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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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폴란드 문학과 동유럽 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저자는 2022년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습니다. "붉은 칼", "죽은 자의 꿈" 등의 장편소설과 "저주토끼", "아무도 모를 것이다", "여자들의 왕" 등의 소설집, 연작소설집 "한밤의 시간표"를 펴냈습니다. 그럼, 저자의 4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를 보겠습니다.



국제통증학회의 정의에 따르면, 통증은 '조직 손상이 있거나 있었다고 생각되는 사건에 연관되어 나타나는 감각적 또는 정서적 불유쾌한 경험'으로 정의됩니다. 몸에 손상이 일어나면 신경계에서 통증을 감지하여 뇌로 전달합니다. 그러므로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말단 감각체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법과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지 못하게 막는 방법이 있습니다. 회사는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새로운 약물을 연구하고 개발했고, NSTRA-14는 통증 신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중독성이 없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었습니다. 정부 당국도 감시 및 관리했고, NSTRA-14의 안정성이 입증되고 중독성이나 내성이 없다는 사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확인되자 규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특허 기간이 끝난 뒤에 같은 성분이지만 용량과 종류에 따라 일부 제품은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단은 고통이 없는 삶은 자신의 영혼을 자각하지 못하는 삶이라 결론지었고, 이런 철학적 결론을 바탕으로 고통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신도들은 고립되어 고통받았고, 고통을 견디는 과정에서 고립되었으며, 그 고통의 끝에 그들의 삶에는 교단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태와 한은 어릴 때 부모와 헤어졌고 교단에서 자랐습니다. 태는 고통을 없애는 약을 개발한 제약회사 본사의 건너편에서 폭발물을 설치한 드론을 조종해 본사 사옥 최상층을 폭발시켰습니다. 그로 인해 사장과 연구최고이사가 죽었고, 이들은 경과 오빠 효를 생체실험 대상으로 사용한 부모입니다. NSTRA의 뒤를 이어 고통을 없애기 위해 개발 중이던 약에 고통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단 사람들은 그 약물을 빼돌려 교단의 종교 행사에 사용했습니다. 소모임 형식으로 열렸던 교단의 기도회에서 NBOLI-730을 복용한 일부 열성 신도들이 고통을 겪다가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교단 관련자들을 체포했습니다. 이 기도회 사건에 앙심을 품은 교단이 1년 뒤 폭탄 테러를 저질렀을 것이라 경찰은 결론지었습니다.


그로부터 12년 후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이 하나둘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시신 옆에는 '죽은 자는 이미 구원받았다'라고 프린트된 문구가 놓여 있습니다. 그들의 몸에는 고문의 흔적이 있었으며 부검 결과 기도회 사건 당시의 약물이 검출되었습니다. 륜과 순형사는 단서를 얻기 위해 교도소에 수감 중인 태를 찾아왔고, NBOLI 약물을 묻기 위해 경을 찾았습니다. 경이 회사를 떠난 후 권리를 물려받은 법적 배우자 현이 폐쇄된 실험실까지 가는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했고, 태의 상담의사도 함께 합니다. 시간이 지나 교단 지도자들을 살해한 사람은 누구이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고통에 관하여>에서 확인하세요.




고통은 무엇일까요. 고통이란 단어를 들으면 아프다가 함께 연상이 되니 몸이나 마음이 아픈 것을 뜻합니다. 누구나 아픈 것은 싫어하고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습니다. <고통에 관하여>에서 중독되지 않고 내성이 생기지 않는 강력하고 안전한 진통제가 등장합니다. 이로 인해 고통의 개념, 통각의 문화가 바뀌게 됩니다. 통증은 참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거나 퇴치하는 것으로 변합니다. 이런 약이 있다면 정말 좋은 걸까요. 보통 몸이 아프면 처음엔 참아보다가 진통제를 먹고, 그래도 더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 몸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처럼 고통은 병의 전조증상을 일깨웁니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몸속의 상태를 짐작하게 합니다. 그런데 책의 약은 이런 통증을 느끼게 해주질 않습니다. 희귀 난치성 질환인 선천성무통각증은 통점, 냉점, 온점 등의 감각을 뇌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뜨거움과 차가움도 못 느껴 체온조절도 하지 못하며, 통증을 느끼지 못해 상처가 많고 감염의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 통증이 이처럼 우리 몸을 보호해 주는 것인지를 책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게다가 고통받는다는 것은 몸의 통증뿐만 아니라 괴로움, 상실 같은 마음의 통증도 견딘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고통받고 있을 땐 이런 고통을 없애고 싶지만, 막상 고통이 없다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고통 뒤에 찾아오는 평안, 감사, 사랑, 행복 같은 것들을요. 세상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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