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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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회고.

회고의 대상이 사랑이라는 것치고는 울적이랄까, 광기랄까 그런 분위기가 초반부터 이 책이 불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감을 준다.

맹목과 집착으로 만들어진 사랑은 그녀의 회고 또한 제대로 된 기억으로 소환하지 않는데, 그녀가 기억이 믿을 수 있는 기억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녀가 맹목하고 집착하는 것은 그녀의 회고에는 남자들이 여자를 떠나가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랑 때문에, 오래된 사랑 때문에.
혼란의 시절에는 그렇게 다들 떠나버리는 걸까?
아니다 돌아오는 남자들도 있다. 단지 그들은 전쟁이라는 괴물이 뱉어낸 찌끄러기가 되어 돌아올 뿐.

주인공은 폭우에 휩쓸려간 점토집처럼 붕괴되었는데, 프란츠의 삶은 예전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에 의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삶을 끝장내는 걸까?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개를 납치하고, 직업을 포기하고, 자해를 하고, 약을 들이키지만 결국 모든 사랑의 끝은 비어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 빈 공간안에서 죽음과 별다를것 없는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그녀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진정 우울하다. 통일 후 독일은 이런 분위기였을까? 애초에 이 책을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읽어 볼까 했는데, 평화에 대한 낙관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책이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젊었을 때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너무나 많은 젊음, 너무나 많은 시작이 있었으므로 끝이란 것은 좀처럼 가늠이 안 되는 것이었고 또 아름답게만 생각되었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 나는 백 살이다. 그리고 아직 살아 있다. 어쩌면 이제 겨우 아흔 살일 수도 있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 9

발작은 나를 불안감에 빠지게 했다. 나는 나중에 그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신호를 해석하면서 겨우 그 불안감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그 이전부터 스스로 질문을 제기하고 나 자신이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어떤 신호만을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질문은 ‘만일 그날 저녁의 발작이 내 죽으을 가상실험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정말로 그때 내가 죽었다면 내가 놓쳤던 것이 무엇이었을까’라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없다. 그것이 대답이었고, 그 문장을 마침내 말로 꺼내 얘기하기 오래전부터 이미 나는 그 대답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 20

사랑이라는 것은 공룡과도 같아서, 모든 세상이 그들의 죽음을 즐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로미오와 줄리엣, 안나 카레니나, 펜테질레아, 항상 죽음만이 있고, 항상 불가능한 것에 대한 쾌락이 있다. 사람들이 핑계로 삼는 것처럼 그렇게 사랑에 무능력하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사람들은 청춘의 사랑이 없는 불행한 영혼들에 의해서, 언제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일찍 죽음의 공포 속에서 소리치면서 그들의 사랑을 몸 밖으로 내보냈던 불행한 영혼들에 의해서 그렇게 믿도록 설득을 당하는 것이다. - 49

전쟁이 없다면 남자들도 여자들과 똑같이 그저 인간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용기와 기사의 충성심같이 남자들의 것으로 간주되는 일정한 특성들이 오직 전쟁을 통해 규정되고 미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이 남자들을 말살시킴으로써 그들을 그렇게 소중한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남자들은 그렇게 끔찍한 행위들을 저질러도 여자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게 되었고 자신들에게 있어서 군인다운 특성들이 최고의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 59

내가 ‘전부가 아니면 무’, ‘그것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격한 감정을 느꼈던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 그대를 차지하거나 아니면 죽는 것.” 그런 문장은 시작이 아니면 끝에 속하는 것이다. -116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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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이 되는 법 - 책벌레 소녀의 인생을 바꾼 11명의 여성 캐릭터들
서맨사 엘리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민음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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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북플의 추천 글을 보고 읽고 싶어진 책이였을 것이다.

제목이 사실 취향이 아니었으나, 여러 텍스트들에 존재하는 히로인들을 재조명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우니까.

솔직히 6장 실비아 플라스까지는 너무 즐거운 독서였는데, 이후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어쩐 일인지 흥미가 뚝 떨어진다.
너무 작가의 넋두리가 된걸까. 전반부랑 딱히 다를 것도 없는데......

소설 속 여성 캐릭터들에게 느끼는 아쉬움은 충분히 공감할 만 하고, 지난 시절 재밌게 읽었던 책을 다시 만났을 때 느껴지는 낯설음과 실망도 충분히 이해된다. 이제껏 그런 소설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동안 남성 주인공으로 점철된 문화 컨텐츠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생각하면, 여성이 주도하는 문학 작품, 텍스트, 영화, 드라마는 앞으로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만들어져도 모자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의 나의 독서, 도서 구입의 패턴을 보면 확연히 전보다는 여성 작가의 이야기를 선호하고 있다. 남성 작가들의 과대한 자의식과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세계관을 목격하면 기분이 참 거지같아 지기 때문이기도 한데, 오래전부터 소장 도서 책장에 꼿혀있는 책들도 사실 다시 읽는다면 퇴출될?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어 섣불리 재독을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러므로, 그렇기 때문에 말미에 수록된 언급된 도서 목록은 그 자체로 근사한 목표로 삼을 만 하다.

어쩌면 약간은 선입견으로 작용했을지 모를 이라크계 유대인이라는 작가의 정체성은 사실 낯설었지만, 읽으면서 충분히 이해했다(우리의 어느 시절과 별반 다를게 없어서). 어쩜 세상의 여성들은 그다지도 비슷한 압박과 관습속에 사는지... 그게 또 먹먹함을 주기도 한다.

그 책들을 다시 읽어 보니 여주인공들 중 일부는 나를 잘못 인도했고, 일부는 부적절해 보이며, 일부는 내가 완전히 오독했고, 일부는 유감스러웠다. 하지만 많은 이들 - 사실 대부분 - 은 다시 만나 반가웠다. 아는 어린 시절에 느꼈던 책 속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다시 발견했다. 내 여주인공들이 내게 혼란이나 실망을 안겨주면, 나는 작가의 일기나 편지, 혹은 전기를 읽으며 그들을 탄생시킨 여자들에게 (그들 대부분이 여자였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들이 왜 자신의 주인공들에게 희망을 쏟았는지, 그리고 왜 끝까지 믿지 않았는지를 살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여주인공들의 명단이 아주 편향되어 있음을 깨달았고, 내가 새로운 주인공을 갈망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11, 들어가는 말

나에게 <작은 아씨들>의 가장 슬픈 장면은 베스가 눈물 속에서 죽는 장면이 아니라, 올컷이 “조가 잉크병의 뚜껑을 닫았다”라고 말할 때다. 정작 올컷은 잉크병을 닫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그녀가 왜 자신의 작가 분신을 만들고는 그 가치를 깍아내렸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 71, 빨간머리 앤(파트지만 작은 아씨들에 대한 이야기)

부끄럽지만 스무 살 때 나는 <전망 좋은 방>을 완전히 잘못 읽었다. 어떻게 보면 모든 독서가 잠정적인 독서고, 우리가 여주인공들을 읽는 것은 당시 우리가 그들에게서 얻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 201, 루시 허니처치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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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6-03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목의 여러 키워드에 낚여서 샀어요.,,

hellas 2018-06-03 10:16   좋아요 1 | URL
사실 책의 후반부는 너무 지루해서 왜 갑자기 이렇게 재미가 없지? 하고 놀라버렸어요 ;;
 
[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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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막스로 달리고 달리는 이야기.

멀지 않은 어두운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 ‘우환’은 이름대로 미래도 현재도 그 과정도 우환투성이다.
초반에는 좀 밝은 결말을 기대해 볼 여지는 있었지만, 2권에 들어서면 기대는 꺽이고 예정된 불행만 다가온다.

불행한 인생을 바꿔보려 하지만, 아주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만 나아지는 이야기다.
그래서 1권에서 종인이 하는 말을 2권에서는 순희가 하게 되는 것인가 보다.

영화감독의 소설이라 시각화하기 어렵지 않았다. 다만 간략하게 서술하는 방식에 조금 적응이 필요했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돈이 많이 들겠구나 싶었다. 무척 재밌다.
그러나 나는 1권과 2권 사이 거의 한달여의 틈을 두고 읽었다. 우선순위의 책을 볼 여지는 있었다는 뜻이다.

인생 하나가, 지 혼자 망쳐지나 - 237 / 362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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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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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울하고 암담하고, 결말이 느닷없다는 점이 당혹스럽다.

작가 자신의 불행을 모티브 삼은 이 이야기는 오로지 장애를 가진 아버지의 입장의 글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고난 앞에 지금의 시대라면 상식적으로 의아한 행보의 아버지 ‘버드’는 그 닉네임처럼 부유한다.
물론 아픈아이가 태어난 일은 누구나 당혹스러운 일이며 어느 누구도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 엄청난 일이다.

아프리카에 갈 미래를 꿈꾸는 이 철모르는 아빠는 부인의 산고중에도 동네 양아치와 드잡이를 하더니, 막상 출산이후에는 술과 섹스에 빠져들어 도피를 꾀한다. 당장의 괴로움은 이제 아프리카에 갈 일은 요원하겠구나 정도의 심정이라 그 지점에서 독자로서 당혹스러웠으나, 태어난 아이를 축복하지 않는 것은 버드 뿐만이 아니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아이, 부상병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은 아이는 그저 죽는 것만이 유일하게 해야할 일인냥.

버드의 도피처인 히미코는 그에게 위로와 동시에 자기기만의 기회를 주는 존재로 등장했는데, 그녀의 이 역할이 어쩐지 위악같이 느껴져서(게다가 히미코에게 버드는 가해자의 범주아닌가), 이야기의 전반을 차지하는 이 두사람의 대화 내내 불편할 따름이었다. 정작 아버지가 된 버드는 내내 상황의 주도권을 히미코에 일임하고 뒤로 물러서 있는 모양새 때문일까.
그야말로 버드는 막바지의 결심 전까지 ‘우울한 백치’(240) 같을 뿐이다.

어떤 이라도 버드의 어떤 결정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 조차도 읽는 내내 아이의 무탈을 빌었는지 어쩐지 모르겠다. 같은 심정으로 괴로웠고, 냉담한 시선들에 온 몸이 시렸으나......

물론 작가에게는 모티프만 같을 뿐인 이 이야기는 결국 어떤 해피엔딩의 형태가 되었으나, 사실 내가 원한 결말은 사적으로 출판했다는 비극의 형태였는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남았다.
그리고 작가 자신이 이 이야기를 ‘청춘 소설’이라고 여긴다고 한 점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방황이 청춘이라는 것인지 묻고 싶을 따름.

‘그가 꿋꿋이 견지하고 있는, 의지에 의해 선택된 명랑함과 낙관주의는 눈물겹게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299, 해설)이라고? 정말 모를 문장이다.

‘아폴리네르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고”하며 교수는 그럴듯한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이 반복했다. 그러고는 버드를 향해, 라기 보다 차라리 세 사람의 조교수를 향해 “글쎄, 태어나지 않는 것보다 태어나는 편이 좋은 건지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시대니까.”- 63

“분유도 힘차게 빨고, 팔다리의 움직임도 활발해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분유를 빨고 무엇 때문에 움직여? 하고 원망스럽게 묻고 싶은 것을 버드는 참았다. 버드는 대책 없는 불평꾼이 되어 가는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 125

몇 번짼가 잠이 깼을 때, 버드는 자신이 집행유예의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버드는 자신이 지금 외톨이가 아니라 히미코와 함께 밤을 보내고 있는 사실에서 뜻밖에도 깊고 강한 위로를 발견했다. 버드가 어른이 되고 나서 그처럼 타인을 필요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176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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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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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십년 전쯤 읽었던 책. 
그때도 지금도 뭐그리 플래그를 많이 붙여놓았나 싶지만, 얼마전 읽은 <사양>의 허무가 영향이 있었는지, 지금 읽고 있는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의 불행이 영향이 있었는지, 깊고 검은 우물같은 우울이 남았다.

결함의 시대였다. 분명 많은 이들은 그랬던 시대였지만, 요조는 풍족과 안정을 보장받는 사람. 어쩌면 자신의 운으로 부여받은 보장이 이 인간을 망쳐버린 것이다. 명망있는 집안의 똑똑한 아이는 오히려 그 행운으로 불행해진 인간이 된다.
자신의 행운을 부채의식으로 짊어진다고 모두가 요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갈림길에서 마이너스의 확률을 획득하는 요조에게 호리키라는 자는 악마의 다른 형태, 불행의 가이드일지 모른다.
세상에 자격이 없는 인간으로서 자신을 익살과 굴종으로 위장하고 살아온 요조에겐 어쩌면 더할 나위없는 유유상종 파트너지만, 무구한 신뢰는 죄인지 되묻는 자의 순진함을 최상급의 이기로 이용하는 자이기에 비호감을 획득했다. 

요조 대신 변명하는 마음으로 악역을 설정하고 나면 요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결과적으로는 아니다. 나약한 심지는 그렇게 짜부러들게 마련이다. 전형의 헛 똑똑이다. 매번 배신당하고 좌절하고 분노하지만 세상을 바꾸겠다는 아니 최소한 나라도 변화해야한다는 신념은 없었다.

얼마 전 어떤 책을 읽다 그 안의 찌질한 주인공을 보며 결국 인간의 만듦새는 운명론적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요조는 탈락할 인간이었겠지, 다만 그 탈락이 너무 늦어 세상에 민폐를 뿌린 것이다.

아, 나는 요조를 위한 변명을 하고 싶은것인가, 요조가 어서 빨리 나가 죽기를 바라는 것인가....

알 수 없는 기분으로 마무리 되는 독서는 적어도 며칠은 사람을 심란하게 한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이지 자주 참 행운아다. 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 - 16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조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라 자네가 나를 매방하는 거겠지.’
‘너는 너 자신의 끔찍함, 기괴함, 악랄함, 능청맞음, 요괴성을 알아라!’
갖가지 말이 가슴속에서 교차했습니다만, 저는 다만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진땀 나네, 진땀.”하고 웃을 뿐이었습니다. - 93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 134

마담이 무심하게 말했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 138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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