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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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는 뭐 읽을만 하군.. 정도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딱히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야지 싶은 정돈 아니었는데,
집에 이 책이 있다. 왜지? 누가 추천을 했었나 싶어 후딱 읽어야지 한 책이다.

그런데 뭔가 다르잖아 싶은 것이.
같은 작가 맞나 싶은 그런 분위기다.
몹시 마음을 뺏겨 읽었다.

하키말고는 남은게 없이 쇠락한 마을 베어타운 안에서의 돌이킬 수 없는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진실이 가까운데도 외면할 수 있는지, 다수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지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베어타운의 인간 군상.

후속 이야기도 있어서 얼른 주문했다.

- 이 스포츠가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당신의 전부다. - 21

- 수네는 아이스링크 지붕을 마지막으로 한번 올려다본다. 거기에 걸려 있는 깃발과 유니폼, 조만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남자들에 얽힌 추억을 올려다본다. 그 옆에 이 구단의 모토가 적힌 후줄근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문화, 가치, 공동체.’ 그 플래카드를 걸 때 수네도 거들었는데, 이제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알고 있었는지 가끔 자신이 없을 때도 있다. - 66

- 어른이면 누구나 완전히 진이 빠진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을 겪는다. 뭐 하러 그 많은 시간을 들여서 싸웠는지 알 수 없을 때, 현실과 일상의 근심에 압도당할 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그렇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 우리가 무너지지 않고, 그런 날들을 생각보다 더 많이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끔찍한 사실이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이 견딜 수 있을지 정확하게는 모른다는 것이다. - 88

- 베어타운의 이십대 남자들은 이 마을을 통틀어 가장 보수적인 부류가 되었다. 그들은 새로운 베어타운이 그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새로운 베어타운을 원하지 않는다. - 151

- “그럼 우리가 그 아이들한테 바라는 게 뭘까요, 라모나? 그 스포츠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뭘까요? 거기에 평생을 바쳐서 얻을 수 있는 게 기껏해야 뭘까요? 찰나의 순간들...... 몇 번의 승리, 우리가 실제보다 더 위대해 보이는 몇 초의 시간,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된 것처럼 상상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에요.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둘 사이에 자리 잡은 정적이 고스란히 머문다. 페테르가 빈 잔을 카운터 너머로 밀어서 건네고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에야 노년의 미망인이 잔을 비우고 으르렁거리듯 얘기한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뿐이지. 하지만 페테르,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 153

- 그녀는 그가 다른 사람의 것인 양 그녀의 몸을 만졌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의 노력으로 얻은 전리품인 양, 그녀의 머리와 나머지 몸이 서로 별개로 존재하는 사물인 양. 그 부분에 대해서 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에 대해서만 물을 것이다. 그녀가 충분히 ‘결백’한지. - 244

-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 245

- 농담은 그런 면에서 강력한 도구다. 우리를 인사이더로 만드는 동시에 남들을 아웃사이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남들을 순식간에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 312

- 증오는 매우 자극적인 감정일 수 있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친구와 적, 우리와 그들, 선과 악으로 나누면 세상을 훨씬 더 쉽게 이해 할 수 있고 훨씬 덜 무서워할 수 있다. 한 집단을 똘똘 뭉치게 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어렵다. 요구사항이 많다. 증오는 간단하다. - 374

- 인간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토론을 벌이다보면 거의 항상 ‘인간의 본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생물 선생님이 설명하기에도 쉽지 않은 주제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똘똘 뭉치고 서로 협력한 덕분에 살아남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자가 약자의 희생을 딛고 번영을 구가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쯤에 선을 그어야 하는지 항상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디까지 이기적이어도 될 것인가, 얼마나 서로를 챙겨야 하는가.
“하지만 배가 가라앉을 때는? 집에 불이 났을 때는?”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당할 재간이 없다. - 391

- 어려운 문제, 단순한 해답. 공동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선택한 것들의 총합이다. - 426

- 마야는 지금도 어둠이 무서워서 불이 꺼진 방에 들어서면 어둠이 옷자락을 움켜쥐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에 깨달은 게 있었다. 바깥의 어둠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으려면 자기 안의 더 큰 어둠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마을에서 정의의 심판은 절대 기대할 수 없을 테니 해결책은 한 가지뿐이다. 케빈이 죽든지, 마야가 죽어야 한다. - 454

2023. jun.

#베어타운 #프레드릭배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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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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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열린책들의 조지 오웰 산문집과 겹치는걸 알면서도...
나는 왜 사는가. 랄까.

이건 뭐 조지 오웰은 못참지... 인건가.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랄수도 없는데 늘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나의 책장...

얼마 전 리베카 솔닛의 조지 오웰의 장미 때문에 읽어야지 한 책이라서 가드닝에 대한 이야기, 정원 자연에 대한 글을 좀 더 찬찬히 읽었다.

- 풀밭에 흩어져 있는 우리는 도시의 거무죽죽한 쓰레기 같았다. 우리는 풍경을 더럽히는 존재였다.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정어리 통조림이나 종이봉투처럼. - 9, 스파이크

- 부랑자들 사이의 대화는 그런 주제를 벗어나는 법이 거의 없다. 말하자면 그들은 ‘공장shop‘얘기만 하는 것이다. 그들 사이엔 대화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우선 배가 고프기 때문에 영혼 문제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세상은 그들에게 너무 거창한 주제다. 다음 끼니가 확실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건 다음 끼니 뿐이다. - 14

- 나는 작가다. 모든 작가는 ’정치에 거리를 두려는‘ 충동을 느낀다. 평화롭게 책을 쓸 수 있도록 내버려두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이상은 기업형 슈퍼마켓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구멍가게 주인들의 꿈보다도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 63, 나는 왜 독립노동당에 가입했는가

- 어느 기고자가 나를 ’부정적‘이고 ’언제나 무언가를 공격하는‘ 사람이라며 꾸짖었다. 사실 우리는 크게 기뻐할 일이 별로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칭찬할 게 있을 땐 기꺼이 칭찬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여기서 울워스에서 산 장미에 대한 칭찬 몇 줄을 적어볼까 하는데, 지나간 일에 대해서라는 건 유감이다. - 175, 나 좋을 대로

- 우리의 생각이 어리석어 영어가 고약하고 부정확해지지만, 언어가 단정하지 못해 생각이 더 어리석어지기 쉬운 것이다. - 256, 정치와 영어

- 계속 살아 있는 한, 그리고 정신이 멀쩡한 한, 나는 계속해서 산문 형식에 애착을 가질 것이고, 이 지상을 사랑할 것이며, 구체적인 대상과 쓸모없는 정보 조각에서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나 자신의 그러한 면모를 억누르려고 해봤자 소용없다. 내가 할 일은 내 안의 뿌리 깊은 호오와, 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강요하는 본질적으로 공적이고 비개인적인 활동을 화해시키는 작업이다. - 297, 나는 왜 쓰는가

2023. jun.

#나는왜쓰는가 #조지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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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2
마종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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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시인선 2권이라니... 와우...

1980년 초판인 시집이네..

그런 세월이 느껴지기도 전혀 느껴지지 않기도 했다.

- 항아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빈 들판같이 살기로 했다.
남아 있던 것은 모두 썩어서
목마른 자의 숲이 되게 하고
자라지 않는 사랑의 풀을 위해
어둡고 긴 내면의 길을
핥기 시작했다. - 그림 그리기 중

-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바람의 말 중

2023. jun.

#안보이는사랑의나라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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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주의보 이판사판
리사 주얼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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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파탄에 직면한 상류층 가족에게 침투한 사이비 교주?

세월이 흘러 저택을 상속받게 된 생존자 리비와
그의 뿔뿔히 흩어진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다.

막장막장.. 영국식 막장인가? 싶은 전개.

미성년인 아이들이 생존하기 위해 선택들이 최악이라는 점이 가장 막장인 부분인듯.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길러내기에 부적합한 무력한 부모, 보호자들에 대한 깊은 빡침만 남았다.

이판사판 시리즈는 호불호가 들쭉한 편이다. 반반 정도?

- 그들은 5년 동안 우리와 함께 살며 모든 것을 어둡게, 아주 어둡게 물들였다. 그동안 우리 남매는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 7

- 이제 와 체이니워크의 저택에서 톰슨 가족과 함께 지낸 시절을 되돌아보면 몇 가지 변곡점들, 즉 운명이 완전히 뒤틀리고 서사가 소름 끼치게 왜곡되어 버린 중심축들이 정확하게 보인다. - 164

- 하지만 그 사람들이 돈을 얼마나 벌든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잖아요?
음, 아냐, 모두들 서로 돕고 있어, 우린 함께 잘 헤쳐 나가고 있단다.
바로 그때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강렬하고 명확하게,
그럼 이제 코뮌이 됐다는 얘기예요?
나는 몸서리치며 물었다.
어머니는 별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 웃었다.
아냐! 당연히 아니지! - 187

- 바로 저 둘이었다.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바로 저들이 흡혈귀처럼 집 안의 모든 활기와 사랑과 생명력과 미덕을 죄다 자기네 배 속으로 빨아들이고 우리의 고통과 망가진 영혼을 양껏 포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 388

-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아기가 돌아왔구나. - 475

2023. jun.

#가족주의보 #리사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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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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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으로 이루어진 영화 속 한 씬 같은 짧은 이야기.

결국 어떻게 되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상처받은 이들이 행복하는 결말이길.

2023. jun.

#맡겨진소녀 #클레어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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