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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책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그의 또다른 에세이인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먼저 읽게 되었다.

저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이 저자가 자신의 아내와 사별한 후의 상실과 고통에 대한 5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만을 알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는 문학장르 중의 에세이를  좀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국내 에세이의 경우에는 신변잡기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쓰는 경우들이 많기에 에세이를 읽을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술술 읽어 내려가게 된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몇 장 읽다보니 이 책의 앞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의아한 마음이 든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의 역자인 '최세희'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책의 내용은 3가지의 이야기의 묶음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비상의 죄'는 하늘을, 두 번째 이야기인 '평지에서'는 '땅'을, 세 번째 이야기인 '깊이의 상실'은 '지하'를 의미하며 이 세 주제는 하늘, 땅, 지하의 수직적인 층위를 이루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비상의 죄'에서는 '기구(열기구)와 상승의 역사적 미담, ' 평지에서'는 기구와 상승의 로맨스를 다룬다. 물론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실존 인물로 열기구를 즐기거나 열기구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찰하고 실현시키려는 사람들이다.

열기구란 마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신의 공간으로 갈 수 있는 도구로 열기구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평화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기구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 흥미롭게 다가온다.

'비상의 죄'에서는 19세기 홀로 열기구를 타고 최초로 영국 해협을 건넌 '프레드 버나비', 연인과 함께 열기구를 탔던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 친구들과 함께 부푼 꿈을 품고 열기구를 탔던 '투르나숑'의 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사진작가인 '나다르'는 열기구를 타고 최초의 항공사진을 촬영하였는데, 파리의 하수도, 카타콤 등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이미지를 보게 되면 필연적으로 실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그외의 인물로는 '르동'은 기구 배행을 주제로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선 보인 화가이다.

이렇게 첫 번째 주제인 '비상의 죄'에서는 기구의 개척자, 초창기 사진가, 배우, 화가 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비상의 이미지는 예술의 메타포이다.  첫 번째 주제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구와 상승의 역사적 미담'이다.  

'평지에서'는 실존 인물인 '버나비'와 '베르나르'를 허구적으로 합일시킨 로맨스이다. 19세기 말,  최초로 영국해협을 열기구로 거넜던 '프레디 버나비'는 여배우인 '사라 베르나르'는 사랑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 이들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서 이 세상의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는 비탄의 이야기이며 결국에는 결별, 죽음으로 끝난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한다.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를 그리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내가 처음에 이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에 가졌던 그런 생각과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로 부터 시작되니 혼돈스럽다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그런데 세 번째 이야기인 '깊이의 상실'에 가서 저자는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아내와의 사별 후에 겪은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것은 반스가 자신의 아내를 잃은 후 5년 만에 이 글을 쓴다는 점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분량의 내용이다.

'줄리언 반스'는 영국의 대표 작기인데, 그의 아내인 '팻 캐바나'는 작가는 아지자만  문인 발굴과 후원 등을 하는 문학 에이전트이기에 남편과 아내는 문학적 동지이기도 하다.

그들은 1979년에 결혼을 했는데 2008년 '팻 캐바나'가 뇌종양 판정을 받은 지  37일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병에 걸린 아내 앞에서 무능력하기만 했던 '줄리언 반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야만 했던 그 아픔과 고통 그리고 상실감을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 놓고 있다.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 주변의 시선에 대해 그가 느꼈던 생각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심경, 사별 후에 겪었던 그 모든 것을 자세하게 풀어 놓는다.

'줄리언 반스'는 아내와의 사별 후에 5년간은 침묵했다. 다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그림자를 통해>라는 책을 썼는데, 그것은 작가로서의 본분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참았던 아내 잃은 아픔을 5년만에 글로 쓰게 되었으니 그의 슬픔이 얼마나 컸었을까 짐작할 수 있게 된다.

" 전에는 함께였던 적이 없는 두 사람을 하나가 되게 해 보라. 어떤 때는 최초로 수소 기구와 열기구를 견인줄로 함께 묶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추락한 다음 불에 타는 것과, 불에 탄 다음 추락하는 것, 당신은 둘 중 어느 쪽이 낫겠는가? 그러나 어떤 때는 일이 잘 돌아가서 새로운 뭔가가 이루어지고, 그렇게 세상은 변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 (p. 109)

앞에서도 썼듯이 모든 사랑의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아무리 금슬 좋은 부부라도 결국에는 죽음으로 막을 내릴 수 밖에 없으니...

아내를 먼저 보낸 그는 사별의 고통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진부하며 유일무이하다 말한다. 어떤 죽음에서는 무심함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냥 흘러 가다가 어느 한 순간 그냥 끝나버리는 인생의 무심함에 대한 분노처럼.

세 번째 이야기인 '깊이의 상실'은 추락과 사별의 비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다가오는 문장들이 꽤 많이 있다. 그중에 한 문장을 적는 것으로 이 글을 끝낸다.

" 나는 단순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랬던 건 내게 행운이자 악운이었다. 일찍이 내 머릿속에 떠오른 말들이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하건, 무엇을 하지 않건, 모든 면에서 아내가 그립다. ' 이 말은 내가 어디에 있고, 내가 누구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반복했던 말 중 하나였다. 차를 몰아 집으로 가면서 나는 '지금 난 그녀와 함께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녀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야!'라고 소리 내어 말하는 것으로 혼자만의 귀가에 대비했다. 뭔가 잘못되거나, 고장 나거나 제자리에 두지 않아 찾지 못했을 때, '상실의 규모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로 나는 나 자신을 안심시켰다. " (p.p. 134~135)

'비상의 죄', ' 평지에서', '깊이의 상실'의 3 이야기는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나다르'는 자신의 이상을 열기구와 사진 그리고 사랑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지만 아내의 죽음으로 더 이상 날아 오를 수 없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프레드 버나비'는 '베르나르'와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맺음을 한다.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 세 번째 이야기인 자신의 이야기는 아내와의 사별로 인하여 헤어나올 수 없는 감정의 깊이로 떨어지게 된다. 전설 속의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 지하세계로 들어가지만 실패한 것처럼 '반스' 자신도 상실의 지하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세 개의 이야기는 '하늘과 땅과 지하를 떠도는 늙은 오르페우스의 엘레지' (역자의 옮긴이의 말의 제목)가 된다.

솔직히 이 책을 처음 펼치고 읽을 때에는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서 혼란스러웠지만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역자의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으면서 책 내용을 숙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아내에 대한 생각을 쓴 회고록이자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이지만 쉽게 이해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찾아내는 독서를 하여야 할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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