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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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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의 일상은 어떨까?" 철저한 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인 이기진 교수의 연구실을 들여다 보면 온통 잡동사니로 꽉 차 있으니 여기가 물리학자의 연구실인지, 아니면 골동품상의 창고인지, 아니면 잡동사니 수집상의 방인지 모를 정도로 이상한 물건들로 들어차 있다.

손잡이가 깨진 하얀 도자기 포트, 목각인형, 연필깎기, 목각인형, 설탕 펜치, 개집, 여기저기 벗겨진 낡은 그릇, 실밥이 터진 야구공....

이쯤 되면 '저장 강박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보면 정신이 없을 정도다.

그의 물건들은 그동안 국내외 벼룩시장 등에서 수집한 물건들인데, 그 물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면 범상치 않은 물건들임을 알 수 있다.

오래된 물건들,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축이 만드는 타임캡슐 같은 공간이 존재한다.

25년 전, 아르메니아가 어떤 나라인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에 그곳의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고,우연히 수집하게 된 설탕펜치.

일본에서 함께 일하던 교수가 준 연필깎기, 그가 쓴 동화책인 <박치기 깎까>...

   

그의 물건들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르메니아의 씨앗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그릇이다. 여기 저기 벗겨져서 쓰레기통에나 들어갈 이 그릇의 바닥에는 '압록강', ' MADE IN D.P.R. OF KOREA'라고 씌여 있다. 이 물건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의미있은 그릇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맥주를 따라 마시면 적격이라고 하니?.... 맥주잔 보다는 막걸리잔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이 그릇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그의 생각과 행동은 '딴짓' 고수라 아니할 수 없다.

세상을 살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있겠지만 그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자꾸만 딴짓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같다.

그는 그르노블에서 열린 학회에 갔다가 우연히 알프스의 프라리옹에 오르게 된다. 그를 계기로 '내 인생은 프라리옹에 오르기 전과 후로 나뉜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프라리옹에 가서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 이후에 생각을 가다듬고 싶으면 그곳을 찾곤 한다.

과거를 잊고 현재의 나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싶을 때에,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고 싶을 때에.

학교 운동장에서 발견해 주워 온 실밥이 터진 야구공, 이건 왜 주워 왔을까?

그의 어린날에는 아픈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수업시간에 책을 읽게 되었는데 더듬더듬 읽다가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고 그 충격으로 학교를 그만둔다. 그것이 그에게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후에 야구에 빠져 지낸 적이 있는데, 실밥이 터진 야구공은 그의 어린시절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감정이입의 수단이라 할 수 있기에 그에게는 소중한 물건이다.

그의 연구실 한 편에 놓인 용마루가 있는 개집. 연구실에 왜 개집이 놓여 있을까?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방에서 키우는 애완견이 아닌 마당에서 키우던 잡종견들에 대한 추억을 살릴 수 있는 물건이다.

이 책의 4장 할머니의 골동부엌에서는 주방용품이 소개된다. 야채 수프용 국자, 레몬 & 오렌지즙짜는 기구, 제빵 방망이, 도시락용 유리그릇, 도자기 냄비, 달걀 자르기용 도구, 샐러드 탈수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수집한 많은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것들에 대한 의미 부여에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되었지만 그의 생활 패턴도 범상치는 않다.

그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큰 딸인 채린은 투애니원의 '씨엘'이다. '씨엘'을 보면 그 아버지를 알 수 있다고 하니, 개성 넘치는 '씨엘'에 주목하라.

        

 

물리학자가 쓴 책 답게 책 속의 이곳 저곳에는 물리학 이론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학창시절 어렵게만 생각했던 물리학도 그의 글을 통해서 읽으니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해 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는 그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만날 수 있다. 무엇엔가 몰입하면 거기에 집중하는 물리학자의 삶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마날 수 있다.

재미난  딴짓을 하는 물리학자 이기진은,

" 하나만 하고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다. 하나만 하다. 죽기엔 인생은 너무나 길다" ( 책 속의 글 중에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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