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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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 작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끊임없이 압박을 받다가 투덜거리며 몇 분 만에 바꾼이 제목이 바로 이것, '우리 사우나는 JTBC 안봐요" 다. 이 제목에 정치적인 은유는 없다. (...) 돈 급박하게 제목을 짓긴 했으나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내가 일했던 세계를 정의하는 또 다른 문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솔직히 말해서  '박생강'작가는 나에겐 생소한 사람이다. 그래도 책 좀 읽는다는 내가 그럴 정도면 그리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닌 듯하다. 그는 2005년에 <수상한 식모들>로 제 1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필명인 생강은 마늘과 함께 쓰이는 양념을 생각하게 하지만 그 의미는 성자와 악당의 혼성, '생각의 강'이란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작가의 말과 작가 소개글을 먼저 올리는 이유는 이 소설을 읽게 된 건 순전히 제목때문이다. 2016년을 달구었던 정치적 이슈는 JTBC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시청하지도 않던 JTBC 뉴스룸을 보기 위해서 저녁 8시를 기다리기도 했으니....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책제목에 꼽혀서 읽게 됐는데, 소설 속에는 JTBC에 대한 내용은 눈을 씻고 봐도 나오지 않는다.

작가가 작가의 말을 통해서 이야기했듯, 출판사의 강요(?)에 의해서 책제목을 정했으니 이것도 어찌 보면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갑과 을, 아니 갑과 병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갑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는 작가가 등단한 이후인 2015년부터 약 1년간에 걸쳐서 사우나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체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로 읽힐 수도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손태권은 등단한 소설가로 논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학원이 망하게 되자 백수가 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견딜 수 없어서 사우나 매니저가 된다.

태권이 일하게 된 헬라홀은 신도시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로 수영장, 골프연습장을 겸비한 소위 말하는 1 %를 위한 사우나이다.

사우나에는 중장년층의 전문직종을 가진 회원, 은퇴한 사업가를 비롯하여 전직 국회의원, 유명 가수, 영화배우 등의 노년층, IT 기업의 청년 실업가....

방학이 되면 유학 중에 집에 온 학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이곳에서도 갑질은 있으니, 회원이 갑이면 사우나에서 일하는 태권과 같은 사우나 매니저는 병이다.

그런데, 헬라홀은 처음에는 1%를 위한 피트니스 센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과연 지금도 1%를 위한 곳일까 의문이 든다. 흰 천장에는 검은 곰팡이가 덕지덕지, 한여름에 에어컨도 없으며, 사우나에서 갈아입는 운동복의 목은 길게 늘어졌고, 바지는 밴드가 늘어져 있으며, 양말은 도난방지를 위해서 대여라고 써 놓았으니....

말만 1%를 위한 사우나, 갑질은 대한민국 1% 재력가들의 갑질....

그런데 회원들의 갑질도 1%의 갑질에는 못 미치는 듯하다. 재벌 총수가 운전기사에게 행하는 갑질, 대장 부인이 공관병에게 행하는 갑질에는 택도 없는 갑질이란 생각이 든다.

스스로 대한민국 1%라고 믿는 것만으로도 위세가 당당해지는 회원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운동복의 늘어진 목처럼, 밴드가 늘어난 바지처럼, 대여라고 쓴 양말처럼 초라하기만 하다.

한 때는 잘 나가는 사람들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할 일없는 노인들, 그래도 그들은 헬라홀에서 만큼은 과거의 1%로 대우받기를 원한다.

헬라홀, "더러운 세탁물을 흘려보내는 구멍처럼 1퍼센트의 사람들이 빠져드는 어마어마한 구멍, 한번 빠지면 쉴 새 없이 달리고 땀을 빼며 영원을 꿈꾸지만 훅 꺼져 사라질 때까지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멍"

작가는 자신이 근무했던 사우나의 체험을 바탕으로 1%에 해당하는 보수적인 사람들(JTBC를 안 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99%의 시각을 블랙 유머로 패러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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