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다, 먹다, 짓다', 즉 우리의 삶의 근간이 되는 의식주는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의 일상의 소소한 문제에 대해 경제적인
접근을 통해 규명한 책이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이다.
흔히 우리는 경제학을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관련 서적을 읽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수능에서 사회탐구영역의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경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경제를 어려운 학문, 기피하고 싶은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통계수치가 나오고 경제이론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경제서적을 읽다보니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내용을 전개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번에 읽은 <경제학을 입다/ 먹다/짓다>가 바로 경제학 이론을 의식주와 관련지어서 흥미롭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책의 내용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서 깊이있고 폭넓게 접근한다. 의생활과 관련된 내용 중에는 지퍼가 처음 사용된
계기, 웨딩드레스가 흰색인 이유, 속옷을 언제부터 어떻게 입게 되었는가를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인 면에서 접근하는 내용, 다이어트 또는 금연이
실패하게 되는 이유, 여자의 치마길이와 경기의 변화의 예측에 대한 견해, 빈티지가 유행하게 되면 국가경제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는 등의
문제에 접근하는데, 이런 모든 내용에는 경제이론이 근거로 제시되기도 하고, 경제학의 연구 내용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다이어트, 금연의 실패, 수험생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인기드라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 회사의 CEO가 장기적인 이익구조 보다
단기 성과에 몰입하는 것에 대해서, 다이어트를 사례를 과도한 가치 폄하 효과로 설명하는 내용을 살펴보자.
" (...) 다이어트를 통해 멋진 외모를 갖추고 보다 건강해지는 것은 커다란 편익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편익이 결코 아니다. " (p. 75)
즉, 미래 편익에 대한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를 말한다.

경제학자들이 경기변화를 예측하는 시도의 연구 대상은 다양한데, 그중에 여자들의 치마길이와 관련된 설들이 많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여자
치마길이가 길으면 불황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다. 여자 치마 길이가 짧으면 불황이다, 그도 저도 아닌 관계가 없다는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그이외에도 경기 변화를 예측하는 시도로는 남성복, 주류판매추이, 길거리 담배꽁초의 길이, 유기견 숫자, 성형외과의 환자수 등을 가지고
경기변화를 살펴보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실제로 이런 것들 중에서 타당성이 검증된 사항들은 실제 경기 변화를 파악하는 지표로 개발하여 활용하기도 한다.
경기변화에 빈티지가 유행하면 국가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설도 있는데, 여기에서 헌옷에 대한 부가가치를 알아본다.
동네에 설치된 헌옷 수거함을 무용지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헌옷 수거함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요즘 낡아서 버리는 옷은 거의 없다. 유행이 지났거나, 잘 입지 않으니까 버리게 되는데....
헌옷의 경우에 무게로 거래되는데, 1톤 트럭 한대에 가득 실으면 50만 원에서 70만 원이기 때문에 여름옷은 한 벌당 100원, 겨울옷은
500~600원정도된다. 2010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에 나오는 의류 폐기물량은 약 186톤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헌옷은 버리는 쓰레기가 아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또다른 자원이다.
주제를 바꿔서 '먹다'로 넘어가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된다.
환타의 탄생, 2차세계대전 당시에 콜라의 공급이 어려워지자 독일에서는 콜라를 대체할 수 있는 음료를 개발한다. 그것이 바로 "마시면
기분좋은 생각이든다"는 의미에서 환타라 이름지어지게 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환타는 세 가지 맛으로 생산되기도 하는데, 환타는 물을 식수로 마실 수 없는 독일인에게는 물의 대체제가 되기도 했고,
환타의 단맛은 설탕의 대체제가 되기도 했다.

탕수육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감자는 '악마의 음식'이라고 외면당했었는데,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때에 재배를
강요하면서 이제는 서양인의 주요 식재료가 되었다.
50여 년전까지만 해도 고양이 사료로 사용되었던 참치, 철분의 함유량이 10배 잘못 표기된 것으로 인하여 철분이 풍부한 채소로
알려지면서 시금치를 많이 먹게 된 이야기, 국내의 병뚜껑에 얽힌 이야기, 막걸리의 탄생, 귤과 고추는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 하는 등의 내용도
경제학과 연결지어서 흥미롭게 설명된다.

마지막 주제인 경제학을 짓다에서는 주거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내용들을 살펴본다. 나폴레옹 시절에 군복이 화려하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
상대를 고르는 다양한 기준을 경제학적으로 살펴보는데, 외모는 경제학 담론의 대상이었다고 한, 결혼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이 경제학을 근거로
어떤 결론들을 도출하려는 노력도 끊이지 않는 듯하다.
결혼반지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는 것은 관습처럼 내려오게 된 것인데, 여기에는 불합리한 파혼을 방지하고 남성의 진심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고안해 낸 경제적 유인구조에서 출발했다.

창문세란 세금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유럽 여행을 갔다가 이런 세금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창문세를 최초로 고안해 낸
나라는 프랑스에서 1303년 필립 4세가 왕권강화를 하기 위한 세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짧은 기간 동안 징수하다가 폐지되었고, 14세기 후반에
프랑스에서 백년전쟁 중의 군자금 확보를 위해서 징수하게 된다.
창문세란 창문을 일종의 사치풍으로 보게 된 것이 세금을 거두게 되는 이유인데, 창문의 재료, 그중에서도 창문의 유리는 당시만 해도
고가품이었기에 창문이 많으면 부유한 것으로 인식이 되었다. 그래서 건물의 창문수를 근거로 세금을 부과했는데, 그러다 보니 건물을 지을 때에
창문을 넓게 차지하도록 짓거나 창문수를 줄이기도 했다. 있는 창문을 폐쇄한 경우도 있어서 영국과 프랑스 건물에는 창문을 없앤 흔적이 남아 있는
건물도 있다.

1696년에 영국에서는 집안의 난로수에 따라서 세금을 내는 난로세도 있었다고 하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가는 어떤 방법으로 세금을 많이
거둘 것인가를 고심하였던 것이다.
우리 삶 속에 숨어 있는 경제 상식들,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경제원리와 경제문제를 이 책은 정말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연세대에서 경제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KAIST에서 경영학 석사,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는 산업디자인을
공부하였기에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공부한 것이 오늘날 다양한 소재를 경재학과 접목시켜서 설명해 줄 수 있는 학문적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실생활과 관련을 지어서 경제이론과 현상을 설명하는 것도 저자가 쓴 책들이 경제학에 문외한인 독자들이 읽기에 편하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경제원리를 통해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얻는다!!" (책 뒷표지 글
중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