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레이먼드 카버); 미국 단편소설을 완성했다는 카버의 대표단편선을 무려 김연수가 번역했다. 카버는 그렇다. 평이하고 범상한 일상을 툭툭 묘사해나가며 세계를 모사한다. 문득, 그의 시선이 닿는 곳 혹은 그의 표현 자체가 턱턱 걸리는 것을 깨닫는다. 더이상 세계는 평화롭지 않으며, 덕분에 기묘한 긴장감과 낯섦을 품게 된다. 모사되었다고 생각했던 그의 세계는 사실 굉장히 섬세하게 재구성된 픽션이며, 나아가 그 본체라 할 세상 역시 그렇게 평이하거나 범상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