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문장강화 - 이 시대 대표 지성들의 글과 삶에 관한 성찰
한정원 지음 / 나무의철학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단 한 줄의 글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고은'의 시 < 그 꽃>은 단 세 줄로 되어 있지만 함축된 내용에서 느낄 수 있는 깨달음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금도  그 시는 읽는 순간의 그 마음 그대로 마음 속의 고운 꽃이 되어 피어있다. 

"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의 시 <그 꽃>

젊은 날에는 꽃의 아름다움은 느꼈지만 계절의 변화에 그리 민감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계절의 작은 속삭임마저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젊은 날에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삶에서 놓쳐 버리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훗날 돌아 보면 그때 놓쳤던 것들을 볼 수 있으니, 바로 이 시가 그를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매일 단 한 줄의 글이라도 쓸 수 있는 행복, 매일 단 한 줄의 글이라도 읽을 수 있는 행복, 그런 행복을 가졌기에 나의 삶은 풍요로운 것이라 생각하며 <명사들의 문장강화>를 읽어 내려 갔다.

만약에 내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책을 읽은 후의 그 책에 대한 생각을 남기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매일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툰 글이지만, 어색한 글이지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순간들을 고맙게 생각하며, 우리 시대의 문장가라고 할 수 있는 명사10인들이 "왜 글을 써야 하는가", " 어떻게 글을 쓰는가" 에 대한 글들을 차근차근 읽었다.

" 한 줄의 글이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바꾸고 한 권의 책이 인류의 역사를 바꿔 놓기도 한다(...)" (책 날개글 중에서)

자신을 위해서 매일 한 줄의 글을 쓸 수 있는 힘은 독서라고들 한다. 그만큼 독서는 우리의 문장력을 강화시켜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왜 글을 쓰고, 무엇을 써야 하며, 쓴다면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p. 6)

우리 시대의 10명의 명사들의 삶과 글을 통해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그들의 글쓰기 방법 및 습관 등에 대해서 살펴본다.

" 당신의 시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고은 시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받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원로 시인은 글쓰기는 자기를 표현하는 행위이니,

" 당신의 문체를 써라." , "타인의 문체를 미리 머리에 가슴에 넣어 놓지 말아야 한다." 라고 말한다.

생물학자인데, 문학가 보다도 더 좋은 글을 쓰는 '최재천'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아들이 중학교 때인가 방학숙제로 과학 독후감을 쓰기 위해서 산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였다.

그는 만약에 생물학자가 되지 않았다면 춤꾼이 됐거나 아니면 글쟁이가 되리라 운명처럼 믿었다고 한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황소 개구리와 우리말>을 읽으면서도 문장력이 뛰어남을 느꼈는데, 이제 그는 누구나 알아주는 문장가로 자리매김하였기에 원고 청탁을 많이 받는다. 그는 원고 청탁을 받으면 미리 쓴다. 쫒기듯이 글을 쓰면 글쓰기가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최채천의 글쓰기는 '미리 쓰고 100번 고치는 것"이다. 그의 글을 읽어보면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동물을 마치 인간인듯 표현하는 그의 글은 생물학자의 시각에서 본 관찰력이 많이 작용한 듯한데, 그것이 바로 최재천의 글쓰기의 소재이자 이야기가 된다.

과학을 문학적 글쓰기와 조화시킨 그의 글은 정형화된 틀을 벗어났기에 신선하고 흥미롭다.

소설가 김홍신의 <인간시장>은 그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소설이다. 이 당시의 사회상으로는 사회고발의 소설을 생각할 수도 없었기에 <인간시장>은 독자들에게 사회에 대한 비판을 대신해 주는 주인공 장총찬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대한민국 출판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을 달성한 것도 바로 이런 의미일 것이다. 김홍신은 고인이 된 최인호와 함께 컴퓨터로 글을  쓰는 몇 안되는 소설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책 천 권은 읽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을 때까진 책 3권을 쓰기를 권하는데, 첫 번째는 수필쓰기, 두 번째는 자서전 쓰기, 세 번째는 전공서적 쓰기라고 말한다.

첫 번째는 겨우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두 번째, 세 번째로 가게 되면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평범한 독자들의 글쓰기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른을 위한 동화인 <연어>를 읽으면 안도현 시인의 글쓰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글은 아름답다. 꽃처럼 아름답고 하늘의 별처럼 숭고하다. 그는 시는 관찰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안도현은 백석을 좋아했는데,

" 그가 백석 시인의 시와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은 1980년, 대학 1학년 때였다. 작고하신 박항식 시인의 저서 <수사학>에서 인용된 백석의 시<모닥불>을 읽고 그는 눈이 멀어버린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와 심장이 뒤흔들렸다고 한다. 낯선 시어들이 몇몇 있었지만 단 세 문장의 시는 스무살 청년에게 너무도 강렬했다. " (p. 305)

이 책에 소개되는 문장가는 고은, 최재천,김정운, 김홍신, 남경태, 장석주, 김영현, 안도현, 이지성, 우석훈이다.

모두 너무도 잘 알려진 문장가들이기에 그동안 책을 통해서 접했던 글들이 어떻게 쓰여질 수 있었는가를 엿 볼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들이 자신을 위해서 매일을 글을 쓰는 삶을 사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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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2-12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태준의 「문장강화」만 읽었는데, 님 리뷰를 보니 이책이 훨씬 더 끌리네요.^^

라일락 2014-12-12 08:23   좋아요 0 | URL
책의 내용이 참 좋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