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평점 :
1992년 일본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 츠지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했습니다. 필명의 '츠지도'는 출신 지명을 땄고, '유메'는 서클 별명에서 유래합니다. 제1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사라진 나에게"란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고 2015년 데뷔했습니다. "나와 그녀의 왼손", "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 "지금, 죽는 꿈을 꾸었습니까", "새장" 등의 작품을 썼습니다. 그럼,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을 수상한 <그림자 인간>을 보겠습니다.
얼마 전 육아 휴직을 마치고 가마타 경찰서로 복귀한 모리가키 리호코는 신입 하야시베 가이토와 당직 중에 사건이 들어옵니다. 20대 남성을 누가 뒤에서 칼로 찌른 현장에 도착했는데, 만취한 피해자 사이토 도시키가 자신과 사귀던 하나에게 오늘 헤어지자고 했더니 집요하게 쫓아왔다며 의심스럽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전봇대에 숨어 있는 한 여성을 향해 소리 지르자 그녀는 도망쳤고 하야시베가 잡아 경찰서에 데리고 갔습니다. 현행범을 잡아 사건 해결이 빨라질 것 같은 기대와는 달리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피해자는 호적이 없답니다. 성, 생년월일, 출생지, 본적도 모르고 DNA 채취를 거부합니다. 공란투성이인 진술조서에 서명 날인을 마치고 상사에게 보고했더니 송치 기한까지 모든 진술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하나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장 탐문을 하고 주변 관청에 문의했지만 별 소득 없이 하나의 신원에 대한 수사 기한이 종료되어 버렸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 하나가 경찰이 무서워 거짓말을 했다며 자신은 사건과 관련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습니다. 자백이라는 직접 증거가 사라져 다른 증거 수집을 위해 뛰어다녔으나 구류 만기로 풀려납니다. 리호코는 하나가 어디에서 지내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신분증이 없어도 받아주는 PC방에 데려다주고 돌아가려는 순간 하나는 어디론가 갑니다. 그녀를 미행하니 '가나우치 식품 주식회사' 공장 옆 창고에 들어갑니다.
하나처럼 무호적자 15명이 공장에서 일하고 창고에서 생활하는 곳으로, 그들은 '유토피아'라고 부릅니다. 30년 전부터 가나우치 회장은 테페이와 요시코를 시작으로 숙식제공하며 생활이 불편하지 않게 신경 써주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출산 비용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버림받은 다쿠로, 어머니가 폭력 남편과 이혼하지 못한 상태로 가출했고 다른 남자랑 하룻밤 사랑해서 아이를 낳아 엄마가 죽은 후 들어온 루미카, 공장 근처에 버려진 료와 하나 남매, 술집에서 일한 무호적 엄마와 17살까지 살다 버려진 아쓰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리호코는 도와줄 방법을 고민합니다. 또한 료와 하나 남매가 발견된 연도와 비슷한 사건인 '새장 사건'이 떠올랐고, 전담 수사원 특명수사대책실 하야마 게이지에게 알렸고 비공식적으로 그를 돕기로 합니다.
료와 하나 남매가 새장 사건의 남매가 맞는지, 맞는다면 새장 사건의 납치범이 아동복지시설에서 유괴한 뒤 몸값을 요구하거나 폭행하지도 않고 식품 공장 근처에 아이들을 놔두고 간 이유는 무엇인지, 아니면 유토피아 내부자 혹은 관계자가 납치범과 연관이 있는지, 리호코와 하야마의 수사는 <그림자 인간>에서 확인하세요.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직업을 구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은 사람인 '무호적자', 그들을 아십니까. 아이가 태어나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오늘날 당연한 상식이고, 불이행 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의무입니다. 하지만 출생등록이 되지 않아 기본권은커녕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에까지 이용되는 아이들이 1960년대 우리나라에도 12만 명이나 있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병역기피자와 범법자도 있었지만 6.25전쟁 이후 부모형제를 잃고 굶주리고 방황하는 수많은 아이들과 갖가지 사연으로 인해 호적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은행, 병원, 공적 지원금 등 국민으로서 개인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이런 무호적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자 인간>은 두 개의 사건이 얽힌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인간도 없다.
불완전한 인간끼리 부족하더라도 서로 보듬어주며
겨우 그럴듯한 형태를 유지하며 산다.
그러나 태어난 순간, 한 사회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있다.
자신이 사는 곳이나 직업을 자기 의지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고통에 비하면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려는 자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사치스러웠는지 돌아보게 된다.
삶은 '완벽'이 아니라 '충분'을 지향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소한 부분은 눈감아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p. 325~6)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리호코 형사는 무호적자들의 공동체인 유토피아를 자신의 수사로 인해 부숴도 될지 고민합니다. 그 공동체가 불법이지만 그들이 모여 가까스로 손에 쥔 소박한 생활을 지켜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 진심이 닿아 공동체 사람들도 변하고, 무호적자를 돕는 다른 사람들도 찾습니다. 범인이 밝혀질 때의 후련함보다 책의 마지막까지 빛나는 따뜻한 마음이 더욱 감동적인 <그림자 인간>. 이 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1965년 12월 10일 '무호적자 호적 만들어주기 운동'을 시행한 '이성원' 전 희망원 원장님의 업적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분의 운동 이후 12만 명의 사람들이 호적을 갖게 되어 우리나라 국민으로 살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감동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우리들의 관심도 이어져야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