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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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니!!!

(dalgial님의 서재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책 표지가 좀 아쉽다.

오래 된 삼오시계방이 

이미경작가의 펜화로 그려진 표지였다면 아주 걸맞았을 것을,

아니면 전소영작가의 풀다발 그림도 훌륭해서 이 책의 진가를 더욱 높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은 이 책의 감동으로 인한 나의 욕심이지 싶다. 


나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더욱 빠져들어 읽었다. 


나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시아버지, 시어머니 더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까지 거슬러 훑어봐도 

이 책의 아버지와 같은, 

다른 이의 삶에 선한 영향을 끼쳐 그들로부터 망자의 훌륭함을 듣게 되는 그런 장례식은 없었다.

읽는 내내 가슴 징한 것은 있었으나 결국 생각해보니 이 책은 소설, 장편소설이었다.


우리네 삶이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내 죽은 뒤 나로 인한 선한 영향력으로 인해 살아있는 자의 입과 입으로 오르내리고,

그로 인해 선순환이 실천 되는 삶을 살아라 라는 교훈쯤으로 마무리를 한다.


내 죽으면 그만이지, 그 이후를 뭘 생각할 것이여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생각이 조금 바뀌어진다. 







* 남의 상갓집 갈 때마다 나는 머리를 굴렸다. 얼마쯤이어야 당신과 나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줄까. 다른 사람이 얼마나 내는지 은근슬쩍 알아봤고 보통이면 그 정도, 좀더 마음이 있으면 몇만원 더, 평생 볼 사람이면 잊을 수 없게 많이, 나는 그렇게 살았다. 


* 또 그놈의 오죽하면 타령이었다.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았다. 사람은 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힘들 때 도움 받은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대개는 도움을 준 사람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 은혜를 먼저 잊어버린다. 굳이 뭘 바라고 도운 것은 아니나 잊어버린 그 마음이 서운해서 도움 준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다. 그러나 사회주의자 아버지는 그렇다한들 상처받지 않았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의 구조걱 모순 탓이고, 그래서 더더욱 혁명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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