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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 ㅣ 케이스릴러
이종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9월
평점 :
국내 유일의 범죄수사전문지 편집장으로 15년간 근무한 저자는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작품들을 집필했고, 범죄수사의 정교한 디테일을 살린 수작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장 검증"은 프랑스, 대만,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 번역되었으며, 프랑스에서는 인기 도서 어워드 'Prix Nouvelles Voix du Polar'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았습니다. "리볼브"는 MBC와 영상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으며 베트남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그럼, 저자의 신작, <당신의 비밀>을 보겠습니다.
용산서 강력계 반장 오대영은 술에 취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술에 취해도 티가 나지 않았고, 구구단을 외고, 발음 하나 새지 않아, 술에 취했다기보다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이 실수로 끝나지 않고 커지지만, 술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형사과장에게 술자리에서 실수를 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기꾼 정두일을 검거하려고 그의 애인 명의로 된 차가 주차된 곳에서 잠복 중입니다. 다음 날 두일이 그 앞에 나타나 회원제로 운영되는 '당신의 비밀'이라는 사이트에서 오 반장의 비밀을 샀다고 말합니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비밀은 누군가 구매를 하는 순간 블라인드가 돼서 아무도 볼 수 없고, 비밀을 등록할 때 증거 사진을 첨부하고 만약 조작으로 밝혀지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한답니다. 두일이 산 비밀엔 오 반장 아내이자 장원식 국회의원 비서관인 해인이 수석보좌관 나태곤과 불륜 관계인데, 최근 나태곤이 실종되었고, 실종되기 전에 해인을 만났고, 그날 현장에 오 반장의 차가 있었다는 내용과 사진 2장이랍니다. 두일은 사이트 링크를 보내며 본인의 개인 정보로 가입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뿐이며, 개인정보가 확인되면 알고 있는 비밀을 등록하고 운영자의 승인을 받고, 그 비밀에 대한 운영자의 평가가 끝나야 가입이 완료된답니다. 등록된 비밀이 판매되면 코인으로 지급하고, 그 코인으로 다른 사람의 비밀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강에서 캐리어에 든 남자 몸통 사체가 발견되어 현장으로 출동한 오 반장은 캐리어가 눈에 익습니다. 두일에게서 받은 사진 속의 해인이 끌고 가던 캐리어와 같은 디자인이었습니다. 지켜보는 눈 때문에 태곤이 직접 배달할 수 없는 상황에 해인이 대신 배달을 종종 했는데,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태곤이 문자메시지로 지시한 것도 그렇고, 캐리어를 경비실에 맡겨놓고 찾아가도록 한 것도 그랬습니다. 이상한 예감에 해인은 태곤의 오피스텔에 들어갔고, 옅은 세제 냄새와 뭔가 비릿한 냄새가 납니다. 화장실의 수납장을 열었더니 그녀의 칫솔도 없고, 붙박이 옷장에 그녀의 정장도 없고, 서랍에도 그녀의 속옷과 화장품이 없습니다. 태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한 국회의원들의 개인 신상에 대한 자료와 각종 법안 자료가 있어야 할 서랍도 텅 비어있습니다. 그가 자료를 챙긴 건 이해하지만, 그녀의 물건들까지 가지고 간 것이 이해되지 않은 해인은 경비원이 전날 술 냄새를 풍기는 형사가 CCTV 저장 장치를 확인했다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오대영은 '당신의 비밀' 사이트에 가입을 했고, 인증을 거쳐 3급 회원이 됩니다. 원하는 비밀 3개, 용산서, 나태곤 국회의원 보좌관, 나태곤이 사는 오피스텔의 이름을 태그 했더니, 지금까지 170건이 판매되었고, 1520건의 비밀이 판매되고 있다는 메시지가 뜹니다. 자신만 아는 비밀을 등록했고, 자신의 비밀이 팔렸다는 알람이 울립니다.
캐리어를 맡아준 경비원이 자살했다는 말에 남편을 의심하는 해인, 한강에서 발견된 시신이 나태곤이라 생각해 해인이 용의선상에 올라가기 전에 진범을 잡기 위해 홀로 수사를 하는 대영,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당신의 비밀>에서 확인하세요.
누군가 나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어떨까요. 정말 숨기고 싶은, 가족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그런 비밀을 누군가가 알고 있다면 진짜 불안할 것입니다. 아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그 비밀로 나를 조종한다면, 그 사람 말대로 따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치명적인 자신의 비밀을 움켜진 자의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범죄에 가담하는 모습을 그린 <당신의 비밀>.
비밀이 있는 사람에겐 꼬리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그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순간이 온다.
(p. 7)
누군가를 흔들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비밀이 거래되는 사이트에 가입을 합니다. 가입을 하기 위해선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등록해야 하고, 비밀을 많이 등록할수록, 등록한 비밀을 높은 가격에 팔아 경험치를 쌓을수록 등급이 높아집니다. 또한 가치 있는 비밀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자신의 등급을 높여야만 했고, 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비밀을 털어놓고 높은 가격에 팔아야 합니다. 이 사이트는 자신에게 필요한 비밀을 얻기 위해서 알고 있는 타인의 모든 비밀을 털어놓게 만듭니다. 남을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순간, 이 사이트에 빠질 확률이 클 것입니다. 한 번이라도 남의 비밀을 쥐고 흔들어보면 절대 못 끊는다는 데, 정말 그럴까요. 비밀은 마약 같다니 평범한 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권력이나 돈이 있는 사람에겐 큰 유혹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읽다 보니 금방 다 읽어, 페이지터너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전작을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가를 <당신의 비밀>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