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었다
정해연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수상, 2018년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장편소설 "더블", "홍학의 자리", "구원의 날", "유괴의 날", "사실은 단 한사람이면 되었다" 등을 출간했고, "더블", "홍학의 자리", "유괴의 날" 등은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더블",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는 드라마로, "구원의 날"은 영화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그럼, 저자가 쓴 청소년 스릴러 소설 <엄마가 죽었다>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나의 아빠는 연이은 사업 실패로 낙심하며 매일 술만 마셨습니다. 엄마는 이혼을 통보했고, 아빠는 이혼 서류를 제출하러 가기로 한 전날 밤 엄마가 보는 눈앞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공무원인 엄마와 생활하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되기도 전에 CIF란 병이 나타났습니다. CIF는 전염력이 강한 고양이 열병으로 예방책이나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처음엔 인체 전염력이 없다고 발표되었으나 감염되어 사망한 사람이 발생하고 나서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 환자가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혼란한 상황에서 엄마는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아파트에서 나를 보며 뛰어내렸습니다. 누가 민 것도 아니고 스스로 뛰어내리는 것을 음식점 배달부가 보며 경찰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들어 자살했다며 사고사로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눈앞에서 남편이 죽는 것을 보며 힘들었고 원망도 했기에 자식 앞에서 똑같은 일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럴 수 없는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할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엄마가 남긴 업무 다이어리를 살펴봅니다.

엄마는 CIF 방역 대책 상황실로 배치되었고, 병에 걸린 고양이를 살처분 하는 일을 힘들어한 심경을 업무 다이어리에 적어놓았습니다. 2023년 4월 1일에 '거짓말. 싫어.'란 글만 적혀 있고, 더 이상의 글을 없습니다. 엄마는 죽기 3개월 전부터 일기를 쓰지 않았습니다. 뭐든지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가 아무것도 적지 못할 정도의 무엇인가가 있는 것인지 나는 궁금했습니다. 뒷장을 넘겨보다가 엄마가 급히 휘갈긴 필체로 'CCACA'란 단어가 종이 반절을 차지할 만큼 크게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네 사람의 이름과 지역명이 각각 적혀 있었습니다. 아빠의 자살 이후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드시던 엄마는 4월 진료를 오지 않았고 약도 드시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4월 1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중3 민우는 엄마의 자살로 갑자기 혼자가 됩니다.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엄마의 다이어리를 찾아보고, 엄마 직장 동료들에게 물어봅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중학생이라는 이유로 민우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자 했던 것도 민우고, 엄마를 잃은 것도 민우입니다. 민우는 엄마가 죽은 후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늘어나는 전염병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잃을까 봐 옳은 말을 하려는 사람들을 막습니다. 당장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진실을 외면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진실은 드러나고, 시간이 지난 후의 대책은 처음보다 두 배, 세배, 아니 그 이상으로 힘듭니다.

자신이 속한 곳의 진실을 외치는 내부고발자는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하지만 일하는 곳에서의 협박과 비난, 부당한 처우로 인해 더욱 힘들게 됩니다. 이런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이 만들어졌으나 조직의 부패는 더욱 진화하고, 내부고발자를 옥죄는 방법도 진화합니다. 고로 법의 한계로 인한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만약 나라면 진실을 알아도 서슴없이 밝힐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고려하면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른인 내를 부끄럽게 만드는, 부조리한 것에 눈 돌리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민우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재판 이야기 - 그 재판이 역사가 된 이유!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기의 재판으로 알아보는 흥미진진한 법과 세계사
장보람 지음 / 팜파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변호사이며, 어린이·청소년 교양서 저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상임조정 위원직을 맡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명화로 배우는 미술의 모든 것", "말과 글에도 주인이 있어요", "신나는 법 공부" 등이 있습니다. 그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재판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 '여론의 힘으로 잘못된 재판을 바로잡다'는 1894년 드레퓌스의 재판을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들에 관해 알게 되면, 이를 통해 잘못된 점, 부조리한 일면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문제 상황,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잘못이 자행되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것이 바로 언론입니다. 언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 사실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여론이 만들어지면 여론을 반영한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게 됩니다. 1894년 9월 한 정보원이 프랑스 파리 주재 독일 대사관에 침투해 쓰레기통에서 찢어진 명세서를 발견했습니다. 명세서에는 군사 기밀이 있었고, 서명에 적힌 D가 독일 스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프랑스 장교들 중 이름에 D자가 들어간 자를 찾다가 유대인 드레퓌스를 발견했고, 스파이로 단정 지었습니다. 그리고 증거를 조작했고, 여론은 그가 스파이라며 앞다투어 보도했습니다. 그는 무죄를 주장했으나 결국 유배되었고, 가족들은 재심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896년 다른 증거가 나타났고, 이를 발견한 피카르 중령은 언론사에 알렸습니다. 이제 드레퓌스 사건은 다시 주목받았지만 진범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후 프랑스의 국민들과 신문, 잡지들은 누가 진짜 간첩인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며 대통령에서 공개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신문사에 기고했고, 이후 드레퓌스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2년인 1906년 무죄를 판결 받았습니다.

소개한 재판 내용 외에도 시민 불복종, 헌법상 기본권과 양심선언, 군중 심리와 잊힐 권리, 역사에 대한 판단과 정의, 인종 차별과 흑인 인권 운동, 미란다 원칙과 증거 능력, 낙태와 여성의 자기 결정권, 대통령 탄핵과 헌법 재판소, 인간답게 죽을 권리, 환경권과 손해 배상, 성희롱과 성차별에 대한 세기의 재판 이야기가 책에 있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재판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 시민의식, 존엄성, 자유와 평등, 정의 등은 과학 기술의 발명가들처럼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역사 속 인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역사 속 인물들은 새로운 가치들을 탐구하고, 이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법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펼쳤습니다. 민주주의, 시민의식, 존엄성, 자유와 평등, 정의와 같은 사회 가치에 대해 보호하는 법률도 처음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역사 속 인물들이 기존의 사회에 맞서 자신의 의견을 펼치고 때로는 불리한 판결을 받으며 하나씩 법으로 만들어졌고, 공통의 생각으로 자리 잡으면서 비로소 한 국가, 각 개인이 지금과 같은 가치와 세상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가치들이 생겨나고, 이 사회가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몬과 살인귀
구와가키 아유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듭되는 반전에 무릎을 꿇었다는 다른 작가의 평에 어떤 반전이 있을지 궁금하고, 제목의 뜻이 무엇일지도 내용과 어떤 상관이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김준녕 지음 / 고블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6년에 태어난 저자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했고, 하루의 절반은 글을 준비하고, 나머지 절반은 글을 쓰면서 보냅니다.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으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는 그의 첫 SF 소설집입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경매'는 주인공 내가 절친 상욱의 딸 상아의 기억 재건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기억 콜렉터에게 기억을 팔러 오는 데서 시작합니다. 상욱은 나와 우주선 외벽을 수리하는 일을 하며 겨우 먹고살았는데, 상욱이 우주 청소부 여자를 만났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상아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병원에 살다시피 했고, 쉬는 날도 없이 상욱과 아내는 돈을 벌었습니다. 상아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갓난아기인 상아의 부모에 대한 기억까지 팔았으나 3년 전 블랙홀에 의해 부부는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대부로서 난 상아를 키웠고, 대학을 가길 원했으나 기억이 온전한 사람만이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상아를 위해 기억 재건술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상아에 대한 기억을 팔려고 왔습니다. 기억 콜렉터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훌륭하다며 시술을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난 지금 해달라고 했고, 그는 알겠다면서 지난번에는 하면서 말을 하려다 맙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는 골방에서 지내는 내가 0번 버스를 타면서 시작합니다. 어디로 가는 건지, 가는 도중에 길을 잃으면 어떡할지 걱정이었으나, 이십 대 초반 정도로 앳되어 보이는 버스 기사는 도시 외곽으로 버스를 몹니다. 0번은 대구 남구, 중구, 시내로 향하는데 경로를 크게 벗어나고 있습니다. 0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오묘한 숫자라고 생각하며, 52세에 지하철 선로에 뛰어든 아빠를 떠올리며 내 가족도 0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버스는 전등이 달리지 않은 암흑 터널로 들어가며 목적지를 알리는 전광판에서 빛이 납니다. 2번 지구까지 47분, 3번 지구까지 1시간 35분... 2번 지구를 시작으로 숫자가 계속 쌓여갑니다.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는 10편의 SF 단편을 모은 소설입니다. 기억을 사고파는 '경매', 공기를 통해 감염되어 결국 죽는 바이러스가 퍼져 모든 사람이 방호복을 입기 시작한 지구의 모습을 그린 '팔이 닿지 못해 슬픈 짐승', 우주시대에도 행성과 별의 땅을 사고파는 '망자를 위한 땅은 없다', 태양 질량의 130배에 달하는 블랙홀이 한순간에 사라져 우주 보험사 직원이 방문하는 '블랙홀 뺑소니', 0번 버스를 타고 어딘지를 모를 곳으로 가는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방공호 내에 위치한 상위 0.01%만을 위한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 재료를 구하는 이야기 '맛과 맛 사이', 채무추심위원회는 구조비라는 명목으로 채무자를 어떻게든 살려냈고, 빚을 갚거나 다른 다른 이에게 빚을 넘기는 방법 외엔 없어 산 사람은 죽은 이의 빚을 지고 사는 '빛보다 빠른 빚', 창고에서 발견한 공룡알을 부화시키는 '뜨거운 얼음을 만드는 방법', 과거 지구인들이 우주로 날려 보낸 전파가 돈이 되는 미래에 세상의 진리가 들어있는 데이터센터를 찾는 '브레인 크런치 - AI 시대에서 인간이 살아남는 법',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잘 크고 맛까지 있는 좁쌀보다 작은 소형 나노봇인 그레이 구가 지배하는 '사이버 피쉬 트럭'까지 다양한 현실과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의 표현이 짜임새 있게 보여 어쩌면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 부동산 불패 신화는 언제까지 계속될지, 상위의 가진 자들은 그들의 취미를 갈구하고, 외계인들이 세상에 스며든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지까지, 책을 읽으며 다양한 상상력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고민하게 되는 <0번 버스는 2번 지구를 향한다>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 배신과 왜곡이 야기한 우리가 모르는 진짜 세계사
나타샤 티드 지음, 박선령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크백 런던 대학교에서 정신건강과 젠더와의 관계, 여성 운동의 역사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일부 역사적 주체에 의해 지워진, 혹은 과소평가된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으며, 일반 대중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사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2022년 스코틀랜드 역사 환경 전시회 '이야기의 해' 기획에 참여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과 역사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을 보겠습니다.



'갈리아 전기'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갈리아 전쟁을 기록한 책으로 유명한데, 그가 이 책을 집필한 진짜 이유는 개인적인 이익 때문이었답니다. 정치권력을 유지하거나 오르기 위해선 돈이 많이 필요했고 카이사르는 갚을 돈이 엄청났습니다. 갈리아 지역과 전쟁을 하면 그 지역의 재물과 노예무역으로 부채를 갚을 수 있겠다는 판단에 공격할 이유를 찾았고, 마침 헬베티는 서쪽으로 이주하기 위해 로마가 지배하는 땅을 지나갈 수 있도록 요청했습니다. 카이사르는 거절했고 헬베티는 다른 경로를 찾기로 했으나 그와 그의 군대는 헬베티를 공격해 전멸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이사르는 상당한 부를 축적했고, 자기만의 승리 공식을 발견합니다. 로마 공화국에서 정치가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이 전쟁을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로마인에게 유익한 것처럼 보이도록 '갈리아 전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카이사르의 거짓 주장은 역사적으로 사실로 받아들여져서 20세기 중반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보고서 중 하나로 칭송받았습니다. 역사학자들이 카이사르의 거짓말을 알아차리게 된 건 그가 사용한 숫자였고, 이 조사를 계기로 그가 한 주장의 모든 부분이 역사적인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교모한 거짓말이 들통나기까지 200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많은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의 소수집단 구금 및 추방을 위해 인구 통계 데이터를 사용했음을 투명하게 밝혀 왔지만 미국은 침묵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자 일본계 미국인 공동체 안에서 그들이 받은 처우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요구하는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마고 앤더슨과 윌리엄 셀처라는 두 학자가 인구조사국 기록 보관서에 대한 심증적인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인구조사국이 기밀 정보를 오용해 일본계 미국인 개개인의 시민권을 탄압하고 억류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인구조사국은 이 사실을 60년 이상 부정했으나, 결국 2000년에 미 인구조사국 국장이 인정하면서 마침내 사과했습니다.




어릴 때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는 역사는 진실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가르치는 역사를 비아냥거렸고, 진실을 알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을 불쌍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진실하지 않은 역사를 우리도 배우고 있음을 알았을 때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다른 면을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간 역사들을 들추는 교양 프로그램에서 진실의 한 조각을 보고,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자부한 우리나라에도 편파적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우리도 눈먼 사람과 다름없었음을 느꼈습니다.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에는 이데올로기, 종교, 제국의 흥망성쇠를 아우르는 참혹한 거짓말을 50가지 담았습니다. 어떤 거짓말은 수 세기에 걸쳐 진실로 믿어왔고, 어떤 거짓말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고대의 초기 거짓말부터 중세에 발전된 거짓말과 근대 초기의 음모론과 위조, 19세기의 저널리즘, 20세기의 프로파간다와 가짜 뉴스까지 다양한 거짓말의 모습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사를 바꾼 거짓말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거짓말에 의문을 가지고, 그것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이 의문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거짓말의 역사를 그대로 진실로 알고 살아왔을 것입니다. 눈먼 사람이 아닌 눈 뜬 사람이 되게 해준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 자신부터 의문을 가지고,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 온갖 글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습관이라 생각합니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