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코담뱃갑; 때로 현실이 그대로 미스터리 장르소설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밀실살인같이 거창하진 않더라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마치 deus ex machina처럼 맥락없고 느닷없는, 그리고 파괴적인 쥐덫에 걸리게 된 것처럼 느끼는 일들.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은 그런 무기력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 누군가가 상황을 하나씩 따라잡아서는, 끝내 멱살쥐고 끌어내어 말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단 점에 있는 것 같다. 온통 꼬여있는 실타래같은 현실생활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대청소 직후의 후련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