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땐가?

간간이 아버지 어머니 사이에 자리하고 있던 막걸리 한 잔과 고추전(煎)...

고추전, 그걸 무슨 맛으로 드시는지 참 나!!!

 

...했었던 내가 어느새 나도 당신들의 나이만큼이나 되어서 그 고추전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형편없는 맛이던 그것이, 이렇게 깊은 맛이 나는 이유는,

 세월이지~~~

아무렴,, 세월이고 말고,,

나이듬은 그래서 썩 싫지만은 않다.

나이가 더욱더 깊어져 갈수록 세월의 맛을 알아가고, 느껴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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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도 더 전이었을 것이다.

한참을 걸어 올라갔었던 기억 끝에 눈앞에 펼쳐지던 아름다운 산세에 압도당해

입을 다물지 못했던 그 절(寺)...

누구와 갔었는지, 어디로 갔었는지, 어떤 절이었는지, 심지어 어디 근처인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고 다만, 그 웅장하던 산세만 거듭 떠올려질 뿐이더라.

 

그리움으로 묻어져 있던 그 절을 드디어 찾았다.

자장암, 오어사 위쪽에 있는 자장암이었다.

자전거 라이딩에서도 그렇게나 많이 들어보던 자장암이라니...

오어사 라이딩도 갔었건만 그 위의 자장암을 지척에 두고 머리에만 있던 그 절을 그렇게

그리워 했었다니......

 

자장암 아래쪽에 역시 아름다운 오어사가 있다.

오어사를 거닐면 딴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이 주는 느낌이 아닐까 싶네. 그 큰 못(池)이 주는 느낌은 어딘가 몽환적인 데가 있다.

주산지의 그것과 흡사하지 않을라나...

 

감사하다.

마음에 그리고 있던 것을 드디어 만날 수 있었던 시절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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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익을 만큼 익었다 싶으니 어떠한 일에도 사심을 버릴 수가 있을 것이란 자신을 향한

확신 같은 것이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동안 잊혀졌던 동창들, 친구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쯤 어떻게 나이 들어 가고 있을까? 그들은 인생을 어떠한 마음으로 대하고 있을까?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삶의 모습은 내게 어떻게 비춰질까? 과연 그들은 달라져 있을까?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까?...

 

성욱일 만난 건 대학 1학년 교정에서다. 그는 나의 초등학교 동기이기도 하다.

나는 성욱이가 참 좋았다.

어느 일요일, 온종일 집에서 뒹굴며 그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원하고 있었다.

사전에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요일이면 만나던 사이였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날은 마냥 그렇게 만나고 싶은 온 마음만으로 기원을 했고, 정말 성욱인 내게 전화를 했다.

꿈이 사무치면 끝내 피어난다는 걸 이날 처음 알았을 것이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별다른 추억이랄 것도 없이 손도 잡아보지 못한 성욱인 군입대를 했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그를 완전히 배제시켜본 적은 없다. 어린 마음에, 순진한 마음에 그건

첫사랑이었다고 오늘까지 말하여 왔으며 이 나이 즈음이면 그를 다시 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그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가 그렇게 궁금해지더라고.

 

그러던 차에 대학 동창명부가 새로 출판되었고(가끔은 어떤 일들이 나의 의지와 맞아 떨어져

참으로 신기하다) 가장 먼저 찾아 본 것은 당연 성욱이었다. 과연 그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내 전화를 받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슨 말부터 가장 먼저 할까? 나를 반겨주기는 할까?

한번 만나 볼 수는 있을까? 내가 참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나의 물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설레이고 설레여서 두근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손이, 이름을 찾는 눈길이 더욱 빨라졌다.

 

그.런.데

그의 이름 옆에 적힌 두 글자를 보자마자 가슴이 내려앉으며 부르르 떨렸다.

 

'작고'

......

......

......

......

......

......

......

......

......

......

 

 

잘못된 건가? 다시 몇 번을 확인해도 그 학번에 그 과가 맞다.

믿을수가 없다는 표현은 이럴때 사용하는 거더라.

 

 

성욱인 벌써 십사오년여 전에 나와는 다른 세상에 있었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세월이 많이많이 흐르고 나면 꼭 다시 한번 만나보리라 새겨 두었던 다짐이 이렇게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릴 줄이야!

그저 그냥 그렇게 좋아하기만 했었던 아이가 30대 초반에 작고 하였다는 것도 모르고 나는 가끔

먼 그날을 그려 보아왔다.

 

또다시 간절하게 이 아이를 만나고 싶은 온 마음으로 기원을 할 수 없다는 것에, 그 어떤 기적

처럼 느껴질 신기한 우연도 더이상 있을 수 없다는 것에....................한없이 슬프고 슬프다.

 

故황성욱의 명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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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2-04-21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 있음에 행복해 하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을 느낌으로 알기는 어려웠다.
어떤 말씀일까 참 묘연했는데 이제사 성욱일 통해서 그 뜻을 새길 수 있게
된다. 내가 살아 있음에 행복하다는 것이 눈부신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
같은 빛이 되어 들어온다.
청춘의 그 시절, 눈부신 햇살만 같던 아이는 다시 이렇게 반짝이는 물결이
되어 일렁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새해들어 벌써 영화를 세 편씩이나 보았고 책도 여러권을 읽었으며 등산을 수 번이나 했네.

그래서 올해는 더욱 부지런하고 운수대통할 해임이 분명하리라 여기면 즐겁다!

 

부러진 화살과 댄싱퀸이 딱 대조를 이루더라.

현실은 부러진 화살의 김경호이며  희망은 댄싱퀸의 황정민이다.

 

권력앞에서 개인은 아무리 똑똑해도, 정의감이 불타도 맥을 못춘다. 사람 하나 사라지는 것은

일도 아닌 듯해 보인다 권력앞에선!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것은 희망이 없는 것이고 희망이 없다는 것은 굴복이며 패배고

그래서 끝이다.

 

황정민이 계란투척 받고 난 후의 연설을 현실은 과연 허락할까? 한낱 가정사일지도 모를 진부한

이야기들을 늘어 놓도록 현실은 허락을 할까?

댄싱퀸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황정민이 진부한 가정사를 연설할 수 있었던 것에 기인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별수없이 부러진 화살이 되고 마는 것이다.

 

부러진 화살에서 희망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패배임을 보았다. 댄싱퀸에서 희망이란 모두의

꿈이자 원동력임을 보았다.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고 황정민이 연설을 할 수 있을 틈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 '틈'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이며 에너지며 살아가는 힘일 것이다.

 

현실에서 그 틈조차 가로막는 것은 무엇일까? 김경호교수의 틈을 가로챈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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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훌륭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최근엔 책을 잡기보다 tv채널을 돌리는 것이 더 편한 느낌이 들어 이리저리 돌리다가  

가끔 맞닥뜨려지는 '여인의 향기'라는 연속극도 몇 편을 제외하곤 모두 보게 되었다.  

친구들의 재밌다는 권유가 사전에 없었다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ㅋ

내가 살 날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살 것인가, 모두 던져버리고 하지 못했던 것을 

그녀처럼 해 나갈 것인가? 우리는 마음으로만 하는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 현재를, 지금을  

살지 않고 내일을 위해 대부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제도 몇 줄의 책을 읽다가 집중이 되지 않아 편한 tv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선생님이 달라졌어요...그래 우리네 선생님들은 정말 달라질 필요가 있지...채널고정...  

정승재(서현고등학교 국어선생님)-우선 가장 먼저 당신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자신의 수업을 용기있게 공개하신 선생님께 감사를 보낸다는 자막이 마지막에 올라 가더라.  

맞는 말이다. 그는 용기 있는 사람이 분명하고, 실천하고 싶은 사람이 분명하고, 바른 것을 추구 

하고자 하는 사람이 분명하며,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사람임을 확신할 수  

있다. 자신의 수업을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오히려 '관계'였으며 훌륭한 관계가 유지될때 모든 것은  

더 쉽게 해결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내뱉은 말, 그는 존경받는 

선생님이고자 했으며 학생들은 그러한 진심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진심'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낼 것이란 나의 믿음이 더욱 새겨져 기뻤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때문에 변화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선생님도 자신의 수업이 최선이라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충고는 따끔했고 그걸 받아 들이기 버거웠겠지만 훌륭한 선생님이고자 

하는 자신의 열망이 더 컸으므로 그는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줄 수 있을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바로 훌륭한 선생님일 것이다. 

방학때마다 단순히 업무적이고 지식적인, 의무적인 교사연수는 이제 그만 접고 인성적인, 

방법론적인 교사연수를 어서 빨리 지향해야지만 공교육이 더이상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 

한다. 정승재선생님처럼 의욕과 정열은 불타나 진정 올바른 방법을 찾지 못해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을텐가 말이다. 교사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교육시스템인들 한낫 헛것에 불과하지 않을텐가!

아주 훌륭한 프로그램이라 tv가 좋아진다. 가끔은 이런 보석같은 프로그램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때면 tv가 영 무용지물인 것 같지는 않다.  

나도 이런 전문가와 상담만이라도 한번 해 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ㅎㅎ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흔들리며 흔들리며

꽃대를 높이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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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고 재학중 2012-02-0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서현고 재학중인 학생인데요. 저선생님 성격 안좋기로 유명합니다. ebs에서 학교와서 저거 찍을 당시에는 저도 그렇고 다른애들도 그렇고 1학년이라 저선생님을 잘 알지 못했지만(2학년담당선생님입니다.) 이 프로를 보고 다들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완전 가면을 다시 벗더군요. 저희 학교는 사제 축구라는게 있어서 주마다 남자반(저희학교는 분반입니다)을 한반씩 선생님들이랑 경기를 합니다. 근데 그 경기에서 그 선생님의 진짜 모습이 들어났습니다. 우선 경기내내 욕을 해댔습니다. 저도 공격수고 저 선생님도 공격수라 먼거리에 떨어져있는상황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들렸습니다. 그 욕은 경기내내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선생님들 그러지 않으셨죠.. 심지어 제친구랑 발이 엉켜서 넘어졌는데(절대로 제 친구가 파울을 한것이 아니였습니다) 그친구한테 한손가락으로 손짓을 하며 "야 이 새x야 와봐!" 그러시더 군요. 다행히 옆에 있던 다른 선생님이 말렸지만....(그친구는 그후 제대로 경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 어쨋든 경기가 끝나고 인사를 하는데 다들 선생님이고 우리반이고 웃으면서 끝내고 악수를 하려는데 또 정승재선생님이 욕을 하시면서 그딴식으로 축구하지 말라고 그러시더군요....한 1분동안 욕을 퍼부으며 훈계를하고 다른 선생님이 그냥 웃으시며 넘기셔서 해결되긴 했지만.....정말 어이가 없더군요...저뿐만 아니라 우리반 아이들과 경기를 지켜본 다른 학생들도 어이없고 ebs에서 보여 준건 다 연기 였냐고 욕을 했습니다...그리고 머지않아 또 다른 남자반과의 경기가 있었는데 그반은 1학년 반중에 가장 실력이 출중한 반이였습니다. 근데 그 반은 아예 경기내내 욕한것도 모자라서 다 모아놓고 따로 혼냈습니다. 원인은 경기중에 그반에 학생중 한명이 선생님들중 한명을 부상시켜서 였는데요. 솔직히 제가 봤습니다만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였고 제가 그친구를 알아서 그런대 절대 일부러 그럴짓을 한친구도 아니였습니다. 근데 그 부상당하신 선생님도 괜찮다고 그러시는데 본인도 아닌 정승재선생이 아이들을 따로 불러서 훈계하였습니다. 심지어 그 부상을 입힌 학생은 그 후 울었습니다. 네, 사제축구 자체가 경쟁이 아닌 선생님들과 제자간의 재미와 사랑으로 한 경기인 만큼 부상은 나와서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걸 가지고 안그래도 미안한마음을 가지고 있던 아이한테 꼭그렇게 했어야만 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이 두사건을 통해 이미 알만한 학생들은 이 선생님을 실체를 다 알고 있습니다(주로 남자애들이긴 합니다만...) 이후 선배에게도 물어보니 원래 쫌 막나간다 더군요..그니깐 너희들이 이해하라고....참 어이가 없습니다...
제가 이글을 올린건 누군가 한명이라도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 올린것입니다......

Grace 2012-02-0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극장이란 프로를 무척 좋아 했단다. 어느 땐 그 한 주인공을 만나고 싶어
가족 모두 그 주인공이 사는 생면부지의 땅 충남으로 찾아간 적이 있었고,
또 어느 땐 홍영녀할머니라는 분이 사시는 모습에서 내 인생의 가치관을
바꾸기도 했고, 그 할머니가 내신 절판 되어 버린 시집을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어 안달하기도 했을 만큼 그 프로가 내게 주는 것은 감동을 넘어
내 인생의 가치관과 맞붙어 있기까지 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인간극장의 주인공이 아동학대인가 뭔가로 체포되었다는
기사에 나의 가치관까지 무너지는 기막힘을 겪었다. 내가 그 주인공에게
보낸 찬사가 얼마였는데 결국 그는 '나쁜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후로
인간극장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런데...

난 또하나의 훌륭한 프로그램이라 여겼던 것을 내 마음에서 접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에게 정말 tv란 바보상자이며 무용지물임이 확실해지는 것이다.

서현고 재학생이라고? 부끄러움이 앞선다. 이 글을 내게 남길 때는 속에서
얼마나 욱하는 감정이 복받혔을꼬! 가식과 위선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어른의
그 모습에 어린 녀석이 얼마나 진저리가 났으면 이런 글을 올렸을꼬!

자네 나이때 나도 그랬다. 불의를 보면 목젖이 뜨거워지고 눈에 힘이
들어가기 일쑤였고, 노할머니의 짐보따리를 댁까지 들어 드리는 자의적인
친절뒤에 기어이 손에 쥐어 주시던 천원짜리 한 장을 아주 오래도록 도저히
쓰지 못해 간직해 온 순수한 학생이었지. 그런 순수하고 맑은 학생 눈엔
더욱 가식과 위선이 두드러져 보이는 법임을 그래서 안다.

자네 글로 새삼 자신의 틀을 깬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노릇인가를 알겠다.
정승재 선생님 역시 시도는 분명 새로 태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하기가 만만찮은 일이었을테고...
그래도 그는 용기있는 시도라도 해보았지 않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하면 성장 가능성은 훨 더 있다고 위안 삼고 그에 대한 비판은 하고 싶지
않아지는구나. 나이가 들면 시시콜콜 따지는 일이 지겹단다.^^

내가 염려스러운 것은 정승재선생님이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너희들이다.
인간극장에 대한 실망은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면 되지만 너희들은,
너희들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여간 슬픈일이 아니구나.

아들-내가 엄마뻘이 되니 이름을 몰라 이리 부른다.^^
선생님이 꼭 학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더라. 책속에는 길이 있고, 그 길을
이끌어 줄, 자네들과 호흡하지 못하는 학교의 선생님과는 다른 훌륭한
선생님들이 책속에 있음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지만 아들은 좀 더 빨리, 부디
더 넓고 깊게 시야를 확장해서 눈앞에 있는 시답잖은 것으로부터 그 나이의
맑디맑고 끓어 넘치는 정열과 에너지를 태우지 말기를 당부한다.

훌륭한 스승을 은사로 모실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란 것을 남편을 보며
알았단다. 그 은사는 평생을 이끌어 줄 빛이 되더라구. 나는 그런 은사가
없어 남편을 보면 부럽다.
그러나 그런 은사가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니더라. 그 은사를 향한 남편의
노력과 애정은 각별하더라구. 물론 제자를 향한 스승의 빛나는 눈길도 그저
그리 되는 것은 절대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런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는 것 같아 부끄럽고 그럴수록 그 스승과 제자는 찬란해 보이더구나.

언젠가 아들이 훌륭한 스승을 만나고, 그 스승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여
그에 못지 않은 훌륭한 제자가 되었노라는 글을 다시 이곳에 남겨둘 날을
기대해 보며, 불의에 대한 분노를 키우기보다는 친절을 베풀었을때의
그 가슴 저리는 뻐근함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것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살가워 질거라는 확신을 진리처럼 여기는 어른도 있다는
것을 자네글을 읽은 후의 부끄러움에 대신한다.

아니니빠 2013-12-10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모를 서현고 학생에게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정승재선생님이야.
축구 경기 중에 선생님의 나쁜 습관 때문에
너를 포함한 너희 친구들이 많은 상처를 받은 것 같구나
뭐라 표현해야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말이 내 마음이 가진 전부다.
미안하다.
뒤늦은 사과가 너희가 받은 상처가 아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또 미안하다.
방송에서 편집되어 보여진 나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너희에게 독이 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
혹시 이글을 읽게되면 눈물을 흘렸다던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 주면 고맙겠다.
그런데
위선과 가식이라...
이건 좀 나에게도 상처가 된다. 난 아주 솔찍한 사람이다.
방송의 폐해겠지. 나는 그냥 나인데 사람들은 방송에서 편집된 나를 나로 믿어버리는 것.
작년 내내 나는 참교사란 말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모두가 비아냥 처럼 들려왔고...
나는 참교사가 아니다.
단지 방송 덕분에 나를 돌아보고 이 고단한 선생질에
그래도 행복으로 조금 기울어진 삶을 살고 있는
그냥 문학 교사다.
축구를 아내 다음으로 사랑하고
무릎 연골이 찢어져도 애새끼들이랑 축구하는 게 좋아서
욕지기하면서 축구하는 문학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 제목 때문에 나에 대해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내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다시 회복했을 뿐이다.
지금도 지랄같이 욕지기를 해대지만
생각만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우리반 새끼들...
그 마음을 회복했을 뿐이다.

내가 서현에 남아서 너를 만나서 나와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면 니가 내 얼굴을 마주하고 이러저러한 상처를 이야기 했을 것이고
그러면 샘은 촌놈답게 그랬냐 개시끼야 미안타 샘이 마이 미안타 했을 것 같다.
그리고 너와 너희 친구들의 상처가 조금은 아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욕하고 욱하는 나 뿐만아니라
뜨겁고 유쾌한 나도 만났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내 미안한 마음으로 꼭 세상에 대한 너의 부정적 시선이 씻겨 내려 갔으면 한다.
그런데 오늘 샘은 소주한잔 해야 잠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