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때때로 맑음 2 - 이재룡 비평에세이 소설, 때때로 맑음 2
이재룡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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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때때로 맑음>은 2015년 2월에 1권이 출간됐다. 이 책은 2013년 2월부터 약 2년 간에 걸쳐서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비평 에세이 18권을 묶어서 독자들에게 선보였던 책이다.

그리고 이번에 <소설, 때때로 맑음 2>가 나왔다. 저자는 그동안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체성> 잘 필립 뚜생의 <욕조>, <사랑하기> <도망치기> 로랑 모비니에의 <이별연습>, 프레데릭 파작의 <거대한 고독>, 로맹 가리의 <인간의 문제> 등 다수의 프랑스 문학을 번역했다.

저서로는 <꿀벌의 언어> 그리고 <소설, 때때로 맑음1> , <소설, 때때로 맑음 2>가 있다.

저자는 그동안 꾸준히 프랑스 문학을 번역했기에 그만큼 프랑스 문학을 깊이있게 알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번에 저자의 책을 처음 읽게 됐는데, 문학평론가다운 날카로운 분석, 그리고 문학 번역가다운 폭넓은 프랑스 문학의 연구에 의해서 씌여진 책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 남들에게 마음 놓고 권할 수 있는 책은 시간의 검증을 거친 고전에 속한다. 고전은 불멸의 생명을 얻었지만 저자의 육신은 대부분 지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마차, 고작해야 증기 기관차가 달리는 고전의 세계는 시대 감각에는 어긋나기 일쑤이다. " (p. 440)

그래서 저자가 <소설, 때때로 맑음>에 소개하는 책들은 동시대 문학 중에서 읽고 그에 따른 비평까지를 겉들인 내용을 책 속에 담아냈다.

솔직히 이 책에 담겨진 책들은 대부분 저자 마저도 낯설다. 고작 로맹가리, 밀란 쿤데라, 르 클레지오, 파스칼 밖에 알지 못하고, 소개된 책들 중에 읽은 책은 3권에 불과하다.

프랑스 문학은 고전작품도 몇 작품 읽지 않았지만 동시대 문학은 더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책을 읽고 있으면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또다른 작품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주요 내용과 문학적 비평까지 함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맹가리의 <자기앞의 생>은 2번 정도 읽은 책인데,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맹가리, 그리고 때때로 가명을 써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던 평범하지 않은 그의 삶과 작품에 눈길이 간다.

" 즉, 당연하고 오래된 가치,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구호를 주장해서 독자들을 무시하려 들었지만 거기에 천재성까지 곁들인 이 복잡한 작가 " (p. 32) 바로 로맹가리에 대한 저자의 평가이다.

파스칼의 팡세도 2번을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원본이 없고 이본으로맘 존재하는 고전이다. 파스칼이 책을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고의 순서는 영원한 비밀이고 학자들 나름대로, 출판사나름대로 순서가 정해진다. 그래서 <팡세>는 단상의 순서가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널리 알려진 소설, 전설, 민담 등을 해체해서 재구성하는 장르를 트랜스픽션이라 한다. 원작의 정교한 독해가 선행되고 거기에 창조적, 상상력을 덧붙인다. 그래서 해체 비평의 유형에 속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작품으로 <뫼르소, 살인사건>, <엠마 보바리의 죽음에 대한 재 수사>를 사례로 드는데, 이 책들은 <마담 보바리>와 <이방인>을 밑글 삼아 덧글을 쓴 작품이다.

마네가 그린 <제비꽃 여인>과 관련된 소설도 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인 베르트 모리조의 전기를 쓴 도미니크 보나는 <베르트 모리조, 검은 옷을 입은 여자의 비밀>를 썼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보게 된 책 중에 <언어의 일곱 번째 기능>이란 책이 있다. 책제목부터 호기심이 갔는데, 로랑 비너는 소통 모델과 언어 기능 그리고 롤랑 바르트의 죽음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 바르트가 도난 당한 언어의 일곱 번째 기능의 내용과 그것이 기록된 메모지의 행방을 찾는....

책을 읽다가 프랑스 문학작품에서 대동강과 한강이 나오니 이 작품 역시 관심이 간다. 장 에슈노즈의 소설 <특파원>이다. 여주인공이 센 강변에서 시작하여 대동강, 판문점 그리고 한강까지 온다.

한국을 둘러썬 동아시아의 근대사, 국제, 정치 현안을 다루고 있는데, 비무장지대, 평양거리의 모습을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했다고 한다.

이렇게 저자는 비교적 평범한 독자들은 읽지 않은 프랑스 문학을 소개해 주고, 작품과 작품을 연결하여 그에 따른 날카로운 비평과 감상까지 알려준다.

지금은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고전으로 대접받을 수도 있는 동시대 프랑스 문학작품, 프랑스 문학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이 없다면 쓸 수 없는 내용들이다.

" 프랑스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신예부터 거장까지의 작품, 미래의 고전 40여 편을 만나다 ! " (책 뒷표지 글 중에서 )

<소설, 때때로 맑음 2>에는 아주 많은 프랑스 신간 소설에 대한 정보들이 책 속에 집약되어 있다. 작가의 삶, 소설이 쓰여지게 된 배경, 소설이 가지는 의미까지 저자의 폭넓은 프랑스 문학에 대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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