 그 느낌은 없지만 쓰면서 위안을 얻는다. 휴대폰이나 아이패드로 쓰는 것이 편리하긴 하지만, 올해는 반드시 수기로 노트에 쓰고자 결심하여 현재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일기를 쓰고자하는 결심은 지친 나를 위로하고 하루를 잘 마무리 한 후 새롭게 다음날을 출발하기 위함도 있고, 둘째는 잘 쓰고 싶기 때문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읽고, 보고, 듣고, 써야 한다고 충고한다.(I should read, look, listen and write. P.14) 다독만으로 부족하고, 눈과 귀가 늘 깨어있어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며 들어야 하고 쓰고 또 써야 한다. 이 책은 80년대 배경이고 TV가 고장난 후 수리가 안되고 볼 수가 없고, 홀로 집에 남아 외로움을 달래는 방편으로 시작된 글쓰기이지만 결국 주인공을 정서적, 지적으로 성장시켰다.
전자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서 읽기와 쓰기를 희생시키고 결국 마음의 풍요와 안정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답을 제시한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