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피곤한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용기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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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연륜이 쌓이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유연해지게 된다. 젊은 시절이라면  화가 나고 힘겨웠을 일들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할 만한 나이가 아니건만 세상을 보는 눈이 아름답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가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작가의 책들을 좋아한다.

작가가 쓴 책인 <도시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정희재 ㅣ 걷는 나무 ㅣ 2010>를 읽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지만, 그 책을 읽은 후에는 작가의 새로운 책들이 출간될 때마다 꼭 읽게된다.

 

"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속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이 책과의 만남은 그런 느낌을 주는 아주 아름다운 만남이다. 소란스럽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떠벌리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들려주기때문이다. 도시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의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일탈들을 아주 작은 소리로 조근 조근 이야기해준다. 그녀 자신이 살아오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와 사람과의 만남를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이 책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 글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그녀의 삶이 보이기 때문이다.  -<도시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읽고 쓴 리뷰 중에서 -"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쓴 책중에는 <칫솔맨, 도와줘요!/ 정희재 글, 박선영 그림, 김향수 빛그림 ㅣ 책읽는곰 ㅣ 2010>< 과자 마녀를 조심해! / 정희재 글, 김영수 그림 ㅣ 책읽는곰 ㅣ 2010>와 같은 그림책도 있다. 이런 순수한 마음이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정희재의 작품 속에 녹아 있었기에 그렇게도 내가 작가의 글들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정희재의 책 중에 <지구별 어른, 어린왕자를 만나다/ 정희재 ㅣ 지식의숲 ㅣ 2011>은 누

구나의 가슴에 깊은 샘을 만들어 준 <어린왕자>를 토대로 하여 지구별 어른인 작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덧붙인 흥미로운 시도를 한 책이다.

혹시라도 불후의 명작인 <어린왕자>에 한 점 흠집이라도 남길까 겁나서 감히 시도할 수 없는 그런 시도를 한 것이다.
이기적이고 욕망에 불타는 모순투성이인 어른들의 모습을 어린왕자는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어린왕자>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었는데, 정희재도 역시 그런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의 구성은  <어린왕자>의 문장들과 정희재의 삶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소개된다.

정희재의 책을 읽으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런데, <도시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는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가지'가 소개되는데, 그중에 '정리하기 - 묘비명'이 있다.

하루키와 미셸 투르니에의 이야기끝에 자신의 미래의 묘비명을 들려준다.

" 이제 안 일어나도 되는 건가?' 한 줄 더 허락된다면 덧붙이고 싶은 말은 '언제까지?" 지금껏 의문형으로 끝나는 묘비명은 본 적이 없다. 만약 내 것이 최초라면 나는 삶의 최후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흔적을 지닌 존재가 된다. 아무려면 어떤가. 설사 아니라고 해도 이것으로 만족하고, 소인은, 아니 거북이는 물러가련다. " (<도시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중에서 p. 314)

젊은 날에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하는 생각을 하고 책을 덮었었는데, 아마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는 이런 연장선상에서 쓰여진 책이 아닐까 한다.

'이제 안 일어나도 될 권리'

물론, 이 책 속에는 이런 권리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냥 푹 쉴 권리'쯤으로 첫 번째 소개되는 권리와 일치할까? 

지금까지 우리들은 살아 오면서 얼마나 많은것들을 '해야 된다', ' 해라' ,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경쟁적인 사람이 되도록 부추겼던가.

그런데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라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글에서 느꼈던 신선함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준 책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다.

아마도 2012년 겨울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책이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읽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피곤한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용기' 바로 그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이다.

 정말로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될까?  항상,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건 하지 말아라, 저건 하지 말아라. 

이런 일상 속에서 살아 왔기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하지 않을 권리'는 평소에 우리들이 제발 이렇게 했으면 하던 '평소에 누리고 싶었던 권리'들에 대한 것이다.

우리들은 왜 똑같은 사람으로 생활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까? 

광고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누구나 똑같이 일어나고, 똑같이 출근하고, 똑같이 근무하고....

그래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만 할 것같은 것들...

열심히 살아야 하고, 멈추지 말고, 쉬지 말아야 하고, " 넌 할 수 있어"라는 무서운 말에 세뇌당하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건 아니지 않을까?

<장자>에 나오는 한 구절이란다.

"그냥 그대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이 좋은 것이다. " (p.32) 

남들이 말하는 행복이 아닌 자신이 느끼는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

앞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서 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은가?

워낙 저자가 책을 많이 읽었기에 이 책 속에는 책이야기, 저자들에 관한 이야기, 영화이야기 그리고 저자가 이곳 저곳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본 여행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된다. 그리고 작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그리고 나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조심스러운 것은 사람들에게는 각자 자신의 입지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누려야 할 것이다.

주워진 임무를 다한 후에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다.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 우리들은 삶에 지치고 힘들어 쓰러질 것 같은 때가 있다. 그런 피곤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쉬어갈 용기, 그 용기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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