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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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도 느슨해지는 것 없이 줄줄 재미나게 읽어지는데

이런 재주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참 재미나게 잘 읽었다-시장하던 차, 진수성찬 잘 먹고 포만감으로 잘~ 먹었다 라고  말하는 그런 느낌.

특히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재미져서 책을 놓고 싶지 않았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읽었을 때처럼.




<또 그는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펴지를 않아 남을 편하게 해주는 미덕도 가지고 있었다.>(p.167)


<그는 없는 자리에서 남의 얘기를 절대로 하지 않는 미덕을 가지고 있었고, 민병산이 이를 알아본 것이다.> (p.174)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는 것이 남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고 그것이 미덕이라니,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미덕이라니,

마침 오늘 퇴근 후 친구들 모임이니 그 미덕을 나도 실천해 보리라.





<한번 은혜를 입었거나 가까웠던 사람을 다른 일이 생겼다 해서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조태일이었다.> (p. 197)


나는 지금 다른 일이 생겨서 가까웠던 사람을 가까이 대하고 있지 않는데 이 문장을 읽으니 가슴이 뜨끔뜨끔하다. 그가 말하는 미덕은 실천해 보리라 다짐하면서 이것은 그런 다짐이 올라오지 않는다... 



2부 삶의 뒤안길에서는 그 놈의 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다. 

술 없이는 예술이 안되는 것일까?

이성을 잃어야만 예술적인 감성이 나온단 말일까?

아이구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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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 소리 창비시선 340
문인수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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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시의 언어는 3D의 언어다. 

3D에서는, 

흐릿하게 겹쳐 보이던 화면이 편광안경을 통해서 입체의 화면이 된다.(p.120)"


어쩜 내가 느끼던 바를 딱 알맞게 표현한 글이다.

흐릿하게 겹쳐 보이는 화면으로 인해 이해의 폭이 좁아

편광안경을 내내 찾아보나 찾을 수 없고,

그래서 흐릿한 채로 끝나버린 이 시집...



- 하관

이제,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 지금, 어머니를 심는 중......(p.18)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말라면서 심는다는 표현은 좀 어색하다.

우리가 무엇을 심을 때는 새싹을 바라지 않나.

말을 만든다는 느낌이 강하다.




(...) 겨울 복장으로부터 온 그가 또 깜깜하게 담근 포도주를 내온다.(p.66)


"깜깜하게 담근"다는 것은 어떻게 담갔다는 뜻일까?




"답답아! 답답아!" 세상물정 아무것도 몰랐던

그런 아내가 또 문득, 사방 대답이 없다. 공연한, 저 공공연한 빈자리는 오직

그 문맹의 곁이 읽어 개킬 수 있는 깃발 같은 것이어서

사내의 뒤가 지금 전폭 그립다는 말이어서 펄럭인다.(p.67)


이런 문장은 한번 읽어서는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시집을 쉽게 잡을 수 없는 이유가 내게는 이런 문장들 때문이기도 하다.




온통 개구리, 개구리인데 제목은 "촛불들"이라니...(p.97)

은유적인 표현이라 내가 이해의 폭이 좁아 모르는 거라면?

좋은 시는 쉬운 말로 쓰여져서 

누구나가 읽어 이해하고 공감하고 느끼는 것이지 않을라나 라는 말로 대거리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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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 -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작품집 창비시선 1
신경림 지음 / 창비 / 197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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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석진 시골, 

가난을 벗어나지 못해 어쩌지를 못하는 억울함, 울분, 체념, 답답함...


지금은 이 시에서 보는 60~70년대 초의 그런 가난은 없지만, 

넘치는 쌀밥이지만 우리는 그 쌀밥만으로는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부족이 주는 문제보다 흘러넘쳐 생기는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갈대_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956년 문학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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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23-09-0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의 제목이 <농무>인데
<농무>를 제목으로 하는 시는 없어
이 시집의 전체 제목을 그냥 농무로 달았던가? 의아했는데,

살펴보니
17쪽 부터 29쪽까지의 책장을
누가 찢어냈다.
모두가 빌려보는 도서관의 책을
그는 왜 그랬을까? ... 왜 그랬을까?...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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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니!!!

(dalgial님의 서재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책 표지가 좀 아쉽다.

오래 된 삼오시계방이 

이미경작가의 펜화로 그려진 표지였다면 아주 걸맞았을 것을,

아니면 전소영작가의 풀다발 그림도 훌륭해서 이 책의 진가를 더욱 높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은 이 책의 감동으로 인한 나의 욕심이지 싶다. 


나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더욱 빠져들어 읽었다. 


나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시아버지, 시어머니 더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까지 거슬러 훑어봐도 

이 책의 아버지와 같은, 

다른 이의 삶에 선한 영향을 끼쳐 그들로부터 망자의 훌륭함을 듣게 되는 그런 장례식은 없었다.

읽는 내내 가슴 징한 것은 있었으나 결국 생각해보니 이 책은 소설, 장편소설이었다.


우리네 삶이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내 죽은 뒤 나로 인한 선한 영향력으로 인해 살아있는 자의 입과 입으로 오르내리고,

그로 인해 선순환이 실천 되는 삶을 살아라 라는 교훈쯤으로 마무리를 한다.


내 죽으면 그만이지, 그 이후를 뭘 생각할 것이여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생각이 조금 바뀌어진다. 







* 남의 상갓집 갈 때마다 나는 머리를 굴렸다. 얼마쯤이어야 당신과 나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줄까. 다른 사람이 얼마나 내는지 은근슬쩍 알아봤고 보통이면 그 정도, 좀더 마음이 있으면 몇만원 더, 평생 볼 사람이면 잊을 수 없게 많이, 나는 그렇게 살았다. 


* 또 그놈의 오죽하면 타령이었다.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았다. 사람은 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힘들 때 도움 받은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대개는 도움을 준 사람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 은혜를 먼저 잊어버린다. 굳이 뭘 바라고 도운 것은 아니나 잊어버린 그 마음이 서운해서 도움 준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다. 그러나 사회주의자 아버지는 그렇다한들 상처받지 않았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의 구조걱 모순 탓이고, 그래서 더더욱 혁명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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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천 풀다발
전소영 지음 / 달그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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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무척 좋게 해주는,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능력 있는 책이다.

초등학생 시절, 시골 할머니 댁에서 내내 봐 왔던 익숙한 풀 그림이 너무나 좋다. 


<모든 것은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첫 문장도 참 좋다.


봄 = 꽃 이란 등식이 아니어서, 

시들어가는 가을부터 여서, 그래서 좋다.


예쁜 꽃 그림을 보는 것도 좋은데

시들어가는 가을 그림도 이리 좋구나.

흔하디 흔한 그 잡풀들 이어서도 이리 좋구나.


시골 할머니 댁에서 어린 나도 풀다발을 만들어본 적 있는데,

꽃다발 보다는 암만해도 이쁘지 않아서 그냥 버렸던 그 아이,


40여년이 훌쩍 넘은 뒤, 

자기가 버렸던 그 풀다발 그림을 보고 이리 그윽해 할 날이 왔구나!

살아있어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작가는 만나지 않아도 어떤 품성인지를 단박에 알 것 같은 착각도 좋다. 


이 책은 도서관 유아자료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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