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는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이름부터 바로잡겠다!
제왕적 대통령의 입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라는 말이 나왔다.
「책상은 책상이다」를 쓴
페터 빅셀이 나자빠질 일이다.
달라지지 않는 일상에 지쳐
이름을 바꾸기 시작한 한 늙은 남자,
책상을 양탄자로
침대를 사진으로
신문을 침대로
거울을 의자로 등등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어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침묵했고 자기하고만 얘기하게 됐는데(페터 빅셀,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이런 소설 속 늙은 남자를 현실에서 만날 줄이야
미래 세대를 위해 자릴 비켜주지 않고 거리로 나오는,
어버이 아닌 어버이 연합
모든 자식들의 행복은 생각 없이 내 자식만 소중한,
엄마 아닌 엄마 부대
다름의 자유가 아닌 내 사상만이 옳다고 강요하는,
자유 아닌 자유총연맹
자식에게 수십 억대의 말을 대주고
수십 억 재산에 여럿의 기업체를 운영하고
값비싼 의상실, 병원, 미용실을 다니며
국정을 제 말만으로도 주물렀던,
평범 아닌 평범한 가정 주부
자로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정치를 하시면
장차 무엇부터 하시렵니까
공자 말하길
반드시 이름을 바르게 하겠다
이름이란 명분이니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리롭지 못하면 일을 성공하지 못하고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예와 악이 일어날 수 없고
예와 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올바르지 못하고
형벌이 알맞게 되지 못하면 백성들은 손과 발을 놀릴 수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논어, 자로 편에서)
시민들은 말한다
말을 제 멋대로 쓰게 된다면
자기하고만 말하게 되고, 불통이 된다고
우리가 쓰는 언어를 함께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소통이고
이름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그것이 명분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책상은 책상이니까
선생님께서는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이름부터 바로잡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