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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평점 :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85년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쿄 이과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한 뒤 시스템 개발 회사에 근무하던 중, 동료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미스터리로 시작해 라이트노벨, 판타지, SF 등 다양한 분야로 집필해 본 끝에 가장 좋아하는 미스터리에 정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021년 "관과 밀실"로 제20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문고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이듬해 제목을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으로 바꿔 출간하면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이후 세계관이 동일한 후속작 두 권을 연이어 출간하면서 기대되는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럼,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을 보겠습니다.

그전까지 밀실 살인이 발생하지 않았던 일본에서 3년 전 처음으로 밀실 살인이 벌어졌습니다. 현장은 완벽한 밀실이었고 경찰과 검찰에서도 누구 하나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그 점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으며 재판의 쟁점도 밀실이 되었습니다. 도쿄 지방 재판소의 재판관은 피고가 범행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반영해 무죄판결을 내렸고, 2심에서도 1심의 결과를 수용하여 무죄, 그리고 최고심에서는 검찰 측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국민들은 제아무리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도 현장이 밀실인 한, 무죄라는 사실이 담보되어 밀실은 전염병처럼 사회에 침투했습니다. 최근 삼 년 사이 밀실 살인이 삼백두 건이 발생했꼬, 살인 사건의 3할이 밀실 살인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즈시로 가스미는 17세로 소꿉친구 20세 아사히나 요즈키를 따라 설백관에 옵니다. 설백관은 본격물을 쓰는 추리 작가 유키시로 뱌쿠야의 저택입니다. 10여 년 전 자신의 저택에서 밀실 살인을 흉내 냈고, 참여자들은 결국 포기했습니다. 형사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일본 최초의 밀실 살인 사건보다 7년이나 앞서서 일어난 일입니다. 십 년 동안 깨지지 않은 밀실이며 지금도 미스터리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호텔로 개축된 이후로 장기 체류 투숙객만 받는 특이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50미터 정도 되는 길이의 목조 흔들 다리를 건너고 5분 정도 더 가면 높이가 20미터쯤 되는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설백관이 나옵니다.
가스미와 요즈키를 비롯해 설백관의 지배인 시하이 레이코, 메이드 메이로자카 지카, 밀실 탐정 사구리오카 에이지, 무역회사 사장 야시로 하루키, 의사 이시카와 히로노부, 국민 배우 하세미 리리아, 리리아의 매니저 마네이 도시로, 영국인 펜릴 앨리스해저드, 종교 단체 새벽의 탑의 신부인 간자키 사토루, 구즈시로의 중학교 동창 미쓰무라 시쓰리까지 12명이 모인 이곳에서 밀실 범죄가 연이어 벌어집니다. 밀실 범죄의 범인은 누구이며, 밀실의 수수께끼는 무엇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에서 확인하세요.

일본 최초의 밀실 살인이 일어나고, 용의자가 무죄가 된 이후로, 일본은 밀실 살인이 유행이 되어 버렸습니다. 단순한 트릭보다 복잡하거나 급진적인 트릭을 사용한 밀실 살인은 평범한 경찰관이 대처할 수 없고, 그 수수께끼 풀이를 외부 탐정에게 의뢰합니다. 그때 지명받는 사람이 밀실 탐정이며, 그들은 밀실의 수수께끼를 풀고 국가에서 보수를 받습니다. 저택 등의 건축물에 비밀 통로 같은 것이 있는지 조사하는 밀실 감정업자도 있고, 의뢰인에게 밀실을 만들어 제공하는 밀실 제조사도 있습니다. 또한 살인 현장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그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성물로 사용하는 종교도 있습니다. 살인 현장에는 피해자의 부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한데 그것을 신자들의 기도로 정화함으로써 부정함을 깨끗하게 반전시켜 행복을 얻는다는 교리랍니다. 이렇게 단 한 번의 살인사건으로 일본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책 제목처럼 '밀실의 황금시대'가 된 것입니다. 밀실 트릭의 성지인 설백관에서 연쇄 밀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17세 구즈시로와 미쓰무라는 밀실 수수께끼에 도전합니다. 밀실 수수께끼를 금세 푼 미쓰무라의 친절한 설명이 있지만 살짝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그림이 있어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을 읽으면서 밀실 살인에 저자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밀실 살인 한두 개 만들기도 힘들 텐데, 여섯 개의 밀실 살인을 생각했고, 후속작에도 많은 밀실 살인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저자의 아이디어에 감탄했습니다. 여섯 번의 밀실 살인은 그 자체로 난공불락 같아 보였지만, 그 허점을 깨고 멋진 풀이를 보여주는 천재 미쓰무라와 풀이에 도전하는 구즈시로의 끈기도 멋져 보였습니다. 저자의 후속작도 얼른 출간되길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